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군대에서 휴가 나와 대학 캠퍼스로 가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 시절말로 '좆뺑이'를 치고 있는데 이 녀석들은 참 한가롭고 즐거운 일상을 만끽하고 있구나. 같은 잔디밭, 같은 술집에 앉아 있으면서도 왠지 나와 친구들 사이에는 유리벽이 있는 듯 했다.
거리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전의경들과 눈빛이 마주칠 때면 문득 그때 내가 느꼈던 소외감, 박탈감 같은 게 느껴지고는 한다. 
 
꼬박 1년 만에 경찰폭력이 또 문제가 되고 있다.
예전에 조폭 같은 두려움 많고 힘만 센 정권이 촛불을 너무 두려워해 과잉 폭력을 일삼는다는 글을 적은 적이 있는데, 경찰의 경우는 좀 다른 것 같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이 정부 들어 경찰 정보과의 위상이 대폭 추락하고 경비대, 기동대가 대접받는다고 한다. 예전에는 집회 주최측과 샤바샤바 하면서 적당히 대치하다가 적당히 해산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그런 일을 했던 정보과. 적어도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무리하지 않았던 정보과의 말은 경찰 내부에서 씨도 안 먹힌다는 거다. 단적인 예가 5월에 대전에서 열렸던 민주노총 집회였다고 한다. 이미 정보과와는 협조가 되어 행진을 했는데 경비과에서 독자적으로 진압을 해버렸다는.

뭐 경찰 내부의 힘 관계에까지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을 거 같다. 하지만 경찰 기동대, 경비과, 경찰 수뇌부, 이런 데가 충성경쟁을 하는 사이 이른바 전의경이라고 불리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해야 하는 젊은이들이 부도덕한 정권을 지키고 시민을 폭행하는 살인무기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 집회에 나가보면 로보캅처럼 중무장한 전의경들, 특히 이번 사건을 일으킨 1001기동대(서울시경 제1기동대)는 정말 무섭다. 그들이 아무리 모욕을 당하고, 시위대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한들 시민들에게 행사하는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시민이 아니라 조중동이 말하는 전문 시위꾼, 또는 현행범, 범법자라 해도 그들이 비무장인 상태에서는 말이다.

얼마 전 대한문 분향소 철거 사태에서 경찰 수뇌부는 처음에 일부 전의경들 짓이라며 책임을 미뤘다. 지난 해 군홧발로 여대생의 머리를 짓밟은 사건에서도 결국 해당 전의경만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이번에도 역시 그렇게 일단락될 가능성이 크다.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전의경 제도는 국제법 위반이다. 한국은 노예제와 강제노역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에 가입을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전의경제도 때문이다. 국가가 젊은이들을 국방의 의무로 불러 모아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치안유지라는 강제노역을 시키고 있는 셈이다.

전의경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전의경 부상자들의 부모들에게 경찰과 정부는 그럼 전의경들이 하는 일을 누가 하냐? 돈이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경찰추산 2만명이 모인 집회에 왜 1만5천명의 전의경이 동원되어야 하는지, 국회의사당과 정부청사에는 (뭐 그리 잘못한 게 많길래) 전의경들의 1년 365일, 24시간 경비를 서줘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또 날로 좋아지는 경찰의 진압장비는 도대체 무슨 돈으로 구입을 하는지, 연일 강력범죄가 벌어지는 이 나라에서 왜 경찰과 전의경은 한가롭게 정부시설이나 시청광장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지도.

오랜 노력 끝에 폐지가 예정된 전의경제도가 이 정부 들어 번복되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전의경들, 정권안보를 위해 강제노역을 당하는 젊은이들이 분노를 키우며 거리에서 한잠을 자고 있다.(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해 촛불 때 어떤 전경부대는 전경버스와 경찰서 지하 강당바닥에서 한달이 넘게 잠을 자야 했다고 한다. 부대 내 구타사고, 자살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도 전의경 부대이다.) 그리고 그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젊은이는 재판을 받고 영창을 가고 전과자가 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제도에 있다.    

 

[관련기사]경찰, 이번엔 뭐라 변명할 건가?
[자료]촛불집회에서의 경찰력 사용에 관한 앰네스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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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6-13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전의경제도를 폐지해야지요...그나저나 이렇게 뜯어 고칠 것이 많은 나라에서 살다보니 참 고달프다는 생각이...

나무처럼 2009-06-13 18:55   좋아요 0 | URL
네... 폭행을 가하는 전투경찰들이 용서가 안 되기도 하지만, 또 한편 그들이 사법처리되고 사회에 나와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사회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되기도 해요. 시위대를 적으로 생각하는 대부분의 전의경 부모, 가족들도 그렇고

비로그인 2009-06-14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보다 부대내에서 일어나는 전의경들의 인권 문제도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전의경 자살율도 일반 육군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고 알고 있고요. 그들의 인권문제가 걱정스럽습니다. 전의경 제도 반드시 폐지되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