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범행 이후 40년 이상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해온 미국의 연쇄살인범과 그를 잡기 위해 연대한 네티즌들간의 치열한 두뇌게임이 시작됐다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12월13일자)가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1970년대와 80년대 캔자스주 위치토 일대에서 8명을 연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범인이 무슨 의도에서인지 올해 들어 현지 지방지에 편지를 보내 자신의 신상을 드러낸 후 이 살인범을 잡기 위한 웹 사이트가 개설돼 활발한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묶고 고문하고 죽인다(Bind, Torture, Kill)'는 뜻으로 스스로를 `BTK'라 칭하는 이 범인은 지난 3월 위치토 지방지에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1939년생이며 아버지가 2차대전 때 숨졌고 자신도 군대에서 복무한 적이 있다고 구체적인 신상을 털어놨다.

`BTK'는 1974년 부부와 두 자녀 등 일가족 4명을 살해한 것을 시작으로 1977년까지 8명을 연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79년에도 63세의 한 여성을 살해하기 위해 그의 집에서 기다리다 지쳐 범행을 포기한 후 뒤늦게 이 여성에게 "오, 애너여, 왜 나타나지 않았는가"라는 내용의 시가 담긴 편지를 보내는 대담성을 보였다.

경찰이 위치토 지방지에 배달된 편지의 작성자를 범인으로 확신하는 이유는 연쇄살인 사건의 마지막 희생자로 추정되는 여성의 운전면허증 사본과 사체 사진까지 편지에 동봉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개월간 이 편지에 나온 범인의 신상을 비밀에 부쳐오다 결국 네티즌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의 제보에 의존하기로 하고 지난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BTK'를 잡기 위해 인터넷 공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사람은 올해 37세로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톰 보이트씨. 그가 개설한 웹사이트 게시판과 채팅 룸에는 미국은 물론 멀게는 영국 런던이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도 네티즌들이 사건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제보나 이론들을 봇물터진 듯 쏟아내고 있다.

위치토에서 한 남성이 이 사건과 관련없는 주택 법규 위반으로 경찰에 체포된 것이 연쇄살인범 체포로 와전된 후 보이트씨의 웹사이트 클릭 수는 100만회에 달하기도 했다.

보이트씨에게 쏟아지는 온라인 제보 가운데는 그럴듯한 이론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로조바르'라는 ID를 쓰는 네티즌은 "범인이 1939년생이라면 당시 태어난 남자 아기 이름 가운데 상위 5번째 안에 속하는 이름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네티즌들로부터 쏟아지는 엄청난 제보가 수사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지적도 없지 않다. 노먼 윌리엄스 위치토 경찰서장은 "물밀듯이 밀려오는 제보로 인해 수사의 집중력이 상실되고 있다"고 푸념했다.

뉴스위크는 그러나 지난 30여년간 범인의 신상정보를 비밀로 유지하면서도 그를 잡는데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경찰이 그에 관한 정보를 공개했다는 사실 자체가 네티즌들의 제보를 기대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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