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낭자열전 1 - 은호낭자전 조선 낭자열전 1
월우 지음 / 아름다운날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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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토록 서로에게 간절했던 이유는 서로를 갈망해서는 안 되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원수의 가문이라는 점에서도 톡톡한 한 몫을 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것이 남녀의 마음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할 것만 같지만 그럴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그들의 아련한 사람에 빠져들게 되며 그것이 마치 나의 것 인 냥 함께 아파하며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든 이뤄지길 바라며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되는 것이다.

  처녀단자에 있어 특정 집안의 규수들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세력과 그러한 규수들을 제거하면 자신의 아우들을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에 칼을 들게 된 감무현은 은호 낭자의 방안에 들어서게 된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무현 앞에서 은호는 살려 달라는 외침 대신 자결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을 올리게 되는데, 열녀로서의 삶 이외에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한 여인과 그러한 양반들의 같잖은 풍습 놀이에 회의감을 반감을 가지고 있는 한 남자와의 인연을 그렇게 시작되게 된다.

 처음으로 은호가 평정을 잃고 소리쳤다. 반가 여인들의 부덕한 소행이 기록되는 자녀안에 이름이 오르느니 차라리 사지가 찢겨 죽는 편이 나았다. 자녀안은 부덕한 여인 그 당사자만이 아니라 집안에도 끔찍한 낙인이나 다름없었다. 자녀안에 이름을 올린 여인을 둔 가문은 그 자손들의 과거응시나 임관 조차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본문

 악연이라면 악연인 이들의 인연은 칼을 겨누고 있던 그 순간에서부터 좁은 가마에서까지 이어지며 이 짧은 순간들의 중첩은 젊은 남녀의 마음에 조금씩 서로의 자리를 만들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은호는 진철 도령과의 혼사가 오가는 상태였으며 그 혼사의 비밀이 점점 드러나게 될수록 무현은 그녀를 구해야겠다는 생각만이 간절해진다.

 내가 네게서 그 양반이라는 허울 좋은 껍질을 벗겨내고 말 테니까. 양반댁 규수도, 양반댁 며느리도 아닌 그저 태어난 계집 그대로인 채로 너를 빼앗고 말 테니까.”
 
그것이 양반이라는 계급에 대한 증오이건, 어리석고 멍청한 양반 규수에 대한 우롱이건, 혹은 사내로서의 제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여인에 대한 집착이건, 다시는 포기하고 놓쳐버리고 싶지 않은 새로운 연모 감정이건, 무현은 이제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본문

  서로에 대한 마음은 있으나 이미 어그러진 인연을 끈을 바로 잡기 위해서 무현과 서경은 머리를 맞대고 은호를 되찾기 위한 계획들을 감행하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 역시도 나중에서야 , 이것이 계획이었구나를 알게 되면서 나 역시도 깜빡 속아 그들의 무풍행진을 함께하며 가슴을 졸이기도 하고 또 설렘을 안고 보기도 했다.

저는 오래 살 것입니다. 사는 동안 내내 당신이 지은 죄를, 내가 지은 죄를 반성하며, 갚으며 그리 살 것입니다. 질기게 살아남을 것입니다. 내 아이가 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또 제 아이를 낳아, 나의 증손들이 나와 당신의 주름살을 만지며, 흰머리를 뜯어가며 재롱을 부릴 때까지 질기게 살아남을 것입니다. –본문

 굽이 굽이 진 계곡을 넘어 한 마리의 나비가 자리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계획이기도 했거니와 때론 진철 도령에서는 더 없는 아픔을 전해주는 길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마지막의 장면에서 은호와 무현이 함께 웃고 있는 것에서, 지금의 더 없는 행복을 되려 두려워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언제까지나 그들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함께 하길 바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책을 덮어본다

 

아르's 추천목록

 

해를 품은 달 1 / 정은궐저

 

  

 

독서 기간 : 2014.05.18~05.1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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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부 진이
앨랜 브렌너트 지음, 이지혜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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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르's Review

 

 

 

 사진 속의 그녀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아마 그녀는 활짝 웃고 있을 것이다. 부모님이 주신 섭섭이라는 이름 대신 자신에게 글을 가르쳐 주었던 선생님이자 규방의 기생이었던 석란이 지어주었던 진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그녀는 비로소 이제서야 자신의 자유를 만끽하며 자신이 있어야 하는 곳에서 마음 평온히 한 발 한 발을 내딛으며 지내고 있을 것이다.

