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굵직굵직한 전쟁에 대한 것들이야 워낙 많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실제 그 내용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실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칭기즈칸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는 있지만 그가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바가 전혀 없었으며 심지어 임진왜란에 대해서도 국사 시간에 몇 번은 배우고 시험을 위해 외우기고 했을 텐데 영화 <명량>을 보러 가기 전에 이 책을 읽고 가길 잘 했구나, 라는 생각을 한 것은 물론, 아편 전쟁과, 러일 전쟁, 베트남 전쟁, 히틀러와 히로시마의 핵폭탄 투하까지. 그 동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알고 있었는가에 대해서 털털 털리며 읽어 내려간 책이었다.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것들이라고는 하지만 우리의 선조들이 지나왔을 시간들을, 그 시간 속에 함께 있었던 세계 속에 있었던 일들을 그저 이름만 아는 것으로 안다고 지나왔다면 영원히 아무것도 모르는 터널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을 것이고 안다고 자부했던 것들이 얼마나 빈 깡통이었는지에 대해 반성하고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간 책이었다.
이 책 안에 들어있는 전쟁사에 대한 표제만 읽어본다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익히 들어왔던 것들로 구성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모든 이들이 알고 있을 이 책의 구성이기에 독자들이 외면할 수도 있지만 저자는 이 책 안에서 전쟁이 어떻게 진행이 됐으며 그 안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서 읽어 내려가는 것만으로 정리가 되는 것은 물론 이해도 쉽게 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역사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기 보다는 읽으면서 바로 이해가 되기에 이렇게 전개가 되었었구나, 를 연발하게 만들고 있다.
몽골이 12세기에 전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뭐냐? 기병입니다. 물론 그 전에도 기병이 있었으니까, 왜 이때 기병이 강했냐를 봐야겠죠. 먼저 11~12세기가 되면 지구가 살짝 빙하기에 들어갑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몽골은 고비사막이잖아요. 지구 온도가 내려가니까 고비사막이 초원으로 변하는 거예요. 100년에 걸친 조사에 따르면 12세기에 말 생산량이 10~15배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본문
몽골이 어마어마한 대륙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그저 그들의 힘이 강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들이 있었던 시대의 기후나 몽골인들의 특색들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고서는 그저 칭기즈칸의 이름만을 알고 있었는데 기병이었던 그들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기습전에 강했고 전쟁에서 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경우에는 가차 없이 후퇴를 하곤 했다고 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기습을 하는 것은 바르지 못한 것이며 후퇴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들이라 생각한 것에 비해 몽골인들은 실리는 중요시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농경이 그들의 주가 아니기 때문에 전쟁을 위해 나가는 길에 함께 하는 수 많은 말들이 그들이 전투 식량이 되어 주었으며 그 수 많은 말들이 초원을 누빌 수 있었던 12세기야 말로 몽골에게 있어서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가 되어 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스마르크의 관료제를 도입함에 따라서 100만명에 불과했던 몽골인들이 세계를 쥐락펴락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마주하게 되면서 한 나라가 강성했다는 것에는 그 뒤에 다양한 이유들이 결합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배우게 된다.
엊그제 보았던 영화 <명량>을 보면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배를 이끌고서 330척의 왜선을 마주하게 된다. 당시 왜 그는 12척의 배만으로 왜군을 마주해야 했던 것일까. 당시 우리나라에는 배가 없었던 것일까.
이 책에서는 임진왜란을 우리나라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아닌 일본인들이 바라보는 시각으로 마주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 한산도 대첩 2) 행주대첩 3) 진주성 전투를 꼽고 있다면 일본인들은 1) 벽제관 전투 2) 울산성 전투 3) 칠천량 전투를 이야기한다고 한다.
이 칠천량 전투가 바로 명량의 영화 속 초반의 이야기에 해당되는 것인데 판옥선 150척을 가지고 원균을 칠천량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명령에 의해 무모하게 이 곳으로의 진입을 했던 그들은 별 탈 없이 전투를 지나오는 듯 보였지만 칠전량에서 정박을 하던 그날 밤, 문제의 전투는 벌어지게 된다.
그런게 그날 밤 거제도에서 일본 육군이 밤에 기습 공격을 합니다. 칠천량 전투는 수군 대 수군이 싸운 게 아닙니다. 일본 수군이 조선 수군을 도륙한 거예요. 마지막으로 일본 수군이 마저 없애버린 거고. 전투가 아니라 학살이죠. –본문
일본은 사상자가 100여명이라고 하지만 조선인들은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됨은 물론 이 칠전량 전투, 아니 대학살과 같은 참패에서 겨우 12척의 배가 남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명량 대전의 이순신 장군은 이 12척의 배로 전투를 벌이게 되었으니, 한 순간의 그릇된 선택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지를 보면서 안타까운 가슴만 쓸어 내리게 된다.
베트남이 프랑스를 이기면서 제3세계 국가에서 제국주의와 맞서서 무장으로 이길 수 있다는 확실을 갖게 해준 사건이 디엔비엔푸 전투입니다. 그전에는 10만 명이 우르르 가봤자 정규군 1500명한테 기관총 맞고 죽으니까 그런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아니다. 우리도 전략과 전술을 잘 세우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세계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전투입니다. –본문
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쟁을 마주하게 되면서 당연히 강대국인 미국과 프랑스가 이길 것이라 생각했던 이 전쟁에서 베트남이 승리를 거머쥐게 되었던 그 이유들에 대해 보면서 전쟁의 전략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명분이 없으면 만들어 내서라도 전쟁을 일으키는 이들을 보면서 전쟁이란 참혹한 일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길 바라면서도 전쟁을 통해서 지금까지의 인류의 역사가 이뤄져 왔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씁쓸함마저 감돌게 된다. 한반도를 기준으로 우리를 포함한 가까운 나라들에서 일어났던 전쟁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고 나면 그 당시의 상황들은 물론 주변국들의 모습들도 다시금 마주하며 정리할 수 있으니 식견이 조금 더 넓어질 수 있는 기회였다. 나와 같이 역사에 대해서 문외한인 사람들이라면 입문용으로 괜찮은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