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다는 것에서 반가웠던 적은 10대의 시절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얼른 이 갑갑한 교실에서 벗어나 세상을 멋지게 누비는 여자가 되고 싶었는데 그 무서운 주문이 너무도 빨리 이뤄져 지금은 한해 한해 시간이 가는 것이 야박하게도 빠르다고 느끼는 요즘, 100세 시대가 열렸다는 이야기에 아직은 절반도 더 남은 상태이지만 어찌되었건 ‘나이가 든다’라는 것은 반갑지 않은 불청객임에는 틀림 없는 듯 하다.
어찌되었던 의지와는 상관 없이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는, 모두에게나 공평한 시간의 흐름은 우리에게 노년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면 좋을지에 대한 것은 물론 근본적으로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을 접어든 나는 나의 미래는 물론이거니와 나의 곁에 있는 부모님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그들에 대한 이해와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의미들을 배워보고 싶어 집어 들게 되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 든다’는 것에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화장품 매장에는 주름 제거 혹은 주름을 완화해주는 것들이 한 부분을 자리하고 있으며 같은 나이보다도 더 젊어 보이게 보이기 위해 성형을 마다하지 않는 우리의 현실을 보노라면 나이 든다는 것이 과히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보는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나이 듦에 대해서 냉혹한 현실을 전해주는 것은 물론 나이 듦에 대해서 일단 받아들여야만 자신의 문제들을 객관적으로 마주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책의 전반적인 주제가 다소 우울하거나 어둡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어느 정도 의도한 바와 같이 일상적인 즐거움에 깃든 우울한 농담에서 위안과 보상을 얻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모든 즐거움과 마찬가지로 그런 즐거움에도 실망이 뒤따른다. 곧 지하로 연결되는 문이 열리고 당신은 발은 헛디뎌 대롱대롱 매달리게 될 것이다. –본문
그러니까 이 책은 늙어가는 것에 대해서 아름다운 환상이 아닌 실제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기에 늙는다는 것에 대해 친절하게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보다는 쉽지 않지만 그 실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친절하지 않은 그의 방식은 오히려 그렇기에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서 돌려 이야기 하지 않기에 늙음이라는 것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벗어 던지고 그 시간의 흐름을 견디며 지나온 이들이 가지게 되는 관록과 지혜에 대해서 깨달아야만 진정한 빛이 나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다윗이 ‘머리를 써라’나 ‘너는 슬기로우니’라며 직접 솔로몬의 지혜를 언급한 대목은 서로가 잘 아는 내용으로, 다분히 암시적이면서도 미리 합의된 사항이다. 우리는 인용된 대목에서 다윗이 널리 알려진 솔로몬의 지혜에 대한 평판을 언급하며 그에게 막중한 부담을 주고, 더욱 힘겨운 영역인 죽음을 다루는 데 필요한 지혜를 시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문
뿐만 아니라 그는 신체적인 변화는 젊었을 때에 비해 노화되고 점점 기력이 쇠해지면서 각종 병마를 얻을 수는 있을지언정 그가 지나온 시간 동안에 켜켜이 쌓여가는 지식과 지혜는 잃어나는 것들에 대해서 반대급부로 얻는 또 다른 삶의 모습이라 알려주고 있다.
회상의 많은 부분은 기억을 포함하며 지금까지 자신이 진 빚을 깨닫고 인정하게 된다. 히브리어성경과 햄릿에서 ‘기억한다는 것’은 의무적인 기념이다. 기억한다는 건 곧 빚을 갚아야 한다는 뜻이 된다. –본문
수 많은 사람들과 수 많은 시간들에 빚을 졌다는 것을 모른 채 나는 지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마도 나 역시도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야 지금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이 선물이었음을 인지하겠지만 그와 함께 문학을 넘어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일독해가면서 두려움만 가지고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