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 교육문제에 대한 수많은 말들이 오고가고 수많은 비판과 대안이 있지만 딱하나 빠진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학부모들의 행태이다. 한때는 우리 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이 사회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지만 지금의 교육열은 지나치다. 지나침을 넘어 병적이다. 병적이다가 아니라 미안하지만 ‘완전히’ 미쳤다. 

집단 히스테리도 이런 히스테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명분은 그럴듯하다. 사교육. 남들 다하니 내 아이만 처지게 할 수 없다. 소신 지키다가 내 자식만 낙오되는 게 아닌가. ‘내 아이만 낙오?’에 대한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다 보니 남들 따라 남들 하는 만큼 쫓아가기 바쁘다, 너도 나도. 

예전의 교육열은 자식 스스로도 간절히 원하고 부모는 부모대로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서 허리띠 졸라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자식들은 부모의 과잉간섭을 원치 않는다. 물론 대다수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부모의 그런 매니저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것은 정상적이라 볼 수 없다. 날 때부터 어쩌면 엄마뱃속부터 쇠뇌 되어 온 비뚤어진 경쟁심의 결과이지 진정한 학문탐구는 아니다. 경쟁, 경쟁 정말이지 지겹다. 얼마 전 MBC스페셜에서 보니 우리나라와 핀란드의 교육열에서 공통적인 것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경쟁’이었다. 

문제는 그 경쟁유발의 원인이 아주 다르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경쟁심이 친구를 찍어 누르고 시기하고 질투하며 생기는 감정이고 에너지였다면 핀란드학생들의 경쟁은 학생내부에서 나오는 지적호기심이 주는 자신과의 경쟁이었다. 

핀란드의 학생들은 좀 더 알고 싶고 보다 더 향상하고 싶은 내면의 욕구를 좇아 공부, 운동 등에 몰두 하였다. 반면 우리학생들은 자기 자신의 내적 욕구에 의한 열정보다 사회적 분위기가 그러하니, 나만 처질수가 없으니 이를 악물고 잠과 싸우며 스스로를 인내하며 하는 것이 공부였다.

이러니 지구 저편 핀란드의 아이들은 공부를 하면서도 행복의 미소를 만면에 지을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우리네 아이들은 매일매일 지옥이기는 하나 빛나는 내일을 위해 참고 또 참을 뿐이니 공부를 하면서도 어깨가 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교육이 변하려면 돈줄 쥔 학부모가 변해야....

교육 정책도 문제고 잘나가는 대학들의 이기심도 문제지만 제일 문제는 학부모들이다. 교육이 변하려면 먼저 ‘돈줄’을 쥔 학부모들이 변해야 한다. 아무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라지만 생활의 압박을 받으면서까지 매달 적게는 40~50에서 많게는 100~200만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간 큰 부모들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가만 보면 교육철학이라는 것은 아예 없고 스스로 고민해본 흔적도 없이 오로지 ‘카더라 통신’에만 의존하여 경쟁적으로 학원을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웃 아이가 이번 달 부터 태권도 학원을 다니면 다음 달 부터 내 아이도 보내야 되고, 또, 누가 괜찮다고 소문난 영어 학원을 물색해서 아이를 보내면 내 아이도 일단 등록시키고 보는 것이 대부분 부모들의 심리이다. 그리고 그러한 부모들의 공통적인 말.

“우리 아이는 학원가는 걸 아주 재미있어 해요.”

개뿔. 내가 볼 땐 정반대다. 아이들은 가기 싫으면서도 부모의 강력한 뜻을 거역할 수 없어 다니는 것이고. 또, 하도 공부 못하면 끝장이라고 ‘쇠뇌’ 되다보니 아이 스스로도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불안’하기에 습관적으로 다니는 것이다. 잘하는 아이는 잘하는 아이대로 학원 접으면 ‘처질까’ 계속 다니고, 못하는 아이는 못하는 대로 학원이라도 다니는 ‘척’ 해야 부모도 안심 자신도 소속감을 느낀다고나 할까.

쇠뇌란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김일성만 북한주민들 쇠뇌 시킨 게 아니고 박정희만 우리 국민들 쇠뇌 시킨 게 아니다. 우리네 학부모들은 더하다. 우리네 학부모들은 김일성보다 박정희보다 더 아이들에게 공부 못하면 ‘끝장’난다고 매일 매일 쇠뇌 시키고 있다.

솔직히 나는 가계를 휘청거리게 하는 기십 만원의 학원비들을 볼 때면 내가 아까워서 못살겠다. 한시적으로 몇 달 다니며 공부 머리를 배워온다면 이해하겠으나 어린이집 시절부터 한번 시작된 사교육은 대입수능까지 끝임 없이 행해진다. 

때문에 사교육비는 수능까지 가기도 전에 ‘억’ 소리를 낸다. 그 돈으로 다른 것을 했다면 혹은, 다른 식의 교육에 투자했다면? 왜 다들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막상은 창의성 없이 천편일률로 학원만 돌리냐 말이다.

