금요일 밤, 교육방송의 <시네마 천국>에서는 매주 3편의 영화를 소재로 세 감독이 대화를 나누는 꼭지가 있는데 무척 재미있다.
변영주, 김태용 그리고 이해영 감독. 금요일 밤마다 이 세 감독이 진행하는 영화이야기는 해가 바뀌자 한결 더 자연스러워졌다. 지난해에 가끔 볼 때면 이들의 대화가 때론 조마조마하고 혹 실수하지 않을까 내가 다 떨렸는데, 그동안 몇 개월 진행하면서 물이 올랐는지 흐름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방송에 적합하지 않는 과격 혹은 파격적인 용어를 가끔 사용하자 톡소는 맛도 있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세 사람의 각자 다른 분위기와 색깔이 완전히 어우러지면서 묘하게 아늑하고 평화롭다. 변영주 감독이 남성적임에 반해 김태용 감독은 여성적이고 이해영 감독은 약간 수줍다.
약간 세부적으로 들어가자면 변영주 감독은 믿음직하고 인간적이다. 그 시원시원하고 화끈한 스타일의 말솜씨는 보는 내 속을 시원하게 해주고, 또 그의 눈빛 어딘가에는 우리사회의 슬픈 약자들을 향한 애정이 묻어나 보이고 왠지 의지가 된다.
변영주 감독과는 달리 김태용 감독은 외양이 빼빼 마른 것이 남자답지 않게 심히(?) 연약해 보인다. 그러나 그의 미소는 그 어떤 아름다운 여배우의 미소보다 눈이 부시다. 이분은 무슨 일을 하든 선한 미소 하나로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가지 싶다. 이런 분이 귀신영화를 만들었다니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막내둥이 이해영 감독은 약간의 수줍음 속에 무한한 열정을 숨기고 있는 듯하다. 그의 내면에는 기발하고 열정에 찬 시나리오들이 수면위로 부상할 기회만 노린 채 부지런히 파닥이고 있는 듯하다.
변영주 감독은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에 청춘을 바치고 <밀애>와 <발레 교습소>를 만들었다. 김태용 감독은 <여고괴담2>와 <가족의 탄생>을 만들었고 이해영 감독은 다수의 시나리오와 <천하장사 마돈나>로 우리에게 친근하다.
이들의 대화와 대화 이면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저력으로 유추하건대 이들이 이미 만들어낸 영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의 영화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 샘물 같은 해석 그리고 세 사람이 이뤄내는 아우라는 정말 보는 이에게 휴식과 여유를 준다.
해서, 이젠 금요일 밤이면 오늘은 이분들이 또 무슨 영화로 이야기꽃을 피울까 무척 설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