 

 

 

 45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그야말로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1900년대 초의 조선시대를 기반으로 하여 그려진 배경도 배경이지만 섭섭이의 여정을 마주하면서 우리네 역사 속에 이러한 일들이 있었구나, 라는 것을 우리나라 작가가 아닌 외국의 작가에 의해서 그려졌다는 것이 무언가 낯설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도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제 3의 입장에서 이 엄청난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이 아니면서도 더욱 한국인과 같은 정서를 이해하고 담아내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 덕분에 정신없이 섭섭이를 넘어 진이의 삶에 빠져들고 있었고 100여년 전에 이 시대를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이제서야 이렇게 살아나 마주할 수 있다는 것에서 아련하면서도 송구한 마음이 들었다.

 

 

 

 1900년대 초, 하와이의 한인 이민자는 대부분 남성이었기 때문에 한국의 여성들과 우편으로 사지늘 교환하여 결혼을 결정했다. 사진신부들은 낯선 풍습과 환경에 시련을 겪었지만 한국 고유의 문화와 가치관을 하와이의 것과 융화시켜 한인 사회를 성장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본문

 

 

 

 사진만으로 보고서 결혼을 한다는 당시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어 엄마한테 여쭤보니 당시에는 그러한 일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요새와 같이 연애 결혼이 아니라 중매 결혼이 당연했던 시대였기에 이와 같은 사진 신부의 이야기는 100여년 전에는 존재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에도 나는 읽는 내내 과연 이러한 일들이 사실이었을까, 라는 질문을 머리 속에서 떠나보낼 수가 없었다.

 

 

 

 작은 시골마을인 보조개 마을에도 당시의 시대상은 변함없이 여성들은 학문의 배움과는 거리가 먼, 한 집안의 며느리이자 안집 살림을 이어나가고 그 집안의 대를 이을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평생의 업으로만 인지되는 때였다. 하여 양반집 규수임에도 불구하고 섭섭이라는 이름을 안고 태어난 그녀는 남성들만이 대를 이어갈 수 있기에 부모들 조차도 아들을 원하던 남아선호사상이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이었다. 그리하여 배움을 요청하는 딸에게 여자가 배움을 하면 팔자가 사나워진다며 극구 반대하던 그녀의 아버지는 어쩌면 배움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고자 했던 그녀의 앞날을 예견하며 반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앞에 펼쳐질 파란만장한 삶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그녀가 훨훨 날아가길 바랐다. 그리하여 사진 속의 남편에 대한 설렘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도 하와이라는 곳에 가면 이곳에서 못다한 배움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안고 선택한 그녀의 나날이 부디 행복하길 바랐다. 그것이 100여년이 흐른 지금의 내가 그녀의 삶을 마주한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어렸을 적에는 인생이 수보처럼 술술 풀릴 거라고 생각했지. 하나의 천으로 된 널찍한 작품같이 말이다. 하지만 살다 보니 인생은 수보라기보단 자질구레한 쪼가리들을 엮은 조각보 같았어. 예상치 못했던 사람, 하지 않았던 일들을 마주하게 되더구나. 조각보 속에는 그런 조화가 있고, 나름의 아름다움이 담겨 있지. 그래서 조각보를 좋아하는 것 같다. -본문

 

 

 

 삶을 조각보를 기우는 거 같다는 그녀의 어머니의 이야기처럼, 그녀의 삶 앞에 드리운 조각들은 영롱한 빛이 나는 것들이기를 바랐으나 실상 섭섭이 그녀의 앞에 펼쳐진 삶은 하와이까지 가기 위한 여정 속에서부터 보여주고 있듯이 회색조의 날것 그대로의 삶이었다.  2의 인생을 꿈꾸고 있는 그녀에게 드리워진 현실은 술과 노름에 빠져있는 남편이었으며 비뚤어진 권위주의에 빠져 있었으며 사진 속의 잘생기고 무언가 느낌이 있었던 그는 현실에서는 제 아내는 물론 태어날 아이에게마저도 그야말로 극악무도한 폭력을 휘두르는 그녀의 삶을 옥죄고 있을 뿐이었다.

