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
바티스트 보리유 지음, 이승재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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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르's Review

 

 

 

 

 처음에 표지와 제목을 보고서는 대체 이게 무슨 내용일까, 라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흰색 가운을 입은 여자인지 남자일지 모른 사람이 사자머리를 하고서는 <불새 여인이 죽기 전까지 웃겨줄 생각이야> 라는 이야기를 외치는 이 사람을 보며 뜬금없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고만 생각했으니 말이다.

 불새 여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며 그런 그녀를 웃겨준다니. 뭔가 아련한 듯 하면서도 과연 이 사자 탈을 쓰고서는 불새 여인을 웃게 만드는 비장의 술책이란 말인가, 라며 이런 저런 머리를 굴려가며 궁금증을 안고 책을 넘기기 시작했다.

 응급실 인턴인 주인공이 인턴 생활 중의 일주일 동안의 일들을 기록한 것이 바로 이 책의 내용이다. 사자 머리를 한 사람은 바로 27살의 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 본인이며 그가 환자들과 동료들 틈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전해준 것으로 불새 여인은 그가 만난 4층의 호스피스 병동의 말기 암 환자이다. 그야말로 오늘 내일하며 세상을 떠날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는 그는 투병 생활로 인해 머리가 다 빠져버리기 전 붉은 머리를 가졌다는 이유로 사자머리의 주인공은 그를 불새 여인이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불새 여인을 죽도록 웃겨줄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불새 여인이 자신의 생명이 다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다는 불새 여인의 아들이 무사히 그녀의 앞에 나타날 때까지, 그녀의 삶을 연장시키겠다는, 한 의사로서의 사명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위해 그는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불새 여인에게 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그녀에게 웃음과 삶을 계속해서 퍼트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응급실의 천일야화나 다름 없는 이 이야기들을 마주하면서 단 일주일이라는 시간 속에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응급실이라는 배경만으로 그곳은 촌각을 다툴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고 웃음보다는 냉철함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들만 가득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그곳은 따스한 웃음이 있고 아련한 마음들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 당신 왔네!”
남편의 얼굴을 볼 수도, 그렇다고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는 환자였다. 그런데 남편이 왔다는 걸 정확히 알아맞혔다. 존재 자체가 할머니를 안심시키고 기쁘게 했던 것이다.
당신이 왔어!” 할머니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아마 그날 아침 들었던 가장 아름다운 한마디 말이었던 것 같다. –본문

에포닌 애탱 할머니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애잔해진다. 젊은이들은 발을 찧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어르신들에게는 가구가 이마를 향해 돌진해 온다는 저자의 입담도 입담이지만 이 순간을 그가 마주했기에 그 아련한 마음을 지금의 내가 마주할 수 있다는 것에서 감사할 따름이다. 암흑과 같은 그 시간 속에 오롯이 혼자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그 순간,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보이지 않은 끈은 오랜 시간 그들이 함께 해오는 동안 오감을 뛰어넘어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하고 그렇게 서로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것이 병원이라는 공간을 뛰어넘어 할머니의 마음을 치료해 주는 것은 할아버지의 존재였을 것이다.

 언제나 긴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이다 보니 환자들의 대기는 계속해서 길어지기 마련이다. 응급실을 찾는 이들은 모두가 급하긴 매한가지겠지만 병의 정도에 따라서 진료를 받게 되는 시간이 지체되기도 하는데, 먼저 왔음에도 계속해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 속에서 짜증을 내는 환자에게 주인공은 그 상황에서도 환자들에게 웃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관장을 하는 순간에도 그는 인간의 기나긴 관을 지나온 물질이며 이를 통해서 그는 또 하나의 가르침을 배우고 있다. 그날 자신이 한 의료행위중 가장 아름다운 의료행위였다고 말하는 그를 보면서 우리가 만나는 의사들이 다 그와 같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자신의 손을 통해서 한 사람의 생명이 결정된다는 것은 늘 두려움이 가득한 일일 것이다. 그가 불새 여인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지만 그녀의 죽음을 피해갈 수 없게 하듯, 그는 의사로서도 도저히 풀 수 없는 난제들을 마주하게 되고 그에게 실패란 한 사람의 생명을 저버리게 하는 것이기에 그들의 하루는 길고도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타인의 죽음은 우리 존재의 나약한 면을 보여지는 거울과도 같다. 그래서 우리는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인간들 중에서 의사야말로 죽음을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일 것이다. –본문

