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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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순간부터인가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될 전화기는 이제 전화라는 근본적인 목적을 넘어 그 이상의 것들을 실현하고 있다. 음악을 듣기도 하고 동영상을 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쉴 새 없이 SNS 대화를 나누는 등, 전화는 수 많은 용도를 품고 있지만 원래의 제 기능인 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 순간이 나는 가장 좋은 것이라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수 만 킬로가 떨어진 곳에 있는 쉬이 연결해주는 전화의 기능을 보노라면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거리상으로는 도무지 함께 할 수 없는 이들이지만 전화는 바로 곁에 있는 것처럼 그들을 연결해주고 있으니, 전화는 목소리를 전해준다는 것 이외에 거리의 단절을 사라지게 하고 그 안의 사람들로 하여금 따스함을 공유하게 하는 능력을 가진 물체인 듯 하다.

 에디슨은 송신기에 압축 카본 디스크를 넣어 신호의 품질을 향상시켰다.
하지만 에디슨은 벨만큼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 1920년 에디슨이 어느 잡지에서 영혼의 전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영혼의 전화는 언젠가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과 통화하게 해줄지도 모르는 장치였다.
 
난 삶이 물질처럼 파괴되지는 않을 거라고 믿어요.” 그가 말했다. –본문

 그러나 이 전화도 연결할 수 없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이생을 떠난 이들과의 통화이다. 벨이 전화를 발명한 이후 수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 에디슨도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의 전화 소통, 이른바 영혼의 전화를 개발하여 계속된 시도를 하였지만 아직까지도 그 결과물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것은 불가능 한 것이리라.

 그것은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 보낸 이들의 간절한 염원일 뿐,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라 믿고 있기에 우리는 망자가 된 이들을 가슴으로, 혹은 그들과의 추억을 통해서만 기억하고 있을 뿐 점점 흐릿해 져가는 그들의 모습들은 남아있는 이들을 위해 그들이 남기고 가는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 이미 떠나간 이들을 다시 마주하고 싶다는 간절함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기에 그저 가슴 안에 품고 살아가는 콜드워트의 마을 주민들에게 기적과도 같은 일들이 나타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로부터 전화가 오는 것이다.

천국에서 첫 번째 전화가 걸려온 날이었다.
다음에 벌어지는 일은 당신이 얼마나 믿느냐에 달려 있다. –본문

 지금까지의 인류가 실현할 수 있는 과학의 최정상의 상태에 오른 21세기에 망자로부터 걸려오는 전화, 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설마, 그럴 리가.’ 라는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다. 나 역시도 처음에는 의구심을 안고 이 책을 마주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제발 그러하기만을 바라고 있게 된다. 이미 떠나간 이들이 따스한 곳에 잘 있다는 그 이야기는, 누군가를 떠나 보낸 경험이 있다면 그 누구라도 바라는 것일 테니 말이다.

 쌍둥이처럼 서로가 비슷한 삶을 살았던 자매인 캐서린과 다니앤은 그 누가 보더라도 우애 좋은 자매였다. 어려울 때면 늘 함께 했던 이들은 죽음이라는 시련을 통해 서로 다른 곳에 존재하게 되는데 언니인 다니앤이 좋은 곳에 있기를 바라는 그녀에게 어느 날 언니의 전화가 오게 된다.

 콜드워터의 경찰서장인 잭 셀러스 역시도 그의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내게 되었는데 그 사건 이후로 그의 가정은 산산 조각이 나게 된다. 이제는 그러한 삶에 익숙해져 버린 잭에게 어느 날, 로비의 전화가 오게 된다.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지 한참 되었지만, 어릴 적 그 목소리 그대로, 잭을 찾고 있다.