 

 

 

 이는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 내가 배워왔던 덕목들, 충실, 희생, 순종을 모두 저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이 집에 남아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까지 노예처럼 살도록 만들 수는 없었다. 나는 옥이에게만 내 계획을 이야기했고 그 애는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게 보탬이 되도록 돈을 주겠다고 했지만, 정중히 사양했다. 내게도 모아둔 돈이 조금 있었다. -본문

 

 

 

 그렇게 그녀는 다시금 그 모든 것들을 벗어던지고서는 살기 위해서 호놀루로로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섭섭이라는 이름은 벗어던지고서 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서는 이전에 어머니에게 배웠던 바느질을 기반으로 하여 매춘부들의 옷을 수선해주면서 그녀의 삶을 다시금 시작하게 된다. 한창 호황을 누리고 있던 그곳에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적이 드물어 지고 그렇게 사양의 길을 가고 있기에 하나 둘 사람들이 떠나가게 되는 그곳에서 진이는 새로운 사랑을 마주하게 되고 진정한 사랑으로 하나의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 그녀는 이혼을 감행하게 되지만 그 순간 마주하게 되는 노씨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들의 연속이었다.

 

 

 

 저는 경건한 마음으로 결혼했습니다. 중매쟁이가 제게 보여준 사진들 중에서 이 법정에 있는 제 아내를 선택했습니다.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저 사람은 정말 평범하고 여성적인 매력이 별로 없습니다. 자신을 선택해주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합니다. (중략)

 

 저 사람을 하와이로 데려오기 위해서 저는 많은 돈을 썼습니다. 배삯으로 50달러는 보냈고, 저 사람이 완전히 결정한 후 100달러를 더 보냈습니다. 전 부자가 아닙니다. 중매쟁이가 아내에게 저에게 대해서 얼마나 과장되게 이야기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전 저 사람이 잠잘 수 있는 집과 음식을 주었습니다. -본문

 

 

 

 그렇게 그녀의 암울했던 과거와의 영원한 이별을 고했으나 노씨는 그럼에도 그녀의 삶에 계속해서 나타나 그녀를 위협하고 있었다. 그녀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을때 마저도 이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었다며 그녀를 옥죄려 하고 있는 순간들을 목도하며 그녀가 만약 호놀룰로로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삶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만으로도 몸소리가 쳐지고 있었다.

 

 

 

 그렇게 10대의 소녀가 다시 조국으로 돌아가 어머니와 재회를 하기까지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아니 드라마에서도 차마 그려낼 수 없었던 그 한스러운 시간을 그녀는 꿋꿋이 이겨내 결국 그녀의 이름처럼이나 빛을 내고 있었다.

 

 

 

 넌 정말 아름다운 조각보를 만들었어. 네가 보조개골에서 어릴 적 만들었던 그 어떤 것보다도 더 곱고 풍성한 조각보야. 그걸 완성하려면 아직도 한참 남았단다. -본문

 

 

 

 한 여성의 삶을 쫓아서 긴박했던 한 세월을 지나오다 보면 당시의 그녀들의 삶이 이러했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련해 진다. 그 어느 역사 기록 속에도 남아있지 않을 사진 신부들의 삶이 이제서야 수면위로 떠오르는데 10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니. 평범한 그녀들의 이야기가 현재의 우리의 역사이자 당시의 삶이었다는 것에서, 그렇게 이름 모를 수 많은 여인들의 눈물이 모여 지금의 우리에게 전해졌다는 것에서 이 책을 덮고나서도 송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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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 / 김영하저


 

 

독서 기간 : 2014.05.17~05.1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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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사회 - 현대사회의 감정에 관한 철학에세이
정지우 지음 / 이경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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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16. 그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그 날 아침, 제주도로 향하고 있던 선박이 좌초됐으며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조되었다는 속보를 보고서는 안도하고 있었다. 점심이 지나고 나서는 사망자의 수가 2명까지 늘어난 것을 보며 안타까운 이들의 목숨이 이렇게 아스라히 사라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또 일을 하느라 금새 잊고서 그렇게 저녁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날 퇴근하고 나서 집으로 가는 동안에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뉴스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구조되었다던 수 많은 사람들은 실종자의 숫자로 집계되었으며 그 때부터 수 많은 이들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만을 기다리며 그렇게 뉴스에만 집중하고서 온 나라는 침묵에 빠지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났지만 별다른 소식없이 지지부진한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었고 침통하리만큼 억장이 무너질 뉴스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모자라 수 많은 국민들의 눈이 집중되고 바랐던 구조는 늑장 대응이 이어졌고, 수 많은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어야할 어른들의 의무는 사라져 버린 그 아비규환의 시간 속에서 대한민국은 분노를 넘어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는 그 화살들을 안고 지금 한달이라는 시간을 견디어 오고 있다.

