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코드≫ 팔린 만큼 의혹도 커진다
[이코노믹리뷰 2005-01-17 08:36]
해가 바뀌어도 다빈치 신드롬이 식지 않고 있다. 전 세계 40개 언어로 번역돼 1000만부가 넘게 팔렸지만 지금도 베스트셀러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다빈치 코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종교 단체의 수장으로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등 명화 속에 인류의 비밀을 숨겨 놓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실제 삶과 가상의 삶이 뒤섞이고 그가 그린 명화에 대한 해설이 곁들여진다.

이렇게 픽션(fiction)과 팩트(fact)의 중간에 위치한 팩션(fact+fiction)이라 불리는 이 소설은 추리문학계의 새로운 장르로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의 진실을 둘러싼 뜨거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 또한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배합해 놓은 소설장르 때문이다.

이 화제작의 저자 댄 브라운은 데뷔한 지 채 10년도 되지 않는 소설 작가다. 이제 겨우 3권의 책을 냈을 뿐인 신출내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설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 언론들의 그에 대한 평가는 극찬에 가깝다.

소설적 상상력이 얼마나 방대할 수 있는지,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작가라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댄 브라운. 그래서 세계 언론은 그를 소설계의 빅뱅이라고 부른다.

그는 전직 영어교사였고, 한때 지능지수 148 이상의 천재들 모임이라는 멘사(Mensa)의 회원이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작사가와 피아니스트,가수 등으로 활동했고 이후 유럽으로 건너가 음악활동을 하며 미술사를 공부하기도 했을 만큼 인문학과 예술 등의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다.

《다빈치 코드》에서 전개되는 치밀한 암호풀이, 종교와 미술에 대한 작가의 해박함은 이 같은 인문학적, 예술적 지식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림이나 유적 등을 통해 과거 미스터리를 풀어 나가는 내용이 주를 이루며, 도상학(성서연구), 기호학, 암호 해독학이라는 흥미로운 분야에 관한 이야기들이 그 맛을 더한다.

이러한 요소로 인해 독자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책은 현대의 베스트셀러가 갖추어야 할 모든 조건을 타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현대인의 욕구와 스릴을 원하는 그들의 감각을 제대로 파악하여, 인문학적 호기심과 추리소설의 전유물인 팽팽한 긴장감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빈치 코드는 열풍을 일으키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다빈치 코드》에 등장하는 단체가 실존하는 교파이며 역사상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은 독자들을 이 책으로 깊이 끌어들이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실존하는 가톨릭 교파인 오푸스 데이에 관한 이야기나 프리메이슨에 관한 진실, 시온 수도회의 수장들로 거론되고 있는, 아이작 뉴턴, 보티첼리, 빅토르 위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을 만나는 일은 이 소설에 흥미 이상의 것을 부여한다.

인류의 비밀, 전 세계의 가톨릭에 대한 믿음을 정면으로 뒤집는 발상과 저자 자신이 묘사한 예술 작품, 건물, 비밀 종교의식들에 대해 사실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자신감은 이 소설을 읽는 사람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고 여기에서부터 끊임없는 논란은 시작된다.

저자가 사실이라고 말하는 소설적 요소들이 과연 팩트냐 픽션이냐 하는 논란이 심화되면서, 최근 《다빈치 코드》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과 그림 작품을 설명하는 해설서, 이 책을 둘러싼 여러 가설을 입증하는 소설과 역사서들이 잇달아 나오며 인기를 끌고 있다. 댄 브라운의 소설에 힘입어 부수적인 서적들이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현상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혼란스러워하며 끊임없이 자문하고 생각해야 한다. 댄 브라운이 파놓은 덫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좀 더 쉽게 덫을 피해 가려면 다빈치 코드를 설명하고 있는 수많은 책들을 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두 권의 책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한 권을 읽고 나면 곧바로 다른 한 권을 집어들 수밖에 없게 만드는 《다빈치 코드》.

그러나 갑자기 몰아닥친 다빈치 열풍에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책의 매력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 한 가지, 바로 소설과 사실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것 때문이다.

《다빈치 코드》에 의하면 기독교라는 종교는 인간들이 만들어 낸 불완전한 것이며 성서 또한 인간들에 의해 변질되어 원래의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그 사이에서 분파되어 나온 여러 종교들과 그들간의 알력다툼에 대한 묘사는 가톨릭 교인이 보기에는 지나치리만큼 왜곡돼 있다. 물론 댄 브라운은 소설을 쓴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실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소설과 사실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 근본적인 문제로, 이야기 진위여부에 관한 오해를 사고 있는 부분이다.

《다빈치 코드》가 발간된 후, 가톨릭 종교계에서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다빈치 코드》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기도 했을 만큼 이 책은 어느 정도의 과장과 그럴 듯한 거짓이 혼합된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또한 실제 독자들은 《다빈치 코드》를 대하면서 댄 브라운의 거짓이 가미된 줄거리를 진실이라 믿고, 이에 소설 밖 세상에서조차 그것이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혼란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필자는 《다빈치 코드》는 사실을 가미한 추리소설, 교양소설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 책은 어느 정도의 역사적 사실과, 예술적 관점과, 인문학적 소양을 내포하고는 있지만 결국 그것들을 기초로 만들어진 허구의 세계일 뿐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 소설은 결코 사실이 될 수 없음을 인지해 두고 이 책을 읽는다면 적어도 지금까지는 접할 수 없었던 떨림과 스릴을 맛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빈치 코드》는 미국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로도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종교계의 우려와 독자들의 혼란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댄 브라운의 열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5년의 시작을 새로운 정보와 더불어 흥미까지 제공하는 댄 브라운의 교양추리소설과 함께 해 보는 것은 어떤가.

댄 브라운의 책을 집어든 순간, 당신은 어디에서도 검색할 수 없는 해박한 지식과 정보들을 접하게 될 것이며, 그 속에서 댄 브라운이 숨겨놓은 수수께끼의 진실과 마주하게 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원희 기자(vicwan@ermedia.ne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