 알츠하이머를 앓다 돌아가신 엄마로부터의 전화를 받은 테스는 살아 생전 그녀의 어머니인 루스가 그러했듯이 사람들을 집으로 들여 음식을 나눠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축복이 모두 똑 같은 것은 아니다. 선택받은 어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천국에서 전화할 때마다 치유의 빛을 느꼈지만 도린은 애석하게도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에 느꼈던 커다란 기쁨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에 밀려났다. 바로 더욱 커진 슬픔. 심지어 우울. –본문

 이들에게는 기쁨이자 안도의 전화가 그 이외의 사람들이게는 두려움과 반감, 불신 등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기적이라는 사람들과 그것은 모두 거짓이라는 사람들간의 시위가 일어나는 것은 물론, 세상에 이목 따위를 받을 일이 없었던 이 콜드워터가 천국에서 온 전화로 세간의 집중을 받게 되자 방송국은 그 일을 독점으로 생중계하려 하고 있고 타운장인 제프 제이커비는 이 일을 계기로 대대적인 홍보 및 관광지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천국에서 온 전화를 받은 사람들 중 누가 제일 먼저 받았는지와 그 전화를 받은 이가 속해 있는 종교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선택 받은 종교라는 종교인들간의 내부 갈등은 물론 전화를 받았다던 이들이 사용했다는 삼성의 핸드폰은 갑작스레 판매량이 증가하는 등, 조용했던 마을을 갑작스레 번잡하고 빠르게 돌아가게 된다.

 전화를 받지 못하는 이들은 언젠가는 자신들에게도 천국에서 전화가 올 것이라는 기다림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나 안타깝게 아내와 사별해야 했던 설리 하딩과 그의 아들 줄스의 이야기는 아련하게만 다가왔는데 회를 지나면 지날수록 드러나는 그의 이야기는 제 3자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송연해졌다.

 설리는 전화기를 들고 금요일 밤부터의 통화 기록을 훑어보았다. <시카고 트리뷴>기자에게서 걸려온 통화 기록이 있었다. 저녁 7 46분이었다. 그는 통화 기록을 훑어보다가 한 통을 더 찾아냈다. 발신자는 불명이었다. 지젤이 목소리와의 통화였다.
 
시간은 저녁 7 44분이었다. –본문

 이 이야기를 믿을지 혹은 그저 하나의 이야기로 넘길지에 대한 부분은 오롯이 독자의 몫일 게다. 어찌되었건 설리의 이야기를 듣고 난다면 이 이야기를 믿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발신번호 없음, 이라 읽히는 전화를 기다리게 될 것이라 생각 든다. 지금 내가 그러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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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리턴드』 / 제이슨 모트저

 

 

 

독서 기간 : 2014.06.1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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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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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말이죠. 그런거예요. 그러니까 수류탄 같은 거라고요. 엄마, 전 수류탄이고 언젠가 터져버릴 테니까 사상자 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다고요. 아시겠어요? 전 수류탄이예요. 그러니까 그냥 사람들에게서 떨어져서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두 분이랑 함께 있고 싶어요. 두 분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요. 두 분은 저에게 너무 많은 걸 쏟아 부으셨어요. 그러니까 그냥 제가 이러게 놔두세요. ? 전 우울한게 아니예요. 더 자주 나갈 필요도 없고요. 그리고 전 절대로 일반적인 십대가 될 수 없어요. 수류탄이니까요. -본문 

  

