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이 꽃보다 아름다워...
[오마이뉴스 2005-01-13 17:35]
[오마이뉴스 김연옥 기자]시인 안도현은 손때를 묻힌 사람의 간절함이 묻어 있어 손때 묻은 물건들이 아름답다고 했다. 헌책방 '영록서점'의 주인 박희찬씨는 여전히 헌책을 찾는 마니아들이 있는 것은 사람의 혼이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했다.

경남 마산시 석전시장 안에 있는 헌책방 '영록서점'. 먹는 장사가 많은 곳에서 읽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허름한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지만 일단 책방 안에 들어서면 100여 평이 되는 공간으로 상당히 넓다. 그래도 박희찬씨가 소장하고 있는 140여만 권이나 되는 책을 다 둘 수가 없어 창원시 북면에 있는 창고에 넣어 두고 40만 권 정도만 이곳에 있다.

▲ 헌책방 <영록서점>의 주인 박희찬씨
ⓒ2005 김연옥

반듯한 책꽂이에 가지런히 놓여 제대로 대접받는 책들이 있는가 하면, 끈으로 묶인 채 무더기로 쌓여 있어 그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건져 볼 엄두조차 내기 힘든 책들도 있고, 책꽂이 사이 사이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어 그렇지는 않겠지만 찬 밥 신세처럼 보이기도 하는 책들도 있다.

헌책과 인연을 맺은 지 올해 34년 째로 접어든 박희찬씨의 세월 만큼이나 그의 단골 손님들도 많다. 15년 단골인 김해인(86) 할아버지는 요즘에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들르신다고 한다. 이승기(67·한국장서가협회 이사)씨도 16년 단골로 한 번씩 소주도 같이 하고 이사할 때면 들기 좋게 책을 묶어 주러 가기도 했다고 한다.

인터넷 헌책방으로 씩씩하게 달린다

▲ 인터넷 헌책방으로도 자리 잡은 지 2년이 넘었다.
ⓒ2005 김연옥

헌책방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열게 된 인터넷 중고서적 전문점(www.younglock.com). 벌써 2년이 넘었는데 회원 수가 3천여 명에 이른다. 현재 영록서점의 손님들 가운데 95퍼센트가 서울과 경기도에 거주한다 하니 인터넷 헌책방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고객은 30~ 40대. 그들은 문예지나 동인지 창간호를 찾거나 특히 철학, 사상, 사회과학, 문학, 역사와 예술 분야로 시중 서점에서 구하기 힘든 초판이나 판이 끊긴 헌책들을 찾기도 한다. 무협지, 추리소설, 만화, 교과서 등 옛날 책들을 모으는 마니아들도 적지 않고 논문을 써야 한다고 토지매매 계약서에 관한 옛자료를 얻을 수 있을까 하며 도움을 청하는 손님도 있다.

박희찬씨 또한 엄청난 수집가이다. LP(7만 장), 비디오(8천 개), 고서화, 족보, 영화 포스터 등 다양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LP 판을 찾는 손님들이 요즘 많다며 턴테이블 위에 LP 레코드판을 올려 흘러간 중국노래를 틀어 주었다.

헌책이 꽃보다 더 아름답게 다가오다

가난해서 시작한 책장사.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그는 길거리에서 책을 쭉 펴놓고 파는 걸 보고 자신도 그런 장사를 하고 싶었단다. 고물상에게서 헌책들을 구입하여 리어카에 싣고 되팔기도 했고, 아파트 단지마다 돌면서 헌책을 얻어 다니기도 했다. 몸은 고달팠지만 그래도 노력한 만큼 장사가 되었단다.

언젠가 '헌책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제목으로 수필집을 펴내는 꿈을 안고 있는 남자, 박희찬씨. 20여년 전 부산에서 자그마한 서점을 하고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어떤 스님이 이 다음 큰 서점을 벌이면 상호로 하라고 지어준 이름이 바로 '영록'이었다고. 아름드리 나무 아래 그늘이 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여러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책이 있는 편안한 공간 말이다. 영록이란 이름과 함께 살아온 지도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 책 그늘 아래 쉬었다 가는 공간, 영록서점
ⓒ2005 김연옥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월간 순수 문예지인 <현대문학>과 나이를 같이 먹어 간다는 박희찬씨는 <현대문학>이 창간이래 단 한 번도 결간 없이 오늘에 이르고 있음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자랑했다. 그러면서 숨겨둔 보물처럼 내놓는 <현대문학> 창간호. 오래되어 낡고 빛바랜, 그래서 더욱 더 값어치가 있어 보였다.

▲ 그는 1955년 1월에 첫선을 보인 <현대문학> 창간호를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2005 김연옥

헌책방을 즐겨 찾는 사람들은 마음이 느긋할 것 같고 묵은 책 냄새도 들꽃의 풋풋한 향기로 여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아마도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오랜 것의 깊은 맛을 아는 사람일 것이다. 작은 것도 아낄 줄 아는, 어쩌면 마음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김연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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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자 2005-01-16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책 좋지..세월의 흔적인 누런책은 좋고 많은 사람이 손을 거친 너덜너덜 한 책은 싫다..그게 바로 대여점 책들..으~~~ 책 보다가 코 딱지가 나왔을때 그 당혹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