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 반짝하고 사라질 것인가 그들처럼 롱런할 것인가
이랑주 지음 / 샘터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무언가 번잡스러우면서도 시끌벅적 하지만 그 안에 또 나름의 질서가 있는 곳이 바로 재래시장 아닐까. 남들이 보기에는 푼돈일지 몰라도 그 한 장 한 장의 지폐가 오가면서 함께 전해지는 따스한 마음 때문에, 전자 저울이 가득한 마트보다는 눈대중으로 대충 담아주는 그런 인정이 오가는 재래시장이 푸근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대형 마트의 입점은 물론이거니와 골목 골목에 들어선 SSM, 편의점 등에 밀리게 되면서 재래시장의 존재마저도 위협을 받고 있는데, 다양한 정책들로 재래시장의 부흥을 도모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 정도는 미미할 뿐이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

아는 세계에서 모르는 세계로 넘어가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_클로드 베르나르 본문

안 그래도 시장 한복판에 떨궈두면 혼자서 몇 시간이라도 돌아다닐 수 있는 나로서는 수 많은 재래시장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북돋아 올랐는데,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했을 이 여정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기기도 하고 때론 소매치기에 의해 빈털터리가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대 서사시에 조금은 마음을 가라 앉히며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고, 각 시장마다 7~8페이지 남짓의 이야기들은 한정된 페이지 속에서도 가득 담긴 풍경과 그 안의 현장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어 내려 갔다.

소비자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해, 연어를 파는 매장은 올리브를 연어로 감싸고 이쑤시개를 꽂아 한입에 쏙 들어가도록 만들어 한 개씩 팔고 있었다. 하몬도 소시지도 베이컨도 모든 매장이 1유로만 있으면 열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1유로 소포장 음식을 파는 곳에는 각종 크기의 선물용 상품들도 함께 진열되어 있었다. 잔돈 1유로를 내고 일단 맛보게 한 다음 백유로를 쓰게 만드는 것이다. –본문

 

전통시장에 가본 이들이라면 들어서는 순간 다양한 볼거리는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먹거리들 때문에 눈과 입은 물론 오감이 즐거워질 수 밖에 없는데 안타까운 것은 판매하는 양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긴 하지만 하나를 먹고 나면 다른 것을 먹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로 음식들의 양이 푸짐직하기도 하고 때론 낱개로 판매하지 않아 대량구매를 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러한 난제를 해결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산 마구엘 시장이었다. 이 곳의 음식들은 모두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리하여 다양한 음식들을 먹어본 후에 그 다음 자신이 마음에 드는 것들을 구매할 수 있게 소비자들을 배려하고 있었으며 이 시장의 특색에 따라 한입의 음식거리를 찾아서 새벽 2시까지도 사람들이 끊이질 않고 들어선다고 한다.   

 또한 재미있는 공간들의 소개도 빠지지 않고 이어졌는데 일본이 한 서점에서는 간장을 서적과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이를 테면 우리네 영풍이나 교보문고에서 간장을 판매하는 것인데 전혀 상상치도 못한 서점과 간장의 조합은 각 지방마다의 고유한 간장들을 기반으로 하여 어떠한 요리를 하면 좋을지에 대한 비법을 요리책을 통해 알려주면서 그와 동시에 바로 그 요리에 사용된 간장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편안하면서도 안락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순식간에 주방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이 서점은 서점을 뛰어넘는 그 마을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하여 수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 행렬에 참여하게 만들고 있었다.

요리 코너는 간장뿐 아니라 다양한 건강식품과 말린 식재료가 채고가 함께 맞춤형으로 연계되어 있었다. 서점에서 책만 팔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여행 책을 파는 코너에선 여행 상품을 함께 팔 수 있지 않겠는가. –본문

이렇게 그 장소를 찾는 고객들에게 그들이 편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필요한 물건들을 바로 옆에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매출의 상승과도 직결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틀을 조금만 깨면 이전과는 다른 결과를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 공간 안에서 내가 주인이지만 나는 그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곳이기에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질수록 더욱 그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생선의 진열의 각도만 조금 바꾸었을 뿐이지만 하늘을 향해 힘차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하는 것을 보면 실로 싱싱하게 바다를 헤치고 다니는 녀석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작은 변화들은 사람들도 하여금 지갑을 열게 하고 있었고 그 자리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지금까지 내가 정답이라고 믿고 주장했던 것들이 순식간에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처음부터 정답이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대ㅗ아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반성했다. 그간 내가 본 것, 내가 아는 것만이 정답이라 생각했다. 사람은 자신이 보지 않은 것은 아예 없는 것이라고 믿어버린다.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자신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존재를 부정한다.(중략) 하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우리는 천재라 부른다. –본문

 페이지를 넘길수록 다채로운 시장들이 등장하고 그 시장들이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지도를 펴놓고 보아도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곳을 거닐었던 그녀는 그 시장 안에서 그들만의 생존 전략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관찰과 그러한 관찰을 통해서 우리네 재래 시장에 접목시켜 우리만의 시장을 만들어 보는 것에 대해서 주저하지 않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타인의 경험담을 모아둔 책일 지는 모르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게는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살아있는 경영을 마주한 느낌이다. 수 많은 용어와 공식들이 없어도 그 시장들은 여전히 제 빛깔을 내고 빛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스라히 사라질 위기에 처해져 있는 우리의 시장들도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다양한 세상 속의 경험은 그녀를 더 다부지게 만들고 있었고 그 다부짐을 오롯이 담아 놓은 이 책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전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르's 추천목록

 

아프리카 재래시장에서는 기린도 판다 / 최상운저

 

 

 

독서 기간 : 2014.05.14~05.1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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