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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들레헴 그날 밤 - 크리스마스 컬러링북
맥스 루케이도 지음, 리지 프레스턴 외 그림, 윤종석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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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과 그 의미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시절, 색칠하다 보면 사랑과 희망의 마음 싹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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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들레헴 그날 밤 - 사랑이 태어나고, 희망이 다가오다
맥스 루케이도 지음, 윤종석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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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 줍니다. 생각지 못했던 새롭고 기발한 관점으로요. 성탄 묵상, 설교, 선물로 좋은 책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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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라스는 장 자크 아노 감독이 <연인>을 영화화하면서 자기 식으로 해석하여 책과는 다른 작품이 되었다고, 그의 남성성이 여성의 경험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형상화하지 못해 롤리타식의 선정적인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불평을 토로했지만, 그녀의 불평이 대부분 타당함을 인정하더라도 소재 자체가 센세이셔널한 까닭에 <롤리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편향적 오독과 얕은 읽기는 이런 책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노 감독의 해석이 피상적이고 뒤라스의 내면 깊은 곳에 접근조차 못했다는 비평을 모두 받아들인다 해도(책 몇 장만 읽어 봐도 뒤라스의 불평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아노 감독이 남긴 영화의 첫 장면, 처녀작으로 출연한 제인 마치(이 책 표지 사진에 실린)가 흰 원피스와 남성용 중절모를 쓰고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 사이공의 강을 연결하는 페리선 선상 펜스에 기대어 서서 강바람을 맞으며 먼 곳을 응시하는 장면만은 잊히지 않는 명장면으로 뒤라스의 작품에 빛나는 무대를 마련해 주었음은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인트로 이후 영화는 하나의 계절뿐이 열사의 이국에서 벌어지는 소녀와 중국인 남성의 정사에 (어쩔 수 없이) 천착함으로, 그러한 표현 방식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한 여인의 도저하고 예민한 심리를 오히려 가리고 하나의 기이한 통속극으로 보이는 결과를 빚었으니 뒤라스의 비판이 이해가 될 만한데, 가령 소설 속 다음과 같은 문장은 이 책의 울림이 십오세 소녀의 특이한 경험이 아니라 인생을, 여자의 인생을 깊이 반추하고 있음을 예고한다. 


"늙어 간다는 것은 가혹했다. 나는 늙음이 내 얼굴에 찾아와 내 모습을 하나씩 하나씩 변화시키는 것을 목격했다. 얼굴 모양이 일그러지고, 두 눈은 더 커지고, 시선은 더 슬픈 빛을 띠고, 입 모양은 더 고집스러워 보이고,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패었다. 그런 변화에 진저리치기는커녕 나는 오히려 내 얼굴의 노쇄 현상을 마치 이야기의 줄거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하는 것 같은 호기심을 품고 지켜보았다..."


여자라면 더없이 공감하겠으나, 중년의 남자도 충분히 고개를 주억거릴 상념이 아닐 수 없다. 책은 얇지만(영화로 보는 것보다 빨리 읽을 수 있다) 이야기는 섬세하고(여성스럽고) 다양한 울림을 준다(삶의 핵심을 건드린다). 


지난해 북경의 한 서점에서 본 뒤라스의 회상집이 생각난다. 흑백의 사진이 주를 이뤘던 노년에 이른 뒤라스의 회상집은 회상의 형식을 취한 이 책과는 다르다고 봐야겠지만 뒤라스가 털어 놓은 이야기와 아노가 펼쳐 놓은 그림 사이에서 새롭고 풍성한 변주를 들려줄 듯싶다. 사진 몇 장만으로도 말이다. ㅡ2016.2.26.Beij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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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나의 한국 현대사>를 꺼내 든 건 지난 연말 서울 방문 때 동서들과 나눈 대화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있다는 큰동서, 그의 말에 유시민 이야기를 길게 했던 나로서는, 주로 전작인 <어떻게 살 것인가>와 관련하여 그가 글쓰는 삶을 본업으로 삼게 된 경위와 첫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 때부터 그의 진가는 독창적 글쓰기보다는 기존의 사실을 읽기 쉽게 정리하고 해석하여 전달하는 능력에 있다고 늘어놓았던 일 말이다. 이 시대에, 그리고 중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 묻고 있는 내게 서재에 꽂혀 있던 그의 책이 눈에 들어왔고, 마침 동서들에게 소개한 그의 삶의 궤도 수정 과정이 나 자신에게도 동기 부여가 되었다. 그리고 때마침 ˝나˝로 시작하는 글을 쓰자는 제안에 마음이 동한 터였다. 

