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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코레아니쿠스 - 미학자 진중권의 한국인 낯설게 읽기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여태껏 한국인의 국민성이라던가 민족성을 주제로 하여 비판적인 논조의 글들을 담은 많은 책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책들을 대개가 선진국은 어떠어떠한데 한국은 어떠하니 고쳐야한다, 또는 선진국 국민들은 이러이러한데 한국인은 이러이러하니 대오각성해서 고쳐야한다는 논지였다. 하지만 진중권 교수의 책 <호모 모레아니쿠스>는 그런 교양수준의 에세이와는 달리 한국과 한국인들이 겪어온 20세기를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하여 현재에 이르게 된 경위와 앞으로의 전망을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는 한국인의 잘못된 "국민성"으로 비판 받아온 거의 모든 점들이 다 한번씩은 거론되고 있다. "빨리 빨리"를 외치는 조급함, 쉽게 흥분하고 쉽게 가라 앉는 냄비근성, 온갖 패거리 주의 등, 가히 "한국인 비판서"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한국의 현 상태를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의 혼합으로 보고 있다. 서양인들의 경우 전근대적인 구술문화를 벗어나 새로운 근대적 문자문화를 맞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오랜 기간이 있었지만, 한국인의 경우 문자문화를 본격적으로 맞이하기도 전에 탈근대 문화, 디지털 문화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습속" 중 비판 받고 있는 것들은 이러한 문자적인 근대 문화를 압축적으로 겪은 한국인들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전근대 문화, 구술문화의 잔재라는 것이다. 또한 일재시대와 6.25전쟁의 공포가 "웰빙"주의를 낳았으며, 이러한 사회적 상황이 패거리 주의로 이어졌다는 저자의 설명이다. 본문에서 예로 들고 있는 "박정희 덕에 먹고 산다"는 주장이나 현재의 사회적 혼란이 모두 "노무현 탓"이라는 주장도 모든 것을 왕의 탓으로 돌리는 전근대적 문화의 잔재라는 분석은 그래서 타당성이 있는 것이다.
책의 내용들은 비판적인 어조로만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상당수가 비판적인 어조를 취하고 있지만 한국의 밝은 미래를 전망하는 내용들도 꽤나 많이 있다. 그것이 바로 한국이 탈근대로 가고 있다는 증거이며, 여기서 긍정적인 우리의 앞날을 볼 수 있는 것이다. IT강국, 디지털 선진국 등의 말들은 이미 우리에게 펼쳐진 현실이 되고 있으며, 우리의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도 필수적인 것이다.
남의 시각과 기준만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 볼 때 인문학적인 성찰과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할 때만이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라면 이책을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