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2007년 4월 내맘대로 좋은 책!

안녕하세요. 이번 달에도 새로운 멤버와 함께 인사드립니다. 고객/구매/물류팀 등 알라딘 운영본부를 총괄하고 있는 최우경 운영본부장입니다. 사진에 너무 당황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



 
좋은 기업을 넘어...위대한 기업으로
제임스 콜린스 지음, 이무열 옮김 / 김영사
 
Great가 Good의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절연의 결과라니 놀랍습니다. 세간에 알려진 성공사례들에 냉담한 제임스 콜린스만의 진단툴들은 방대한 조사자료와 잘 어우러져 한눈에 보기에도 의젓하고 품위있습니다. 실패로 기운빠진 분들에게는 영양제가, 성공에 기고만장한 분들에게는 진정제가 될만 합니다.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이희재 옮김 / 해냄
 
행복/불행, 승리/패배를 대신할 새로운 인생진단툴, 몰입. 오직 일상생활만이 눈부시며 행복에의 갈구, 간절한 기도는 지리멸렬하답니다. 하지만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의 결과가 참혹한 불행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각주달아 두었습니다. 그러니 더욱 읽어둘 만하지 않습니까?
 
운영본부장 최우경
(migz@aladin.co.kr)
 
 
"무"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에프라임 키숀 지음, 반성완 옮김 / 마음산책
 
요즘 나는 그림그리기를 꿈꾸고 있다. 일하고 밥 먹고 잠자고 어울리는 시간을 제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는 하루, 어렵사리 난 짬을 캔버스 앞에서 보내면 즐겁지 않을까 상상하는 것이다. 당장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자신이 안타깝다면 지나치게 현대인다운 변명일까. 사실 두렵고 괴로운 마음이 더 크다. 짬을 내어 화방으로 달려간다고 해소되는 욕망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받아본 적 없고, 공교육 제도 하에서 두각을 드러낸 적도 없으므로, 내가 그려낸 결과물은 필경 재앙에 가까울 것이다.
 
누군가는 재능이 없는 것을 알고도 덤벼드는 것이 용기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모하거나 둔한 용기가 수많은 상처를 낳는다는 쪽이 외려 옳다. 이런 (소위) 예술과 삶에 대한 뒤틀린(이병규의 안타처럼 변태적인) 집착은 결국 비꼬는 유머에 대한 재주만을 남겼는데, 사실 이 '재능'을 사용할 곳이 많지 않다.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같은 책을 읽으며 낄낄거리는데 사용하는 정도인 것이다.
 
포토샵을 이용해 엑셀 바탕화면을 캡쳐하고, 그 주위에 금박 테두리를 둘러보았다. 제목은 "시간-7", 비평은 '단선화된 시간의 구획 안에 갇힌 욕망을 무(無)로 정화한 스무 개의 공간과, 저녁 일곱 시를 맞이하며 스스로 소외되는 현대인의 체념을 다룬 초(超)평면적 오브제'이다. 이런 놀이를 하다보면 사람이 이보다 절망적일 순 없지 싶다.
 
스케치 쉽게 하기
김충원 지음 / 진선출판사
 
 
해서 요즘 가장 기다리는 책은 김충원의 <스케치 쉽게 하기>. 박스 안에 기초 드로잉 노트가 책과 함께 들어있고, <스케치 아프리카>도 함께 준다. 초판한정.
 
청소년.예술 .종교담당 김재욱
(actually@aladin.co.kr)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권정생 지음, 박진경 그림 / 우리교육
 
4월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야구 그리고 '잔인한' 운운하는 싯구겠지만, 마치 거짓말처럼 4월 1일부터 나의 머리속에는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라는 동화책 제목이 새겨져 지워지지 않았다.
 
'또야 너구리는 왜 기운 바지를 입었을까(그런데 왜 너구리가 바지를 입어야 할까)', '다른 친구들이 놀리진 않을까(다른 동물들도 바지를 입어야 한다면 말이지만)', '그런데 왜 하필 이름은 또야인 걸까(기운 바지를 '또' 입었기 때문일까)' 등등, 또야 너구리와 그이의 기운 바지를 둘러싼 상념은 도무지 떠날 줄을 몰랐는데, 급기야 '이름까지 또야인 꼬마 너구리에게 굳이 기운 바지를 입혀야 하는가'라는 도덕적 의문까지 들었던 것이다. (결국, 책을 읽지 않았었다는 말이다)
 
왜일까. 나는 그 말이 슬프기만 했다. 언젠가부터 나는 기운 바지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그마저도 튿어진 기운틈 사이로 하얀 발톱이 보이던 양말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린 채. 살아가라, 한 번도 가난하지 않은 것처럼, 뭐 그렇게.
 
