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뫼는 낮잠을 자고 있다. 참 달게 자는 모습이 예쁘다.
오늘은 쿵쿵 어린이집 첫 등원을 했다. 10시쯤 도착을 해서 차 한잔을 마시고(여기서는 모든 아이들이 차 마시는 것으로 기본 일과를 시작한다.) 책도 보고 여기 저기 둘러다니면서 놀다가 나들이를 나갔다. 처음엔 내가 어디 있는지 관찰하면서 움직이더니 시간이 조금 흐르자 자신의 느낌과 감각으로 움직인다. 가끔 무서운 벌레 - 라고 해봐야, 개미 정도다.-에 소스라쳐 나를 찾곤 했지만, 대체로 동동이방 아기들과 잘 어울리면서 놀았다. 특히 푹신이나 호랑이-여기서는 이렇게 별명으로 부른다. 아기들은 이들에게 반말을 한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푹신이, 물 줘``-가 아기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자연스럽게 놀이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거나 움직임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이집의 전문가를 확인했다.
나들이를 끝내고 터전에 들어가서 손씻고 또 놀다가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환이 엄마가 아마를 나오셨다. 수십명의 아기들 점심을 손수 만들어주시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동동이방 아기들은 모두들 자기 밥그릇에 퍼담긴 밥을 아주 맛있게, 하나 남김없이 비웠다. 환이 엄마의 정성과 노력이 빚어낸 결과이리라.
점심을 먹고 나서는 각자가 하고 싶은 놀이를 하며 놀았다. 슬뫼는 아기 인형을 등에 업고 이방 저방 기웃거리며, 새로운 장난감에 신기해하면서 만지고 굴리고 그랬다. 나림이가 이런 슬뫼를 따라다니며 돌봐주고 안아주고 하는 예쁜 모습을 보였고.
슬뫼가 쿵쿵 어린이집 등원 날짜를 잡고, 아내는 좀 긴장하고 설렜던 모양이다. 부모 품에서 처음으로 벗어나는 일이니 더 그랬겠지.(나는 슬뫼를 좀 믿고 있었다. 잘 할 수 있어~!!) 나의 믿음대로 슬뫼는 내가 옆에 없어서도 어린이집 선배님(?)들과 잘 어울렸다. 일부러 내가 거리를 두고 딴 데 가 있어도 나를 찾지 않았다.
이렇게 잘 자랄 수 있었던 데는 아내의 몫이 8할은 넘을 거다. 반야심경, 바가바드키타, 요가, 풍욕 등 지극한 태교와 자연의 흐름에 따른 출산, 천 기저귀, 육아...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공동 육아를 하면서, 우리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할까, 우리는 왜 이걸 시작했나, 나는 조금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조금 더 있어야 정리가 되겠지만...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보낸 슬뫼에 관한 짧은 글을 붙이며 마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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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뫼는 이런 아기랍니다
작성 슬뫼 아빠
슬뫼의 성격 혹은 성향
슬뫼는 대체로 익숙한 공간이나 관계 속에서 무척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향의 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같은 개월 수의 4촌 형이 있는데, 만나기만 하면 슬뫼가 놀이를 주도하고 이끄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주 보는 친인척이 만나는 자리에서도 몹시 쾌활합니다. 혼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면서 관심을 끄는 모습을 보이죠.
하지만 낯선 공간이나 관계에서는 다소 소극적이기도 합니다.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것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금세 적응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 맨발동무 도서관에 놀러가면, 거기 나들이를 온 어린이집 아기들을 조금 거리를 두고 관찰합니다. 슬뫼야, 저 친구들하고 같이 놀까?해도 주위를 돌면서 관찰하기만 하지요. 자기 놀이를 하면서도 관심은 저 친구들에게 가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가서 함께 어울리거나 하지를 못하더라구요. 나들이를 온 친구들은 자기에게는 큰 무리이기도 하고, 또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 있지 않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며칠 전엔 슬뫼 또래의 친구 둘을 도서관에서 만났는데, 점심 먹기 전까지는 함께 어울리지 못하더니, 같이 점심을 먹은 후에는 뛰고 놀고 함께 어울리더군요.
슬뫼의 버릇
요즘 들어 부쩍 자기 주장이 강해졌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되지 않으면 성질을 부려요. 자기 얼굴을 때린다거나(좀 과하게 세수하는 모습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갑자기 던지기도 해요.(이 경우에는 10초 가까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제 눈치를 봐요. 근데 그 10초 동안 제가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물건을 던진답니다. 심지어 국그릇도...)
