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말 어린이들이 볼 책인가요?”
요즘 서점가 어린이 책 코너에 ‘오렌지 프러포즈’ㆍ‘깜찍이 천생연분’ㆍ‘남친을 사로잡는 바디 파일’ㆍ‘난 너무 아름다운 걸’ㆍ‘나 예뻐?!’ㆍ‘예쁜 걸이 되는 법’ 등 ‘야릇한 어린이 책’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선보인 이런 도서는 줄잡아 20여 권이나 되며, 책의 표지는 물론 실린 내용도 낯 뜨거울 정도로 선정적이고 조잡하기가 이를 데 없다.
거의 모두 만화로 엮어진 이런 책들 가운데 ‘남친을~’의 경우, 예뻐지는 목욕법ㆍ경락 마사지ㆍ액세서리로 2 cm 커 보이는 코디 등 대학생이나 관심을 가질 내용들로 대부분 채워져 있다.
여기에다 옷을 거의 입지 않는 모델들의 모습도 적잖이 나와 독자의 얼굴을 붉히게 하고 있다.
‘난 너무~’와 ‘예쁜 걸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얼짱(얼굴 예쁜 사람)의 러브 비결, 맛있게 먹으면서 다이어트 하는 법, 얼굴 작아 보이는 법, 체형에 따른 미니스커트 입는 법 등 90 % 이상이 온통 외모 가꾸기에 관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또 ‘예쁜 걸~’은 피부가 탱탱해지는 세안법을, ‘깜찍이~’는 남녀의 사랑 싸움 이야기 등을 다루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 책 대부분이 사은품 관련 선전 문구를 표지에 나타내, 책 값의 20~40 % 정도의 조잡한 물품들을 주며 구입을 부추기는 데 있다.
그 물품들도 문구 세트를 빼고는 문신 스티커ㆍ매니큐어ㆍ러브 빗과 거울 세트ㆍ러브 캘린더 등 어린이에게 그다지 필요 없는 것들이다.
23일 서울의 한 대형 서점에서 만난 김모(초등 6학년) 양은 “요즘에는 외모와 관련한 책을 친구들끼리 서로 돌려보면서 몸매에 신경 쓰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아동 도서 기획자인 이상배 씨는 “책에 끼어 있는 사은품 값이 비싸다는 건 역설적으로 책 내용이 부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학부모의 세심한 지도와 함께 어린이들도 이 같은 책을 사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황재성 기자 fotomeister@hk.co.kr/서원극 기자 wkse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