기운 바지를 부끄러워하는 또야에게 엄마는 말한다. 앞산에 산벚나무 꽃도, 앞냇물에 피라미랑 납주래기도, 하늘에 별님들도 모두 또야의 기운 바지 때문에 피고, 살고, 빛날 수 있는 거라고. 그렇다면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 것은, 아름다운 꽃과 피라미와 빛나는 별 그리고 기운 바지가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
 
가난한 내 마음부터 꿰매고 봐야겠다.
어린이담당 금정연
(stereo@aladin.co.kr)
 
 
"가끔은, 고통이나 불행 없는 사랑도 있으리라 "
 
시핑 뉴스
애니 프루 지음, 민승남 옮김 / Media2.0
 
<브로크백 마운틴>의 작가 애니 프루는 지난해 내가 만난 작가 중 가장 멋진 작가다. 아직 얼마 살지도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애니 프루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그가 '이 (지긋 지긋한) 삶'에 대해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절로 알게 된다.
 
한 남자가 있다. 볼품없는 외모, 딱히 재능도 없고 근근히 살아간다. 부모는 자살하고 바람난 아내는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달랑 딸아이 둘과 세상에 남겨진-인생이 난파한 한 남자의 이야기. 고모의 손에 이끌려 간 척박한 고향 땅에서, 그는 새로운 삶과 마주한다. (새 삶을 찾아간/찾아낸 것이 아니라.)
 
친구가 말했다. 예전엔 이 말이 참 싫었다고. '내 스스로 열심히 노를 젓고는 있지만, 지금 나를 태우고 있는 배를 움직이는 것은 내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말뜻을 이해한 다고. '순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테다. 삶이란 게 그런 거 같다. 순간순간, 내 의지와 관계없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흘러갈 수 있는, 그래서 더 재미있고 더 고통스러운 각자의 이야기. 평범하지조차 못한 남자 쿼일이 무심한듯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고통이나 불행 없는 사랑도 가끔은 있으리라 깨닫기까지. 목이 부러진 새가 하늘을 날고 매듭 속에 바람이 갇히고- 이처럼 작은 기적들로 가득찬 것이 우리 삶임을 다시 깨우치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가뜬한 잠
박성우 지음 / 창비
 
시집 맨앞에 놓인 '삼학년'이란 시를 읽고 활짝 웃었다.
 
삼학년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솔직하고 친절하고 겸손하다. 이 시대에 이런 글을 읽는다는 건,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토닥토닥 손길을 느끼며 흙냄새, 바람냄새 나는 추억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시인은 자기 안의 응어리들을 묵묵히 받아 안았을 강물에게 미안해하고, 깜빡 집에 놓고온 자신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원경과 근경이 뒤바뀌며, 기꺼이 배경이 되고자 하는 시인.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풍경임을 상기한다면, 삶의 모습이 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모르는 게 더 많았던 60년대 한국"
 
한국 현대사 산책 1960년대편
강준만 지음 / 인물과 사상사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 생각했다. 학교에서 다 배웠던 내용이 아닌가. TV나 라디오에서 주워들은 내용도 꽤 되고. 하지만 결론만 말하면 모르는 게 더 많았다. 검은 선글라스를 박정희의 이미지처럼 나는 밖으로 드러난 일부분만을 보고 박정희를, 60년대를 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알지 못했던 박정희, 내가 알지 못했던 김종필, 내가 알지 못했던 60년대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았고 예상했던 것처럼 유쾌하지 않았다. 병영국가, 정경유착, 기회주의, 색깔전쟁으로 표현되는 60년대의 정책, 결정, 사건들은 지금의 2007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한국사회에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으니.
 
