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가 생겼지만 서재에 있는 일은 극히 드물다. 아침에 일어나 후딱 밥을 먹고 도서관엘 간다. 입주한지 얼마 되지 않은터라 정말 많은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져서 벅차다. 그러니까 뭔가를 정기적으로 보거나, 먹거나, 집을 꾸미라고 권유 하는 사람들의 방문은 이해는 한다만. 지치지도 않고 방문하는 모 단체의 활동에 조금 질렸다. 나의 종교를 강조해도 귓등으로 듣는다. 하여, 따스한 햇살이 넘쳐나는 거실을 뒤로하고 도서관엘 간다. 굳이 그때문은 아니지만 일조는 했다. 하자보수도 마무리 되었고, 택배는 경비실에서 보관하여 주시니 가능한 일. (한동안 이 두가지가 되지 않아 방콕-_-) 집에서 나설땐 너무 환해서 햇빛을 좀 꺼주고(혹은 보관해두고) 나가야 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햇빛이 넘쳐난다. 동향집에서 살 땐 동향이 최고라고 하더니 이젠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하는 간사함이란.

서재라고 하기엔 조금은 부족해 보인다. 마음같아선 편안한 일인용 소파와 작은 협탁이 있었음 좋겠다. 그게 안된다면 철제 화이트 벤치라도. 그게 안된다면 폭신한 호빵 방석이라도. 집에 있으면 비어있는 공간을 채우지 못해 안달이다. 일단은 보류다. 경제 사정도 생각해야하고 이렇게 비어있는 공간을 누리기로 했다. 메탈 블라인드로 했더니 제법 때깔난다(고 생각한다 ^^) 거실에도 메탈 블라인드. 조금 차가워 보이나 불빛이 반사되면 간접 조명이 달린 것처럼 분위기 있다. 나의 주체할 수 없는 감정 기복을 생각할 땐 이런 차가운 소품으로 조절해주는 것도 좋을듯 싶다.

어젯밤부터 서재에 머무는 연습을 한다. 서재라고 부르는 것이 처음 만난 남자친구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어색하다. 공부방이 그저 내겐 딱인듯 싶고. 서재(든 공부방이든!) 창 밖으로는 아파트 후문과 마트가 보이고, 천변 산책로 한쪽에는 올망졸망한 초중고 학교들이 보인다. 고등학교엔 불이 환하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숙직실로 짐작되는 곳만 불이 켜져있다. 때로 그 숙직실에선 텔레비전 불빛만 비추기도 한다. 이제 막 문을 연 학교들이어서 운동장은 작고 건물은 아담하다. 수업 종소리가 들리면 나도 괜히 쉬거나 책을 펼치거나 하면서 착한 학생 흉내를 내기도 한다. 지각생들은 어김없이 혼쭐이 나는 것도 같고, 체육 시간은 그다지 활기차보이지는 않는다.

비가 오거나 남편이 아프지 않는다면, 산책로를 5km 이상 걷는 것도 거르지 않는다. 한시간 남짓 걷고 운동기구도 이용하고 돌아오면 뿌듯하다. 요샌 바람이 많이 불어 걷는게 벅차기도 한데 걷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 우리동네 칸트는 못되어도 오후엔 꼭 산책. 도서관엘 다녀오는 날엔 더 바쁘다. 해치워야 할 일거리가 있는 날엔 부러 여유를 부리며 산책. 호사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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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8-03-25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명이 분위기 있어요.. 오... ㅎㅎ

플레져 2008-03-26 11:01   좋아요 0 | URL
세일할때 지른건데 나름 괜찮지요? ^^
밤엔 두 개의 조명을 켜둬야 눈에 좋다네요.

울보 2008-03-26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부럽습니다,

플레져 2008-03-26 11:02   좋아요 0 | URL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아늑한 느낌도 날 것 같아요 ^^

하늘바람 2008-03-26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고 멋지고 아~ 침굴꺽입니다

플레져 2008-03-26 11:02   좋아요 0 | URL
블라인드 덕분인듯 싶어요 ^^;;

조선인 2008-03-26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칸트 플레저님~

플레져 2008-03-26 11:02   좋아요 0 | URL
오후에 아무때... 저는 나갑니다. 밖으로...ㅎㅎ

잉크냄새 2008-03-26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네요.
저 서재의 로그인은 어떻게 하시는지?

플레져 2008-03-26 21:01   좋아요 0 | URL
이미 회원 가입 완료상태입니다 ^^
방 한 개 더 생기면 그때 회원을 받지요...ㅎㅎ
잘 지내시지요?

2008-03-26 1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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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6 21: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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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6 2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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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6 23: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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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8 1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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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9 1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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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9 17: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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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31 14: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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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2 23: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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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2 2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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