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난생 처음 해봤다.
마눌님이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갑자기 또 이사를 가야 하는데 마침 전세대란(!)이다. 전세집을 구하다보니 정말 대란임을 실감한다. 서울에 그렇게 많고 많은 아파트 중에 들어갈만한 집 한 칸이 없다니.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수천만원이 뛰고, 그래도 나온 집이 거의 없다는 거다. 아이도 있어 이것저것 따지다보니 선택의 폭은 더 좁을 수밖에 없었다.
2004년에 결혼을 하고 벌써 네 번째 하는 이사. 평균 1년 약간 넘게 살고 이사를 한 셈이다.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아서였지만, 네 차례 이사하면서 깨진 돈도 돈이지만... 태어나서부터 치면, 아니 내가 기억나는 것만 치자면 몇 번 이사를 다녔나 싶다.
가장 어릴 적 기억은 종로2가인가 3가에 있는 낙원동이다. 거기서 방학동으로, 다시 성북동으로.(성북동에서 방학동으로였는지도 모르겠다.) 상계동으로, 반포로, 돈암동으로, 다시 반포로, 안성으로, 수원으로, 화정으로, 동백으로, 죽전으로, 이제 정릉으로.
그래도 우리집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안 해봤으니, 그리 고생스럽게 산 건 아니었나보다. 사실 어릴 때는 이사하는 게 무지 좋았다. 뭐 이사짐을 싸거나 나르는 것은 괴로웠지만 뭔가 환경이 바뀐다는 게 즐거웠던 거 같다. 이삿날이면 먹게 되는 짜장면이나 찰밥도 좋았다.
하지만 이제 이사할 집을 보러 다니고, 이사짐을 줄이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을 색출하고(버릴 책을 고르는 건 거의 숙청 수준이다), 가구 배치를 고민하고 등등등...그리고 계약기간이 끝나갈 때 쯤 집주인 눈치를 보다가 오른 전세값에 다시 이삿짐을 꾸리는 일. 이래서 사람들이 집집집 하며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걸까.
우리집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해보지는 않았지만 한 2,30년 한 집에서 사는 이들이 무지 부러웠던 건 사실이다. 개인사가 고스란히 남는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 대한민국 서울에서, 수도권에서 사는 도시인에게는 누릴 수 없는 로망일까.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집값이 껌값이 되도 좋으니 그렇게 한 세월 아이를 키우며, 아아와 함께 나이먹을, 나와 함께 늙어갈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다, 내가 나이를 먹나 싶어 화들짝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