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기의 끝내주는 전쟁사 특강 1 : 한반도 편 최진기의 끝내주는 전쟁사 특강 1
최진기 지음 / 휴먼큐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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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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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굵직한 전쟁에 대한 것들이야 워낙 많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실제 그 내용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실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칭기즈칸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는 있지만 그가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바가 전혀 없었으며 심지어 임진왜란에 대해서도 국사 시간에 몇 번은 배우고 시험을 위해 외우기고 했을 텐데 영화 <명량>을 보러 가기 전에 이 책을 읽고 가길 잘 했구나, 라는 생각을 한 것은 물론, 아편 전쟁과, 러일 전쟁, 베트남 전쟁, 히틀러와 히로시마의 핵폭탄 투하까지. 그 동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알고 있었는가에 대해서 털털 털리며 읽어 내려간 책이었다.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것들이라고는 하지만 우리의 선조들이 지나왔을 시간들을, 그 시간 속에 함께 있었던 세계 속에 있었던 일들을 그저 이름만 아는 것으로 안다고 지나왔다면 영원히 아무것도 모르는 터널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을 것이고 안다고 자부했던 것들이 얼마나 빈 깡통이었는지에 대해 반성하고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간 책이었다.

이 책 안에 들어있는 전쟁사에 대한 표제만 읽어본다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익히 들어왔던 것들로 구성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모든 이들이 알고 있을 이 책의 구성이기에 독자들이 외면할 수도 있지만 저자는 이 책 안에서 전쟁이 어떻게 진행이 됐으며 그 안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서 읽어 내려가는 것만으로 정리가 되는 것은 물론 이해도 쉽게 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역사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기 보다는 읽으면서 바로 이해가 되기에 이렇게 전개가 되었었구나, 를 연발하게 만들고 있다.

몽골이 12세기에 전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뭐냐? 기병입니다. 물론 그 전에도 기병이 있었으니까, 왜 이때 기병이 강했냐를 봐야겠죠. 먼저 11~12세기가 되면 지구가 살짝 빙하기에 들어갑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몽골은 고비사막이잖아요. 지구 온도가 내려가니까 고비사막이 초원으로 변하는 거예요. 100년에 걸친 조사에 따르면 12세기에 말 생산량이 10~15배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본문

몽골이 어마어마한 대륙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그저 그들의 힘이 강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들이 있었던 시대의 기후나 몽골인들의 특색들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고서는 그저 칭기즈칸의 이름만을 알고 있었는데 기병이었던 그들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기습전에 강했고 전쟁에서 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경우에는 가차 없이 후퇴를 하곤 했다고 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기습을 하는 것은 바르지 못한 것이며 후퇴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들이라 생각한 것에 비해 몽골인들은 실리는 중요시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농경이 그들의 주가 아니기 때문에 전쟁을 위해 나가는 길에 함께 하는 수 많은 말들이 그들이 전투 식량이 되어 주었으며 그 수 많은 말들이 초원을 누빌 수 있었던 12세기야 말로 몽골에게 있어서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가 되어 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스마르크의 관료제를 도입함에 따라서 100만명에 불과했던 몽골인들이 세계를 쥐락펴락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마주하게 되면서 한 나라가 강성했다는 것에는 그 뒤에 다양한 이유들이 결합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배우게 된다.

엊그제 보았던 영화 <명량>을 보면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배를 이끌고서 330척의 왜선을 마주하게 된다. 당시 왜 그는 12척의 배만으로 왜군을 마주해야 했던 것일까. 당시 우리나라에는 배가 없었던 것일까.

 이 책에서는 임진왜란을 우리나라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아닌 일본인들이 바라보는 시각으로 마주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 한산도 대첩 2) 행주대첩 3) 진주성 전투를 꼽고 있다면 일본인들은 1) 벽제관 전투 2) 울산성 전투 3) 칠천량 전투를 이야기한다고 한다.

 이 칠천량 전투가 바로 명량의 영화 속 초반의 이야기에 해당되는 것인데 판옥선 150척을 가지고 원균을 칠천량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명령에 의해 무모하게 이 곳으로의 진입을 했던 그들은 별 탈 없이 전투를 지나오는 듯 보였지만 칠전량에서 정박을 하던 그날 밤, 문제의 전투는 벌어지게 된다.

 그런게 그날 밤 거제도에서 일본 육군이 밤에 기습 공격을 합니다. 칠천량 전투는 수군 대 수군이 싸운 게 아닙니다. 일본 수군이 조선 수군을 도륙한 거예요. 마지막으로 일본 수군이 마저 없애버린 거고. 전투가 아니라 학살이죠.  본문

 일본은 사상자가 100여명이라고 하지만 조선인들은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됨은 물론 이 칠전량 전투, 아니 대학살과 같은 참패에서 겨우 12척의 배가 남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명량 대전의 이순신 장군은 이 12척의 배로 전투를 벌이게 되었으니, 한 순간의 그릇된 선택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지를 보면서 안타까운 가슴만 쓸어 내리게 된다.