 

 그 누가보다도 어른인 지금의 나는 세월호의 참사를 보면서 그저 안타까워하며 그들에게 미안해 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에서, 이 미약한 개인이, 이 미약한 나라를 만들어 온 장본인 중 한명이라는 것에서 끝없는 회한만을 안고 지내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이 분노에 대해서 어떻게 표출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이 모든 것들을 바로 잡아야 할지에 대해 답을 얻고 싶었다. 과연 이 분노를, 그러니까 무력한 나라는 존재에 대한 분노와 이 무력한 사회에 대한 분노, 무력한 국가에 대한 분노 등 이 모든 분노들에 대한 것들을 풀어내고 그것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다.

 

 분노라는 것은 신체적인 위협이나 안정성의 불안 등으로 일어나는 심리적 변화가 아닌 신념의 변화에 따른 정신적인 변화의 따라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노는 크게 개인들이 속해 있는 사회에 대한 분노와 개개인이 속한 자신의 현실에 대한 분노, 그러니까 자신이 속한 세계에 대한 분노로서 바라보고 있다.

 

 과거에는 자연 안에서 힘 없는 인간들은 위대한 자연 앞에서 그저 하늘하늘한 존재로서 자연에 대한 외경심과 동시에 스스로 통제할 수 없기에 분노를 느꼈다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사회나, 정치, 경제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과 실제 자신이 속에 있는 현실에 대한 간극을 인지하는 순간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는 있으나 그러한 이상적인 사회가 실현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라 발생하게 되는데 위에서 언급했던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이 나라의 어른들로서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 그러니까 실종자들을 위한 그야말로 당시에 필요했던 조치들을 취해야 했으나 그러한 골든타임을 놓친 채 무능한 정부와 그들을 보며 발만 동동 굴려야 했던 개개인들의 점차 커져만 가는 분노들에 대해서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일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이 생각의 끈을 따라 이어지고 있다.

 

 우린느 사회에 대한 하나의 이상을 가지고 있다. 그 이상이란, 사회가 늘 내 삶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조화로운 세계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회'는 내가 그 사회에서 요구한 넋에 따라 교육받고, 공부하고, 일사고, 사회에서 지정한 적정 시기에 다라 진학, 취직, 결혼, 출산, 은퇴 등을 수행했을 때 그에 대한 당연한 결과로서 '행복한 안정'을 제공한다. 그런 사회 속에서 나와 내 삶, 내가 속한 이 세계는 일치한다. -본문

 

 분노는 위험한 것이 아니다. 분노라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 대한 불합치한 현실에 대한 인지를 통해서 그릇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함이며 그렇기에 정당한 분노는 우리 스스로를 바로 바라보게 하며 부당한 사회를 바른 사회로 이끌기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분노는 그 잘못된 것들을 고치려고 하는 하나의 행동으로 이끌 수 있고 그 행동은 정당한 사회를 이끌게 하는 시초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분노가 정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하나의 왜곡된 현상에 대한 분노라든가, 특정 계층만을 향한 분노가 아닌, 그야말로 합리적인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옳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야 하는데 현대 우리의 사회는 서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길거리에 늘어나는 노숙자들에 대해서 외면하고 있고 노인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변화들에 대해서 젊은 이들은 외면하고 있으며 젊은 이들의 고민 중 하나인 취업이나 학업에 대한 비용에 대해서 노년층은 별다른 관심이 없이 그저 자신들만의 세대에 있는 문제들에만 치우쳐서 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에 대한 상황에 대한 인지는 없이 그저 자신이 속해 있는 그 집단 내의 문제 속에서만 아우성을 치고 있고 그들만의 아우성이 나머지 세대들을 향한 분노로 치닫고 있으니, 이것은 융화되지 않은 분노이자 증오로만 변질 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는 개인을 통해서만 존재한다. 사회를 버린 개인들에게 사회는 결코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사회는 내 안에서 시작되는 것이지,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 같은 다른 누가 만들어서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본문

