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은

 

나뭇잎 한 바구니나 화장품 같은 게 먹고싶다

그리고…… 말들은 무엇 하러 했던가
유리창처럼 멈춰 서는 자책의 자객들……
한낮의 어둠 속에 웅크리고 누워 꽃나무들에게 사과한다
지난 저녁부터의 발소리와 입술을,
그 얕은 신분을
외로움에 성실하지 못했던,
미안해 그게 실은 내 본심인가봐

아무래도
책상 밑이나 신발장 속 같은
좀 더 깊은 데 들어가 자야겠다
그러한 동안 그대여 나를 버려다오 아무래도 그게 그나마 아름답겠으니

 詩 김경미 (쉬잇, 나의 세컨드는, 문학동네)

 

 

 

 



jack vettrisano - beach umbrel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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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개 2005-09-13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마신 다음날은
그렇게 말떼들은 머리속을 질주하고
흩어진 기억의 파편을 주워 모으며
끝내 찾지 못하는 편린들에 괴로워 몸부림 친다.
ㅋㅋ

플레져 2005-09-1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리얼하십니다, 강쥐님 ㅎㅎ

마냐 2005-09-1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으...강쥐님...방가.

icaru 2005-09-1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좋아했던 시인 지망생 회사 언니가 있었어요~ 근데 함께 술을 마시던 어느 날... 술이 많이 취한 이 언니가 저 더러..."너도 속물이야!"
어렸던 저는, 그때 쇼크 먹었었어요...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언니는 술을 마시면...상대에게 당신은 속물이야! 라고 하는게 주사더라고요...

플레져 2005-09-13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도 방가 ^^ (강쥐님 대신 에드립~)
이카루님, 저두 그런 버릇들 때문에 상처 많이 받았었는뎅...알고보니 정말 그 사람의 버릇들. 기억 못하는 버릇들. 억울하죠, 진짜... 전 술 마시면, 한 잔만 더! 라고 외쳐요 ㅎㅎ 안심하시길 ^^

코마개 2005-09-13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방가.
저 어으...는 코를 타고 올라오는 소주냄새와 그 뒷날의 참담함을 현실처럼 느껴서 나오는 감탄사 라고 이해!
마냐님이 마냥 부러운 강쥐

히나 2005-09-13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과 글이 너무 잘 어울려요............... 술이 마시고파요.......................

클리오 2005-09-13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정말 술땡기는 날씨군요. ^^ 저는 몇 번 썼지만, 사람들을 집에 못가게 붙잡는게 주된 술버릇이구요, 애정행위나 폭력행위도 있지요. 그리고 술을 조금만 먹어도 그 다음날까지 몸과 머리가 다 뻗어있어요... ^^

잉크냄새 2005-09-13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식성이 독특한 시인입니다.
전 술 마신 다음날은 라면이 먹고 싶어라~~~

플레져 2005-09-13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술 야그 하지 말아주십셔. 코끝에서...읍...
스노드롭님, 아...님 마저!!
클리오님, 아...또 님 마저!! 사람들을 집에 못가게 하는 건 친목을 위함이요, 애정행위와 폭력행위는 상대가 더 굳세어지게 하는 훈늉한 방법 아니던가요...아으~
잉크냄새님, 저랑 식성이 같은 시인입니다. 라면도 좋지요~

2005-09-14 0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9-14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루하루가 '술 마신 다음날'이라서요...호홋

플레져 2005-09-1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외워두시죠...ㅎ

2005-09-14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9-14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헉. 님의 이름을 떡 하니 써버렸다가 급히 지웠음 ㅋ)
그러시군요. 그런 분이 또 있으시던데...ㅎㅎ
콩나물 만한 해장국이 없는 것 같아요. 저두 황태랑 콩나물 넣고 팍팍 잘 끓여 먹습니다. 왕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