불새 여인에게 도래할 반전과도 같은 이야기를 넘어 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따스하면서도 때론 뭉클하게 다가온다. 손과 머리는 냉철하지만 따스한 가슴을 가진 그와 같은 의사들이 가득하기를, 그리하여 불새 여인과 같은 수많은 이들이 따스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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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의 천사들 / 로버트 레슬리저


 

 

독서 기간 : 201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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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애쓰지 말아요 (리커버 한정판) - 너무 다정하고 너무 착해서 상처받는 당신
이노우에 히로유키 지음, 예유진 옮김 / 샘터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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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매일을 아등바등 하고는 있지만 그 동안 지나온 길들을 보면 왜 여기밖에 못 온 건지, 라는 생각에 심장이 털썩 하고 내려 앉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들 비슷한 출발선에서 시작한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동떨어져서 있는 것인지, 나름대로는 한다고 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바라보면 늘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는 듯 하는 나에게 이 책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표를 손에 쥐어준 느낌이었다.

<너무 애쓰지 말아요>라는 제목에서부터 왠지 울컥한 마음이 드는 것이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괜찮다는 안도감을 갖게 한다. 무엇을 위해서 나는 이토록 허덕이며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인지, 나를 위한 인생임에 불구하고 언제나 타인이 우선이었던 나에게 있어 저자는 이제부터라도 조금 만 더 내 자신을 생각하며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들을 가져도 괜찮다고 나지막이 들려주고 있다.

 왜 이것밖에 하질 못하는 거야! 라는 질책보다는 지금 이 정도의 모습도 괜찮다고 다독여 주는 것은 언제나 바깥에 있는 이들에게만 받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타인에 의해서 인정받아야만 내 삶이 가치가 있고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듯이 생각해왔기에 그래서 더 스스로를 채근하며 지내왔었는데 무언가 부족하고 지금 쉰다면 더 뒤쳐질 것만 같아 기를 쓰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우리에게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라고 해도 부끄러운 실패와 후회라 해도 그릇된 건 전혀 없어요.
그대의 영혼이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일들, 모두 반드시 지나야만 했던 일이랍니다.
당신은 지금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사랑 받아 마땅한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기적입니다. –본문

 

 

 

 다른 사람들보다도 조금 더 빛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래서 가끔은 그때 이러한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의 내 모습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과거에 계속 발이 묶여 있는 동안 되려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과거에 목이 매인 채 또 다시 과거가 될 오늘을 어영부영 보내게 되는데 저자는 과거에 대한 회한이나 아쉬움 대신 지금 내가 있는 위치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지금의 자신을 힘껏 안아주며 받아들일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것은 오늘의 나를 위한 위안이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다시금 얻게 하는 것으로 무언가에 쫓기며 자신을 채근하는 것을 내려두고서 편안하게 오늘을 보낼 수 있는 마음가짐인 것이다.

일상 속에서 나를 괴롭히는 것들, 예를 들어서 마음에 드는 의사를 만나지 못했다든지 아니면 동료들과의 불화가 있다든지, 부모님과의 의견 충돌이 있다든지, 어떤 것들은 너무 소소한 나머지 입 밖으로 내 뱉는 것 조차도 왠지 민망한 것들조차도 그녀는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지에 대해 전해주고 있다.

영혼은 시련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행복과 기쁨도 성장의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니 제발 이제부터는 나만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이렇게 게으름을 피워도 되나?’ 하는 염려는 하지 마세요. 더 당당하고 마음껏 즐거워하고 행복해하고 기쁨은 만끽하세요.
자신 뿐만 아니라 일과 주위 사람에게도 분명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본문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마법상자는 아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다. 아침부터 종종 거리며 하루를 시작하기에만 바빴던 나에게 작은 휴식이랄까. 무언가 짜증나고 일이 풀리지 않을 때 한 번씩 쉬어 가고플 때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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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 배르벨 바르데츠키저

 

 

 

독서 기간 : 201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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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뇨 전염병 감염자들의 기록
에두아르도 라고 외 지음, 신미경 외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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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보고서는 볼라뇨라는 전염병이 퍼진 어느 도시의 기록이라고만 생각했다. 아마도 이 책을 펼쳐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소설 ’28’처럼 하나의 전염병이 번진 도시의 기록이 담긴 이야기라고 계속해서 오해하고 있었을 지 모른다.