 한 아이가 자신의 부모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면 나는 분명 '버르장 머리 없는 아이군. 부모가 얼마나 속을 태우실까.'라며 혀를 차고 돌아섰을 것이다. 단편적인 저 문장을 보고서도 아마 그렇게 이야기했을지 모른다. 대체 이 아이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라며 알지도 못하는 아이를 보며 불평을 쏟아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 누구라도 이 책을 읽다 이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련하다고 해야할지, 먹먹하다고 해야할지, 내가 알고 있는 단어로는 표현되지 않을 뿐더러 그들의 마음조차 헤아릴 수 없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지내고 있는 나로서는 이 이야기들은 안타까운 이야기일 뿐 아니라 너무도 안일하게 오늘을 살고 있는 나로 하여금 반성을 하게 하고 살아있는 이는 물론 이 생을 떠나는 이들에게 삶과 죽음이란 무엇일까,를 반추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표지 속의 10대 아이들이다. 친구들과 히히닥거리며 간식거리를 사먹고 어제 TV에 나왔던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이성에 대한 이야기들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해야하며 불평을 쏟아내는 그러한 평범한 10대가 아닌 병상에서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10대들의 이야기이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만 듣고나면 이 이야기가 너무도 슬픈 이야기들로만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안에는 이 슬픔 이외에 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오롯이 불쌍한 아이들만을 조명하여 이 책이 발간되었다면 아마 나는 책을 보다가 그냥 덮어버렸을지 모른다. TV에 나오는 아직 한창 어리광을 부릴 나이의 아이들이 민머리가 되어 고통과 싸우고 있는 것을 보면 눈물을 흘리다가 TV를 꺼버리고 돌아서듯 말이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거야. 우리 모두가 죽는 날이. 모두 다. 인류가 죄다 사랍져서 누가 이 땅에 존재했다는 사실고, 우리 인류가 여기서 뭘 했다는 것도 기억할 사라미 전혀 없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 너희들은 고사하고 아리스토텔레스나 클레오파트라를 기억하는 사람조차 없어지는 거야. 우리가 하고 만들고 쓰고 생각하고 발견했던 모든 것들이 잊히고 이 모든 것들은 무()로 돌아갈 거야. -본문 

 

 13살의 나이에 갑상선 암 판정을 받은 헤이즐은 산소통이 있기에 오늘을 또 보낼 수 있다. 현대 의학의 혜택 덕분에 헤이즐은 오늘을 보내고 있지만 그녀에게는 내일이라는 미래에 대한 환상보다는 고통스런 오늘 안에서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두려움이 늘 그녀의 곁을 맴돌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부모님은 그녀가 우울증에 걸린 것으로 보고 아동암환자 모임에 나갈것을 권하게 되고 그곳에서 헤이즐은 골육종으로 한 쪽다리 제거 수술을 받은 어거스터스를 마주하게 된다

 

 피터 반 호텐의 <장엄한 고뇌>를 좋아하는 헤이즐을 위해 거스는 그 뒷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그녀를 위해 저자에게 편지를 하게 되고 뜻하지 않게 저자의 초청을 받게 되면서 지니 재단을 통해 그녀와 함께 암스테르담에 가게 되지만 이들에게 드리우는 현실은 동화처럼 아름답게 흘러가지 않는다. 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찬가를 불러주어도 시원찮을 마당에 피터 반 호텐은 오히려 아이들을 힐난하는 모습에서 그가 너무도 잔인하게만 보였는데 세상이 자신들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또 쉬이 그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여행을 통해서 그들은 그들의 진실한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들에게 조금 더 시간이 주어지기만을 간절히 고대하게 되지만 현실은 알싸하기만 하다.  

 

 난 지상에서 잊히는 게 두려워. 하지만 내 말은, 우리 부모님처럼 말하고 싶진 않지만 난 사람이 영혼을 갖고 있다고 믿고 영혼 간의 대화를 믿어. 망각에 대한 두려움은 다른 거야. 내가 내 목숨을 잃는 대가로 아무것도 내놓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게 두려운 거지. 위대한 선을 추구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면, 최소한 위대한 선을 위해서 죽어야 하지 않겠어? 난 내 삶도 죽음도 그렇게 의미있지 않을까봐 두려워 -본문 

 

 죽음이라는 그 순간에 대해 고민을 해야만 했던 이 아이들의 이야기는 슬픔을 넘어 그 이상의 것들을 전해주고 있다. 이 아련한 아이들에게 죽음을 전해줘야만 했던 것은 누구를 탓해야만 할까. 삶의 유한한 시간들에 대해서 아이들을 통해서 마주한 이야기는 아련하면서도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준다. 눈물만이 가득한 그 순간에도 '나도 좋아'를 외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한동안 나에게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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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카타야마 쿄이치저


