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체험문화관에서 나와 신동엽 시비로 향했다.
지나는 길목에 있어서 잠깐 들러 사진 촬영과 작은 기도를 올렸다.
신동엽 시인의 생가에 들르고 싶었으나 시비로 만족.
시인의 기상이 내게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그다음 행선지는 서동의 생가 궁남지.
궁남지 옆에는 "백제오천결사대출정상"이 있다.
남편은 충혼탑을 보며 감회가 새로운지 (그는 어쩌면 계백장군의 오른팔이었을까?ㅎㅎ)
묵념하듯 진중하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신라와 당나라가 쳐들어오자 의자왕이 계백장군에게 오천명의 결사대를 보냈다.
이 충혼탑은 보기에도 웅장하고 분기탱천하다. 
영혼들은 어쩌면 한밤에 깨어나  백마강가로 말 달리지 않을까.
위협적이고 사실적인 충혼탑 아래에서 백제의 영혼들을 만난 것만 같다.




서동의 생가 궁남지.
궁남지는 백제 최초의 인공 정원이라고 한다.








정림사지오층석탑.
얼마전에 오층석탑이 조금 기울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괜찮은가?

부여 정림사터에 세워져 있는 석탑으로, 좁고 낮은 1층 기단(基壇)위에
5층의 탑신(塔身)을 세운 모습이다.

기단은 각 면의 가운데와 모서리에 기둥돌을 끼워 놓았고,
탑신부의 각 층 몸돌에는 모서리마다 기둥을 세워놓았는데,
위아래가 좁고 가운데를 볼록하게 표현하는 목조건물의 배흘림기법을 이용하였다.

얇고 넓은 지붕돌은 처마의 네 귀퉁이에서 부드럽게 들려져 단아한 자태를 보여준다.

좁고 얕은 1층 기단과 배흘림기법의 기둥표현, 얇고 넓은 지붕돌의 형태등은
이 탑이 목조건물의 구조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하는데,
이러한 점들이 이 탑의 특징이 되고 있다.

목조건물의 형식을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단순한 모방이 아닌
세련되고 창의적인 조형을 보여주며, 전체의 형태가 매우 장중하고 아름답다.

익산미륵사지석탑(국보 제11호)과 함께 2기만 남아있는 백제 시대의 석탑이라는 점에서도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며, 세련되고 정제된 조형미를 통해
격조높은 기품을 풍기고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정벌한 기념탑’이라는 뜻의 글귀를 이 탑에 남겨놓아,
한때는 ‘평제탑’이라고 잘못 불리어지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었다.

-출처 : 네이버-






다음 행선지는 부소산성.
바로 여기에 낙화암이 있다.
산성에는 여러개의 사찰이 있다.
세명의 충신을 모신 삼충사. 자세히 보면 한양 촌녀가 보일 것이다 ^^

언제부터인지 충신을 모신 사찰에만 가면 향을 피워놓고 나온다.
안 그러면 뒤통수가 따가워지기도...ㅎㅎ



3km쯤 걸어가야 낙화암을 볼 수 있다.
아직 잘 차려입지 않은 나무들이지만 길은 참 호젓하니 좋았다.
남편은 새벽에 여기로 약수를 뜨러 왔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이 새벽 세시에 약수를 뜨러오다니...!
당시 태권도를 배우던 무렵이라 태권도 샘께서 담력 테스트를 하곤 했는데
주로 궁남지와 부소산성을 이용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칠흑같이 어두운 밤 약수를 뜨러온 초등학생 3학년과 그의 일곱살배기 동생은
약수를 뜨기도 전에 이상한 소리에 놀라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도로 집으로 갔다고 한다 ㅎㅎ



낙화암으로 가는 길, 해송.



낙화암 도착.
낙화암에서 바라본 백마강.
백마강을 보는데 자꾸 이런 노래가 흥얼거려졌다.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잃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
저어라 사공아
일엽편주 두둥실
낙화암 그늘아래
울어나보자

고란사 종소리
사무치는데
구곡간장 오로지
찢어지는듯
누구라 알리요
백마강 탄식을
깨어진 달빛만
옛날같구나

이 노래 말고도 낙화유수, 라는 노래가 낙화암 휴게소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구슬프고 한서린 노래.



유람선도 다니고~



보기만해도 아찔한 낙화암.
부소산성은 백제가 적군이 쳐들어오면 피난온 곳이라 식량을 모아둔 곳과
일출, 일몰을 볼 수 있는 정자가 따로 있다. 
낙화암에 가는데 집중하느라 사진을 찍지 못하고
정자 앞에 설명서만 읽고 지나쳤다. 아쉽다...ㅠㅠ




요거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하면
고란사에 고란 약수를 떠먹는 일명 바가지다.
약수가 저 깊은 곳에 있어서 기다란 쇳대를 달았다 ㅎㅎ



고란초가 피어있는 약수를 떠먹으면 회춘한다는 전설이 있단다.

