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의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해도.
오랜만에 주문이라고 생각했다.
어라. 그런데 난 플래티넘 회원이다.
계정에 들어가보니 딱 보름만에 주문.
언제나 주문은 즐겁다.
주문이 끝나면 허탈하다.
그래도 에쿠니 가오리의 책인데 주문하지 아니할 수 없다.
막, 읽고 싶다.
마루야마 겐지, 여름의 흐름.
에쿠니 가오리의 이름을 입력하고 난 뒤
바로 뜨는 이미지에 에쿠니 가오리가 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이름에선 어떤 정서가 스며있다.
달콤할지도 모를 슬픔의 정서라고 해두자.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멋부리듯 들고 다니고 싶다면
마루야마 겐지의 이름에선 부드러운 강건함이 느껴진다.
'물의 가족'에도 물, 흐름의 이미지가 강했다.
읽고 있으면 어디에선가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소설이었다.
본격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루야마 겐지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아직 여름을 못 버리고 있는 듯도 한데 본격적인 가을 채비가 되어줄까.
다이라 아즈코, 멋진 하루.
미미달님 리뷰에 별 다섯개가 붙어있다. 안심이다.
별 다섯개를 만나는 기분이란. 이런거다. 당장 장바구니로 직행, 주문서 누르기.
씨네21에서 부산영화제서 만난 한국영화 목록을 읽었다.
7편의 영화가 있었는데
그 중에 한 편인 이윤기 감독의 <아주 특별한 손님> 이
이 소설집의 '애드리브 나이트' 를 원작으로 한 거란다.
러브토크, 여자 정혜와 맞물려 있기도 하다는데
기대가 된다. 러브토크의 배종옥의 멋스러운 룩을 걸친 여배우가 나와주면 좋겠다.
우선은 세 권만 주문한다.
몇 권 더 보태 4만원을 채우고 2천원을 챙기면 참 좋겠지만
읽을 수 있는 책들만 주문하는 것도 꾸준한 독서의 시간을 늘리는 길이 아닐까 싶다.
2천원 쯤이야, 우습게 보는 게 아니다.
2천원 보다 더 값진 내 독서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다.
욕심내면 보관함을 뒤적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 내 보관함은 읽고 싶은 책들이 아니라 읽고 싶지만 읽지 않을 책들만 가득하다.
보관함을 뒤적이는 일이 무모하다.
또다른 보관함이 필요한걸까.
책들은 토요일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날은 결혼기념일인데 남편은 회사에서 1박 2일로 놀러간다고 한다.
기념일 따위 중요하지 않다고 혼잣말하는 내게 덜컥 겁이 난다.
언젠가부터 모든 욕구에서 스스로 자멸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패배 의식이 아니라 게으름이라면 좋겠다.
게으름이 아니라 한 보 전진을 위한 한 보 후퇴였음 좋겠다.
딱히 뭘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딱히 뭘 갖고 싶은 것도 없다.
책은 읽어야 하니까... 왜?
내가 책이 아니니까.
나는 책이 되고 싶은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