이미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눈치를 챈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책장을 넘겨본 이후에야 이 책의 존재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저자인 로베르토 볼라뇨와 함께 작업을 했던 이들이라든지, 그의 작품에 대한 오마주를 남긴다든지 혹은 그의 글을 읽고 나서 팬들이 직접 그에게 바치는 헌정 글들을 모아 만들어진 이 책은, 제목 그래도 볼라뇨에 푹 빠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볼라뇨를 곱씹어 보고 볼라뇨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껏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된 셈이다.

 

 

그의 작품 중 <팽 선생> 단 한 권만 읽은 나로서는 아직 그의 마력에 흠뻑 젖었다기 보다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도 있구나,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의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볼라뇨가 떠난 지금까지 이토록 수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고 그의 이야기를 함께하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아직 내가 모르는 볼라뇨의 마력이 점점 궁금해진다.   

신비한 능력을 지닌 거울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볼라뇨를 추종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시작되게 되는데 이 독특한 유물과 같은 거울 앞에 서서 소원을 빌기 시작하면 현실에서 그 소원을 이뤄지는 반면 그 소원을 빌었던 사람을 꿈속에서 고통스런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 거울을 선물로 구입했던 조르주는 가게의 주인이 이야기했던 소원을 이뤄지는 거울이라는 말이 생각나서 그 앞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을 열렬히 사랑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고 잠에 들게 되는데 그의 꿈속에서는 그의 친구와 그녀가 사랑에 빠져 도리어 그를 향해 조롱의 웃음 소리만을 던지고 있었다.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던 그 현실이 꿈이라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그에게 그녀의 전화가 걸려오게 되고 희한하게 그 순간부터 그녀는 조르주에게 흠뻑 빠져 사랑을 넘어 집착의 단계까지로 그를 옭아매려 하고 있다.

 때로는 거울이 독자적인 의도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모든 남자들이 여자들이 되고, 또 그 반대의 현상도 벌어지는 세상에서 깨어난 적도 있다. 비록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그와 동시대 사람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모든 사자들, 인류라는 종족이 등장한 이후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사자들이 득실대는 세상에서 살아 본 적도 있었다. 어떤 때는 완전히 빛이 차단되고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은 공간 속에서 잠이 깨기도 했는데, 의식은 있되 오로지 촉각과 미각, 후각만이 느낄 수 있었다. –본문

 모든 것을 다 가졌으나 현실과 꿈과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늘 어지러웠던 그는 영원히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소원을 빌게 되지만 이마저도 꿈 속의 꿈을 불러 일으켜 계속해서 꿈과 현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과연 이 꿈 같은 현실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 하는 순간 이 모든 것이 안나의 바람이었다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된다.

 또한 소설 <2666>에 자신의 이름이 등장한다는 세르히고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볼라뇨가 하나의 이야기를 집필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보와 그 정보를 토대로 이야기들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되는데 그의 곁에서 그가 어떻게 글을 위한 소스들을 찾아내는 지에 대해 바라봐왔던 그 역시도 볼라뇨에 대해서 감히 객관적으로 이야기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가 선택하는 언어들에 대한 능력만큼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는 극찬을 남겨 놓고 있다.

 그는 자신이 등장, 아니 자신의 이름이 등장하는 <2666>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는데 특히 볼라뇨가 문학 탐정의 역할에 대해 골몰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들려주고 있다.

로베트로 볼라뇨가 문학 탐정 역할에 골몰한 것은 물론 현실 세계에서 정의가 실현되는 데 일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볼라뇨의 진정한 의도는 문학을 통해 그려진 하나의 상상적 지도 위에 경도와 위도를 설정함으로써, 그것을 통해 현실 그 자체를 점령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본문

 <야만스러운 탐정들>에서는 절대 악에 대해서 그렸기에 폭력적인 장면들이 난무하지만 <2666> 은 그 절대 악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설명하고 있다. 죄악이 필연적인 것이라면 그것을 넘기 위해 어떻게든 고군분투하게 되겠지만 우연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그 인연의 꼬리를 잡고서는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보며 서글퍼지면서도 그가 그린 이야기들이 필연적인 죄악이길 바라며 다른 이야기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일반적인 추리 소설 작가들이 그렇듯, 사건의 복잡성을 논리적으로 환원시켜 어떻게든 합리호ㅘ하고 해결해 내는 작가들은 사기꾼들이다. 진실은, 악은 여기 이곳에 있지만 그 어떤 것으로도 악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작가의 역할 중 하나는 바로 그런 사실을 가능한 한 신중하게 다루는 일일 것이다. –본문

