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이름은 무엇인가?

ㅡ끊임없는 재해석으로 책을 포장하는 펭귄 (및 기타) 출판사에 감사하며 



이 책의 제목을 표지 이미지만 보고 맞출 수 있다면 당신은 책을 사랑하는 즐거운 독자임에 틀림없다. 해리 포터 느낌의 일러스트이지만 잘 살펴보면 책의 모티프가 꼼꼼히 들어가 있어, 제목을 유추하기가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뒷면의 일러스트까지 이어서 보면, 책의 주제마저 연상된다.) 현대적 느낌의 그림이 고전의 제목을 떠올리는 데 방해가 된다면 될까나. 한번 읽어 보고 싶지 않은가, '죄와 벌'마저. 

 

서점에 나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펭귄의 시도는 정말 부단하고 성실하고 새롭다. 그래서 놀랍다. 뻔한 고전을 새롭게 해석한 시리즈와 장정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다시 짚어들고 싶게끔 만든다. 펭귄 시리즈는 아니지만, 최근 눈에 띈, '빈티지 시리즈' 중 헤밍웨이 편을 보자. 아마존 사진으로 대신한다. 





판형과 내지 편집, 서체는 크게 바뀌지 않지만, 새로운 컨셉으로 작품을 재해석하고 포장해서 내놓는 이들의 성실함과 능력은 높이 사줘야 마땅하다. 

 

두 가지 덧붙이면, 


위의 사진 배경으로 살짝 보이듯이, 토마스 핀천의 <중력의 무지게>가 매대에 올라 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와 핀천, 업다이크, 헤밍웨이가 나란히 소개된다. 반드시 신간이어서가 아니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책을 북경 서점에서 종종 발견하곤 한다. 영서 매대, 중서 매대 모두에서. 


주제 사라마구의 <카인>을 보았다. 국내서 표지를 먼저 보고 오늘 영서 표지를 보았는데, 느낌이 사뭇 달라 눈에 쏙 들어왔다. 영서(역시 번역서)는 국역서에 비해 편안하고 위트 있고 아름다워 보인다. 국내서는, 어차피 사라마구의 책이기에 팔리기는 하겠고 그 주제 또한 가볍지 않기에 이런 해석을 내렸겠지만, 너무 진지하고 무겁다.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산뜻하게 전하는 방법도 궁구해야 하지 않을까. ㅡ2016.3.4.Beij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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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04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펭귄 북스는 표지가 좋아서 장식용으로 보관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

주안이아빠 2016-03-04 20:20   좋아요 0 | URL
맞아요. 펭귄 책 만한 장식도 없지요.^^
 


아버지는 쉰다섯 해를 살다 가셨다. 요즘 평균 수명과 견주지 않더라도 턱없이 짧은 생이다. 십일 년 후면 나도 그 나이다. 손을 본다. 노트북 자판 위에 올려진 손은 청년의 손은 아니지만 아직 노년과는 거리가 멀다. 십 년 후면 주름이 지고 피부가 건조해 있을 테지만 생명력은 여전할 터. 그러한 손과 몸을 가지고, 잔여 에너지가 절반 남짓 남았을 때에 가신 것이다. 십 년 후... 그때 이별한다면, 너무 이르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너는 나를 보낼 수 있을까? 나는 너를 떠날 수 있을까? 준비가 되어 있을까? 십 년 후든, 이십 년 후든, 혹은 삼십 년 후라도 준비가 안 되어 있을 듯싶다. 하여 십 년이든, 일 년이든, 혹은 한 주 후가 되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겠다. ㅡ2016.2.22.Beij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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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이 보라고 책을 두 권 샀다.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마시게 할 수는 없다 했지만, <블랙 뷰티>는 원체 주안이가 좋아하는 책이자 축약본으로 여러 차례 읽은 터라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보면 무난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바라 본다. 읽기를 마치면 근사한 선물을 줘야겠다). 


펭귄 '시그넷 클래식'은 중고생들이 즐겁게 볼 만한 책들을 알차게 선별해 놓았다. 그렇지만 세련된 디자인과 장정으로 인해 독자층이 청소년에 한정되지 않는다. (나도 보고 싶건만, 내게 없는 것은 시간이다.) 우리 출판계에 세계문학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그 토양 위에 새롭고 신선한 기획의 세계문학, 클래식 출판이 이어지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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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2-02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억지로 학원 보내서 영어 공부를 시키는 방식보다는 영문 소설을 읽게 하는 방식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주안이아빠 2016-01-09 12:22   좋아요 0 | URL
영어 책 읽게 하는 것도 때론 부모의 욕심이고 아이한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즐기게 해 줘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 일이더군요. 부모의 지혜가 필요한 지점입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를 통해서 본 중국 출판 문화의 저력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는 벨라루스(<체르노빌의 봄>의 배경인)라는 자그마한 동유럽 국가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에게 돌아갔다. 이미 뉴스를 통해 전해들은 것처럼, 그의 작품은 일반 문학이 아닌 고발 형식의 기사라 할 수 있는 르포이다(조지 오웰의 르포 문학을 더불이 읽어 보면 좋겠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의 경계와 지평을 좁게 제단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물음을 다시 던진 선정 및 수상이었다.  


중국 서점에 나가 보니, 알렉시예비치의 책 대부분이 번역되어 매대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번역 출판 문화를 볼 때마다 깜짝 놀랄 때가 많은데, 한국에서도 내기 어려운 책, 과연 팔리겠나 싶은 교양인문 서적이 다수 신간 매대에 등장한다. 알렉시예비치의 책이 국내에 겨우 두 종 번역되어 있는 반면, 중국 서점 매대에만 올라온 게 네 권이다. 최근 번역되었는지 기존부터 소개되었던 책인지 모르나, 어느 쪽이든 대단하지 않은가. 쥐뿔도 모르면서, 은연중 중국의 문화 저력을 무시하고 있지 않았나 반성한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디자인 감각이 상당하는 점이다. 우리네 번역서와 곁에 놓고 보면 느낌이 사뭇 다르다. 한국 번역서의 표지가 독자의 감성과 사회적 파토스에 호소하는 듯하다면, 중국 번역서의 표지는 조금 더 텍스트에 집중하면서도 독자를 꼬시려 하기보다는 진중하게 유혹한다는 느낌이다. 한중 양국의 출판사가 선택한 저자의 사진 또한 그 느낌과 교감의 지점이 다르다. 


향후 짧게나마 중국 서점 이야기를 이어가 볼까. 

ㅡ북경, Beijing 201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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