여기서 ˝나의˝라는 관형어는 나를 앞세우고 나의 경험을 중심에 두려는 관행적 태도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관점이 한정적임을 전제하면서도 그 제한성이 갖는 유익을 조심스럽지만 명확하게 제시하려는 겸손과 관찰, 고백의 의미에 근접해 있다. (현 시점에서) 글을 읽고 쓰는 하나의 전범으로 삼아도 좋겠다. 

또 하나는, '같이 읽기' 위해서다. 우리말 책이 드물고, 책을 읽고 그 얘기를 하는 일은 더더욱 드문 북경에서 누군가와 함께 읽고 나누고 싶다는 바람 비슷한 것이 자라났다. 혼자 하는 독서, 혼자 읽는 것을 넘어 뭔가 공동의 것을 일구고 싶다는 바람과 필요가 절실해진 탓이다. ㅡ2016.1.26.Beij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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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안토니오 알타리바, 킴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길찾기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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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 

잠이 오지 않아 읽었다. 불면의 밤에 읽은 책. 


2_ 

4년 전, 주안이와 다녀온 스페인은 느리고 낙천적이고 친절했다. 시내 거리 간판에 인터넷 ADSL 서비스 광고가 한창이었다. ADSL이라니, 대체 여기는 어느 시절인가. 사진을 찍어 웹하드에 저장하고자 업로드를 걸었더니, 백여 장의 사진을 올리는 데 예상 시간 열두 시간이 나왔다. 민박집 피씨를 독점할 수 었었기에 업로드를 포기하고 CF 카드를 더 사서 사진을 저장했다. 스페인은 유럽의 대표 국가 아니던가. 16세기 무적함대를 앞세우고 지리상의 발견과 세계 식민지 건설에 앞장설 만큼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나라이지 않은가. 한데 우리에게는 십여 년 전(확인이 필요하지만) 끝난 ADSL을 최신의 속도를 자랑하는 인터넷 서비스로 팔고 있다니. 내가 사는 세상과는 분명 다른 곳임에 틀림없었다. 


3_ 

스페인 내전 이야기는 고등학교 시절 네루의 <세계사 편력>에서 처음 읽었다. 하지만 남의 나라 역사는 머리 속에 잘 형상화되지 않고 그나마 읽은 내용도 이내 잊힌다. 책 표지 사진으로 올라 있던 로버트 카파의 '어느 인민전선파 병사의 죽음'의 이미지만으로 그 참상을 짐작했을 뿐, 스페인의 역사는 내게 아스라한 기억만 남겼다. 


4_ 

마침 지난해, 로버트 카파 사진전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카파는 스페인 내전에 종군기자로 참전하여 사진을 남겼다. 어쩌면 '병사의 죽음'은 전장에서 찍은 예외적인 사진일 것이다. 카파의 사진은 전장 이면의 풍경을, 폐허가 된 마을, 피난민, 퇴군하는 군대, 공습경보 등 그는 전장 이면의 모습에 다가가 셔터를 눌렀다. 생생한 죽음의 현장보다 마음에 남는 사진이었다. 


