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여행법 - 경전선을 타고 느리게, 더 느리게
김종길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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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 것도 벌써 2~3년전의 일인 것만 같다. 기차, 하면 떠오는 것도 자연스러 'KTX'인 요즘 시대에 당시 혼자 여행을 떠나겠다며 무궁화호를 타고 광주에서부터 시작된 여행은 여행 내내 계속해서 무궁화호를 타며 가게 되었는데 혼자 여행을 떠나며 차창 너머로 들어오는 풍경도 풍경이지만 무궁화호를 타면서 알게 된 것은 내가 모르고 있었던 우리나라의 기차역이 너무도 많았다는 것이다. 한번도 들어본 적 없었던 그 역들을 스쳐지나가면서 물론 내가 가려던 목적지가 아니었기에 그 곳에 내릴 수는 없었지만 언젠가 한번은 이런 곳들을 홀로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한 생각을 하며 여행을 하고 돌아온 지금,  3년이 지나고 나서야 이름 모를 역들에 대한 궁금증이 차오르게 되면서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속도의 시대, 질주하는 KTX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묵묵히 달리는 기차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경전선이다. 경상남도 밀양 삼랑진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남도의 구석구석을 800리쯤 돌아 광주송정역에 멈춘다.
 
경전서는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1903년에 삼랑진과 마산포를 잇는 공사를 시작으로 하여 1905년 마산선이 운행을 시작함을쏘 지금의 경전선이 비롯되었다. -본문 

 

 이른바 '가장 느린 기차'라는 이름을 가진 경전선을 타고 여행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있는지도 몰랐던 역들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그 안에 담겨 있는 소박하면서도 따스한 정이 활자와 사진을 통해서도 물씬 전해지는 느낌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을 이 역들을 이제서야 마주한다는 것에서 그 동안 '빠르게'만을 추구하며 살아온 내 모습을 되돌아보는 듯 하여 씁쓸하기도 하지만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동안에 8월달에 있을 휴가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에 대한 계획들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흔한 연꽃인줄만 알았는데 이 꽃은 가야시대에 꽃피우던 연꽃의 씨앗에서 피어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 연꽃은 바야흐로 700여년 전에 피었던 것들이라고 하는데 우연하게 발견된 15알의 씨앗 중 2알이 발아에 성공하게 되면서 700여년 전에 피었던 꽃들을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다고 한다

 

 경전선 안에 있는 역들은 이렇듯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들을 다시금 회귀하여 우리에게 현재로 보여주는 느낌이었는데 함안역의 가야시장에서 마주한 할머니들의 장터는 물론 고분 뒤에 숨겨져 있던 아라가야라는 이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안라국의 또 다른 이름임을 전해주고 있다.

 반성역이라는 이름이 참 재미있다, 라고 생각하며 읽어내려갔는데 이 곳에는 오일장이 선다고 한다. 진주 일대에서 가장 큰 규모에 속하기에 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오간다고 하는데 저자가 들른 국밥집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곳이 장날이 아니라도 늘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이라는 것을 쉬이 알 수 있다. 특히나 이 장터 안에 유명하다는 순두부집이 있었는데 길게 늘어있는 줄만 보아도 이 곳이 맛집이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시간 관계상 맛을 볼 수 없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괜시리 내가 더 아쉬운 입맛을 다시게 된다.  

  

 이곳 시골장에도 마트가 몇 곳 생겼다. 시장을 포위하듯 빙 둘어 있는 마트도 모자라 새로이 또 다른 마트가 들어설 모양이다. 이래저래 시장은 가난하고 비루하다. 넘치는 활기가 아니라면 그 강한 생명력이 어디에 있음이랴. 그저 내일은 사치일 뿐 오늘을 열심히 살아내는 것일 뿐이다.  -본문 

 

 편하다는 이유로 빠른 기차를 타고 근처의 마트를 들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나에게는 이러한 장터의 모습도 신기하고 정겨움이 느껴진다는 것이 사뭇 서글프게 느껴진다.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가까운 일상이라면, 이렇게 책을 통해 마주한 모습들을 보며 알 수 없는 그리움을 느끼지도 않을텐데, 이 책을 보면서 느껴지는 그리움을 이 모든 것들이 먼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곽재구 시인의 <서평역에서>의 배경이 되었다는 '남평역'은 저자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꼽은 곳이기에 더욱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사진으로 보기에도 아담한 이 역의 모습은 왠지 사람들의 발길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 비밀의 장소인 것처럼 보인다. 옛 드라마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이 곳도 수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추억을 나누던 곳이었을텐데, 그 모든 것을 보고 있었을 이 남평역은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오랜 기다림 끝에 나타난 완행열차는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다시 긴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애잔하고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이 드는 두 작품은 '간이역의 대합실' '기차'라는 매개를 통해 결국 사람이 산다는 건 어딘가에서 와서 어딘가로 떠나는 것임을 말해준다. -본문 

 

 느리게 걸어야만 보이는 이 역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면서 잠시 동안이지만 저자를 따라 짧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7월을 지나 8월에는 경전선을 따라 한 곳이라도 잠시 다녀와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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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이역 여행』 / 임병국저


 

 

독서 기간 : 2014.07.1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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