 

 이렇게 함께 존속하는 사회는 개개인들의 신뢰가 뭉쳐지면서 만들어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한국 사회 속의 개개인은 그저 빠르게 흘러가는 세렝게티 위해 살고 있는 약육강식의 구도 안에서 살고 있다. 개인이 사회를 믿고 그러한 사회가 개인의 삶을 충족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사회 속에서 버둥거리고 헉헉 거리며 따라가기만을 바쁜 개인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와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 속의 괴리감을 느끼며 분노를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분노는 건강하고 정당한 것이 아닌 왜곡된 사회 속에서 발아한 불안정한 분노인 것이다. 이러한 불안정한 분노를 기반으로 하여 개인들은 집단화 되며 그러한 집단 속에서 극우 혹은 극좌의 형태로서 개인의 모습을 숨키고 집단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이 마저도 왜곡된 사회 속에서 발아한 것이기에 건강하지 못하고 또 다시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분노라 점철되게 된다.

 

 극구든 극좌든 집단에 자기를 동일시하고 궁극적으로 도취와 열정을 바란다는 점에서 승리와 우월감을 통해 자기를 다시 느끼길 원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그들은 에릭 호퍼가 말한 "자신과 화해한 자만이 세계에 대한 공정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 라는 명제에서 정확히 동일한 거리로 동떨어져 있다. 그들이 모두 현실을 왜곡하는 망상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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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라 / 스테판 에셀저


 

 

독서 기간 : 2014.05.1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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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외로워서 그랬던 거야 - 제1회 ‘아리가토 대상’ 대상 수상작 꿈결 청소년 소설 1
기타바야시 우카 지음, 조찬희 옮김 / 꿈결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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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표지에 있는 뭔가 뾰루퉁한 표정의 아이를 보면서 지금 그 아이가 속해 있는 현실들에 대한, 그러니까 학교 생활이나 친구들간의 문제들로 인해서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는 그 무언가에 대한 불만이 가득 내재되어 있다 생각했었다.

 아침에 잠에서 깨면 잊어버리고 있던 일상의 감각들이 되살아나는 걸 느낀다.
 
지금 나에게 닥친 여러 가지 현실이 엄청나게 무거운 납덩이가 되어 가슴을 짓누르기 때문에 답답해진다. 자는 동안을 물속에 있는 거라고 한다면, 눈 뜨는 순간은 무겁고 나른한 지상으로 올라온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물속에서 가벼웠던 몸과 마음이 갑자기 무겁고 갑갑해지는 느낌이다. 벌써 몇 년 동안 그래 왔다, 그날, 엄마가 집을 나간 날부터다. –본문

 실상 책장을 넘기다 보면 물론 어느 정도의 예상이 맞기도 했지만, 고무기라는 이 아이가 처해 있는 대략적인 상황들, 갑작스런 부모님의 이혼과 전학, 반 친구들의 외면 등으로 인해서 학교에 나가는 것을 꺼려하고 있는 모습들을 마주하면서 초반에는 그런 고무기를 안쓰러운 눈빛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러한 일들을 겪은 아이라면 당연히 아프고 힘들 수 밖에 없어, 라고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세상이 그녀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이 안에 있는 그 누구라도 다 자신만의 사연 안에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으로 확장되어 고무기를 비롯한 모든 이들에게 위안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고무기는 변화는 물론이거니와 주변 모든 이들의 심적인 변화는 물론 나 역시도 이 안에서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고무기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지나고 난 후 엄마는 홀연히 사라진다. 마치 그때까지를 기다렸던 사람처럼 엄마와 아빠는 이혼이라는 결말로 치닫게 되고 그 사이에 있는 고무기는 어떠한 곳으로 가야 할지 모르는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외할아버지가 계신 이바라키도 오게 되고 모든 학교가 개학을 한 4월 달의 갑작스런 전학으로 인해 학교에서도 어디에도 낄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그렇게 한 아이의 불만으로, 이 아픔의 근원이 되는 이야기들을 끄집어 내어 한 소녀의 삶을 점점 나락으로 밀어내고 있는 주변 이들의 잘못들을 끄집어 내어 고무기가 그야말로 정당한 피해자로써 그녀 스스로 이 모든 난관들을 헤쳐나가고 있는 울지 않는 캔디 버전으로 이야기는 흘러가지 않는다. 그보다도 오히려 그들 나름대로의 아픔을 안고 있다는 것을,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또 사람으로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을 고무기를 포함한 주변인들을 통해서 나지막이 들려주고 있다.

