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눈물로 씁니다
박홍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박. 홍. 규.' 교수. 이분의 책을 사 봐야지 하면서도 마음만 먹고 책 제목들만 기억할 때는 세상에 이보다 낭만적이고 행복한 분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 미술, 철학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저작들의 제목만으로도 세상 행복 다 가진 분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한 사람의 철학자, 음악가, 사상가 또는 화가의 이름을 제목으로 해서 책을 쓴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전 방위적 지식과 통찰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 일터. 전공인 법학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벅찰 텐데 언제 베토벤에 대해 그리 잘 알고, 몽테뉴, 빈센트, 간디 등에 대해서도 그럴 수 없는 조예를 가질 수가 있는지 경이로웠다.


그런데 그 모든 것에는 다 그만한 수고로움이 있었다. 아니, 수고라기보다 정열이 있었다. 그 정열이라는 것도 한두 해 정열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계속 되어온 열정이었다. 저자는 초등시절부터 시작한 그림을 지금까지 그리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어려서부터 듣던 고전음악을 지금껏 듣고 있으며, 역시 어려서부터 읽던 다방면의 책을 지금도 여전히 읽고 있었다.


때문에 저자의 나이 쉰 즈음에는 그런 천착에 대한 사랑에 ‘방점’을 찍을 필요가 있었고 자연스레 ‘출판’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문제점에 대한 총체적 지적

 
그런데 박홍규 교수의 최근작 <대한민국을 눈물로 씁니다>(실천문학사)는 철학과 예술의 숲을 거닐던 행복한 이전의 책들과는 달리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아프게 조명한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우리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평소 느끼던 바를 아무런 지적 조미료 없이 사실 그대로 술술 풀어쓴 책이다. '물욕에 오염되고, 돈으로 분단되고, 힘으로 왜곡되고, 공공이 상실되고, 인조(성형)로 추악하고, 획일'로 숨이 막히는 현실을 ‘눈물’로 쓴 글이다.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장이 아니라 변화"라고 하였다. 맞는 말이다. 우리에겐 돈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삶의 자세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지성의 결여, 도덕적 퇴폐, 감성의 저속"에서 우리는 한시바삐 탈출하여야 한다.


우리 사회가 지성의 결여가 아닌 충만, 도덕적 퇴폐가 아닌 성찰, 감성의 저속이 아닌 세련미를 가진 사회라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에 대해 문제제기만이 아닌 몸소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거처만 해도 저자가 근무하는 학교 인근의 작은 시골에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가 하면 학연, 지연, 혈연 이런 일련의 것을 멀리함은 물론 관혼상제라는 이름의 돗떼기 시장에 불려가는 일도 철저히 외면하였다. 직장생활 하는 사람들은 다 알리라. 소위 모두가 참여하는 '회식'자리에 한두 번만 빠져봐라, 당장 사회부적응자로 의심받을 것이다.


그런데 회식자리보다 더한 ‘관혼상제’를 무시하고 ‘연줄’을 무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쉽지 않지만 누군가는 앞장을 서야 할 일이다. 옛날엔 상부상조가 꼭 필요하던 시절이니 그러했다 치더라도 지금은 식자층부터 그것을 삼가야할 시점이다.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이 '허례허식'과 '패거리 문화'의 폐해를 알고 있으면서도 관성과 자신의 이익에 의해 감히 멈추질 못하는데 저자는 갖은 욕을 얻어먹으며 소위 왕따를 당하며 그것을 외면하고 있었다. 교수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라면 이런 저자의 실천에 ‘옳소’하며 동조하는 사람이 많아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튼,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치부와 문제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빈부 격차와 분단, 교육문제, 공공선의 상실 문제, 획일화 등 읽어보면 누구나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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