 이토록 수 많은 사람들이, 그들 나름의 문학적인 이상화를 가지고 있을 텐데 그들을 이 곳에서 철저히 볼라뇨에 감염된 자들이라 자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볼라뇨의 책을 읽은 것이 단 한 권이기에 다른 책들을 읽어보고서 이 책을 마주했으면 더욱 공감을 하며 읽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반면에 아직 그가 남겨 놓은 수 많은 감염 바이러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흡족해 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내려 갔다. 언젠가는 볼라뇨라는 숙주에 반응하는 내가 되는 날이 오길 바라며 그의 책들을 하나씩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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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뇨, 로베르트 볼라뇨 / 호르헤 볼피저


 

 

독서 기간 : 2014.06.2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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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적 메메드 - 상
야샤르 케말 지음, 오은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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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번 '북한에 있는 사람들은 그 체제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그 누가 보더라도 옳지 못한 것을 알면서도 왜 그들은 가만히 있는 걸까, 라는 질문을 하는 동안 곁에 있는 이가 말하길 '계속해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생겨나는 움직임들이 커다란 반향으로 일으키기까지는 하나의 움직임이 전파되어 전체로의 전달이 되어야만 변화가 이뤄날 수 있다고 말이다.

한 시대 안에 영웅이 태어난다는 것은 그 세상이 불완전한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에 영웅이 존재했다는 것을 뒤집어 말하면 그 시대는 불운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당시의 사람들에게 메메드라는 의적이 등장하는 것은 그들에게 삶이 얼마나 어려운 때였는지를 먼저 마주해 보아야했으며 메메드가 등장하기 전 후의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서 알아봐야만 했다.

터키의 작품을 처음 읽는 것은 물론 야사르 케말이라는 작가를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마주하게 되면서 우리로 치자면 홍길동과 같은 느낌의 의적인 메메드의 다리를 보면서, 그가 가진 총은 과연 누구를 향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게 된다.

어린 시절 불우했던 시간을 지나와야만 했던 그로서는 민주화과 실현되지 않던 조국인 터키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케말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어쩌면 평생을 삶을 메메드로 살아오고자 했던 그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지주인 압디의 포악한 행태가 계속되고 있으나 그 누구도 압디에게 그의 잘못에 대해 고발하려 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요구가 그들의 삶을 옥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계속 그 상태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찌되었건 그들이 알고 있는 세상은 그것이 전부이기에 그들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메메드는 옆의 마을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되고 지금 자신들이 속해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닌, 그러니까 지주가 없는 마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지주와 소작인들이 모두 평등한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보려 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 속에는 기득권과의 마찰이 있으며 원래의 세계는 견고하니 그 위엄을 자랑하고 있었다. 폭력과 위엄으로 말이다.

"네가 도망치지만 않았어도...... 그 일이 우리의 목을 죄어 오는 구나."
메메드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두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그 일이 아니었다면 또 다른 핑계를 댔을 거라고요." -본문

계속되는 변명을 통해서 의적이 아닌 도적 메메드를 만들려 하지만 사람들은 하나 둘 메메드의 말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그렇게 새로운 새상에 메메드와 함께 하려했던 사람들은 죽은 줄만 알았던 압디가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순간, 메메드가 아닌 압디의 세상으로 다시 들어가려 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저 한치의 새치 말로, 그들은 다시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려 하고 있고 그들에게 새로운 빛을 전해주려 했던 메메드는 더 이상 그들의 영웅이 아닌 외면해야만 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메메드!" 그녀는 목청껏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저들에게 핫체를 뺏기고, 이젠 항복하러 내려온 건가? 압디가 곧 마을로 와서 다시 장군 행세를 하고 다닐 텐데 말이야. 자넨 항복하고 말 건가? 겁쟁이처럼! 우린 올 겨울을 굶주리지 않고 잘 보냈는데 말이야. 우린 처음으로 배가 터지게 먹어 봤어. 자넨 지주 압디가 다시 우리를 쥐어짜게 내버려 둘 텐가? 자넨 지금 어디로 가는 건가, 계찝애같이 소심한 메메드? 항복하러 가나? -본문

포악한 지주들을 없앤다고 해도 끊이지 않을 이 지주와 소작농의 고리는 지주들을 없애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작농들 스스로의 의식변화과 필요하다는 것을 메메드는 보여주고 있다. 압디가 살아있다는 소식만으로 급변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노라면 과연 이들은 왜 이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지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물론 메메드가 그들에게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아련함이 남게 된다.

