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인가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될 전화기는 이제 ‘전화’라는 근본적인 목적을 넘어 그 이상의 것들을 실현하고 있다. 음악을 듣기도 하고 동영상을 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쉴 새 없이 SNS 대화를 나누는 등, 전화는 수 많은 용도를 품고 있지만 원래의 제 기능인 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 순간이 나는 가장 좋은 것이라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수 만 킬로가 떨어진 곳에 있는 쉬이 연결해주는 전화의 기능을 보노라면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거리상으로는 도무지 함께 할 수 없는 이들이지만 전화는 바로 곁에 있는 것처럼 그들을 연결해주고 있으니, 전화는 목소리를 전해준다는 것 이외에 거리의 단절을 사라지게 하고 그 안의 사람들로 하여금 따스함을 공유하게 하는 능력을 가진 물체인 듯 하다.
에디슨은 송신기에 압축 카본 디스크를 넣어 신호의 품질을 향상시켰다.
하지만 에디슨은 벨만큼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 1920년 에디슨이 어느 잡지에서 ‘영혼의 전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영혼의 전화는 언젠가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과 통화하게 해줄지도 모르는 장치였다.
“난 삶이 물질처럼 파괴되지는 않을 거라고 믿어요.” 그가 말했다. –본문
그러나 이 전화도 연결할 수 없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이생을 떠난 이들과의 통화이다. 벨이 전화를 발명한 이후 수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 에디슨도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의 전화 소통, 이른바 ‘영혼의 전화’를 개발하여 계속된 시도를 하였지만 아직까지도 그 결과물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것은 불가능 한 것이리라.
그것은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 보낸 이들의 간절한 염원일 뿐,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라 믿고 있기에 우리는 망자가 된 이들을 가슴으로, 혹은 그들과의 추억을 통해서만 기억하고 있을 뿐 점점 흐릿해 져가는 그들의 모습들은 남아있는 이들을 위해 그들이 남기고 가는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 이미 떠나간 이들을 다시 마주하고 싶다는 간절함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기에 그저 가슴 안에 품고 살아가는 콜드워트의 마을 주민들에게 기적과도 같은 일들이 나타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로부터 전화가 오는 것이다.
천국에서 첫 번째 전화가 걸려온 날이었다.
다음에 벌어지는 일은 당신이 얼마나 믿느냐에 달려 있다. –본문
지금까지의 인류가 실현할 수 있는 과학의 최정상의 상태에 오른 21세기에 망자로부터 걸려오는 전화, 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설마, 그럴 리가.’ 라는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다. 나 역시도 처음에는 의구심을 안고 이 책을 마주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제발 그러하기만을 바라고 있게 된다. 이미 떠나간 이들이 따스한 곳에 잘 있다는 그 이야기는, 누군가를 떠나 보낸 경험이 있다면 그 누구라도 바라는 것일 테니 말이다.
쌍둥이처럼 서로가 비슷한 삶을 살았던 자매인 캐서린과 다니앤은 그 누가 보더라도 우애 좋은 자매였다. 어려울 때면 늘 함께 했던 이들은 죽음이라는 시련을 통해 서로 다른 곳에 존재하게 되는데 언니인 다니앤이 좋은 곳에 있기를 바라는 그녀에게 어느 날 언니의 전화가 오게 된다.
콜드워터의 경찰서장인 잭 셀러스 역시도 그의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내게 되었는데 그 사건 이후로 그의 가정은 산산 조각이 나게 된다. 이제는 그러한 삶에 익숙해져 버린 잭에게 어느 날, 로비의 전화가 오게 된다.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지 한참 되었지만, 어릴 적 그 목소리 그대로, 잭을 찾고 있다.
알츠하이머를 앓다 돌아가신 엄마로부터의 전화를 받은 테스는 살아 생전 그녀의 어머니인 루스가 그러했듯이 사람들을 집으로 들여 음식을 나눠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축복이 모두 똑 같은 것은 아니다. 선택받은 어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천국에서 전화할 때마다 치유의 빛을 느꼈지만 도린은 애석하게도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에 느꼈던 커다란 기쁨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에 밀려났다. 바로 더욱 커진 슬픔. 심지어 우울. –본문
이들에게는 기쁨이자 안도의 전화가 그 이외의 사람들이게는 두려움과 반감, 불신 등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기적이라는 사람들과 그것은 모두 거짓이라는 사람들간의 시위가 일어나는 것은 물론, 세상에 이목 따위를 받을 일이 없었던 이 콜드워터가 천국에서 온 전화로 세간의 집중을 받게 되자 방송국은 그 일을 독점으로 생중계하려 하고 있고 타운장인 제프 제이커비는 이 일을 계기로 대대적인 홍보 및 관광지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천국에서 온 전화를 받은 사람들 중 누가 제일 먼저 받았는지와 그 전화를 받은 이가 속해 있는 종교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선택 받은 종교라는 종교인들간의 내부 갈등은 물론 전화를 받았다던 이들이 사용했다는 삼성의 핸드폰은 갑작스레 판매량이 증가하는 등, 조용했던 마을을 갑작스레 번잡하고 빠르게 돌아가게 된다.
전화를 받지 못하는 이들은 언젠가는 자신들에게도 천국에서 전화가 올 것이라는 기다림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나 안타깝게 아내와 사별해야 했던 설리 하딩과 그의 아들 줄스의 이야기는 아련하게만 다가왔는데 회를 지나면 지날수록 드러나는 그의 이야기는 제 3자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송연해졌다.
설리는 전화기를 들고 금요일 밤부터의 통화 기록을 훑어보았다. <시카고 트리뷴>기자에게서 걸려온 통화 기록이 있었다. 저녁 7시 46분이었다. 그는 통화 기록을 훑어보다가 한 통을 더 찾아냈다. 발신자는 ‘불명’이었다. 지젤이 목소리와의 통화였다.
시간은 저녁 7시 44분이었다. –본문
이 이야기를 믿을지 혹은 그저 하나의 이야기로 넘길지에 대한 부분은 오롯이 독자의 몫일 게다. 어찌되었건 설리의 이야기를 듣고 난다면 이 이야기를 믿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발신번호 없음, 이라 읽히는 전화를 기다리게 될 것이라 생각 든다. 지금 내가 그러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