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을 오라니 철학하는 아이 1
클레어 A. 니볼라 글.그림, 민유리 옮김 / 이마주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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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방학만 되면 기차를 타고서는 시골에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뵈러 가곤 했다. 내가 살고 있던 도시와는 다르게 대문의 문도 딱히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다른 보안 장치도 없었던 그곳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장소였으며 딱히 할머니 댁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의 어르신들이 사시는 곳은 신기하게도 닫혀져 있기 보다는 한대 모여 뭉쳐진 곳에 함께 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신기한 눈으로 도랑을 따라 걷거나 밭으로 가는 길을 따라 가다 보면 한 번도 뵌 적이 없던 어르신들이 네가 누구의 손녀이구나!” 혹은 누구의 딸이구나 라며 말씀을 건네주시곤 하셨고 그럴 때면 웃으며 인사를 드리고 지나가곤 했었다.

나는 처음인 그 길들이 이미 나의 부모님,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존재만으로 이미 이전부터 있어왔던 느낌이 들던 그 즐거운 시골 나들이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어느 샌가 발길이 끊어지긴 했지만 그 때의 그 기억들은 아직도 따스하게 한 켠을 자리하고 있다.

 이 책에서도 뉴욕의 도시에 살던 아이가 이탈리아로 아버지가 자란 마을인 오라니로 가게 되면서 아이의 눈에 비친 마을의 이야기가 전해지게 된다. 

 반짝반짝 빛나는 태양 아래 붉은 지붕을 한 마을의 사람들이 뉴욕에서 온 이들을 맞아 점점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자그마한 언덕을 뒤로 하고서 있는 많은 집들은 모두 아버지의 친척들이 살고 있었으며 그 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아이를 반기며 맞이하고 있기에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하고 새로 태어난 아이를 보기도 하는 등 마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어디서 만나든 할머니들을 우리에게 과자와 초콜릿을 권하셨습니다. 낮게 가지를 드리우고 서있는 나무에서는 언제든 손만 뻗으면 열매를 따 먹을 수 있었습니다. 마치 마을 전체가 우리 것인 것만 같았습니다. –본문

그렇게 아이는 그 마을에서 다양한 모습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누군가 세상을 떠나는 것은 물론 결혼식과 축제에도 참여하게 되면서 오라니라는 마을을 통해 그는 모든 것을 배우게 된다.

 나는 그 곳에서 마을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멀리서 보니 마을이 참 작고, 단정하고, 조용해 보였습니다.
 
나는 이 마을이 품고 있는 온갖 삶의 소리를 떠올렸습니다
. 
 
내가 배우고 느끼고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
 
, 정말이지 나는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를 사랑했습니다!  본문

마지막 책을 덮고 나니 다시금 시골에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든다. 이제는 기억 속에만 아련히 남은 그 곳을 어른이 된 지금 내가 마주하면 어떠한 기분이 들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오라니는 어떠한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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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봄』 / 이원수저


 

 

독서 기간 : 201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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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연인 1 - 제1회 퍼플로맨스 최우수상 수상작
임이슬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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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푹 빠져 보았던 <별에서 온 그대>를 다시 마주한 느낌이다. 로맨스 소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가독성도 가독성이지만 천송이와 도민준의 캐미가 이 소설 속에서는 미르 낭자와 휘지 도령이 되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그려내고 있었으니, 읽는 내내 나도 모를 흐뭇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며 그야말로 정신 없이 읽어 냈다. 2권의 소설을 5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읽어 내려갔으니 푹 빠져서 보긴 본 모양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사건에 휘말리게 된 교학은 현재 양양에서 유배 생활을 하고 있다. 성품이 곧고 언제나 바른 그는 온화한 마음씨는 물론 수려한 외모 덕분에 주변 여인들의 마음을 흔드는 장본인이지만 정작 그는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저 서책에 빠져 있을 뿐, 그의 곁에 있는 수하가 아무리 그를 흔든다 해도 그는 조용히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만을 지키고 있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투닥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점을 보는 여인에게 자리를 빼라는 매몰찬 상점 주인과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면서 넉살 좋게 그는 점을 보겠다며 그 앞에 자리하게 된다. 물론 그 주인집 여인에게도 한 몫을 전해주며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한 휘지에게 점을 본다는 여인은 금일 기이한 일을 겪게 될 것이며 그러한 와중 눈에 띄는 것을 몸 안쪽에 감추고 절대 드러내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점을 보려던 것도 아니었거니와 그저 도와주려는 의도였기에 교학은 그녀가 들려준 점괘에 대해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봉구가 없는 사이 땔감을 줍기 위해 산으로 오르게 된다.

