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전화를 다시 걸어주지 않는 걸까. 어째서 늘 “글쎄…”라고 말꼬리를 흐리는 걸까. 다정하게 굴다가도 다음 날이면 찬바람 쌩~ 안면 몰수. 날 좋아하지 않는 걸까, 아님 그냥 튕기는 중?
♥ 남자의 잔머리라는 것
“남자들은 왜 튕기니?” 연애 칼럼을 쓸 때마다 숱한 남자들을 들볶아온 에디터, 이번에도 어김없이 휴대폰을 들었다. 수확이 영 신통찮다. “왜 튕겨?”라는 반문을 서른아홉 번째쯤 들었을 때, 그제야 깨닫는 바가 있었다. 남자의 잔머리란 오직 여자를 ‘꾀기’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잡힐 듯 잡힐 듯 아슬아슬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며 ‘몸값’과 ‘자존심’을 부풀리는 짓은 남자에게 별로 명예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역시 튕기는 건(일부의 ‘선수’를 제외한다면) 우리 여자들의 전유물이라는 것을.
♥ 그렇다면, 역시 날 싫어하는 걸까?
남자란 튕길 줄도 모르는 저능한 동물이라면, ‘쟤, 튕기는 거 아냐?’란 짐작은 여자의 착각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메신저로 말을 걸고, 미니 홈피 방명록을 도배질하고, 자기 전 꼬박꼬박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나를 전혀 마음에 안 두고 있을 수도 있다. 매몰차게 내치기 가여워서 가끔 따뜻한 눈빛을 보내준 것뿐일지도. 단지 수줍음이 많아서, 잘 안 될까 봐 겁나서, 또는 오래되지 않은 아픈 기억 때문에…라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뭐, 간혹 성질 못된 남자들 중에는 여자가 너무 튕기면 덩달아 튕긴다고도 한다. 너무 애태우게 만들면 아무리 남자라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니까. 충격적인 것은 튕기는(또는 튕기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 중에 알고 보면 멀쩡한 여자친구가 있는 음험한 놈이 섞여 있다는 사실이다. 확실히 끊자니 아깝고, 응해주자니 겁나고. 그래서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는 거다.
♥ 모른 척 기다리면 돌아봐줄까?
확실히 남자란 ‘덤비는 여자’에게 별 매력을 못 느끼긴 한다. 그렇다면 마냥 기다릴 것인가? 섣부른 결론은 위험하다. 그가 수줍음이 많은 탓이라면, 마음의 준비가 안 됐을 뿐이라면 그에게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싫진 않지만 썩 내키지도 않는 게 그의 속마음이라면 나의 기다림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내 맘이 변한 줄 알고 ‘서운함’이나 ‘불안함’을 드러낼 수도 있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거나 갑작스레 냉소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실은 날 좋아하고 있던 그 남자를 놓칠 위험성도 있다. 어쨌거나 기다림은 그의 마음을 확인하는 데 꽤 괜찮은 방법이다. 참, 노파심에 일러두자면 여기서의 ‘기다림’이란 망부석 청승 떨듯 “나 여기 기다리고 있을게”가 아니다. “얼음!” 하고 감정 표현을 잠시 멈추는 거다. 그가 “땡!” 하고 쳐줄 때까지.
♥ 튕기는 남자, 이렇게 붙잡아라!
1. 한 번 만날 때 짧고 임팩트 있게 - 분위기 괜찮다고 끝까지 버티면 만남이 재미없었다는 느낌을 준다. 짧고, 깊게. 두 시간을 넘기지 말자.
2. 아는 사람이 없는 곳 - 그의 감정을 진전시키고 싶다면, 진전된 감정이 표현 단계로 발전하길 원한다면 구경꾼을 피하라. 그의 ‘부끄럼증’을 악화시키거나, 그의 ‘센 척’ 때문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
3. 놀이공원에 가라 - 말초적인 공포와 액티브한 즐거움이 있는 데이트. 미처 몰랐던 모습,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면을 서로 발견하고 짧은 시간에 감정을 증폭시킬 수 있다.
4. 매달리지 말 것 - 남자가 튕기기 시작하면 여자는 그의 가치를 냉정하게 점검하기도 전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게 된다. 사랑과 집착을 혼동할 위험이 있을뿐더러 알다시피 매달리는 여자, 매력 없다.
5. 같은 강도의 맞불 - 적당한 무관심과 무반응도 연애의 기술이다. 언제까지 튕기는지 잠자코 두고 보는 거다. 분명 먼저 만나자는 연락이 올 테니. 연락이 없다면 마음이 없는 것. 깨끗이 포기하자.
6. 문자 메시지는 그만 - 남자는 시각적인 자극에 약하다. 옷, 헤어스타일, 화장을 바꿔보자. 꼭 데이트 약속을 잡지 않더라도 슬쩍 지나가면서 가벼운 인사를 나눌 정도의 짧은 시간에도 충분히 ‘새로워진’ 자신을 어필할 수 있다. 어제랑 다르네, 괜히 튕겼나, 볼수록 예쁘네…. 포인트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