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천사의 눈을 가리고 가는 거야? 또 왜 저 흑인 소년은 불만에 찬 표정인 거야?"

"흠.. 그건 말이지. 저 천사에게 자신을 치료해주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하기 위해서야."

"왜?"

"저 천사는 고결해서 자존심도 강하거든. 근데 자신이 평소 내려다보던 생명들에게 도움을 받았다는걸 알게 되면 속상할 테니까."

"그럼 왜 흑인소년은 화가 난 표정이야?"

"소년은 그 사실을 알고 있거든. 눈을 가리게 한 신의 명령의 이유를.

그것이 천사를 배려하기 위함이란 것을. 그래서 소년은 자신의 존재를 알아줄 누군가가 필요한거야. 추락한 천사들을 도와주는 건 지상에 살고 있는 자신들이란 걸..
환한 광명도 아름다운 꽃들도 우아한 흰 날개도 갖고 있지 않지만 그 고결한 생명이 다쳤을때 도와주는 건 이름도 없고 더러워진 손과 얼굴에 자신들이란 걸 말하고 싶은 거란다.
하지만 신의 명령 때문에 그걸 말할 수는 없어서 조금은 화가 난 것이란다.

앞으로 니가 살아갈 세상도 이런 것이란다.
아름다움만이 선은 아니야. 너는 어두운 곳에 웅크리고 있는 선도 찾아내야 하는 거란다.
물론 눈이 가려진 넌 진실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아.

하지만 말야.
네가 세상살이에 추락해 버릴 때 너를 도와줄 투박한 손이 찾아온다면 넌 그 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단다.

세상엔 보이지 않는 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보지 않으려는 선들이 있을 뿐이니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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