 평상시 같으면 봉구가 했을 그 일을 하는 동안 길을 잃은 그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주춤하고 있는 사이 이전에는 본 적 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고 그곳에서 바로 유아 미르, 미르 낭자를 만나게 된다.

 도무지 이 시대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외모는 물론 그녀가 입고 있는 옷도 그렇고 그녀가 하는 이야기들도 모두 생경한 것들이지만 어찌되었건 오갈 곳 없는 그녀를 위해 교학은 미르 낭자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2608년도의 한국으로의 여행을 꿈꾼 미르에게 현재는 1608년의 조선이었고 다시금 되돌아가기 위해 길을 나선 그 순간 뜻하지 않게 마주한 위험 속에서 미르는 교학을 구하게 되고 그렇게 그들의 인연은 시작되어 오누이로 봉구와 함께 한 집에 살고 있다.

수연은 진심으로 휘지를 깊이 연모하는 중이었다. 휘지의 이야기만 나오면 붉어지는 그녀의 두 볼과 초롱초롱해지는 눈망울, 그리고 그리움에 절절하게 떨리는 말투까지. 그녀의 모든 것들 것 연심을 대변하고 있었다. 은연중에 미르는 심장이 저릿함을 느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어여쁜 아가씨가 큰눈을 반짝이며 얼굴을 마주하면 미르는 숨길 수 없는 두려움이 일어났던 것이다. –본문

 이렇게만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면야 그들만의 로맨스가 되겠지만 엇갈린 사랑의 작대기는 물론 그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암투와 사건들이 벌어지게 되는데, 특히나 오래 전부터 교학을 마음에 두고 있던 수연과 그러한 수연과 벗이자 교학의 누이로서 서로를 마주하게 되는 미르는 교학을 사이에 두고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내일 꽃달임에 가면 이것저것 치장하는 사람들이 많을 터인데 우리 밥낭 누이는 그 흔한 노리개 하나 없으면 불쌍할 것 같아 측은하여 사주는 것이오. 잃어버리지 말고 품에 꼭 다니셔야 하오.
 
어느 틈에 사다놓은 것일까. 휘지가 품속에서 노리개를 꺼냈다. 노리개를 쥐여주던 그의 따스한 손과 살짝 닿을 듯하여 미르는 숨이 멎을 뻔하였다. –본문

 여인들의 마음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 채 교학은 점점 미르에게 빠져들고 있고 언젠가는 자신을 떠나야 할 그녀를 알기에, 또한 자신이 현재 유배 중이라는 죄인이기에 그녀에게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 채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매번 장난스레 그녀를 밥낭 누이라 부르지만 그런 친근한 말들이 모여 점차 그 안에 미르 낭자의 공간이 커져가고 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깊어질수록 마을에는 이전에는 드러나지 않던 사건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데 끔찍한 살인 사건들이 수면 위로 일어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암투가 벌어지는 있는 그곳을 교학과 한명이 들춰내면 낼수록 마을 사람들을 그들을 피하게 되고 그 안에 사라진 줄만 알았던 흑사회의 흔적들이 드러나게 되면서 과연 누가, 무엇을 위해 이러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든다.

소저가 떠나간 이후에 제게 찾아올 적적함과 고통 또한 제게는 소중할 것입니다. 어쩌면 아프면 아플수록 좋겠지요. 그녀가 제 곁에 잠시라도 머물렀다는 사실을 절대 잊을 수 없도록 말이지요. 취성, 저는 이미 소저를 떠나 보내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러니 소저께서 우주선을 고치셨는지 아닌지만 알려주십시오. 만일 고치지 못하셨다면 고치는 데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본문

 보내야만 하는 사람과 떠나야만 하는 사람의 인연을 통해 오랜만에 다시 달달한 이야기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며 보냈다. 교학과 미르 이외의 주변인들의 감정상태의 변화도 이야기의 흐름 상에 빠트릴 수 없는 것들인데, 과연 이 모든 사건의 전말을 어떻게 된 것인지, 과연 밥낭 낭자와 교학의 사랑을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 궁금하다면 바로 책을 펼쳐보라 전해주고 싶다. 한 장만 넘기면 그 다음은 자연스레 완독을 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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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황상제 막내딸 설화 1~2 / 이지혜저


 

 

독서 기간 : 2014.07.0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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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거장 - 21살 데이빗, 처음으로 혼자 지하철을 타다
글렌 핀란드 지음, 한유주 옮김 / 레디셋고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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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를 향해 혼자 다녔는지에 대한 기억도 남아있지 않지만 이제는 어디를 가든 혼자 무엇을 한다는 것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기에 평범한 하루 속에서 혼자 있는 시간들에 대해서 별 달리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가끔 책을 보거나 아니면 쏟아지는 잠에 취해서 원래 내려야 하는 정거장에 내리지 못하는 경우는 있지만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 부단히 연습을 하고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레 습득된 지식이라면 이 책의 주인공인 데이빗에게는 평범해 보이는 타인들의 일상이 그에게는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서 배워나가야만 하는 일들이다.

