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잘 키우는 엄마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바로 먹을거리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조기교육 또한 바른 먹을거리 교육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아이를 건강하고 똑똑하게 키우는 먹을거리 교육은 무엇일까? 아기밥을 만드는 소아과 의사 고시환 선생의 현명한 아이 밥상 제안.

아이가 잘 먹지 않으면 엄마들은 안절부절못하며 어떻게든 밥을 먹이려 애쓴다. 하지만 억지로 밥을 먹이면 반발심만 생긴다. 아이가 식사를 거부하면 밥상을 치우는 게 낫다. 또 밥을 먹지 않고 나중에 간식을 요구하면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가 밥 자체가 아니라 특정 음식 한두 가지에 거부감을 보일 때는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 때는 먼저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을 섞어 만들어준다. 아이들이 호감을 갖도록 조리법을 달리하는 방법도 있다. 모양을 예쁘게 만든다든지, 아이가 좋아하는 그릇에 담는 것도 좋다. 또 싫어하는 재료가 보이지 않도록 조리를 해도 된다. 당근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당근을 갈아서 음식에 첨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기농 식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의 여건상 약 성분 하나 가미되지 않고 오염물질로부터 안전한 100% 유기농은 없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유기농 제품이란 그저 유기농에 가깝도록 노력을 기울인 제품이라고 받아들이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건강을 위해 친환경 식품을 찾게 되지만, 그 또한 얼마만큼 아이의 건강에 도움이 될까 따져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기농 식품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식품에 포함된 소량의 잔여 살충제가 건강을 해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으며, 이 같은 식품을 피한다고 더 건강해진다는 증거도 없다. 오히려 일부 학자들은 적정한 약품 처리가 안 된 식품에서 옮는 박테리아의 유해성이 더욱 확실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농산물의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대장균이며, 이는 유기농의 주거름 재료인 가축의 분뇨가 은신처다.

현실적으로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유기농 식품을 찾는 노력 대신 한 번 물에 헹구던 것을 두세 번 씻어내고, 재료를 구입할 때는 한 번에 먹을 양만큼만 구입해서 신선도를 최대한 살린다. 야채나 과일에 묻은 약품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흡수 정도가 커지므로 구입한 재료를 냉장고에 넣기 전에 깨끗이 손질하자. 또한 식품 안에 든 유해균을 없애기 위해서는 번거롭더라도 음식을 제대로 익혀 먹이는 것이 좋다.

몸에 좋은 것이라면 무조건 아이에게 먹이려 드는 엄마들이 많다. 다른 아이보다 키가 작다고 해서 성장환을 먹이고, 머리가 좋아진다며 총명탕을 먹이고, 철에 맞춰 보약까지 먹인다. 과연 이런 약들이 아이에게 좋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먹이지 않는 것이 백번 낫다. 키가 커지는 방법은 고른 영양소 섭취와 적당한 운동밖에 없다. 또한 두뇌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영양소의 고른 섭취와 뇌에 대한 자극이 중요하다.

보약은 콩팥이나 간 기능이 미숙한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보약의 효능에 대해 정확히 검증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지 몸에 좋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먹이는 것은 아이를 실험용 쥐로 만드는 셈이다. 영양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몸에 좋은 것이니 먹어서 나쁠 건 없다’는 생각으로 전문적인 처방이 아닌 상업광고만 믿고 선택하는 것은 잘못이다. 진단 없이 복용하는 영양제는 오히려 아이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아이에게 영양제를 먹이고 싶다면 아이의 영양 상태를 먼저 파악하고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처방에 따라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보다 먼저, 가공의 영양제보다는 천연의 제철 식품이 양질의 영양소를 제공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아침은 어른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아침을 안 먹을 경우 우리 몸은 오전 10~11시경 저혈당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몸에 에너지원이 없으니 당연히 몸의 활동량이 줄어들고 뇌의 활동량도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아이의 경우 그 결과가 더욱 심각해 저혈당에 빠지는 그 순간에 주의력이 떨어지고, 공복감으로 인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또 아침을 거르는 아이들은 소아 비만이나 소아 고혈압, 소아 당뇨 등의 발병률이 현저히 높다.

아이들에게 아침은 반드시 먹여야 한다. 아침을 굶는 것보다는 우유나 야채즙이라도 먹는 것이 백번 낫다. 하지만 우유나 야채즙보다는 빵이 낫고 빵보다는 밥과 국이 낫다. 왜냐하면 밥과 국, 반찬으로 이루어진 식단만이 성장기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고, 씹는 행위를 통해 신체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성 면에서도 수입산 밀가루와 설탕, 버터, 소금 범벅인 빵보다는 밥과 국을 이용한 전통 식단이 더욱 안전하다. 아침을 잘 먹지 않는 아이라면, 오후 10시 이전에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습관이 바뀌면 아침밥은 저절로 잘 먹게 된다.

아이의 간식은 어른처럼 단순한 군것질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간식의 종류와 양도 세 끼 식사와 관련해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시중에서 판매하는 과자류나 빵, 음료수, 껌, 초콜릿, 스낵 등은 처음부터 입맛이 들지 않도록 신경 쓰고, 가급적 엄마가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아이가 원하는 간식을 사줄 때에도 최대한 영양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피자는 야채샐러드와 우유를 함께 주고, 프라이드치킨은 삶은 감자 등의 야채와 과일을 함께 준다. 라면이나 국수, 떡볶이 등에는 조리 시 달걀, 파, 당근, 버섯 등을 넣어 부족한 무기질과 비타민을 보충해주도록 한다.

또 하나, 간식을 먹일 때 중요한 것은 시간과 양을 정확히 지키는 것이다. 식사시간과 마찬가지로 간식시간도 정확히 지키고, 아이가 더 먹겠다고 해도 일정 분량 이상은 주지 말아야 한다. 1~3세는 오전 10시경과 오후 2시경으로 두 번, 4세 이상은 오후 3시경에 한 번만 주고, 어떤 경우라도 다음 식사 때 식욕이나 섭취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준다.

값비싼 외국 과일이나 계절을 초월한 음식은 아무리 먹음직스러워도 일단 자제할 필요가 있다. 겨울에 먹는 딸기, 봄에 먹는 포도, 여름에 먹는 귤…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냉동 수입된 생선류, 온갖 채소와 나물 등은 아이 몸에 들어갔을 때 원래의 효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철이 아닌 때 나오기 위해 첨가되었을 온갖 화학 물질이 아이 몸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따져봐야 한다. 아이가 똑똑하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면, 아이가 매일 먹는 음식들부터 살펴야 한다. 성장식은 특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로, 철에 맞춰서, 첨가물이 없는 것으로, 소화가 잘 되는 방식부터 시작해서 보통 식사에 가깝게 주는 음식이 가장 이상적인 성장식이다.

가족끼리 외식을 하기로 결정하면, 주말을 이용해 먹을거리 여행을 떠나보자. 특히 지방에서 열리는 5일장은, 역사나 문화 등 그 지역의 일반적인 지식은 물론 그곳을 대표하는 먹을거리에 대해 하루 종일 탐방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렇게 외식을 통해 아이에게 먹을거리 교육을 시키다 보면 신선한 제철 음식을 아이들에게 마음껏 먹일 수 있는 것은 물론, 그 지역의 역사와 토속 음식에 대한 지식도 찾아보아야 하므로, 아이들에게는 일거양득의 공부가 된다. 집에서 아무리 먹는 문제로 아이들과 전쟁을 벌여도, 한 번의 산 체험이 아이에게는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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