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 자서전 -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넬슨 만델라 지음, 김대중 옮김 / 두레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44살 한창 나이에 감옥에 들어가서 71살 백발이 되어 나온 남자. 현재 88세. 로벤 섬에서만 20년, 그리고 여타 다른 교도소까지 합치면 장장 27년 6개월이라는 긴긴 감옥살이를 하고 나와서도 대통령이 된 사람. 그렇게 오랜 세월 영어(囹圄)의 몸으로 있다가 출옥해서 당당히 대통령이 되다니 그 보다 더 극적인 삶이 있을까.

1990년대 초반 대학시절, 그땐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았지만 해외뉴스에서 이따금씩 보여 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모습은 정말 아비규환 그 자체로 보였었다. 그러나 물리적 거리가 워낙 먼 남의 나라 이야기다 보니 그 나라는 만날 그러며 사나 보다 생각했었다.

이 책, <만델라 자서전-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두레출판사)을 읽고 나서야 그 시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픔이 가슴으로 느껴졌다. 알고 보니 그 시절의 폭동이란 매일같이 수십, 수 백 명씩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나가는 참극을 말함이었다.

용서는 하되, 망각 하지는 않는다

▲ 책 겉그림.
ⓒ 두레
ANC(아프리카 민족회의)가 백인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에 반대해 테러를 가하면 정부군은 그에 대해 몇 배의 보복을 가하는 등 테러와 그에 대한 보복의 연속이었다. 이처럼 흑과 백의 서로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하던 시기에 오랜 감옥살이 끝 출소한 만델라는 백인정권에 '대화와 협상'을 제의했다.

그는 대화와 협상만이 70여년에 걸친 오랜 흑백 갈등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 믿었다. 소수(13%) 백인정권은 그 수적 열세 속에서 체제를 유지하려다 보니 갖은 억압으로 다수흑인들(87%)의 숨통을 조였었다.

그러나 흑인들의 불굴의 오랜 투쟁과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은 흑백 평등의 물꼬를 트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조성하였다. 이 중요한 시기에 넬슨 만델라는 '화해와 용서'란 말로 흑백 모두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용기 있는 사람들은 용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평화를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가 대통령이 된 후 만들어진 '진실과 화해 위원회'는 그릇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용서는 하되, 망각 하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발족되었다. 용서가 있었기에 '과거의 인권침해 범죄에 대한 진실'을 밝힐 수 있었고 그 '진실'을 망각하지 않는 한 또 다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피로 물드는 역사는 쓰여 지지 않을 것이다.

한 나라의 아버지였기에 한 가족의 아버지가 될 수 없었던...

나는 딸의 결혼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의 도움 없이 자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감옥에서) 나왔을 때 아이들은 '우리도 아버지가 있다고 생각했고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오셨어요. 그러나 놀랍게도 아버지는 이제 이 나라의 아버지가 되셨기 때문에 우리를 남겨두고 떠났어요'라고 얘기했습니다." 한나라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커다란 명예이나 한 가족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더 큰 기쁨이다. 하지만 나는 그 기쁨을 거의 누리지 못했다. - 본문 865~6쪽

넬슨 만델라는, 감옥 안에 있을 때는 갇힌 몸이었기에 가족과 함께 할 수 없었다. 큰아들 템비가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유명을 달리했을 때도 감옥 안이었기에 아들의 마지막 길에서 조차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막내딸 진드지는 3살 때 보고는 15세가 되어서야 다시 볼 수 있었고 첫눈에 반해 청혼한 둘째 부인 위니는 결혼하자마자 곧 수배와 감옥생활로 21년 만에야 재 상봉하였다.

그에게 가족은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으나 가족은 그로 인해 당국으로부터 늘 감시와 고통을 당하였다. 넬슨 만델라가 감옥 안에서 옥살이를 했다면 가족들은 감옥 밖에서 감옥살이를 하였던 것이다. 평생 고통만 안겨준 아버지는 감옥을 나와서도 가까이 할 수 없이 먼 사람이었다. 그것은 만델라에게도 가족에게도 슬픔이었다.

끊임없이 흑인해방의 길을 모색한 넬슨 만델라

950쪽에 달하는 이 방대한 자서전은 책의 부피만큼이나 깊은 감동을 준다. 감동뿐만이 아니라 재미있기까지 하다. 수배 중 일 때 만델라는 낮에는 운전사, 요리사, 정원사, 농장 관리인등으로 변신하여 아무도 눈치 채 지 못하는 평범한 흑인으로 살았다. 그러나 밤에는 ANC 동지들과 접선하고 회의하며 끊임없이 흑인해방의 길을 모색하였다.

로벤(네덜란드어로 바다표범) 섬 감옥에서도 한낮 죄수로 살지 않고 죄수들의 인권 향상을 위하여 때로는 단식 투쟁도 불사하였다. 허구 헌 날 옥수수죽만 주는 그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그는 일하고, 운동하고, 공부하며 때때로 간수 몰래 감옥 내 동지들과 토론하며 또 외부동지들과도 접선하며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이 자서전의 모태가 되는 회고록(500여장)을 썼다. 60회 생일을 몇 년 앞 둔 시점 만델라의 감옥 동지들이 회고록을 써보란 말에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원고를 숨기고 들통 나는 과정에서 그들은 피를 말렸으나 읽는 나의 입장에서는 스릴만점이었다. 즉 원고를 앞마당 정원에 묻었는데 하필 그곳을 공사를 하느라 감옥측이 땅을 파는 바람에 들통이 나고 말았다는….

아무튼, 넬슨 만델라의 자서전을 읽고 나니 한인간의 내면이 이토록 '옹골찰' 수도 있는지 경탄, 경탄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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