 

 

독서 기간 : 2014.07.1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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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여행법 - 경전선을 타고 느리게, 더 느리게
김종길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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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 것도 벌써 2~3년전의 일인 것만 같다. 기차, 하면 떠오는 것도 자연스러 'KTX'인 요즘 시대에 당시 혼자 여행을 떠나겠다며 무궁화호를 타고 광주에서부터 시작된 여행은 여행 내내 계속해서 무궁화호를 타며 가게 되었는데 혼자 여행을 떠나며 차창 너머로 들어오는 풍경도 풍경이지만 무궁화호를 타면서 알게 된 것은 내가 모르고 있었던 우리나라의 기차역이 너무도 많았다는 것이다. 한번도 들어본 적 없었던 그 역들을 스쳐지나가면서 물론 내가 가려던 목적지가 아니었기에 그 곳에 내릴 수는 없었지만 언젠가 한번은 이런 곳들을 홀로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한 생각을 하며 여행을 하고 돌아온 지금,  3년이 지나고 나서야 이름 모를 역들에 대한 궁금증이 차오르게 되면서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속도의 시대, 질주하는 KTX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묵묵히 달리는 기차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경전선이다. 경상남도 밀양 삼랑진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남도의 구석구석을 800리쯤 돌아 광주송정역에 멈춘다.
 
경전서는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1903년에 삼랑진과 마산포를 잇는 공사를 시작으로 하여 1905년 마산선이 운행을 시작함을쏘 지금의 경전선이 비롯되었다. -본문 

 

 이른바 '가장 느린 기차'라는 이름을 가진 경전선을 타고 여행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있는지도 몰랐던 역들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그 안에 담겨 있는 소박하면서도 따스한 정이 활자와 사진을 통해서도 물씬 전해지는 느낌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을 이 역들을 이제서야 마주한다는 것에서 그 동안 '빠르게'만을 추구하며 살아온 내 모습을 되돌아보는 듯 하여 씁쓸하기도 하지만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동안에 8월달에 있을 휴가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에 대한 계획들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흔한 연꽃인줄만 알았는데 이 꽃은 가야시대에 꽃피우던 연꽃의 씨앗에서 피어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 연꽃은 바야흐로 700여년 전에 피었던 것들이라고 하는데 우연하게 발견된 15알의 씨앗 중 2알이 발아에 성공하게 되면서 700여년 전에 피었던 꽃들을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다고 한다

 

 경전선 안에 있는 역들은 이렇듯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들을 다시금 회귀하여 우리에게 현재로 보여주는 느낌이었는데 함안역의 가야시장에서 마주한 할머니들의 장터는 물론 고분 뒤에 숨겨져 있던 아라가야라는 이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안라국의 또 다른 이름임을 전해주고 있다.

 반성역이라는 이름이 참 재미있다, 라고 생각하며 읽어내려갔는데 이 곳에는 오일장이 선다고 한다. 진주 일대에서 가장 큰 규모에 속하기에 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오간다고 하는데 저자가 들른 국밥집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곳이 장날이 아니라도 늘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이라는 것을 쉬이 알 수 있다. 특히나 이 장터 안에 유명하다는 순두부집이 있었는데 길게 늘어있는 줄만 보아도 이 곳이 맛집이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시간 관계상 맛을 볼 수 없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괜시리 내가 더 아쉬운 입맛을 다시게 된다.  