5_ 

모든 전쟁은 비극이지만 내전의 상흔은 너무 깊고 오래 간다. 내전은 프랑코의 승리로 끝나고 그가 이끄는 군부 체제는 (이 책을 읽다 확인했는데) 1975년까지 이어졌다. 이후 왕정이 들어서면서 민주주의가 비로소 시작되었다. 75년까지라니, 참으로 길다 싶었다. 한데 우리네 역사는 80년대까지 군부 통치를 받지 않았던가 하는 데 생각이 이르렀다.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군부의 지배와 그보다 앞선 내전의 상흔을 안고 있는 스페인 사람들, 한 달 남짓 여행하며 경험한 그들의 너그러움과 느긋함과 친절함에서는 그런 역사를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6_ 

아나키스트, 무정부주의로 번역되는 이 용어는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코의 공화파와 그에 맞서는 인민전서파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채 인간의 기치를 든 유파였다. 러시아, 중국, 일본, 조선 반도에 아나키즘이 전파되고 변형되고 자생했듯이, 나라와 사회와 이웃이 진영을 나눠 싸우며 너는 어느 쪽이냐는 물음을 강제하는 현실에서 자신을 쉽게 어느 진영에 던질 수 없는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을 것이며, 아나키스트가 되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극단의 시대에 자기 어느 한 쪽에 자신을 투신하지 않기란 생존의 위협을 가져오는 일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안토니오가 공화국 군대에 징집될 것을 피하기 위해 인민전선파에 투항하는 것은 그러한 현실적 선택일 것이다. 


7_ 

안토니오는 내전 종식된 후, 결정적으로 아들이 태어나고 나서 아나키스트의 신념에 위배되는 삶을 산 것에 대해 내적 고통을 겪을 뿐 아니라 그의 평생이 그에 대한 회한으로 점철된다. 신념을 함께하기로 했던 동지들이 하나 둘 처음 마음을 버리고 변졀되는 것을 보면서 그는 괴로웠고 최종에는 자신의 변절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한다. 하여 그의 삶은 자괴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나키스트는 안토니오가 젊은 날에 꿈꾸었던 이상이자 인생의 기준점과 같은 것이었는데, 그가 정말 바랐던 것은 '새처럼 자유로운 삶'이었는지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날고 싶었다. 하지만 프랑스 남부의 시골에서 피신 생활을 할 때 잠시 하늘을 나는 것 같은 평화를 맛보았을 뿐, 그의 일생은 자유와 거리가 멀었다. 노년에 우울증을 앓던 요양원 창문에서 이 땅의 짐을 내려놓고 하늘로 비상했을 때, 평생 염원하던 자유를 맛보았을 뿐. 


8_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골에서의 유년 시절을 제외하고 안토니오의 인생은 스페인의 역사, 구체적으로 스페인 내전의 상흔과 거기에 기초해 세워진 체계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안토니오만이었을까. 지난 세기에 자유를 꿈꾸었던 인생은 안토니오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생을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가 아나키스트이건, 자유주의자이건, 낭만주의자이건, 현실참여자이건 간에. 


9_ 

지금 내가 있는 북경, 이곳 사람들은 호탕하고, 친절하고, 수평적이고, 똑똑하다.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자본주의적 경제의 지배를 받고 있으면서도 사회주의의 유산, 그리고 짐작컨대 가난과 역사의 상처로 말미암은 유산을 입은 이곳 사람들은 정이 있고(아니, 많고), 말이 많고(싸우는 것 같지만, 정겹고),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놀랍게도 비권위적, 수평적이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불과 반 세기 전, 이들은 혁명을 겪었고, 60년대에는 문화대혁명의 광기를 경험했고, 천안문민주화운동을 경험한 것도 불과 한 세대 남짓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이들은 이처럼 강하고 친절하고 명민한가. 화두이다. 


10_ 

스페인 현대사를 이해하기에 참조할 여러 관점 중 하나이다. 중학생 딸에게 읽히기에는 성적인 묘사가 적나라해서 주저되지만, 스페인어를 배우고 그 역사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면 그때 슬며시 아이의 서재에 올려두어도 괜찮겠다. 스페인 역사를 다룬 다른 책과 함께 말이다. 


11_ 

불면의 밤,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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