강준만의 인용에 의한 재구성은 글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기는커녕 책 읽는 재미를 더해 줬다. 인용이 산만하지 않고 뚜렷한 흐름을 가지고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나의 관점을 만들고 그것에 맞는 글들을 배치하는 것은 분명 저자만의 재주이리라. 실제의 기록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했기에 객관적인 부분에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경영.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길이 나를 부르니"
 
주말이 기다려 지는 행복한 걷기여행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 엮음 / 터치아트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이 많다는 얘기는 너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뚜벅이 신세. 후보지 를 좁히고 좁히다보면 어느덧 원점으로 돌아가 영화관/까페/블로그에 닳고 닳도록 오른 맛집 뿐이라니.
 
자, 역마살 있고 적당히 걷는 것 좋아한다면 이 책을 입수하자. 서울은 물론, 전국 각 지에서 맨몸으로 활기차게 걸으며 즐길 곳이 가득하다. 소요시간별 코스도 소개되어 있어 체력별 선택도 가능하다. 서울이라면 하늘공원, 양재천이 처음 도전하기에도 가뿐하다.
 
생수 한 병, (혹시 길을 잃을 지 모르니) 신용카드나 현금, (혹시 도중에 급하게 필요 할 지 모르니) 휴지 정도만 들고 거침없이 문을 박차고 나가자. <나를 부르는 숲>만큼 스펙 터클한 트래핑이 아니더라도, 유유자적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워킹만으로 충분히 인생이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 이 책 때문에 이번 달에는 책을 거의 못 읽었다. ****출판사는 각성하라.
외국어.만화 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마음의 병, 마음의 힘"
 
1등 브랜드와 싸워 이기는 전략
애덤 모건 지음, 인 피니트그룹 옮김 / 김앤김북스
 
스티브 잡스는 1998년 5월 아이맥을 공개하면서, "오늘 우리는 로맨스와 혁신을 컴퓨터 업계에 돌려주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에서 평한 것처럼, 그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실제보다 더 커보게 하는 사람이고, '퍼스널 컴퓨팅'이라는 아이디어를 신봉하고 종교로 삼은 전도사다. 누구를 향해서도 "컴퓨터를 찬미하라!"고 외칠 수 있는 인물 .
 
어쩌면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의 그런 능력, 사물을 거침없이 다르게 볼 수 있는 눈과 야망의 크기, 그리고 자기 믿음의 확고함이다. 이를테면 "사물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 당신은 그들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비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할 수 없는 오직 한 가지는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용기 같은 것.
 
이 책은 400페이지 내내, 그래서 사랑받는 스티브 잡스처럼, 도전자 브랜드도 정체성과 존재 이유에 대해 감히 감성적 선언을 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가 고도의 감성적 주장을 세심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사랑을 받는다고 말한다. 사고의 냉철함과 분석력은 그 과정에 스미는 것이지, 처음부터 목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결국 <1등 브랜드와 싸워 이기는 전략>을 가르쳐주겠다고 해놓고는 ‘태도’ 얘기다. 하지만 읽다보면 태도가 곧 전략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인간이 본래 감성에 기우는 동물이고 소비자도 인간이라 그렇다. 마음을 건드리지 못하는 전략이 무슨 소용이며, 태도가 훌륭하지 않은 전략이 어찌 마음을 건드릴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먼저 과도한 헌신이 있어야 한다." 식상한 결론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메시지다. 간결한 공식이 있을리 없고, 아무리 숫자에 기대보아도, 세상 일은 대게 '정신'으로 돌아온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고, 그 위엄을 사랑하고, 그것에 안도한다. 정말로 "용기! 용기! 삶! 삶! 그것이 나의(어쩌면 우리의)테크닉이다."
 
인문사회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이젠 러브마크다!"
 
러브마크: 브 랜드의 미래
케빈 로버츠 지음, 양준희 옮김, 이상민 감수 / 서돌
 
근육질 모가수의 히트곡 한 구절이 떠오른다. '오~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 워 ~'라고. 이 책은 표지부터 내용 한장 한장까지 정말이지 멋지다! 책장에 꽂혀있는 것만으 로도 왠지 흐뭇하고, 좀처럼 읽은 책 다시 보는 일 드문 내가 몇 번째 들춰보고 있으니..하드커버의 이 빨간 책은 이미 나에게도 또 하나의 러브마크로 자리잡았나 보다.
 
