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드라마 '로스트' 한국 남성상 왜곡 논란
보수적으로 과장된 캐릭터를 韓人 전형으로 묘사


[조선일보 인턴 기자]
“당신이 사는 이라크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사는 미국에서는 한국사람은 흑인을 싫어한다.”
무인도에 불시착한 14명의 남녀 이야기를 다룬 미국 ABC방송의 인기 드라마 ‘로스트’에서 나온 대사이다. 영화 ‘쉬리’로 유명세를 얻은 배우 김윤진씨가 출연,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이 드라마 속 한국인의 모습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다는 지적이다. 극 중에서 선(김윤진)의 남편으로 나오는 진(데니얼 대 김)의 이상한 행동들이 마치 미국 시청자들에게 보편적인 한국 남자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극 중에서 영어를 전혀 못하는 한국 남자인 진은 극도로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이다. 진의 모습을 본 대다수 한국 시청자들은 ‘저런 말도 안되는 남자가 요즘 어디 있어’라고 거부감을 느낄 정도. 극중에서 아내에게 다른 외국인 생존자가 말을 걸자 진은 맨 윗 단추가 풀어진 아내의 가디건을 가리키며, 단추를 잠그라고 소리를 지른다. 아내가 더운 무인도에서 민소매 티를 입고 있자, 진은 옷이 너무 야하다며 나무라는 식이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으로 설정된 진은 극 중 아무에게나 한국말로 말을 하고 욕을 한다. 뿐만 아니라 진은 다른 생존자들과 어울리려고 하지도 않고 수시로 아내에게 ‘저런 사람들을 믿을 수 없다’며 다른 사람을 경계하고 피한다.
한국계 배우가 한국어로 연기하는 이런 장면들을 보고 미국 시청자들은 드라마 인터넷게시판에 ‘그 한국인은 정신병자 같다’는 식의 글을 올리고 있다. ‘가장 먼저 죽었을 것 같은 사람’과 ‘가장 싫어하는 캐릭터’를 묻는 게시판의 질문에서 진은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름이다.
‘Lyrkalas’라는 아이디를 쓴 한 시청자는 ABC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진을 피하고 싶다. 진은 주변의 사람들과 대화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상황을 좋게 만들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요즘 세상에는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사람”이라고 썼다.
아이디 ‘Katzie85’ 시청자는 “진은 자신의 부인을 통제하고 못살게 군다. 사회부적응자나 정신병자 같다”는 글을 남겼다. ‘NanerMB12’라는 아이디의 시청자는 “아시아의 한 나라에 잠깐 살았는데, 그곳에서는 여성을 간접 시민처럼 취급했던 것 같다. 진의 행동은 그 세계에서 당연할 것”이라는 의견을 남기기도 하였다.
로스트를 첫 회부터 빠지지 않고 봤다는 송주영(22)씨는 기자와 만나 “많은 미국인들이 즐겨 보는 드라마인 만큼 한국인이 좋은 캐릭터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제로 저런 한국 남자가 있을까 할 정도로 극중 성격이 과장되었다”고 말했다. 다른 시청자인 김동환(26)씨는 “미국인 친구가 나보고 실제 한국 남자들이 다 저러냐고 물어서 놀랐다. 전형적인 한국인처럼 묘사되는데 극 중에서 진의 성격만 그렇다는 특이한 이유가 더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원 인턴기자·성균관대4년·daisy0406@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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