옛날 어느 마을에 늙은 부부가 있었는데 자식이 없었다.
자식 갖기를 소망하던 부부는 고란초가 피어있는 약수를 먹으면
아이가 생긴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남편 정기에 도움이 된다나 뭐라나.
늙은 남편이 홀로 고란사로 떠났는데, 하루가 지나도 남편이 오지 않았다.
아내가 남편을 찾아 이곳에 와보니 웬 갓난 아이가 약수 아래 누워 울고 있었다.
자세히보니 그 아이는 고란 약수를 먹은 남편이 회춘하여 변해버린 것이었다! 으아~!  

남편이 물 한바가지를 더 먹으려 하기에 말릴 수 밖에 없었다.........




부소산성 정문으로 다시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동차를 그 앞에 세워놨으니 다시 가긴 가야하고...
그래서 고란사 바로 아래에 있는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기로 했다.
유람선을 타고 구드래 공원에서 내려 택시를 타거나 걸어가면 부소산성으로 갈 수 있으니까.
나만 그렇게 잔머리를 굴리나 했는데 다들 그렇게 하더라~ ㅎㅎ

다시 가기에 부소산성 길은 힘들뿐만 아니라
아직 더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서 시간 절약 차원이기도...ㅎ

이 배는 홍콩 에버딘 항구에서 탔던 배랑 흡사하다.
낡은 구명보트가 있는 실내 구조도 그러하고, 늙은 선장님도 비슷하다.
선장님의 꼼꼼한 설명은.... 잘 들리지 않아
부여의 산증인 남편에게서 이야기들을 전해들었다.



유람선에서 바라본 낙화암.



백마강이 왜 백마강이냐하면,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마를 미끼로 용을 낚았다 하여 이 강이 백마강이란다.

바로 저 바위가 소정방이 낚시한 곳이다.



구드래 공원.
다양한 조각상들과 깨끗한 산책로.
백마강가에 있다.


-3탄을 기대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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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3-27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마강 전경이 참으로 시원하고 아늑해 보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3-27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제의 탑은 신라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단아아고 정갈한 멋이 있어서 좋아요..^^
미륵사지 석탑만 생각하면 기분이 언잖아지지만 말입니다..

로드무비 2006-03-27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동엽 시비 앞에 저도 갔었어요.
그새 많이 낡았군요.
새벽 세 시에 초등학생이 약수를 뜨러 가다니
플레져님 옆지기는 아주 사내다운 분인가 봅니다.ㅎㅎ

플레져 2006-03-27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 백마강 정말 멋있어요.
부여에 살면 매일 백마강에만 갈 것 같아요.

메피스토님, 백제의 멋에 뒤늦게 흥취했어요.
지금 삼국유사를 펼쳐놓고 백제 부분에 올인하는 중이어요 ^^

로드무비님, 신동엽 시비에 새겨진 시도 희미해서 잘 안보이더라구요.
울남편이 당시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는 자부심에 불타올라서...ㅎㅎㅎ

잉크냄새 2006-03-27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마강 수위가 많이 높아져 있던지요. 예전에 제가 갔을때는(벌써 10년도 넘었군요) 바싹 줄어 있었지요. 삼천궁녀가 도움닫기를 해서 뛰어내리지 않았으면 익사하기 전에 머리가 다 깨어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던 시기입니다.
고란사의 스님은 잘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해질녘 잠시 들렀었는데, 그 스님이 자판기 커피 한잔을 부탁하더니 저를 붙잡고 얼마나 말씀을 많이 하시던지. 부처님 앞이라 일어서지 못하고 힘들어 죽는줄 알았습니다.

진주 2006-03-27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5,6학년 때 교과서에서 기행문으로 고란사 약수 부분을 잠깐 언급했던 대목이 기억나요. 으멋~제가 공부를 잘 했나봐요. 별게 다 기억나네=3=3=3

플레져 2006-03-27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저도 그 생각에 아찔했습니다. 근처에는 또 어찌나 험한 바위들만 있는지 저 나무 울타리로 가는데도 힘들더라구요^^ 보통 사찰에 가면 스님들을 뵙는게 참 힘든데 고란사에는 스님들이 많이 나와 계시더라구요. 그 스님들 중에 한분이 잉크냄새님께 말씀을 들려드렸겠군요 ㅎㅎㅎ (그고통, 잘 앱니다...흑.)

공부 잘하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진주님, 그 설화는 익히 알고 있던 건데 그게 고란사에 얽혀있다는 건 첨 알았어요 ^^ 저는 진주님보단 덜 공부 했나봐요. 헤~

조선인 2006-03-27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낙화암,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새로 생겼네요.

부리 2006-03-28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낙화암은 중학교 때 가본 것 같은데, 기억이 통 나지 않아요. 사진 보니까 가고 싶어요!

부리 2006-03-28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 깨지는 생각 하니 으으...... 무셔워요

플레져 2006-03-28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낙화암에서 바라보는 백마강이 눈에 선합니다.
낙화암 가는 길에 볼 거리도 많으니 꼭 가보셔요.

부리님, 낙화암에 갈 생각은 정말 한번도 못해본 것 같아요.
낙화암 절벽을 바라보면 강으로 떨어질 용기도 선뜻 나지 않아요.

2006-04-17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04-18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그렇게 하세요. 무례라니요..아이쿠...^^:;
책도 한 권 보내주실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