저자는 직설적으로 말한다. ''브랜드는 이미 그 수명이 다했다!''고. 이제 기업은 브랜드의 개념에서 벗어나 이성을 뛰어넘는 충성도(Royalty beyond Reason)를 창출해내는 '러브 마크'로의 미래를 모색해야 하며, 이는 신비감, 감각, 친밀감을 활용함으로써 창조될 수 있음을 우리 주위의 수많은 '러브마크'의 예를 들며 설명해준다.
 
매혹적인 빨간 표지를 지녔지만 '브랜드의 미래' 라는 문구가 엄연히 경영서임을 말해 주는데, 수많은 이미지들과 기발한 편집, 화려한 컬러들로 무거운 경영서의 기운은 온데간데 없다. 냉철하기만 할 것 같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사랑 타령이라니..어리둥절함도 잠시, 흔한 마케팅 기법들을 열거하고 있는 책들과는 차별화되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다.
 
언뜻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단순한 사실에 입각해서 구매결정을 하는 걸로 판단되지만, 실상 인간의 행동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에 의해 결정지어진다고 한다. 이제 기업은 소비자의 감성에 집중해야 할 때다. 정확한 수치와 도표, 계획과 전략만이 전부인 듯 여겨지지만 그 모든 것을 넘어 러브마크가 되고자 하는 브랜드라면 직관적으로 듣는 기술을 개발하고 고객 의 경험으로부터 이야기를 얻어낼 줄 알아야 한다.
 
사랑의 모습은 다양하다. 남녀간의 사랑에 머물지 않고, 그 거리, 그 음식, 그 맥주, 그 향기를 우리는 사랑한다. 사랑에 빠진 소비자가 있는 곳에 러브마크가 있다. 사람, 옷, 단체, 국가 등 무엇이든 러브마크가 될 수 있고 이것은 이성적 논의나 혜택 같은 것을 뛰어 넘어 소비자와 감성적으로 연결되면서 만들어진다.
 
러브마크는 브랜드를 넘어선 미래가 될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이미 러브마크로 자리잡은 많은 브랜드들이 있다. 나이키, 스타벅스, BMW 등등.. 미래를 준비하는 누군가 또는 기업이라면, 이들 브랜드의 가치와 힘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수치를 읽는 것으로는 이길 수 없다 .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움직이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의 나도, 당신도 복잡한 수치계산과 철저한 계획 아래서만 움직이고, 의존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것들이 단지 감각에 의한, 이성이 통하지 않는 그 '러브마크'로의 도약을 막고 있는 건 아닌지.. 직관과 본능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외서담당 공현숙
(ball98@aladin.co.kr)
 
 
"희망을 보아주세요"
 
누군가
이름없는 독
미유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인생에 부족함이 없거나, 또는 행복한 삶을 사는 탐정은 미스터리의 세계에는 무척 드문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평범하고 이렇다 할 장점도 없지만 일상생활은 안정 되어 있고 포근한 행복 속에 사는 탐정. 이 작품은 그런 인물이 주인공입니다. 그 결과 그가 추적하는 사건은 아주 사소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 사소함 속에,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 남는 것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 미야베 미유키
 
겨우 석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에도 여전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 남자가 초등 학생을 유괴해 저수지에 던졌고, 중학생들이 친구를 무자비하게 폭행했고, 2007이라는 숫자에 부끄럽게 시위대와 전경들이 상처를 입었다. TV를 자주 볼수록 염세적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는 세상. 이런 세상에 집 걱정 없이, 회사에서 짤릴 걱정 없이, 그저 하루하루에 감사하고 매일매일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랄랄라 살아가는 남자가 있다. 심지어 탐정 소질까지 있단다.
 
편의점에서 마음 내키는대로 고르는 음료수에서부터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까지 이름 없는 독은 어디에나 퍼져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침이면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저녁에는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간다. 그래서 이번 달 <누군가>와 <이름 없는 독>이 특히 소중했다.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 때문에 미미 여사의 책을 읽고나면 우울하고 쓸쓸하곤 했는데, 이 책에서 여사의 따뜻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 절망을 넘어선 곳에 희망이 있으리라 나는 아직 믿는다.
 
편집팀장 이예린
(yerin@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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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책 산하작은아이들 39
실비 드보르드.콜레트 포 엮음, 은채호 옮김 / 산하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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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80년대 나의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공공도서관은,  썰렁하기 그지 없는 곳이었다.