 부모님의 이혼과 갑작스런 전학으로 변화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무기는 오늘도 송사리 학교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가진 물가에서 가만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학교에 나가지 않는 시간들이 늘어갈수록 엄마의 걱정은 심해져만 가지만 고무기의 외할아버지는 오히려 그녀의 행동에 대해서 가만히 바라보고 계셨으며 다른 이들과는 달리 그녀를 구속하지 않는 할아버지를 고무기는 마음의 안식처로 삼아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마음속에 자라고 있던 세상에 대한 원망은 제 3의 인물에 의해서 표출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할아버지의 부탁을 받고서 시라이시 미치루를 만나러 간 곳에서 마주한 치사 언니에 의해서다.


 
고무기 너는 네가 외로운 건 전부 다른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
 
나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
 
나만 외롭고 불행해, 그건 전부 주변 사람들 때문이야, 라고 생각하지
?”
 
치사 언니는 서슴없이 그렇게 말하더니 내 대답은 들으려 하지도 않고 방을 나갔다
.
 
또 화나게 했어. , 이런 기분 정말 싫다.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슬펐다. 나는 그 누구와도 잘 지내지 못하나 봐. –본문

 그러나 세상에 대한 고무기의 반항보다도 그녀에게 도래한 더 큰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외할아버지의 병마로 인해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미 암이 전이가 되어 더 이상의 치유가 불가한, 말기 판정을 받은 할아버지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은 할아버지의 그림을 배달하는 것이었고 그 과정을 통해서 고무기는 할아버지의 아련한 첫사랑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는 환자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다 보면 마치 다 나은 것같이 마음 든든하고 청명한 한때가 찾아온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때가 바로 환자가 이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인생의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는 시간이다. 그 귀중한 한때를 사이좋은 시간이라고 한다. –본문

 할아버지가 어린 소년이었을 때 경험했던 것들이 동화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동화가 바로 시라이시 미치루 할머니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과 그리하여 그들이 마지막이 될 그 순간에 함께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왠지 모를 아련함이 밀려들었다.

 그렇게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하는 과정 속에서 고무기는 자신을 둘러쌓아 숨막히게 짓누르기만 했던 문제들에 있어서 또 다른 이면들을 마주하게 된다. 아마도 그것은 고무기가 이전보다는 조금 더 성숙해가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함께 있다는 것이 때론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기도 하지만 그 숨결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서로가 있다는 것은 체온을 나누며 온정을 나눌 수도 있는 거리라는 것을, 할아버지의 마지막 편지를 읽어 내려가며 또 배워간다.

 서로의 그리움을 안고 살고 있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한 그들은 영원히 이별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고무기는 오늘을 살고 있을 테니, 이젠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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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 김려령저

 

 

독서 기간 : 2014.05.1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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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 반짝하고 사라질 것인가 그들처럼 롱런할 것인가
이랑주 지음 / 샘터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무언가 번잡스러우면서도 시끌벅적 하지만 그 안에 또 나름의 질서가 있는 곳이 바로 재래시장 아닐까. 남들이 보기에는 푼돈일지 몰라도 그 한 장 한 장의 지폐가 오가면서 함께 전해지는 따스한 마음 때문에, 전자 저울이 가득한 마트보다는 눈대중으로 대충 담아주는 그런 인정이 오가는 재래시장이 푸근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대형 마트의 입점은 물론이거니와 골목 골목에 들어선 SSM, 편의점 등에 밀리게 되면서 재래시장의 존재마저도 위협을 받고 있는데, 다양한 정책들로 재래시장의 부흥을 도모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 정도는 미미할 뿐이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

아는 세계에서 모르는 세계로 넘어가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_클로드 베르나르 본문

안 그래도 시장 한복판에 떨궈두면 혼자서 몇 시간이라도 돌아다닐 수 있는 나로서는 수 많은 재래시장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북돋아 올랐는데,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했을 이 여정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기기도 하고 때론 소매치기에 의해 빈털터리가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대 서사시에 조금은 마음을 가라 앉히며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고, 각 시장마다 7~8페이지 남짓의 이야기들은 한정된 페이지 속에서도 가득 담긴 풍경과 그 안의 현장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어 내려 갔다.

