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일어난 일들은 내가 살면서 겪은 여러 사건들 중에서 가장 극적인 것들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아침에 11시까지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학생이 들어와서 깜짝 놀라면서 깨어나게 되었다. 놀라서 누구냐고 물었더니 English Campus 수업의 leader로 참여하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씻고 돌아오니 자기 이름이 Nic이라고 소개를 하여 나도 소개하고 악수를 하게 되었다.

다음의 일들은 더 놀라운 것들이었는데, 수업에 참여하는 leader들이 기숙사에 속속 들어오더니 서로 인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Nic과 함께 그들과 서로 인사를 하였는데, 아마도 1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한국계 미국인인듯 했다.

머리를 빗으면서 옷을 입고 있으니 Nic이 어디 가냐고 물어서, 영화를 혼자 영화를 보러 간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나: Are you free this afternoon?
Nic: Yeah, I'm free today and tomorrow.
나: How about going together to see a movie?
Nic: Yeah, that's OK.

순식간에 사람들이랑 친하게 되었고, 식사도 같이 하게 되었다. 내가 canpus tour를 시켜준다고 하여 체육관에 가서 탁구와 농구를 하게 되었다. 땀을 흠뻑 흘리고 나서 도서관과 노벨 동산(노벨상 수상자들이 와서 기념 식수를 한곳이다. 마가렛 대처도 왔었다.)을 구경시켜주었다. 그리고 나서는 2명을 제외한 leader들 전부와 <슈렉2>을 보러 갔다. 애니메이션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저녁 식사를 하였는데,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재미있는 얘기들도 하였다. 요즘 파리의 연인이 재밌다는 둥, 미국에서는 술을 마실 때 안주는 안 먹는다는 둥, 소주의 가격이 2만원 정도라는 둥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내가 과외가 바빠 먼저 식당을 나왔다. 그리고 버스로 과외하는 집에 가서 과외를 하고 돌아오니 밤 12시가 다 되었다. 리더들이랑 같이 통나무집(아마도 국내 유일의 교내에 있는 술집)으로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6명이서 맥주 5400cc를 30분만에 비워버렸다. 비운 다음에 다시 효자 시장으로 나와서 또 맥주를 마시고 방으로 돌아오니 2시 30분쯤 되어서, 당연히 잤겠지...

오늘은 효자 시장에 가서 같이 물건을 샀는데, 학교 주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나 밖에 없어서 나에게 많은 질문을 하였다. 어제 술을 마시고 과외를 갔는데 발음이 더 잘 되더라는 농담도 하였다. 그런 농담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이렇게 사람의 관계가 순식간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이 영화보러 가자고 하니 OK하면서 같이 영화도 보고 술잔도 기울이고 순식간에 친해졌다. 방금은 리더들과 <파리의 연인>을 봤는데, 서로 낄낄 거리며 재미있게 감상하였다.

아직도 내 영어 실력은 모자란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 오후에도 영어 과외를 했는데, <성문 종합 영어>의 독해가 잘 안되서 난처하였다. 앞으로는 미리 예습을 하고 온다고 했는데, 그래서 <성문 종합 영어>를 알라딘에서 구입할 예정이다. 토플이나 토익 시험을 봐도 Reading Part와 Grammar Part는 잘 하는데, Listening Part는 아직도 많이 모자란다는 느낌이다. 어제 오늘 하루 종일 영어만 했는데, 말하는데 있어서 문제가 별로 없었지만 듣는 데에는 꽤나 애를 먹어서 What?을 남발하였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었다.

내일은 진짜 수업이 시작된다. 수업이래야 저녁 같이 먹고 영어로 몇시간 게임하고 가끔 essay쓰고 하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기쁘고, 이런 친구들을 순식간에 사귈 수 있다는 데에 경이롭게 생각하고 있다.

p.s.  근데 요즘 방문자가 부쩍 많아졌다. 아마도 이주의 리뷰에 당선이 되서 그런것 같은데, 그렇다 해도 대단히 많은 방문자라고 생각된다. 기쁘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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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학교 최초(?)의 독서 동아리(?)라고 할 수 있는 고전강독회 모임에 가서 명남루수록을 대충 읽었다. 아니 훑었다고 하는 말이 옳겠다. 고전강독회의 첫 모임은 지난주 금요일에 있었는데, 그 때는 아마도 대충 10명의 사람들이 왔었던것 같은데, 오늘은 고작 4명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에 완성된 박태준 기념 디지털 도서관(사진 오른쪽 가운데의 둥그런 건물)의 스터디룸에서 모임을 가졌다.

 

 

 

 

 

 

 

 

 

 

 

 

 

새로 완성된 도서관은 여러 측면에서 정말 최고 수준의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우선 도서관에 스터디룸이라는 곳이 생겨서 여러 사람이 같이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소가 생겼다는 점이다. 가끔 이곳에서 과외를 하기도 하는데, 나도 이종사촌 동생을 스터디룸에서 과외를 한 적이 있다. 또한 바닥에 카펫을 깔아서 걸음걸이에 따른 소음이 적으며 각 층마다 컴퓨터를 여러대 두어서 검색을 하기에 편리하게 해 놓았다. 또한 바깥의 햇볕이 공부에 방해가 될 것 같으면 저절로 screen이 내려와서 빛을 조절하게 된다. 도서관 전체의 디자인도 매우 모던한 느낌을 주는 편이며, digital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과학기술의 최전선을 느껴볼 수 있다. 일전에 교회 사람들에게 내부를 구경시켜 준 적이 있는데, 매우 부러워하면서 여기서 공부하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다. 이 곳 열람실 안에 컴퓨터와 TV, VCR등 많은 전자 기구들이 잘 장착되어 있으며, 노트북 컴퓨터도 가져와서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러한 도서관 3층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모임을 이끄는 선배(생명과 박사과정)가 하는 말이 모임의 규모는 딱 5명 정도가 적당하며 정말 의욕있는 사람들만 나오도록 일부러 어려운 최한기의 명남루수록을 골랐다고 하였다. 나도 명남루수록을 읽는데 꽤나 애를 먹다가 포기해 버려서 모임에 가입하는 것을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독서의 범주와는 꽤난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19세기 조선 학자의 글 답게 한자가 대단히 많아서 이해하기 까다로웠다.