90년대 처음 대학에 입학하여 발딛은 100주년 기념 도서관은,

서울시내 아니 전국적으로도 최첨단 최고급 수준의 대학도서관이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오히려 더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다.

도서관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한 것은,

울산에서 시작된 나의 결혼생활 속에서

내가 유일하게 찾은 문화적 피신처로서 도서관을 만나면서부터였다.

늦깎이로 대입수능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동네 도서관의 책들 덕분이었다.

산중턱에 있는 그 도서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아장아장 걷는 내 아들과 함께 멀리 보이는 바다와 그 바다위의 배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말할 수 없는 평화로움과 감격이 밀려왔다.

그리고, 이제 교사가 되어 나의 정서적 아지트, 수업연구의 산실로서

톡톡히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는 도서관과 나는 거의 사랑에 빠진 수준이다.

이런 나의 이력과 너무나도 흡사한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와 그림들이

바로 이 책에 담겨있다.

같은 국어과 선생님의 아이디어로

이 책 안의 그림 하나를 모방하여 우리학교 도서실에 전시해두었다.

청출어람... 까까머리 더벅머리 남중생들 그리고 국어과 선생님들의 손길로 만들어진

이 작품이 원작보다 더 멋져보이는 건 왜일까?

아마도 진짜 도서관에 걸려있기 때문 아닐까?


                                                   <도서관의 책>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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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찾기
이철환 지음, 유기훈 그림 / 꽃삽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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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하고 나서, 틈틈이 다음 학기 교재 연구를 하면서

작년에 들여놓은 도서실의 신간도서들을 꺼내 읽다가  '보물찾기'를  읽었다.

따뜻한 햇살이 하루종일 비치는 도서실에 앉아

맑고 고운 이야기와 그림을 읽다보니,

나를 둘러싼 공기들이 점점 향기로워지는 걸 느꼈다.

그러다, 울컥... 울었다. 햇살에 눈이 부셔서 그냥 흐르는 것인양 위로했지만,

계속 쏟아져나오는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이번 겨울을 넘기지 못할 것 같다"는 할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지 않도록,

온 가족들이 초여름까지 겨울옷을 챙겨입고

할머니방을 드나들며 겨울을 연장시켰다는 이야기...

<아름다운 이별>을 읽다보니,

나는 과연 사랑이란 걸 하며 살고 있는 건가 라는 서러움이 북받쳐올라왔던 것이다.

아, 세상의 모든 사랑 앞에서 용서를 빌고 싶어지는

나는 정말 너무 영악하고 냉정하게만 살아왔던 것이다.

<보물찾기>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아이에게 크레파스선물을 몰래 전달했던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 앞에서도... 내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았다.

나는 그 어떤 학생에게 그런 마음을 가져보았는가,  그런 적이 있기는 했었나...

나를 위해 오로지 나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만

학생에게 다가서지는 않았던가...

오늘 흘린 눈물자국이 오래도록 선명하게 내 마음에 새겨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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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역할 훈련 토머스 고든의 '역할 훈련' 시리즈 2
토머스 고든 지음, 김홍옥 옮김 / 양철북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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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된 뒤,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바로 아이들과의 관계였다.

대학수업에서 강의 중심으로 펼쳐지는 교수님과 학생들과의 관계가 아닌,

다양한 생활모습과 학습과정을 통해 매일매일 제한된 공간과 시간속에서 만나야하는 학생들...

그들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란 초보교사에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어떨 때는 가족처럼 반갑고 정겹다가도

어떨 때는 정내미가 떨어질 정도로 밉고 불안감을 주는 존재들...

특히, 학급담임을 맡게 되면

아이들과 아이들의 관계 문제까지 교사가 고민하고 대처해야 할 상황까지 보태진다.

내 경험으로는,

선배교사나 동료교사의 모습을 관찰하며 곁눈질로 배운 학급경영, 학생상담 기술을

끊임없이 내 것으로 실험해보면서 이 시기를 보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아직도 초보교사에 속한다...)

그 다음에는 어느 순간부터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안다고...

점차 새로운 상황에 맞게 방법을 변형시켜보고,

비슷한 유형의 새로운 방법들을 혼자서 만들어보고 실험해보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가장 큰 소득은

바로 내 자신을 알아나가게 되는 과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교사'여서 행복해요...라는 걸 정말 절감하게 되는 경험들이 바로 이런 것이다. 주제 파악하기...)