그래, 세상은 단 한 순간의 의적의 탄생으로 변모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을 타다 보면은 세상은 점점 더 옳은 곳으로 변해가는 것이 아닐까. 지금 당장은 움추리고 있지만 그 안에 변화의 씨앗을 품고 말이다. 지주가 죽었다는 소식으로 사람들이 환호를 불러 일으키고 그렇게 메메드가 사라진 것처럼 우리의 삶에도 영웅을 기다리는 삶이 아닌 더 이상 영웅의 존재를 필요치 않는 그러한 세상이 도래하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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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적들 / 이인휘저


독서 기간 : 2014.06.20~06.2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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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7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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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어느새 6월이 반 이상 지나가 버렸고 7월의 초입에 들어서기 앞서 다시금 샘터를 마주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있는 줄도 몰랐던 샘터의 소식지가 이제는 한 달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을 준비하기 위한 초석과도 같은 존재로 되어버렸으니, 이만하면 샘터가 나에게 이제는 없어서는 서운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는 듯 하다.

 무언가 아쉬움으로만 가득했던  6월을 건너 아쉬웠던 월드컵의 성적을 털어내버리고  7월에는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이면서도 또 휴가를 기다리고 있는 독자로서 이번 <월간 샘터 7>은 그러한 설렘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이야기들로 풍성하게 담겨져 있었는데, 그래서 인지 이번 아쉬웠던 6월에 대한 다독임을 전해주는 느낌이었다

 

고래에 대한 특별한 추억도 없는 내게는 얼마 전에 먹어본 고래 고기가 떠올라 이야기를 읽기도 전에 뜨끔한 마음이 들었는데 장승포에서 한때는 수 많은 사람들의 손에 의해 거래가 이뤄졌다는 고래고기도 지금은 포획이 금지되어 그나마 남아있는 개체수가 보호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아직도 고래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 것들이 많은 이기적인 존재로 비치고 있었다.

 

 정 시인은 한때 사회부 기자였다. 1992년 문화일보 울산 주재 기자로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기사를 쓰다가 고래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여 점의 암각화 문양 중 고래는 무려 50여 점. 그중에는 새끼를 등에 업은 어미 귀신고래도 있었다. 수천 년 전부터 고래가 인간과 함께했음을 보여주는 암각화 앞에서 그는 문득 죄스러웠다. 그가 안타까운 건 고래를 식재료로만 보는 문화다. 고래 고기에 대한 수요는있지만 공급이 부족하니 암암리에 불법 포경도 일어난다. –본문

 고래를 위해서 그물을 거둬들이고 그들이 울산 앞바다로 다시금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보면서 고래고기를 먹으려 입맛을 다시기만 하던 내 모습들에 대해 저절로 숙연히 반성을 하게 된다. 고래 시인인 그는 이 책을 통해서 또 한 명의 독자로 하여금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고래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또한 할머니라고 하기엔 너무도 고우신 어르신의 맛깔스런 이야기를 들으며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데 닭고기 냉채는 한번도 먹어본 적도 없는 음식이기는 하나 색감만으로도 한번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었다. 특히나 냉채를 만드는 레시피도 담겨 있어 쉬이 따라해 봄직한 요리였는데 짜지 않고 싱겁게 만들어 드시는 것이 음식의 비법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간간하게만 먹는 입맛을 조금 변화시켜 볼 때구나, 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식물이 자라는게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가만히 보면 하나씩 새순이 돋아나 있어요. 요즘은 그것 보는 재미로 살아요. 
 
꽃과 나무에 푹 빠진 마음 덕분인지 할머니의 원피스와 밥그릇까지도 온통 꽃 그림이다. 어쩌면 할머니가 젊게 사시는 비결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을 돌보며 사는 삶에 있지 않을까 싶다. –본문

 차가운 바다에 아이들만 두고 먼저 탈출해 버린, 그야말로 인재였던 세월호 사건이 기생충이 숙주를 조종하듯이 그들의 뇌를 조종하는 무엇이 있었다는 것을 밝혀냈으면 속이라도 후련했을 것이라는 서민 교수의 이야기를 넘어 재수를 하던 형과 수시에 합격한 동생이 포장마차에서 재회한 사연들을 보노라면 6월이 또 이렇게 지나왔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7월의 무더위를 대비하기 위해 시원한 동굴이나 동네의 피서 명당까지 안내해주고 있는 7월호와 함께 여름을 준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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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06 / 샘터 편집부저

 

 

 

독서 기간 : 2014.06.19~2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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