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디비디를 구입한다는 페이퍼에
메피스토님이 명작들이 줄줄이 나온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댓글을 보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디비디로 만나고 싶은 영화들을 몇 편 꼽아봤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도리스 되리의 "파니 핑크" 다.
절친한 선배언니는 스물 아홉이 되던 해 집을 나와 혼자 살았다.
옥탑방에서 주택의 1층으로 이사한 언니 집에서 나는 이 영화를 실컷 보았다.
언니는 틈만나면 파니 핑크 비디오를 켜놓았다. 밥을 먹는 언니의 뒤에서, 빨래를 개키고 책을 뒤적이는 언니의 뒤에서 파니 핑크가 움직이고 있었다. 에디뜨 삐아프의 노래가 흐르고 파니의 친구 오르페오가 생일축하 케잌을 들고 나타날때면 어김없이 하던 일을 멈추고 말끄러미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어느날 내가 스물 아홉이 되었을 때 나는 파니 핑크를 떠올렸다.
파니는 성장이 멈춘 사람처럼 여전히 사랑을 찾아 헤매고 있었고
나는 사랑따윈 필요없어 라고 외치고는 연애와 관련된 모든 것을 끊었다.
소개팅이나 우연한 만남을 거절한 후 일중독자처럼 일에만 매달렸는데
불쑥 그이가 나타나버렸다. 바로 그날 선배언니를 불러 그이를 소개시켜주었고
언니는 우리 두 사람을 축복했다.
언니가 오르페오처럼 생일 케잌이라도 들고 나타났더라면 참 좋았을텐데...ㅎㅎ
드디어 나온 디비디! 당장 장바구니다. 오늘의 횡재.
애니 프루의 시핑뉴스.
영화로도 유명하지만 소설의 진가는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덤으로 브로크백 마운틴, 이 딸려온다.
덤은 내 눈에 이쁜 친구에게 줄까 한다. 흐흐.
이병률의 여행기, 끌림.
다 읽은 지 며칠 되었다. 리뷰를 써야 하는데... 써야 하는데...
읽고 있으면 절로 시인이 되는 것 같은 책.
사진을 전면에 깔고 그 위에 글을 얹은 편집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끌림에서는 제법 잘 어울린다.
50개국을 여행한 것이 부럽기도 하지만
그 나라를 돌면서 기록을 남겨놓은 것이 젤로 부럽다.
한 권 책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도.
하진의 남편 고르기
중국계 작가인 하진의 소설은 현대문학에서 한 편씩 소개되었다.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이 책을 권해주셨다.
야금야금 읽고 있는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자식사랑' 이라는 단편을 잠깐 소개하자면,
아이가 없는 중년의 부부가 있다.
어느날 젊은 장교 부부가 두살배기 아이를 위탁해온다.
부부는 아이를 돌보며 아이가 주는 사랑에 젖는다.
아이를 아들삼으라는 말에 부부는 거절한다.
이렇게 귀하고 소중한 아이는 자신의 자식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품에 안고 있고, 내 피를 받아 태어난 아이는 아니어도 사랑이란, 자식사랑이란
자식을 낳은 부모가 아니어도 가질 수 있는 것. 사랑은 참 쎄...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