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기분이 울적할 때는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읽는다.
그중에서도 나는 이런 시를 좋아한다.
결혼을 하지 말거나
아이를 덜 낳을 것을.
내가 좋아하는 일에 광적으로 열중하고
다른 일에는 덜 신경 쓸 것을.
고기를 덜 먹고
산책을 많이 할 것을.
떠드는 시간을 줄이고
화장품에 덜 투자하고
그 대신 자선냄비에 더 많이 넣을 것을.
다리와 겨드랑이 털을 면도하는 데 시간을 덜 쏟고
천문대를 더 자주 찾아가 밤하늘을 구경할 것을.
그리고 동네 건달들이 더 자주 전화하게 할 것을.
詩 조안 셀쩌의 <당신이 살지 않은 삶> 전문
.................................................................................
-황주리 에세이 "날씨가 너무 좋아요" 157쪽-
삶은 어딘가 다른 곳에 2000년作
2000 / 91×117 / Acrylic on canv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