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철학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대체 왜 그리스에서 철학이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단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이었으며 굳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수학 공식들도 그저 외워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그것을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처럼 '그리스 철학'은 그저 하나의 진리인 듯 더 이상의 질문은 필요 없이 그 안에 담긴 이야기만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도입부에서부터 그리스에서 왜 이러한 철학이 발전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부터 설명해주고 있다.
아침에 동트기 직전 어둠이 세상을 감싸고 있을 때, 사물들은 불투명해 그 모습을 잘 볼 수 없습니다. 이윽고 밝은 태양이 떠오르면서 희미했던 사물들은 모습을 드러내어 명확한 자태를 보여 줍니다. 그리스인에게 '진리'란 이렇듯 어둠에 숨어 있던 희미함이 빛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리스인들은 감추어져 드러나지 않았거나 불분명한 것들을 밝혀내려는 기질이 강했습니다. 그 같은 성향이 궁금증을 해결해 내고야 마는 탐구 정신을 낳았고, 과학과 철학을 만들어 내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본문
과학이 발전됨에 따라 이 세상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배움은 우리에게 있어서 진리이자 변화지 않는 진실인데, 그러한 과학을 알 수 없었던 고대의 철학자들에게 있어서 이 세상을 구성하는 근원에 대한 탐구, 즉 '아케아'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으며 그들의 이 질문들은 계속해서 인간으로 하여금 세상에 대한 관찰 및 탐구를 하게 하는 근원이었다.
하늘의 별을 보고 가다가 웅덩이에 빠진 탈레스를 보며 깔깔 웃는 하녀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는 철학이 이토록 자신의 앞에 있는 현실을 바라보지 못한 채 잡히지도 않는 공허하게 떠 있는 별을 바라보며 걷는 일이라 생각하게 되는데 플라톤은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며 철학의 필요성에 대해서 다시금 피력하고 있다.
그와 같은 조소는 철학을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철학자가 법정, 혹은 다른 곳에서 자기 발밑이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야기 해야 할 때 일상생활에 서툰 그의 행동은 트라키아의 하녀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도 비웃음을 살 것이다. 그는 경험 부족으로 웅덩이는 물론이고 헤어날 길 없는 온갖 어려움에 빠진다. 그의 서툰 행동은 놀랄만하고 우둔하다는 인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그러나 철학자는 인간이 무엇인지, 인간이라는 존재가 다른 존재와 달리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일을 겪어야 하는지를 탐구하고 그것을 알고자 노력한다. -본문
수학자로만 익히 알고 있던 피타고라스가 그가 수에 대해 이토록 깊은 조예를 갖게 된 것은 그가 믿었던 아케아가 바로 수 때문이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원자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몰랐을 그 시절에 데모크리스토는 하나의 물체가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최소한의 단위인 아모토스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며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웅변이 필요했던 아테네에서 마주한 고르기아스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의미는 물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불가하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우리가 존재하는 동안 죽음은 존재하지 않고 죽음이 존재할 때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본문
그리스 철학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를 시작으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는 물론 죽음과 신에 대해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에피쿠로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이전에 한번 쯤은 들어보았던 것들을 되새김질 하기도 하고 또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면서 철학이라는 학문에 그야말로 초입에 들어섰다는 것을 배우며 겸허히 이 안의 내용들을 하나씩 읽어내려가게 된다.
어렵거나 까탈스러울 것만 같던 철학이 이 책을 통해서 한꺼풀 그 내막을 드러내는 듯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단편적인 것들로만 이뤄져 있던 철학이라는 기틀에 퍼즐을 완성해 나가는 기분이 들었기에 이 책을 읽는 동안에 나름 필기도 하며 열심히 읽어내려갔는데, 앞으로 한 두 번 더 읽으면서 그리스 철학에 대해서 다잡아 가며 이 책을 기반으로 다른 책들도 쉬이 접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