부모가 ‘욕심’을 버려야 교육이 바로 선다.

서울시 교육감을 지낸 유인종 교육감은 말했다. 몇 해 전, 어느 기자가 우리교육 제대로 굴러가게 하는 뾰족한 수가 없을까 물으니. 부모들이 ‘욕심’을 버릴 때 교육은 정상화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이런 입시교육이 진저리가 나서 부모들이 하나둘, 사교육을 떠나 무심해 질 때 교육은 정상화 될 것이라고. 당시엔 ‘어느 하 세월에~~~’ 싶었지만 내가 봐도 그길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사교육 안하면 나만 피해본다는 생각에서 제발 학부모들이 ‘발상전환’ 좀 했으면 좋겠다. 내가 볼 땐 사교육 안할 때 오히려 더 교육 효과가 나는 것 같다. 부수적으로 돈이 굳음(?)은 물론이고. 

내 아이는 올해 초등 3학년이 된다. 그동안 돈 들이는 사교육은 하나도 안했다. 굳이 했다면 지난 한해 내게서 피아노를 배운 것과 두루마리 문제집 한 권 푼 것이 전부다. 그래도 공부 잘하냐고? 주변에 학원 다니는 아이나 내 아이나 똑같다. 초등3년이 사교육 한다고 점수 잘나오고 안한다고 안 나오겠나. 다 거기서 거기다. 

대신 사교육을 안 하기 때문에 나는 부모로써 저 아이를 어떻게 도울까 나름대로 ‘창의적인’ 고민을 항상 하게 된다. 그리고 공부가 따로 있나. 어른들이 할 줄 아는 것을 하나 둘 배워 아이도 점점 스스로 뭐든지 ‘혼자’ 할 수 있게 되는 거, 그게 교육이 아닌가 말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어떻게 해 주어야지보다 내 삶을 즐기는 가운데 슬쩍 아이에게 삶의 요령, 재미, 지혜 혹은 소명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흘려주려 할 뿐이다. 어른의 장점이 무언가. 아이들에게 들려줄 ‘지혜’와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만 들려주고 구체적으로 필요한 삶의 방식들은 아이 스스로 나이에 맞게 자신의 색깔에 맞게 점점 채워 가면 되는 것이다.

자식 삶의 도우미 아닌 자신의 삶을 살자.

나는 우리네 학부모들이 아이 교육에 혼을 빼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고 현재를 즐겼으면 좋겠다. 나이든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다들 뭐라 하는지. 백이면 백, ‘젊을 때 즐겨라. 자식 다 소용없다.’ 이구동성이다.

즐길게 얼마나 많나 말이다. 독서, 예술, 등산, 여행, 요가, 헬스, 자연감상, 봉사, 명상, 수다, 연애.....끝이 없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자기 분수에 맞게 놀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식들은 자신들에게 몸 바치는 부모보다 스스로 즐기는 부모를 더 좋아한다. 

결론은, 자식교육이고 뭣이고 다 때려치우고 그냥 우리 삶을 즐기자. 그게 남는 장사다.
못 믿겠다 하지 마시고 일단 한번 해보시라. 그게 아이도 살고 부모도 사는 길이다. 그래도 사교육을 안 하면 불안하다면 당신은 이미 사교육이라는 신종 마약에 중독된 것이나 다름없다. 마약의 대가가 지독하듯이 사교육도 언젠가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본다.

언젠가 뉴스에서 보니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한 아이에게 기자가 물었다.

“이 다음에 뭐 되고 싶어요?”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
“왜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
“대통령이 되어서 돈 많이 벌어 부자 되고 싶어요.” 

부자 되려고 대통령을 한다고? 기자의 질문에 답한 그 초등생은 ‘대통령’이라했지만 평소 그 자리에 우리부모들은 의사, 변호사, 검사, 판사, 혹은 각종 ‘사’자 붙는 직업들을 들이밀며 아이들을 닦달한다.  이게 우리 부모들의 자화상이다. 애들이 무슨 잘못이 있나. 

부모들이 대입하는 그 직업들이야말로 특히 신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임해야 하고 그것 없이 오로지 부자 되기 위해서 그 직업에 종사한다면 개인만 타락 하는 게 아니라 결국은 우리사회를 좀먹게 하고 썩게 하는 것이다.

좌우지간, 애들은 냅두라. 

애들보다 시간 없는 우리 학부모 먼저 즐기고, 떠나고, 탐구하자. 남는 돈 있으면 어학연수도 내가 가고, 배낭여행도 내가 가자. 애들은 알바해서 가든지 말든지.... ‘근데 엄마가, 혹은 아빠가 가보니 배낭여행? 어학연수? 봉사활동? 오! 그거 한번 해볼만하데!’ 라는 경험담이나 슬쩍 들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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