이 책은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지 않았다.

중간중간 사례들 중 내가 비슷하게 경험한 것이나 목격한 것들을 먼저 골라 읽어보았고,

여러가지 교사로서의 역할에 대한 조언들을 꼼꼼하게 여러번 읽어두었다.

아쉽게도 교사와 학생간의 '갈등'상황이라고 제시된 것들 모두가

학생 수준의 교사, 그런 교사 수준을 간파한 학생들간의 감정적 대립들인지라

뭔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다.

나는 가르침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 배우고 있는 사람과 같은 수준에서 논다면

그것은 '갈등'이 아닌 이미 '교육파괴'의 상태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해보았다.

교육현장에서의 갈등은,

교사도 학생도 서로에게 무엇인가를 배우려는 노력이 있을 때에는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니, 사후약방문식으로 '갈등'상황은 그대로 두고 사후처리에 급급해할 게 아니라

아예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적인 태도가 몸에 밴 교사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초보교사들이여,

열심히 이 책을 읽고 참고는 하되,

하루라도 빨리 이 책을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의 권위를 확보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연구하고 능동적으로 생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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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6-11-13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초보 교사? 어떤 분이 초보인지 잘 모르겠지만, 연구하고 능동적으로 생활하라는 말씀은 마음에 팍 꽂히네요^^;; 애써야지요~!
 
이 집은 누구인가 - 건축가 김진애의 사람 사는 집에 대한 열두 가지 생각
김진애 지음 / 샘터사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당신은 어떤 집인가?"



시내에서 제법 큰 서점에 가서 점원에게 물었다.
“저어, 책 한 권만 찾아주세요.”
“책 이름은요?”
“이 집은 누구인가...”
점원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내게 되묻는다.
“뭐라고요? 집이 누구냐고요?”
만약,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그런 질문을 받았다면, 나는 일장연설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읽기 전이므로 나역시 점원과 같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없는 목소리로 대답해야했다.
“이 집은 누...구...인...가...라고 하던데요... 흠...”
점원이 결국 자신 앞에 있는 컴퓨터에 입력을 한다.
“이 집은 누구”
요렇게만 입력해도 두 권이나 검색이 되었다.
그제서야 나는 마음이 놓였지만, 점원은 아직도 ‘뭐, 이런 책이 다 있냐고...’하는 눈치였다. 하긴, 베스트셀러나 고전목록이나 수험서 등의 낯익은 책이름들만을 말하고 듣고 살기 바쁜 점원의 일상을 고려해보면, 이런 요상한 책이름 하나 정도 주고 받는 건 비타민과 같은 업무가 되지 않겠는가! 그런 흐뭇함을 더해 나는 드디어 이 책을 계산하고는 일부러 가방에 넣지 않고 한 쪽 손에 들고 집까지 왔다. 점원 뿐만 아니라, 나를 스치거나 멀리서 지나는 사람들에게도 한번쯤 요상한 책제목을 구경시켜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12개의 집 이야기...
목차를 보고는 12개를 차근차근 읽어가야겠다고 혼자 계획 아닌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나는 첫 번째 이야기인 ‘추억을 만드는 집’을 읽으며 이 작가 아니 이 건축가 아니 이 여자의 문체에 적잖이 당황했고 그 덕에 진땀을 뺐다. 소제목들을 보면 왠지 훈훈하고 부드러운 문체와 이야기가 기대되었건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뭔지 모를 도도함과 유쾌함들이 쉴새없이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자신이 살아온 집에 얽힌 추억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유쾌하고 상큼한 에피소드들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짧고 명료한 문장들이 그 에피소드들을 마치 책 바깥으로 끌어내려는 듯이 쉴새없이 두들기고 있었다.
예를 들어, “가장 질색이었던 것은 화장실이다... 일단 이층은 ‘우리만의 세계’였다.....그런데 더 기억나는 사건은, 그만 한번 불을 낸 것이다...이 작은 집에도 ‘마당’은 어김없이 있었다... 이 집엔 ‘모험의 구석’들도 있었다...사실 한옥에는 소리가 많다....드디어 할머니댁이다... 시골의 부엌은 언제나 낭만적이었다... 동물들은 모두 떠나갔다...직업상 나는 수많은 집을 보았다....아주 복잡한 집이었다... 이 집은 또 ‘일하는 집’이었다... 꿈이란 자꾸 꾸면 이루어지나?... 사람들은 내게 많이 묻는다.... 나빠진 것, 귀찮아진 것도 분명 있다... 나는 꽤 모진 편이다...그런데, 세상은 또 변한다... 마당 있는 집에 산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아무래도 나는 가족과 함께 살 운명인 모양이다...”
이렇게 짧고 명료하고 구어체에 가까운 표현들이 모든 문단들 앞머리에서 도전적으로 제시되고, 그에 대한 부연설명들이 적당히 붙여진 이 추억담이 도무지 여성의 문체로 느껴지질 않았다. 하지만, 사실 내가 가장 바라던 여성작가의 문체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첫 이야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추억으로 얽힌 이야기들이 무겁고 끈적끈적거리게 나열되던 박완서님의 문체와는 완전히 반대로군... 그리고, 자신의 감정으로 해석하는 데에 집중하는 공지영님이나 은희경님 같은 작가들의 관찰법과도 완전히 반대로군... 멋진걸?’이라는 생각을 하느니라 책을 잠시 덮어두어야만 했다.

