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MBC에서 김재동의 인터뷰를 봤다. 어머니가 창녀라는 악플에 대한 느낌을 말하며 그는 '성노동자'를 염려한다. 그렇게 '성노동자'라는 단어가 공중파에서 한 연예인의 입을 통해 툭 튀어 나왔다. 그의 촉수, 혹은 인권감수성이 놀랍다. 

부산 국제시장 실탄사격장에서의 화재사건. 일본인 관광객 8명이 숨져다. 사망자는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긴급하게 현장을 방문했다. 정부 차원의 위로금도 지급될 모양이다. 정부는 용산참사 문제를 사인과의 문제라며 외면하고 있다. 이 또한 다를 것 없다. 아니 다르다. 피해자가 자국 철거민이 아니라,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이 나라에서 돈을 쓰고 가는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것.  

한나라당은 밤 10시 이후부터 새벽까지의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법을 만드는 모양이다. 통행금지가 없어진 지 꽤 지났다. 일몰 이후 집회시위 금지가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취지에서 위헌(정확하게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는데, 그럼 이제 모든 한국인은 최소한 밤 9시 이전에는 일터에서 퇴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마스크를 쓰고 집회에 참석하면 잡혀간다는 법도 한나라당은 만들었는데 신종플루 때문에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이 정부 시책의 곳곳에서 문제가 툭툭 불거지고 있다. 예상하건데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그게 여든 야든 간에 굵직한 권력형 비리가 몇 다발 터져 나올 것이다. 사법부와 언론은 하루가 다르게 망가져가고 있다. KBS정연주 사장YTN 해고 기자 사건, 지금 정부에 치명적이지 않은 부분에선 전향적인 판결과 보도가 속출하지만 미디어법 같은 핵심적인 부분에서는 그 눈치보기가 심히 안스러울 지경이다.   

루저 논란은 일파만파? 내 키가 10센티만 컸다면 아침에는 위너고 저녁에는루저 쯤 되겠다. 작금의 한국사회는 아무래도 간절히 마녀가 필요한 모양이다. 악마도 마귀도 아닌 마女 말이다.  

거실에서 뒹굴거리다 어제 오늘 KBS 스페셜 비슷한 걸 봤다. 어제는 살수대첩, 오늘은 해병대에 대한 것이었다. 지금 틀어놓은 게 국군방송이 아닌가 내 눈을 의심했다. 수나라 120만 대군을 맞선 고구려의 투쟁은 오로지 "왕년에 우리는 이렇게 잘 나갔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었나 싶다. 왜, 무엇을 위해 그들이 생사를 건 싸움을 선택했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은 빠진 채, 참 잘 싸우던 민족만이 부각되었다. 평화를 위한 군대가 아닌 전쟁을 위한 군대가 토요일, 일요일 KBS에 있었다.  


뱀발;
4대강,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서 김훈은 "잘 모르겠다. 전문가들은 다 어디 갔나?"라고 했단다 이명박은 "인기에 영합하지 않겠다"고 한다. 슬픈 이야기는 국민은 투표로 이명박을 뽑았고 사람들의 삶의 문제에 있어서 깊은 공감을 느껴 소설가 김훈의 책이 잘 팔린다는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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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11-16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제동, 김훈, KBS의 의도에서 루저 논란까지 나무처럼님의 TV읽기는 재미있으면서 씁쓸하네요.
그나저나 주말에 텔레비전 본걸 쭉쭉 쓰려던 제 페이퍼 기획에 차질이 생겼어요.ㅋㅋ

나무처럼 2009-11-16 19:53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을.. 전 그냥 주마간산..수박 겉핧기였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