하지만 혜강 최한기라는 사람의 사상은 그렇게 폄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도올 김용옥 사상의 근간이 되는 사람 둘을 꼽으라면 노자와 혜강 최한기가 되겠다. 최한기의 사상은 기학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그 당시 조선 학자로서는 놀랍도록 과학적이 사고를 하고 있었다. 최한기의 사고는 성리학에 근간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물리학에 있었던 것이다. 그것 때문에 도올은 그를 사승(師承)이 없는 학자라고 말하는데, 십분 공감할 수 있는 견해다. 성리학적 전통이 거의 훼손되지 않은 19세기 중반의 조선에 뉴턴의 프린키피아(뉴턴의 운동 법칙과 만유 인력의 법칙을 기술한 역대 최고의 과학 논문)와 케플러, 티코브라헤 같은 천문학자들의 저술들을 그 당시에 읽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또한 그는 성경과 코란도 읽었으며, 서양에서 본받을 것은 과학이라 하여 매우 주체적인 모습도 드러내곤 하였다. 나는 도대체 그 당시의 조선땅에 그토록 과학적인 사고 방식을 전개할 수 있었다는 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최한기의 공부는 스승을 통해 기존의 공부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공부는 독학이었으며, 청나라에서 들여오는 책은 그의 스승이었다. 그는 집 한채를 통채로 책으로 채웠으며, 새로운 책들이 한양에 오면 아무리 팔리지 않아도 최한기만은 그 책을 사주었다고 한다. 그는 매우 부유한 편이었으나 책을 사는데에 가산을 탕진하여 나중에는 그닥 부유한 생활을 영위하지는 못한듯 하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MBC 도올 강의 <우리는 누구인가>를 보면 된다. 그도 아니면 김용옥의 <독기학설>등 많은 서적이 이미 출간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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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참여 학점을 받기 위해서 발표를 해야하는데, 오늘에서야 읽을 논문을 결정했다. 앞의 글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아마도 BioMEMS Lab으로 대학원 진학을 할 듯 싶다. 그런데 사실 나는 BioMEMS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지만, MEMS가 Micro ElectroMechanical System의 약자이며 요즘 많이 인구에 회자되는 나노 기술의 최전선이라는 것도 대충은 알고 있다. 아마도 그 중에서 BioMEMS는BT와 NT의 결합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세 편의 논문은 모두 리뷰 페이퍼(review paper)인데,  리뷰 페이퍼라 함은 특정 기술의 발전 과정을 추척해서 그 학문이 어떻게 발전했으며, 어떤 학자가 어떤 기술을 개발하여 어떻게 쓰이며, 어떤 수상 업적이 있는지 등을 요약하고 있는 논문이다. 대학원 선배에게 물어서 다음과 같은 논문을 추천 받았다:

1. Biosensors
2. A BioMEMS Review: MEMS Technology for Physiologically Integrated Devices
3. Biosensors: recent advances

앞의 두 편의 12~13페이지 정도로 간략한 편이지만 마지막은 50페이지 정도나 된다. 물론 논문을 영어로 되어있으며, 글씨도 깨알같다. 생물학적 지식이 매우 빈약할 뿐더러 MEMS개론을 수강하지 않은 나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논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논문들은 아마도 나에게 새로운 지각을 줄 것으로 믿는데, 특히 Biosensor가 재미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생물학적 지식과 기계공학적 지식이 결합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아마도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마음잡고 재미있게 실험하고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독서할 시간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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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논어를 읽다보면 이곳 저곳에서 질문을 던지는 제자와 답을 하는 공자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그 때 공자는 같은 질문이라도 질문하는 사람에 따라서 늘 다른 답을 하고는 했는데, 심지어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답을 하기도 했다. 질문하는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하곤 했던 공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II

역시 탐구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세상을 살다보면 여러 굼금증에 부닥치게 마련이고, 그 굼금증이 간절해지면 책을 읽고 스승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무지에의 자각이 진정한 앎의 시작이다.

III

올바른 질문이 중요하다. 잘못된 질문을 하면 올바른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논어에는 자공과 자로라는 훌륭한 제자들이 좋은 질문들을 하고 있다.

IV

'신은 존재하는가?', '삶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궁극의 실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올바른 질문인가? 이러한 질문들의 효과는 무엇이란 말인가?

V

아무래도 질문에는 질문만이 있는 것은 아닌듯 하다. 질문에는 질문하는 사람의 지성과 품격이 녹아 있다. 질문에서 질문자의 사고방식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답의 형태도 그 안에 들어있다. 그러하기에 질문은 질문으로만 그칠 수는 없고,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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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에서 퍼온 사진이다. 이런 그림이 무어 그리 대수냐고 말하겠지만 물에 젖은 저 섹시함과 발랄함이 묘한 느낌을 준다. 저런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서정주의 <부활>이라는 시가 떠오르곤 한다. 마이페이퍼 <시 읽기>란에 적어 놓았으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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