슬뫼야, 멍멍이 보러 갈까?하면 아주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요. 하지만 막상 외출해서 강아지를 만나면 몹시 무서워 합니다. 반대로 고양이를 만나면 야~(고양이 울음소리 흉내를 내며 쫓아가요. 운동장에 놀러나가면 꼭 공놀이를 하자고 해요. 차고 던지고 하는데, 그걸 하루 빠지면, 집 안에서도 공차는 흉내를 내며 나가자고 조르기도 하지요.
슬뫼는 잠은 대체로 규칙적으로 자는 편입니다. 밤 9시에서 10시 사이에 자서 아침 7시 30분 정도면 잠을 깹니다. 낮잠은 대체로 14시쯤 자서 2시간 30분 정도 잡니다. 2시간 정도 재우는 훈련을 시켰는데, 잠이 부족한지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슬뫼의 낮잠 방법
14시 무렵이 되면 스스로 방에 가서 드러눕기도 하고요. 아니면 좀 지친 기색이 보이면 제가 눕힙니다. 그러면 슬뫼가 책을 읽어달라고 해요. 한 권 정도(약 3분) 읽으면 혼자서 뒹굴거리다 잡니다. 아니면 자장가(엄마가 섬 그늘에...)를 불러주고요. 잠은 대체로 잘 자는 편입니다.
슬뫼의 놀이
아침에 일어나고 밥 먹고 준비해서 대체로 10시 무렵이면 외출을 나가요. 2주에 한 번 정도는 맨발동무에 가서 책도 보고 뛰어놀기도 하고 그 근처를 산책하기도 하고요. 거기에 가지 않으면 저희 아파트 단지에 있는 운동장에서 공을 차거나 던지는 놀이를 하고 단지내를 산책해요. 뒤에 금정산 산책을 하기도 하고요. 그러면 12시 30분쯤 집에 와서 대충 씻기고 점심을 먹여요. 이때는 밥보다 떡이나 고구마를 잘 먹는 경향이 있고요. 그거 먹고 나면 낮잠 시간이 됩니다. 쿨쿨 잘 자고 일어나서 또 먹거리를 찾아요. 저녁 먹기까지는 시간이 좀 있어서 과일 정도를 먹이는 편이고요. 제가 저녁 준비를 할 시간이 되면 슬뫼 혼자서 이것 저것 하고 노는 편입니다. 책을 봤다가 노래를 불렀다가 춤을 췄다가, 나랑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다가(아기를 키우면서 든 자신감 하나. 외국어를 몰라도 외국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 아기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의사소통에는 별 어려움을 못 느끼거든요.) 이것도 지겨우면 혼자서 티비를 켜서 이비에스를 봅니다. 엄마가 퇴근하고 나면 엄마랑은 보다 섬세한 놀이를 하는 것 같고요.
슬뫼의 식습관
주위에서는 잘 먹는 아기라고 이야기를 많이들 하십니다. 어떤 때는 하루종일 먹거리를 달고 있습니다. 가급적 화학첨가물이 든 식품은 먹이지 않고요. 한살림이나 노동자 생협, 부산생협 물품으로 조리해서 먹이는 편입니다.
슬뫼는 육류를 좋아하지 않아요. 먹어도 한 두 번 받아 먹고는 먹지 않습니다. 가끔 생협에서 파는 꼬마돈까스를 구워주면 그건 두어개 먹더군요. 대신에 야채를 잘 먹는 편입니다. 향이 강한 건 잘 먹지 않고요.
된장찌개, 청국장, 만둣국, 조개국 등을 아주 좋아합니다. 우선은 그 안에 든 야채를 먼저 건저 먹고요. 그러고나서 밥과 국을 함께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국장 안에 표고, 양파, 당근, 감자, 호박, 두부 등을 넣어서 끓여주면 안에 든 야채만 먹으려고 해서 슬뫼 국그릇에 양을 조절해서 떠주면 야채 먼저 건저 먹고, 청국장 국물에 밥비벼서 잘 먹습니다. 그리고 구운 생김을 식초와 간장을 적당히 배합한 간장에 찍어 먹는 걸 좋아하기도 해요.
특히 좋아하는 건, 구운 생선이예요. 이거 나오면 아주 환장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