 물론 데이빗을 길거리에서 마주했더라면 18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수려한 외모를 보고서는 그에게 눈길이 먼저 갔을 것이다. 그가 자폐를 앓고 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 그에게 매료되겠지만 그가 앓고 있는 자폐를 알게 된 이후 아마도 나는 그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폐를 앓고 있는 그에 대한 두려움 등, 사회가 그를 바라보는 온정 어린 시선과 더불어 냉담함이 쏟아지는 것처럼 나 역시도 그를 보며 양가적인 감정을 느낄 것이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자폐에 대해 편견과 오해는 물론 그 주변에 있는 이들의 삶까지도 투영하여 마주할 수 있는 책으로 막연하게 아픔에 대한 이야기만 풀어놓는다거나 혹은 어두운 면만 조명하고 있는 것이 아닌 우리와 함께 지내고 있는 그들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먼저 자폐증에 관한 이야기가 단순히 한 아이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 이 이야기는 가족 전체에 관한 이야기다. 세 아들들을 키우며 보낸 지난 사반세기를 돌이켜 보니, 나와 남편은 자폐증이 무엇인가 그리고 자폐증이 한 가족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 라는 풀 수 없는 수수께끼에 사로잡힌 채, 해답을 찾아 길고 긴 어둠 속을 체매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라기 보다는 우리가 모르고 있던 것에 대한 이야기다. –본문

 자신 만의 세상에 갇혀 주변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아이가 바로 데이빗이었다. 끊임없는 교감을 통해 사회 안에서 사람들과의 소통을 하고 있는 우리와는 다르게 그는 가족들 사이에서도 오롯이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다. 그러니까 데이빗은 현재만 사는 아이이다. 그에게는 과거나 미래에 대한 방향성이 아닌 오직 지금이라는 순간에만 살고 있고 그는 그 순간순간에 집중해서 지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은 그 세계에 갇혀 그 자리에 늘 머물러 있지만 사람들을 하나 둘 씩 내일을 향해 전진하고 있기에, 늘 그 자리에 있는 데이빗은 도태되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늘 그 곳에 서 있는 것뿐인데 주변은 번잡스럽게 변화해 가고 있기에 그는 가만히 있어도 뒤쳐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데이빗고 투표를 하나요?” 
그녀가 데이빗을 향해 고갯짓을 하며 우리에게 물었다
. 
 브루스가 그녀를 쏘아보며 말한다. “그래서 여기 서 있는 거예요.” 그녀는 우리에게 등을 돌리며 조그맣게 피식 웃는다. 데이빗과 함께 새로운 모험을 벌일 때마다 사람들의 훌륭한 면과 저질스러운 면을 보게 되는 듯하다. –본문

 자신의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은 부모로 하여금 모든 이들에게 죄인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들고 있다. 그저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뿐인데 세상은 그 아이를 향해서 틀리고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데이빗의 부모 역시도 언제나 그가 혹여나 사건이나 사고에 휘말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부터 밤에 잠이 들기까지 데이빗의 부모의 일과는 오로지 데이빗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데이빗의 형제들에게는 신경을 쓸 여력조차 없었기에 부모 자식간이지만 서먹해지는 관계에 대해서는 어찌할 바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가족이라는 내분보다는 세상이 쏟아내는 눈짓을 막는 것이 급급했으니 말이다.

 아들과 영화를 보러 가서도 어떠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없기에 서글펐던 아버지의 모습이나, 홀로 사라져버린 데이빗을 찾기 위해 달려가야 하는 순간 내 아들을 저능아예요 라며 하고 싶지 않던 고백을 하는 그녀의 어머니를 보면서 안타까움이 자아낸다. 그들 역시 장애를 가진 다른 부모와 같이 데이빗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 목표였을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데이빗은 조금씩 사회 속에 스며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온 몸으로 틀린 게 아니라 조금 느린 거예요.’를 보여주듯 말이다.

