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s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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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말이죠. 그런거예요. 그러니까 수류탄 같은 거라고요. 엄마, 전 수류탄이고 언젠가 터져버릴 테니까 사상자 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다고요. 아시겠어요? 전 수류탄이예요. 그러니까 그냥 사람들에게서 떨어져서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두 분이랑 함께 있고 싶어요. 두 분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요. 두 분은 저에게 너무 많은 걸 쏟아 부으셨어요. 그러니까 그냥 제가 이러게 놔두세요. ? 전 우울한게 아니예요. 더 자주 나갈 필요도 없고요. 그리고 전 절대로 일반적인 십대가 될 수 없어요. 수류탄이니까요. -본문 

  

 한 아이가 자신의 부모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면 나는 분명 '버르장 머리 없는 아이군. 부모가 얼마나 속을 태우실까.'라며 혀를 차고 돌아섰을 것이다. 단편적인 저 문장을 보고서도 아마 그렇게 이야기했을지 모른다. 대체 이 아이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라며 알지도 못하는 아이를 보며 불평을 쏟아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 누구라도 이 책을 읽다 이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련하다고 해야할지, 먹먹하다고 해야할지, 내가 알고 있는 단어로는 표현되지 않을 뿐더러 그들의 마음조차 헤아릴 수 없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지내고 있는 나로서는 이 이야기들은 안타까운 이야기일 뿐 아니라 너무도 안일하게 오늘을 살고 있는 나로 하여금 반성을 하게 하고 살아있는 이는 물론 이 생을 떠나는 이들에게 삶과 죽음이란 무엇일까,를 반추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표지 속의 10대 아이들이다. 친구들과 히히닥거리며 간식거리를 사먹고 어제 TV에 나왔던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이성에 대한 이야기들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해야하며 불평을 쏟아내는 그러한 평범한 10대가 아닌 병상에서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10대들의 이야기이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만 듣고나면 이 이야기가 너무도 슬픈 이야기들로만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안에는 이 슬픔 이외에 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오롯이 불쌍한 아이들만을 조명하여 이 책이 발간되었다면 아마 나는 책을 보다가 그냥 덮어버렸을지 모른다. TV에 나오는 아직 한창 어리광을 부릴 나이의 아이들이 민머리가 되어 고통과 싸우고 있는 것을 보면 눈물을 흘리다가 TV를 꺼버리고 돌아서듯 말이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거야. 우리 모두가 죽는 날이. 모두 다. 인류가 죄다 사랍져서 누가 이 땅에 존재했다는 사실고, 우리 인류가 여기서 뭘 했다는 것도 기억할 사라미 전혀 없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 너희들은 고사하고 아리스토텔레스나 클레오파트라를 기억하는 사람조차 없어지는 거야. 우리가 하고 만들고 쓰고 생각하고 발견했던 모든 것들이 잊히고 이 모든 것들은 무()로 돌아갈 거야. -본문 

 

 13살의 나이에 갑상선 암 판정을 받은 헤이즐은 산소통이 있기에 오늘을 또 보낼 수 있다. 현대 의학의 혜택 덕분에 헤이즐은 오늘을 보내고 있지만 그녀에게는 내일이라는 미래에 대한 환상보다는 고통스런 오늘 안에서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두려움이 늘 그녀의 곁을 맴돌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부모님은 그녀가 우울증에 걸린 것으로 보고 아동암환자 모임에 나갈것을 권하게 되고 그곳에서 헤이즐은 골육종으로 한 쪽다리 제거 수술을 받은 어거스터스를 마주하게 된다

 

 피터 반 호텐의 <장엄한 고뇌>를 좋아하는 헤이즐을 위해 거스는 그 뒷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그녀를 위해 저자에게 편지를 하게 되고 뜻하지 않게 저자의 초청을 받게 되면서 지니 재단을 통해 그녀와 함께 암스테르담에 가게 되지만 이들에게 드리우는 현실은 동화처럼 아름답게 흘러가지 않는다. 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찬가를 불러주어도 시원찮을 마당에 피터 반 호텐은 오히려 아이들을 힐난하는 모습에서 그가 너무도 잔인하게만 보였는데 세상이 자신들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또 쉬이 그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여행을 통해서 그들은 그들의 진실한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들에게 조금 더 시간이 주어지기만을 간절히 고대하게 되지만 현실은 알싸하기만 하다.  

 

 난 지상에서 잊히는 게 두려워. 하지만 내 말은, 우리 부모님처럼 말하고 싶진 않지만 난 사람이 영혼을 갖고 있다고 믿고 영혼 간의 대화를 믿어. 망각에 대한 두려움은 다른 거야. 내가 내 목숨을 잃는 대가로 아무것도 내놓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게 두려운 거지. 위대한 선을 추구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면, 최소한 위대한 선을 위해서 죽어야 하지 않겠어? 난 내 삶도 죽음도 그렇게 의미있지 않을까봐 두려워 -본문 

 

 죽음이라는 그 순간에 대해 고민을 해야만 했던 이 아이들의 이야기는 슬픔을 넘어 그 이상의 것들을 전해주고 있다. 이 아련한 아이들에게 죽음을 전해줘야만 했던 것은 누구를 탓해야만 할까. 삶의 유한한 시간들에 대해서 아이들을 통해서 마주한 이야기는 아련하면서도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준다. 눈물만이 가득한 그 순간에도 '나도 좋아'를 외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한동안 나에게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할 것 같다.  

 

 

아르's 추천목록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카타야마 쿄이치저


 

 

독서 기간 : 2014.07.12~07.1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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