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란 무엇인가〉

김학원 지음/휴머니스트·1만7000원

<편집자란 무엇인가>에는 저자 발굴과 원고 편집 같은 편집자의 기본 업무에서 기획안 작성, 출판 계약, 제목·표지 만들기, 본문 구성, 홍보, 도서목록 개발에 이르는, 편집자들이 숙지해야 할 실무 정보들이 가득하다. 새길, 푸른숲 편집주간을 지낸 뒤 2001년 도서출판 휴머니스트를 창업해 운영해온 김학원씨가 썼다. 600여종의 책을 만들며 기록한 편집일기와 출판기획 강의노트, 설문과 인터뷰 등이 바탕이 된 ‘발로 쓴 출판 매뉴얼’이다.


책의 기획과 개발, 편집 등을 모두 다루지만, 글쓴이는 무엇보다 기획에 비중을 뒀다. 기획에서 중요한 것은 ‘감각’을 키우는 것인데, 이를 위해 글쓴이가 제안하는 것이 영국 루틀리지 출판부장을 지낸 질 데이비스의 방법이다. 학술·전문지나 신문·잡지를 많이 읽고 다른 출판사의 도서목록을 면밀히 검토할 것, 저자들이 모이는 각종 학술회의나 작가들이 모이는 문학행사·강연 등에 참여할 것, 전문가들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서점에 정기적으로 들러 시장조사를 할 것 등이다.


대박을 터뜨릴 것 같은’ 기획 아이디어 수십 개가 있어도 엄격한 선별작업은 필수다. 100개의 아이디어 가운데 편집회의와 발행인의 재가를 거쳐 계약으로 최종 성사되는 것은 2개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선별하려면 몇 가지 기준이 필요한데, 글쓴이가 거론하는 것은 ‘독자에게 유익한가’ ‘출판사의 편집 방향과 맞는가’ ‘저자 섭외와 집필은 가능한가’ ‘인력·예산이 있는가’ ‘채산성이 있는가’ 등의 기준이다.


신간 기획안을 반드시 작성하라는 것도 글쓴이가 강조하는 것 가운데 하나다. 기획의 근거와 목표를 분명히 해줄 뿐 아니라, 책의 이미지나 특징, 매력을 설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사후 평가와 분석 작업의 중요한 기초가 된다는 게 글쓴이의 설명이다. 기획안은 성공의 경험이 쌓일수록 분량은 짧아지면서 내용은 더욱 명확해진다. 100종이 넘으면 ‘단 한 장’에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글쓴이가 소개하는 ‘한 장의 신간 기획안’의 비법은 이렇다.


“1. 표지를 떠올리고 제목과 부제를 쓴다. 2. 한 줄로 책을 소개한다. 3. 책의 특징을 세 가지 이내로, 각각 한 줄로 쓴다. 4. 책을 300자 이내로 소개한다. 5. 책의 사양과 편집 개발 요소를 정리한다. 6. 예상 판매와 손익을 산출해 정리한다. 7. 현재 상태를 개괄하고 최종 의견을 덧붙인다. 8. 모든 내용을 1쪽으로 편집한다.”


한국의 편집자 55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한 부분도 흥미롭다. ‘뛰어난 편집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꼽았다. ‘편집자에게 필요한 전문적 능력’으로는 “원고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과 “문장력”을 들었다. ‘편집자로서 가장 기쁜 순간’을 묻는 질문에는 “흠모하고 존경하는 저자를 만나 그와 책 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많았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한겨레 2009.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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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저자 보는 차별화된 눈 가져야"



20년 동안 책을 만든 이 남자, 이번엔 자기가 책을 썼다. <미학 오디세이>를 쓴 진중권씨나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쓴 이진경씨 같은 이들은 쓸 수 없는 책이다. <편집자란 무엇인가>(휴머니스트 발행). 이 책은 위에 언급한 두 사람 외에도 수많은 유명 저자들의 책을 만들어온 김학원(47) 휴머니스트 대표의 책 편집에 대한 '자전적 이론서'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새길, 푸른숲 등의 출판사 편집자로, 그리고 자신이 설립한 휴머니스트 출판사의 대표로 700여권의 책을 만들었다. 그 동안 오마이뉴스 이사, 미국 컬럼비아대 동아시아연구소 초청연구원 등 여러 직함을 거쳤지만 스스로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일관되게 정의한다.


그에 따르면 책을 만드는 국내 편집자는 대략 10만명 이상이다. 이런데도 정작 이들이 참고할 교과서 같은 책은 없었다. 미국에서는 <시카고 매뉴얼>이, 일본에서는 <일본 편집 매뉴얼>이 기본서 역할을 했지만 국내 출판인들의 책은 회고록 류의 경험을 쓴 책들만 많았지 정작 출판 실무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드물었다.


김 대표는 그런 생각에서 1990년대 중반 일종의 출판 편집 매뉴얼을 만들었다. '어느 출판편집자의 노트북'이라는 가제를 단 120페이지짜리 이 인쇄뭉치는 편집자들 사이에서 떠돌다 한 대학의 수업 교재가 되기도 했다. <편집자란 무엇인가>는 이를 정리하고 70여권의 국내외 서적을 참고해 살을 붙인 결과물이다. 편집자의 기본 소양과 전문적인 편집 기능을 동시에 일러주며, 저자와 편집자가 직접 만나 일하는 독특한 국내 상황에 맞춰 서술했다.


김 대표는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55명의 편집자들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싣기도 했다. 그는 그들에게 편집 경험에 관한 8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그 질문들을 그에게 다시 물어봤다. 그는 "뛰어난 편집자는 원고와 저자에 대한 안목이 타인과 차별성을 가질 만큼 수준 있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저자에 대해선 "원고도 좋고, 사람도 좋은 경우가 최고"라며 "진중권 이진경씨, <살아있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등의 저자 김육훈씨 등 모두가 훌륭한 파트너였다"고 말했다.


그는 "편집자를 할 거라면 50년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30대에 명 편집자가 되는 경우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정도로 연륜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3~6년 내에 1,000명의 저자들과 100명의 편집인들을 데리고 각 부문별 교양서적을 내는 것이 꿈"이라는 그는 "다수가 소통하는 소셜 미디어 시대에 편집자는 지식과 서사의 재창조자로서의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경 기자

한국일보 기사입력 2009-08-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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