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조명, 스피커에서 기세좋게 흘러나오는 최신 히트송, 알아보기 쉽게 붙여져 있는 가격표, 쇼핑객들을 위한 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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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젊은이들을 상대로 하는 패션스토어나 아웃렛 매장이 아니다. 일본 각지에 간판을 내걸고 있는 헌책방 체인 '북오프(Boof-Off.사진)'다. 어두침침하고 퀴퀴한 헌책방의 이미지를 철저히 깨부순 신개념의 헌책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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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오프가 내세우는 헌책 비즈니스의 핵심은 독특한 가격 시스템이다. 북오프의 가격에는 두번의 '무조건'이 있다. 처음 들어온 헌책은 3개월간 '무조건' 표시정가의 50%로 판매한다. 3개월이 지나도 팔리지 않으면 또 '무조건' 1백엔의 가격표를 붙여 점포 한켠의 '1백엔 코너'로 몰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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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명료한 가격 시스템은 헌책 구입에도 적용된다. 북오프는 개인들로부터 헌책을 사들이면서 책의 정가.내용.출간연도에 관계없이 책의 상태만 따진다. 깨끗하면 정가의 10%, 손때가 탔으면 권당 10~20엔, 커버가 떨어져 나갔거나 낙서가 들어 있으면 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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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본이냐 아니냐는 전혀 따지지 않는다. 희귀본을 발굴해내 비싸게 팔자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헌책방의 수익모델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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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익률이 낮은 것은 결코 아니다. 정가의 10% 이하로 사들여 정가의 50%로 판매하므로 1백엔으로 처분하는 책을 포함해도 매출액 대비 이익률은 무려 75%에 달한다. 이는 일본 수퍼마켓 평균 이익률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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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오프는 또 사들인 헌책을 그냥 팔지 않는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연마기를 사용해 새책처럼 다듬어 판매한다. 이 기계는 책의 표지와 가장자리를 살짝 갈아내 더덕더덕 붙어 있던 손때 자국이나 먼지를 벗겨낸다. 표지에는 전용 세제를 뿌려 광을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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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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