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사랑하는 사람
통장은 다다익선이라~ ‘월급의 80%는 무조건 저축’을 슬로건으로 삼는 저축 지상주의자. 주택청약부금·근로자우대저축 등을 포함해 적금 통장만 대여섯 개가 넘는다. 알뜰살뜰 개미처럼 모으는 것까지는 좋은데, 무리한 적금액을 감당 못하는 게 문제. 월급날 일주일 전쯤, 비싼 이자 물어가며 현금서비스를 받는 어이없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도시락 인생 부지런한 사람들, 한 끼에 5천~6천원 하는 밥값이 눈물 나게 아까운 나머지, 점심 식사는 사내 휴게실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뭐, 돈 안 들이고 정갈한 식사를 즐기는 것까지는 좋은데, 아침마다 밥 하랴 반찬 챙기랴 몸이 고되다. 가방에서 솔솔 풍기는 김치 냄새 때문에 자꾸 옆 사람 눈치를 보게 되는 것도 피곤한 노릇.

샘플 로션 마니아 그가 애용하는 화장품은, 동네 화장품 가게에서 한 움큼씩 집어 온 샘플 로션과 스킨. 샘플까지 피부 타입에 따라 선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무 거나 발라도 끄덕없는 ‘저렴한’(?) 피부의 소유자가 아닌 한 트러블도 잦을 수밖에.

달밤에 체조하세 한 푼이 아까운 사람에게, 헬스 클럽이나 요가 스튜디오란 가당치 않은 소리. 돈 안 들이고도 얼마든지 운동은 가능하다. 무릎 늘어난 트레이닝 바지에 낡은 운동화 꿰차고 으슥한 밤길을 뛰어다니는 그녀. 모양새는 영 별로지만, 아껴야 잘산다는 굳은 신념 하나로 꿋꿋하게 버텨 낸다.

외출이 무서워 그들에게, 친구나 지인과의 약속은 즐거움이 아니라 공포다. 한번 외출할 때마다 깨지는 밥값·술값·커피값과 교통비를 생각하면 현기증이 일어나는 사람들. 그러니 약속이 생길 만하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것도 당연지사. ‘집에 있는 게 곧 절약’이라는 인생관의 소유자니 말이다.

아이 쇼핑도 죄 ‘견물생심’이라는 사자 성어를 가슴 깊이 새긴 그에게, 아이 쇼핑은 시한폭탄만큼이나 위험한 도발 행위로 간주된다. 백화점에서 하릴없이 거닐거나 홈쇼핑 채널을 5분 이상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죄의식을 느낄 정도. 충동 구매를 저지르고 후회하는 일은 여간해서 일어나지 않지만, 갈수록 센스가 퇴화되는 현상도 막을 길이 없다.

싸면 된다 물건을 구입하는 데에서 절대적 기준은 ‘싼 것’. 보여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시장제 1천원짜리 면 팬티를 즐겨 입고, 출퇴근용 정장의 대부분은 도산한 의류 회사에서 90% 세일가로 구입한 제품이다. 문제는 싼 물건에 대한 애정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 필요없는 아이템도 그저 싸다는 이유만으로 집어 드니, 큰돈 아껴 푼돈으로 흘려보내는 격이다.

돈 안 들이고 연애할래 비싼 레스토랑에서 모처럼 기분 한번 내보자는 남친을 말려 기어이 분식집으로 끌고 가는 그녀. 남친의 주머니 사정을 염려해주는 마음은 갸륵하지만, 왠지 애인이라기보다는 고향집에서 올라온 억척스러운 어머니 같다. 여자가 도대체 무드라고는 없다고 투덜거리는 남친을 보며 그녀가 던지는 한마디. “무드가 밥 먹여주냐?”


돈이 사랑하는 사람
돈 버는 법을 배우리 뻔한 월급, 아무리 기를 쓰고 저축한다 한들 손에 쥘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다. 돈이 사랑하는 사람은, 좀 더 적극적인 재테크에 눈길을 돌린다. 부동산 정보에도 밝고, 향후 유망 산업에 대해 늘 촉각을 곤두세운다. 정보 수집력, 재빠른 두뇌 회전력, 그리고 시기 적절한 순간 자신의 삶을 통째로 내걸 수 있을 만큼의 배짱 또한 갖추고 있다.

시간이 돈이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21세기엔,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것도 능력이다. 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하철과 버스를 번갈아 갈아타느라 길거리에서 시간과 체력을 소모하는 동안, 돈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택시 뒷자리에 앉아 업무 한 건을 더 처리한다. 그 편이 효율적이기 때문. 큰 돈을 벌기 위해 드는 작은 돈을, 그들은 아깝게 생각지 않는다.

나에겐 아끼지 않으리 업그레이드된 자기 자신이 곧 재산이라고 믿는 그들. 운전면허 취득, 영어 학원 등록, 하다못해 골프 레슨에 이르기까지, 필요하다 판단되면 과감하게 지출한다. 언젠가는 몇 배 더 큰 가치로 되돌아올 것임을 알고 있으므로.

미모는 나의 힘 돈이 사랑하는 그녀들은 미모를 가꾸는 데 소홀함이 없다. 정기적으로 스킨케어도 받고, 헤어 트리트먼트나 체형 관리에도 늘 신경을 쓴다. 현대 사회에서, 세련되고 단정한 외모는 강력한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영리한 사람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 비즈니스 파트너로서든, 연애 상대로든, 미모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사람이 곧 재산 돈이 사랑하는 그들은 사람을 좋아한다. 점심에도 늘 약속이 있고, 누군가를 만나지 않고 집에 들어가는 날은 일 년에 다섯 손가락을 꼽을 정도. 그리고 인맥은 어느덧 밥줄로 연결된다. 사람 만나는 횟수에 비례해 새로운 기회도 자주 생기고, 하다못해 아르바이트 거리라도 들어오니 말이다. 여차하면 회사에 사표를 내도 먹고 살 걱정은 없다.

트렌드를 읽는다 쇼핑을 즐기든, 문화 생활에 탐닉하든 간에, 무엇이든 많이 보고 많이 느끼자는 사람들. 트렌드를 읽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건 그 때문이다. 트렌드를 읽을 줄 아니 히트 아이템을 파악하는 능력 또한 자연스레 갖추게 된다. 온라인 쇼핑몰을 열든 플라워 숍을 오픈하든 남들과 같은 업종에 뛰어들어도 성공률은 두 배로 높아진다.

필요한 것만 산다 필요한가, 아닌가. 돈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진 쇼핑의 기준이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명품이라도 과감히 구입하지만,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싸다는 이유로 덥석 사버리지는 않는다. 목돈에 벌벌 떨 만큼 간이 작진 않지만, 푼돈을 흘리고 다닐 만큼 칠칠맞지도 않다. 쇼핑에서, 그들은 상당히 냉정한 편이다.

궁상맞은 연애는 싫어 상대 덕에 잘 먹고 잘살아보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궁상맞은 데이트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그들. 가끔 라면을 먹는 건 신선하지만, 라면만 먹어야 하는 연애는 사절. 웬만큼 경제력이 받쳐주는 남자가 아니라면 데이트 자체가 성립되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가난한 남자와 결혼해 반찬값 아껴가며 살 확률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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