  

 이곳 시골장에도 마트가 몇 곳 생겼다. 시장을 포위하듯 빙 둘어 있는 마트도 모자라 새로이 또 다른 마트가 들어설 모양이다. 이래저래 시장은 가난하고 비루하다. 넘치는 활기가 아니라면 그 강한 생명력이 어디에 있음이랴. 그저 내일은 사치일 뿐 오늘을 열심히 살아내는 것일 뿐이다.  -본문 

 

 편하다는 이유로 빠른 기차를 타고 근처의 마트를 들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나에게는 이러한 장터의 모습도 신기하고 정겨움이 느껴진다는 것이 사뭇 서글프게 느껴진다.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가까운 일상이라면, 이렇게 책을 통해 마주한 모습들을 보며 알 수 없는 그리움을 느끼지도 않을텐데, 이 책을 보면서 느껴지는 그리움을 이 모든 것들이 먼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곽재구 시인의 <서평역에서>의 배경이 되었다는 '남평역'은 저자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꼽은 곳이기에 더욱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사진으로 보기에도 아담한 이 역의 모습은 왠지 사람들의 발길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 비밀의 장소인 것처럼 보인다. 옛 드라마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이 곳도 수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추억을 나누던 곳이었을텐데, 그 모든 것을 보고 있었을 이 남평역은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오랜 기다림 끝에 나타난 완행열차는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다시 긴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애잔하고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이 드는 두 작품은 '간이역의 대합실' '기차'라는 매개를 통해 결국 사람이 산다는 건 어딘가에서 와서 어딘가로 떠나는 것임을 말해준다. -본문 

 

 느리게 걸어야만 보이는 이 역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면서 잠시 동안이지만 저자를 따라 짧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7월을 지나 8월에는 경전선을 따라 한 곳이라도 잠시 다녀와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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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이역 여행』 / 임병국저


 

 

독서 기간 : 2014.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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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정리되는 그리스철학 이야기 - 고대 그리스철학 천년의 사유를 읽는다! 단숨에 정리되는 시리즈
이한규 지음 / 좋은날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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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이라는 단어를 언제 처음 들었는지는 기억도 희미하지만 아직도 철학은 그들만의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며 나처럼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조금도 곁을 내어 주지 않는 냉철한 학문 같이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이기 보다는 알면 좋지만 구태여 알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들던 이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편견이 깨어 조금씩 읽어보고 배워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얼마 전의 일인데, 모르고 있었기에 필요치 않는 것들이라 생각했던 것도 있고 철학이라는 것이 뜬구름 잡듯 일부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닌 사람이 하는 모든 학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렇다면 철학이라는 것은 우리가 사는 모든 것을 다루는 것이구나, 라는 작은 깨달음이 그 동안은 높은 성벽과 같은 철학서들을 조금씩 읽게 된 계기가 된 듯 하다

 

 철학philosophy는 고대 그리스어로 '필레인(사랑하다)'과 소피아(지혜)가 합쳐진 말입니다. 지혜를 사랑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학문이 철학인 것이지요. 학문의 세계는 넓고 다양합니다. 우리가 배우는 수학, 물리, 화학, 사회 등의 학문은 제각기 탐구하는 영역이 다릅니다. 철학이라는 학문 또한 탐구의 대상이 존재하지요. 그런데 철학이 다루는 대상은 개별적인 현상이나 어느 특ㄱ정한 분야가 아니라 인간 자체와 인간 관계되는 모든 것입니다. 한마디로 철학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을 다룹니다. 그래서 철학이 어렵다거나 모든 학문의 근본이라는 말들을 하는 것입니다. -본문 

  

 무엇이든 처음 접하는 것들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접근을 하면 좋으련만 일단을 읽어봐야겠다는 욕심에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어내려가다 보니 '철학'에 대한 호기심과 그 안에 담겨 있는 또 다른 세상을 배운 다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에서 다행이다, 라는 마음을 갖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단편적인 지식의 조각들이 파편화되어 내 안에 담겨 있기에 한번 정도는 정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철학이라는 것을 정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겠지만은 이 조각들을 모아 조금 더 큰 덩어리로 만들어 보고 싶은 욕망이 일었으며 이 책은 나의 개인적인 소망을 한 걸음 더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책이었다 



 그리스 철학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대체 왜 그리스에서 철학이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단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이었으며 굳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수학 공식들도 그저 외워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그것을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처럼 '그리스 철학'은 그저 하나의 진리인 듯 더 이상의 질문은 필요 없이 그 안에 담긴 이야기만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도입부에서부터 그리스에서 왜 이러한 철학이 발전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부터 설명해주고 있다.  