소비자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해, 연어를 파는 매장은 올리브를 연어로 감싸고 이쑤시개를 꽂아 한입에 쏙 들어가도록 만들어 한 개씩 팔고 있었다. 하몬도 소시지도 베이컨도 모든 매장이 1유로만 있으면 열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1유로 소포장 음식을 파는 곳에는 각종 크기의 선물용 상품들도 함께 진열되어 있었다. 잔돈 1유로를 내고 일단 맛보게 한 다음 백유로를 쓰게 만드는 것이다. –본문

 

전통시장에 가본 이들이라면 들어서는 순간 다양한 볼거리는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먹거리들 때문에 눈과 입은 물론 오감이 즐거워질 수 밖에 없는데 안타까운 것은 판매하는 양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긴 하지만 하나를 먹고 나면 다른 것을 먹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로 음식들의 양이 푸짐직하기도 하고 때론 낱개로 판매하지 않아 대량구매를 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러한 난제를 해결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산 마구엘 시장이었다. 이 곳의 음식들은 모두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리하여 다양한 음식들을 먹어본 후에 그 다음 자신이 마음에 드는 것들을 구매할 수 있게 소비자들을 배려하고 있었으며 이 시장의 특색에 따라 한입의 음식거리를 찾아서 새벽 2시까지도 사람들이 끊이질 않고 들어선다고 한다.   

 또한 재미있는 공간들의 소개도 빠지지 않고 이어졌는데 일본이 한 서점에서는 간장을 서적과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이를 테면 우리네 영풍이나 교보문고에서 간장을 판매하는 것인데 전혀 상상치도 못한 서점과 간장의 조합은 각 지방마다의 고유한 간장들을 기반으로 하여 어떠한 요리를 하면 좋을지에 대한 비법을 요리책을 통해 알려주면서 그와 동시에 바로 그 요리에 사용된 간장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편안하면서도 안락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순식간에 주방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이 서점은 서점을 뛰어넘는 그 마을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하여 수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 행렬에 참여하게 만들고 있었다.

요리 코너는 간장뿐 아니라 다양한 건강식품과 말린 식재료가 채고가 함께 맞춤형으로 연계되어 있었다. 서점에서 책만 팔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여행 책을 파는 코너에선 여행 상품을 함께 팔 수 있지 않겠는가. –본문

이렇게 그 장소를 찾는 고객들에게 그들이 편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필요한 물건들을 바로 옆에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매출의 상승과도 직결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틀을 조금만 깨면 이전과는 다른 결과를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 공간 안에서 내가 주인이지만 나는 그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곳이기에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질수록 더욱 그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생선의 진열의 각도만 조금 바꾸었을 뿐이지만 하늘을 향해 힘차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하는 것을 보면 실로 싱싱하게 바다를 헤치고 다니는 녀석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작은 변화들은 사람들도 하여금 지갑을 열게 하고 있었고 그 자리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지금까지 내가 정답이라고 믿고 주장했던 것들이 순식간에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처음부터 정답이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대ㅗ아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반성했다. 그간 내가 본 것, 내가 아는 것만이 정답이라 생각했다. 사람은 자신이 보지 않은 것은 아예 없는 것이라고 믿어버린다.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자신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존재를 부정한다.(중략) 하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우리는 천재라 부른다. –본문

 페이지를 넘길수록 다채로운 시장들이 등장하고 그 시장들이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지도를 펴놓고 보아도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곳을 거닐었던 그녀는 그 시장 안에서 그들만의 생존 전략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관찰과 그러한 관찰을 통해서 우리네 재래 시장에 접목시켜 우리만의 시장을 만들어 보는 것에 대해서 주저하지 않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타인의 경험담을 모아둔 책일 지는 모르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게는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살아있는 경영을 마주한 느낌이다. 수 많은 용어와 공식들이 없어도 그 시장들은 여전히 제 빛깔을 내고 빛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스라히 사라질 위기에 처해져 있는 우리의 시장들도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다양한 세상 속의 경험은 그녀를 더 다부지게 만들고 있었고 그 다부짐을 오롯이 담아 놓은 이 책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전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르's 추천목록

 

아프리카 재래시장에서는 기린도 판다 / 최상운저

 

 

 

독서 기간 : 2014.05.14~05.1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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