 다음 정거장에 내려야 할 사람은 바로 나였다. 데이빗이 아니라. 떠나가는 전철을 바라보며 나는 통로 한복판에 서있는 젊은이를 마지막으로 흘깃 바라본다. 홀로 자신에게 집중하며 서 있는 그는 이 세계에서 자신이 깃들 자리를 찾아 어둠 속을 응시하고 있다. –본문

 이 책을 읽으면서 변화가 필요한 것은 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건 그들 역시 우리와 함께 하는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치 그들과 우리 사이에 장벽이 있듯 편견 어린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봐왔으니 말이다. 여전히 장애라는 편견을 가지고 오늘을 지내고 있는 우리가 다음 정거장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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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 안녕』 / 크리스틴 바넷저


 

 

독서 기간 : 2014.06.20~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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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 가는 것들에 대하여 - 인생의 끝자락에서 만나게 되는 뜻밖의 행운
윌리엄 이안 밀러 지음, 신예용 옮김 / 레디셋고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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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든다는 것에서 반가웠던 적은 10대의 시절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얼른 이 갑갑한 교실에서 벗어나 세상을 멋지게 누비는 여자가 되고 싶었는데 그 무서운 주문이 너무도 빨리 이뤄져 지금은 한해 한해 시간이 가는 것이 야박하게도 빠르다고 느끼는 요즘, 100세 시대가 열렸다는 이야기에 아직은 절반도 더 남은 상태이지만 어찌되었건 나이가 든다라는 것은 반갑지 않은 불청객임에는 틀림 없는 듯 하다.

 어찌되었던 의지와는 상관 없이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는, 모두에게나 공평한 시간의 흐름은 우리에게 노년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면 좋을지에 대한 것은 물론 근본적으로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을 접어든 나는 나의 미래는 물론이거니와 나의 곁에 있는 부모님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그들에 대한 이해와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의미들을 배워보고 싶어 집어 들게 되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 든다는 것에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화장품 매장에는 주름 제거 혹은 주름을 완화해주는 것들이 한 부분을 자리하고 있으며 같은 나이보다도 더 젊어 보이게 보이기 위해 성형을 마다하지 않는 우리의 현실을 보노라면 나이 든다는 것이 과히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보는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나이 듦에 대해서 냉혹한 현실을 전해주는 것은 물론 나이 듦에 대해서 일단 받아들여야만 자신의 문제들을 객관적으로 마주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책의 전반적인 주제가 다소 우울하거나 어둡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어느 정도 의도한 바와 같이 일상적인 즐거움에 깃든 우울한 농담에서 위안과 보상을 얻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모든 즐거움과 마찬가지로 그런 즐거움에도 실망이 뒤따른다. 곧 지하로 연결되는 문이 열리고 당신은 발은 헛디뎌 대롱대롱 매달리게 될 것이다. –본문

그러니까 이 책은 늙어가는 것에 대해서 아름다운 환상이 아닌 실제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기에 늙는다는 것에 대해 친절하게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보다는 쉽지 않지만 그 실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친절하지 않은 그의 방식은 오히려 그렇기에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서 돌려 이야기 하지 않기에 늙음이라는 것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벗어 던지고 그 시간의 흐름을 견디며 지나온 이들이 가지게 되는 관록과 지혜에 대해서 깨달아야만 진정한 빛이 나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다윗이 머리를 써라 너는 슬기로우니라며 직접 솔로몬의 지혜를 언급한 대목은 서로가 잘 아는 내용으로, 다분히 암시적이면서도 미리 합의된 사항이다. 우리는 인용된 대목에서 다윗이 널리 알려진 솔로몬의 지혜에 대한 평판을 언급하며 그에게 막중한 부담을 주고, 더욱 힘겨운 영역인 죽음을 다루는 데 필요한 지혜를 시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문

뿐만 아니라 그는 신체적인 변화는 젊었을 때에 비해 노화되고 점점 기력이 쇠해지면서 각종 병마를 얻을 수는 있을지언정 그가 지나온 시간 동안에 켜켜이 쌓여가는 지식과 지혜는 잃어나는 것들에 대해서 반대급부로 얻는 또 다른 삶의 모습이라 알려주고 있다.