 

 아침에 동트기 직전 어둠이 세상을 감싸고 있을 때, 사물들은 불투명해 그 모습을 잘 볼 수 없습니다. 이윽고 밝은 태양이 떠오르면서 희미했던 사물들은 모습을 드러내어 명확한 자태를 보여 줍니다. 그리스인에게 '진리'란 이렇듯 어둠에 숨어 있던 희미함이 빛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리스인들은 감추어져 드러나지 않았거나 불분명한 것들을 밝혀내려는 기질이 강했습니다. 그 같은 성향이 궁금증을 해결해 내고야 마는 탐구 정신을 낳았고, 과학과 철학을 만들어 내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본문 

 

 과학이 발전됨에 따라 이 세상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배움은 우리에게 있어서 진리이자 변화지 않는 진실인데, 그러한 과학을 알 수 없었던 고대의 철학자들에게 있어서 이 세상을 구성하는 근원에 대한 탐구,  '아케아'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으며 그들의 이 질문들은 계속해서 인간으로 하여금 세상에 대한 관찰 및 탐구를 하게 하는 근원이었다

  

 하늘의 별을 보고 가다가 웅덩이에 빠진 탈레스를 보며 깔깔 웃는 하녀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는 철학이 이토록 자신의 앞에 있는 현실을 바라보지 못한 채 잡히지도 않는 공허하게 떠 있는 별을 바라보며 걷는 일이라 생각하게 되는데 플라톤은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며 철학의 필요성에 대해서 다시금 피력하고 있다

 

그와 같은 조소는 철학을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철학자가 법정, 혹은 다른 곳에서 자기 발밑이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야기 해야 할 때 일상생활에 서툰 그의 행동은 트라키아의 하녀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도 비웃음을 살 것이다. 그는 경험 부족으로 웅덩이는 물론이고 헤어날 길 없는 온갖 어려움에 빠진다. 그의 서툰 행동은 놀랄만하고 우둔하다는 인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그러나 철학자는 인간이 무엇인지, 인간이라는 존재가 다른 존재와 달리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일을 겪어야 하는지를 탐구하고 그것을 알고자 노력한다. -본문 

 

 수학자로만 익히 알고 있던 피타고라스가 그가 수에 대해 이토록 깊은 조예를 갖게 된 것은 그가 믿었던 아케아가 바로 수 때문이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원자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몰랐을 그 시절에 데모크리스토는 하나의 물체가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최소한의 단위인 아모토스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며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웅변이 필요했던 아테네에서 마주한 고르기아스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의미는 물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불가하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우리가 존재하는 동안 죽음은 존재하지 않고 죽음이 존재할 때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본문 

  

 그리스 철학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를 시작으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는 물론 죽음과 신에 대해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에피쿠로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이전에 한번 쯤은 들어보았던 것들을 되새김질 하기도 하고 또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면서 철학이라는 학문에 그야말로 초입에 들어섰다는 것을 배우며 겸허히 이 안의 내용들을 하나씩 읽어내려가게 된다.  

  

 어렵거나 까탈스러울 것만 같던 철학이 이 책을 통해서 한꺼풀 그 내막을 드러내는 듯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단편적인 것들로만 이뤄져 있던 철학이라는 기틀에 퍼즐을 완성해 나가는 기분이 들었기에 이 책을 읽는 동안에 나름 필기도 하며 열심히 읽어내려갔는데, 앞으로 한 두 번 더 읽으면서 그리스 철학에 대해서 다잡아 가며 이 책을 기반으로 다른 책들도 쉬이 접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르's 추천목록

 

철학이야기 / 윌 듀런트저 


 

 

