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오해하실지도 모르는 분을 위해, 나는 정운찬 국무총리의 표현을 빌면 "어느 나라 국민인지 모르는 사람들" 중 한 명이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말을 따르자면 당장 휴전선을 넘어 북한에 가야할 젊은이에 속한다.  

그럼에도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이재오의 당선은 축하할 일이라고 여겨진다. 물론 지금 이 시간에도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인 환경단체 활동가들을 비롯해 엠비정책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상심이 안타깝기는 하다. 하지만 어쩌랴. 별 볼 일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은  엠비를 뽑은 이들, 엠비, 그리고 정운찬과 유명환, 이재오와도 같은 땅덩어리에서 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 것을.  

그럼에도 몇 가지 점에서 이재오 당선은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먼저 한 지역에서 40년을 살아왔던 정치인으로서 이재오는 은평에서 당선되어야 마땅하다. 선거철만 되면 위장전입(에 가까운), 정치인들 용어로 '전략적 공천'이 난무하는 한국정치 현실에서 이건 충분히 귀감이 될만 하다. 

그리고 묻지마, 단일화에 대한 심판으로도 의미가 있다. 야당(일부 진보정당을 제외한)들은 엠비심판 재탕을 기대했지만 정책도, 인물도, 정당성도 없는 (그런 걸 야합이라 부르지 않았나?) 단일화가 선거 승리의 조건이 될 수 없음을 정치권이 똑똑히 깨달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재오가 이 정권에서 군기반장으로 귀환하든, 킹메이커나 세자 책봉을 기다리는 왕자로 귀환하든 한나라당에서는 다시 한번 (어쩌만 이 정권에서의 마지막?) 민심의 시험대에 서게 되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느낌이다(정치에 문외한이니 그저 느낌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재오의 귀환으로 정권 실세간의 권력암투가 더 볼썽 사나워질 것이란 생각이지만, 그래서 이게 한나라당에게 독이 될 거라는 예측도 해보지만, 뭐 그 반대여도 이 나라 차원에서는, 장기적으로는 한나라당이 정신차리게 된다면 그 또한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란 생각도 든다.  

당장 4대강 반대가 제동이 걸리고, 엠비심판에 어려움이 있고 하겠지만 멀리 내다봤으면 좋겠다. 아무리 레임덕이니 뭐니 해도 엠비의 임기는 보장되어 있고 그 전에 불상사를 기대할 수 없다면 말이다. 또한 다음 대선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10년 뒤, 100년 뒤의 이 나라 정치릉 위해서 발 딛고 있는 제자리를 살피는 동시에 멀리, 더 멀리도 함께 보고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카스피 2010-07-29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지역구 의원이 경우 나라살림과 지역발전에 두가지를 동시에 해야 될 의무가 있는데 정권 심판론에 앞서 한 지역구에 40년 살면서 지역 발전에 고심한 인물과 두달만에 전입한 인물의 싸움에서 누가 승리할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었는데 그런 공천을 한 민주당 지도부의 공천을 정말 이해가 가질 않더군요^^;;;;;

글샘 2010-07-29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재오 아니라 누가 나왔대도 민주당이 이기는 건 웃기는 일입니다. 뭘 했다고 야당이라고 까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