방송을 통해 본 이 책에 대한 소개내용처럼,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도무지 이 작가가 건축가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누구나 겪어본 누구나 느껴본 집에 대한 추억들이 나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가라는 사람이 집에 대해 이렇게 소박하고 명료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게 얼마큼의 내공을 필요로 하는지를 나는 뒷이야기들을 읽으며 확인할 수 있었다.

김진애씨는 집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고 삶을 통해 집을 만들고 가꾸는 사람이었다. 구체적인 집관리에 대한 아이디어가 제시되는 ‘체험 동선 긴 집이 좋은 집’이나 ‘구석구석 많은 집’ 뿐만 아니라, 집을 통해 읽어낼 수 있는 우리 문화에 대한 통찰이 돋보인 ‘신(神)과 함께 사는 집’이나 ‘여자의 집, 남자의 집’을 차근차근 읽다보면 그녀가 얼마나 집에 푹 빠져있고 동시에 얼마나 집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깊고 넓은 삶을 개척해나가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으로 상징되는 인간의 공간에 대한 남다른 통찰이 돋보이는 ‘에로스를 즐기는 집’이나 ‘중심 잡힌 집’이나 ‘시간의 갤러리가 되는 집’은 철학적 에세이로서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또한, 독자를 배려한 흔적이 돋보이는 것은 뒤로 갈수록 전문가로서의 조언이 자연스럽게 제시되는 이 책 내용의 배열이다. 열한번째 이야기 ‘길들이며 사는 집’과 열두번째 이야기 ‘혼자 있어 보는 집’은, 집에 대한 전문가의 뛰어난 조언들이 알차게 채워진 이야기들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조언을 몇 개 뽑아보자.
“집과 자기의 궁합을 맞추고 나면 집을 더욱 아끼게 될 것이다. 집을 돌본다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성의를 들일수록 정은 더욱 깊어간다”(317쪽) “모든 집이 그 집만의 색깔이 느껴지는 집이면 좋겠다. 크기로 삶이 정해지고 값으로 가치가 매겨지지 않는 집다운 집이 되면 좋겠다... 집은 누구인가. 집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338쪽)

그렇게 열두편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점원이나 내가 당황해야 했던 이 책의 제목, 아니 김진애씨가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 “이 집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이 도출되었다. “이(내/우리) 집은 (나/우리)이다” 그러니,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집에 대한 통찰은, 바로 나 혹은 우리의 삶 자체에 대한 통찰인 셈이다. 나는 나답게, 우리는 우리답게, 그러면서 서로를 아끼고 서로에게 정들어가면서, 진정한 가치를 담아가야하지 않겠는가!

김진애씨의 삶은, 건축으로도 글로도 그런 방향을 우리에게 일러주는 것이리라. 나는 그녀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집인가?” 그렇다면, 그녀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체험동선이 길고 구석구석이 많고 신(神)과 함께 하며 여자, 남자가 교차하며 에로스를 즐길 줄도 알고 중심이 잡히고 시간의 갤러리가 되어가는 그런 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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