독서 기간 : 2014.07.09~07.1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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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스페인 Hola! Spain - 한 발짝, 그만큼 더 다가서는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법
예다은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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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훌쩍 여행을 잘 도 떠나는 이들을 보면 어쩜 저들은 저렇게 여행을 잘 가는 것일까, 하는 부러움과 함께 나는 왜 이 곳에 발목이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나, 라는 마음이 동시에 떠오르게 된다. 입사 할 때만 해도 1년에 꼭 한번씩은 외국으로 여행을 가보겠다던 결심을 무심히 사라지고 지금은 그 무엇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나는 또 다시 매번 결심으로만 하는 나의 생각들을 실천한 그녀의 이야기를 보면서 마냥 부러움에 찬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한편으로 또 서글픈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떠나서는 안 될 이유는 많았따. 꼬박꼬박 월급을 주는 안정적인 직장도 있었고 매달 갚아나가야 할 은행 대출금도 있었고 결혼 적령기를 향해 나이도 들어가고 있었다. 발목을 붙잡는 구구절절한 변명들을 둘째 치더라도, 그렇게 여행을 갔다 와서 뭘 할거냐는 당연한 물음에 마땅한 대답조차 준비하지 못했다. –본문

  

 낯선 이국 땅에서 다시는 마주할 기회조차 없을 거라 생각했던 마리오는 기꺼이 그녀를 위해 마드리드를 안내해 주고 있었고 그런 마리오의 모습을 보면서 고마움을 안고 있던 그녀는 그렇게 이국 땅에서의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마주할 수 없는 그곳만의 양식으로 가득한 사진들을 보노라면 이곳이 정말 또 다른 세상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그렇다. 앞으로의 나의 현실은, 낯선 도시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 지쳐서 그만두고 싶은 날도 있을 것이고, 신나고 벅차서 돌아가기 싫어지는 날도 있을 것이다. 걱정이 앞서지만 공항에 내린 이상 되돌아 갈 길은 없다. 묵직한 가방을 한 손에 들고 나를 기다리는 현실로 용기 내어 뚜벅뚜벅 걸어갔다.  본문

 그녀의 이야기들을 보고 있으면 휙휙 페이지가 넘어간다. 여느 유명한 작가들의 이야기들처럼 문장 문장을 읽을 때마다 탄식이 절로 새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만의 솔직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이 잘 드러나 있기에 마치 그녀의 일기를 몰래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또 즐거우면서도 경쾌하게 페이지를 넘겼던 것 같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 대한 갈망이 늘 있는 나에게 그녀의 이 기록들은 언젠가는 나도 마주하게 될 현실이라는 생각 덕분에 더욱 감정이입을 하며 읽어 내려 갔으며 그녀의 발자취를 통해서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곳들이 자신들의 풍광을 뽐내듯 전해주고 있다. 피카소의 미술관도 이전에는 미처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으며 바르셀로나 몬주의 성이라든가 오리엔트 광장 등 그녀의 발길이 닫는 곳마다 휘황찬란한 풍경들이 눈을 사로 잡는다.

 

 

 

  

 그림 같은 파란 하늘 아래 흰 색으로 가득한 마을이 있는 풍경은 그리스의 산토리니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페인에서 마주한 <카사 블랑카> 역시 그와 비슷한 조망을 나타내고 있기에 이 곳으로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었다. 물론 교통수단이 편치 않다는 불편이 있기는 하지만 하늘 아래 빨간 지붕과 온통 하얀 집들이 가득한 이 곳을 실제 두 눈에 담고 싶다는 소망이 그득해진다.  

 구태여 준비를 하지 않아도 가는 길마다 그녀에게 드리우는 근사한 풍경이며 이야기 거리들을 마주하면서 다시금 어디든지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거린다. 극 성수기에만 휴가를 받을 수 있는 직장인이라 몇 배는 뛰어버리는 비행기 표 값을 외면하며 포기했던 여행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몇 만원씩 적금을 넣어 내년에는 기필코 그녀처럼 홀연히 여행을 떠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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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추천목록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정여울저


 

 

독서 기간 : 2014.07.0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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