회상의 많은 부분은 기억을 포함하며 지금까지 자신이 진 빚을 깨닫고 인정하게 된다. 히브리어성경과 햄릿에서 기억한다는 것은 의무적인 기념이다. 기억한다는 건 곧 빚을 갚아야 한다는 뜻이 된다. –본문

수 많은 사람들과 수 많은 시간들에 빚을 졌다는 것을 모른 채 나는 지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마도 나 역시도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야 지금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이 선물이었음을 인지하겠지만 그와 함께 문학을 넘어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일독해가면서 두려움만 가지고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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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대한 변명 / 김희재저


 

 

독서 기간 : 2014.06.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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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 홍수 - 황금의 지배자
에드윈 르페브르 지음, 박성준.김희균 옮김 / 레디셋고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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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의 가격이 점차 오르고 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국제 금 가격 상승이 과연 경제 전반에 걸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라는 막연한 궁금증을 안고 있을 즈음 <금의 홍수>라는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1905년도에 집필된 책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과연 이 안에 담겨 있는 내용이 현재의 경제의 전반적인 흐름에 부합될 수 있을까, 라는 반신반의로 읽어 내려가다 보면 한 젊은 청년의 손에 이끌려 그 동안 마주했던 딱딱한 경제가 아닌 경제라는 이름 안에 있는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다.

 월 스트리트의 메인 은행 중 하나인 메트로폴리탄 내셔널 은행에 20대의 젊은 청년인 그린넬이 등장하게 된다. 당시 금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공인하는 금 예치소에 금을 맡기고 나서 받는 증권을 은행에 제시하게 되는데 당시 10만 달러를 예치하러 온 그를 보면서 은행장인 도슨은 그를 격하게 환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주 목요일. 다시 그린넬은 예치소에서 발행 받은 15만 달러의 창고 증권을 제시하고 그렇게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이전에 맡겼던 금액의 50%를 할증한 금액을 맡기러 등장하는 그가 도슨은 환영의 눈빛에서 탐탁지 않는 눈길로 변모하다 못해 의심의 눈초리로 그에 대해 하나 둘씩 알아보게 된다.

청년은 대체 어디서 금을 획득하는 건가요? 당신의 이런 행동이 경제 전체를 교란할 수 있다는사실을 알고 계시오?” (중략)

만약 당신이 한꺼번에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기라도 하면 은행은 당장 현금을 조달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주식에서 재미를 보던 선량한 부자들은 하루 아침에 거지가 될 수도 있어요.” –본문

 보통 엄청난 돈을 자신의 은행에 맡긴다면 대게 환영의 의사를 표할 것이라 생각되나 은행장인 도슨은 그린넬에 대한 반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도슨의 이야기 중 선량한 부자들란 이야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당시 채권의 이자는 금의 가치와 연동이 되어 있기에 그린넬이 이토록 계속해서 시장에 금을 내놓는다면 금 가격은 하락하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채권의 이자 역시도 점점 더 낮아질 것이라는 계산하에 도슨은 서민 경제를 생각하는 듯 그린넬에게 경고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본인은 물론 자신의 친구인 멜런의 채권이 하락 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드러내는 대목이라는 것을 보게 되면서 경제라는 틀을 손에 쥐고 있는 그들의 심리상태 역시도 함께 대면하게 된다.

채권이 왜 이렇게까지 싸졌는지 그 까닭도 모르면서, 그들이 채권을 사들이도록 홀릴 때까지,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채권 투기꾼들은 예전에 사 두었던 채권들을 어쩔 수 없다는 듯 내다 팔았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불확실성만을 더 가중시켰다. 일부는 팔고 또 일부는 사면서, 보통 때 같으면 느리고 조용히 움직였을 우량 주식들이 마치 조작된 것처럼 요동쳤다. –본문

 이렇듯 그린넬의 행보가 점차 퍼지게 되면서 부자들은 자신들의 손에 쥐고 있을 채권 가격의 하락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채권을 매각하게 되고 채권 매각이 계속되면 될수록 하락하는 채권 가격에 일반인들은 그 채권을 다시 사들이게 된다.

 마지막 이 시나리오는 그야말로 속고 속이는 경제의 큰 틀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안에서 금과 채권, 주식이 어떻게 연계되어 나타나는 것인지는 물론 그 혼돈의 순간 속에서 탐욕에 눈이 먼 자들이 마주하는 것은 패망이라는 것을 다시금 주지시키고 있다.

 100여년 전의 고전과도 같이 이 책이 현재의 경제 시장을 고스란히 관통해 알려주고 있다니. 그저 짧은 소설 속에서 이전에는 미쳐 인지하지 못한 기본적인 경제의 흐름을 배우며 그 동안은 생각지도 못했던 상관관계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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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자라는 곳 그리고 거품의 본질』 / 가렛 가렛트저


 

 

독서 기간 : 2014.07.01~07.0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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