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번 '북한에 있는 사람들은 그 체제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그 누가
보더라도 옳지 못한 것을 알면서도 왜 그들은 가만히 있는 걸까, 라는 질문을 하는 동안 곁에 있는 이가 말하길 '계속해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생겨나는 움직임들이 커다란 반향으로 일으키기까지는
하나의 움직임이 전파되어 전체로의 전달이 되어야만 변화가 이뤄날 수 있다고 말이다.
한 시대 안에 영웅이 태어난다는 것은
그 세상이 불완전한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에 영웅이 존재했다는 것을 뒤집어 말하면 그 시대는 불운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당시의
사람들에게 메메드라는 의적이 등장하는 것은 그들에게 삶이 얼마나 어려운 때였는지를 먼저 마주해 보아야했으며 메메드가 등장하기 전 후의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서 알아봐야만 했다.
터키의 작품을 처음 읽는 것은 물론
야사르 케말이라는 작가를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마주하게 되면서 우리로 치자면 홍길동과 같은 느낌의 의적인 메메드의 다리를 보면서, 그가 가진 총은 과연 누구를 향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게 된다.
어린 시절 불우했던 시간을 지나와야만
했던 그로서는 민주화과 실현되지 않던 조국인 터키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케말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어쩌면 평생을 삶을 메메드로 살아오고자 했던
그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지주인 압디의 포악한 행태가 계속되고
있으나 그 누구도 압디에게 그의 잘못에 대해 고발하려 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요구가 그들의 삶을 옥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계속 그
상태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찌되었건
그들이 알고 있는 세상은 그것이 전부이기에 그들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메메드는 옆의 마을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되고 지금 자신들이 속해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닌, 그러니까 지주가 없는 마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지주와
소작인들이 모두 평등한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보려 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 속에는 기득권과의 마찰이 있으며 원래의 세계는
견고하니 그 위엄을 자랑하고 있었다. 폭력과 위엄으로 말이다.
"네가
도망치지만 않았어도...... 그 일이 우리의 목을 죄어 오는 구나."
메메드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두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그
일이 아니었다면 또 다른 핑계를 댔을 거라고요." -본문
계속되는 변명을 통해서 의적이 아닌
도적 메메드를 만들려 하지만 사람들은 하나 둘 메메드의 말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그렇게 새로운 새상에 메메드와 함께 하려했던 사람들은 죽은 줄만
알았던 압디가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순간, 메메드가 아닌 압디의 세상으로 다시 들어가려 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저 한치의 새치
말로, 그들은 다시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려 하고 있고 그들에게 새로운 빛을 전해주려 했던 메메드는 더 이상 그들의 영웅이 아닌 외면해야만 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메메드!" 그녀는 목청껏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저들에게 핫체를 뺏기고, 이젠 항복하러 내려온 건가? 압디가 곧 마을로 와서 다시 장군 행세를 하고 다닐 텐데
말이야. 자넨 항복하고 말
건가? 겁쟁이처럼! 우린 올 겨울을 굶주리지 않고 잘
보냈는데 말이야. 우린
처음으로 배가 터지게 먹어 봤어. 자넨 지주 압디가 다시 우리를 쥐어짜게 내버려 둘 텐가? 자넨 지금 어디로 가는
건가, 계찝애같이 소심한
메메드? 항복하러
가나? -본문
포악한 지주들을 없앤다고 해도 끊이지 않을 이 지주와 소작농의 고리는
지주들을 없애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작농들 스스로의 의식변화과 필요하다는 것을 메메드는 보여주고 있다. 압디가 살아있다는 소식만으로
급변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노라면 과연 이들은 왜 이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지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물론 메메드가 그들에게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아련함이 남게 된다.
그래, 세상은 단 한 순간의 의적의
탄생으로 변모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을 타다 보면은 세상은 점점 더 옳은 곳으로
변해가는 것이 아닐까. 지금
당장은 움추리고 있지만 그 안에 변화의 씨앗을 품고 말이다. 지주가 죽었다는 소식으로 사람들이 환호를 불러 일으키고 그렇게
메메드가 사라진 것처럼 우리의 삶에도 영웅을 기다리는 삶이 아닌 더 이상 영웅의 존재를 필요치 않는 그러한 세상이 도래하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