베트남이 프랑스를 이기면서 제3세계 국가에서 제국주의와 맞서서 무장으로 이길 수 있다는 확실을 갖게 해준 사건이 디엔비엔푸 전투입니다. 그전에는 10만 명이 우르르 가봤자 정규군 1500명한테 기관총 맞고 죽으니까 그런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아니다. 우리도 전략과 전술을 잘 세우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세계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전투입니다. –본문

 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쟁을 마주하게 되면서 당연히 강대국인 미국과 프랑스가 이길 것이라 생각했던 이 전쟁에서 베트남이 승리를 거머쥐게 되었던 그 이유들에 대해 보면서 전쟁의 전략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명분이 없으면 만들어 내서라도 전쟁을 일으키는 이들을 보면서 전쟁이란 참혹한 일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길 바라면서도 전쟁을 통해서 지금까지의 인류의 역사가 이뤄져 왔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씁쓸함마저 감돌게 된다. 한반도를 기준으로 우리를 포함한 가까운 나라들에서 일어났던 전쟁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고 나면 그 당시의 상황들은 물론 주변국들의 모습들도 다시금 마주하며 정리할 수 있으니 식견이 조금 더 넓어질 수 있는 기회였다. 나와 같이 역사에 대해서 문외한인 사람들이라면 입문용으로 괜찮은 책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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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디스트 윈터 / 데이비드 핼버스탬저

 


 

 

독서 기간 : 2014.08.0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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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의 노래 - 이해인 수녀가 들려주는
이해인 지음, 백지혜 그림 / 샘터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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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의 이야기에는 늘 따사로움이 있다. 시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그러니까 어렵다는 선입견은 나로 하여금 늘 시 자체를 마주하기 힘든 장벽으로 자리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은 빼놓지 않고 읽으려 해왔다. 나에게 그녀의 이야기는 라는 틀을 넘어 나에게 들려주는 따스함의 전부였으니 말이다.

이번 이 <밭의 노래>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도 시이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그림에 매료되어 읽어 보고 싶던 책이었다. 그림에서도 쉬이 느낄 수 있는 그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노라면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싱긋 웃음이 났으니 말이다.

 

 

노란 장화를 신은 한 아이가 밭에 나가 있다. 당근이 자라고 있는 그 밭에서 물끄러미 당근을 바라보고 있다.

"땅속을 몰래 빠져 나온 아기 홍당무가 흙 묻은 얼굴로 웃고 있다가" –본문

땅속을 몰래 빠져 나온 아기 홍당무라니. 어감마저도 사랑스러운 이 이야기를 계속 보노라면

 

 

 홍당무가 붉게 변한 것은 자신에게 들켜서 붉게 변했다고 이야기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보면서 사랑스러움이 절로 느껴지게 된다.

 촉촉하게 비가 내린 들판과 숲, 밭에는 한 없이 부드러움이 가득하고 그 안에는 힘찬 기운이 가득하게 되는데 촉촉한 비와 영그러운 에너지가 가득한 땅이 만나 이 모든 것들을 키워내고 있다는 것이, 언제 보아도 신비롭게만 느껴진다.

 

 비가 내리고 난 뒤의 밭은 나비와 감자 꽃이 한대 어우러져 그들만의 잔치를 여는 듯한 모습인데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보인다는 그녀의 이야기와 함께 그림 속의 이야기에 빠져 있는 동안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림 속의 밭에 다녀온 듯한 느낌이다.

 땅의 기운을 한대 머금고 자라는 이 생명들처럼 우리도 땅을 통해서 수 많은 에너지들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요새는 보기 힘든 밭의 모습을 보면서 싱그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 푸릇푸릇한 아이와 같이 작은 텃밭을 가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야말로 봄날의 따스함이 전해지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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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밭의 꼬마 할머니 / 와타리 무츠코저

 


 

 

독서 기간 : 201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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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 정호승의 새벽편지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해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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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에 아직 세상은 따스하구나 라는 생각만을 계속하며 이 책을 넘겨 보았다. 휴가 기간 동안에 읽은 터라 심적으로 편한 것도 있었겠지만 나를 감싸고 있던 공기들보다도 이 안에 담겨 있는 저자의 이야기는 강렬하지는 않지만 잔잔하게 퍼져나가는 파동 같은 따스함은 읽는 내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연일 들려오는 사건 사고는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삭막함을 넘어 미쳐가고 있다고 느낄 즈음 마주한 이 책은 나에게 아직 세상에 온기는 남아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반증하고 있었으니 참으로 푸근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나를 보고 아이고, 커튼을 계속 잡고 있었더니 팔이 아파죽겠네.”하며 활짝 웃으시는게 아닌가. 영주에서 안동까지 한 시간도 더 넘게 오는 동안 계속 졸기만 했던 나는 그 아주머니가 내 얼굴에 내리쬐는 햇빛을 커튼으로 내내 가려준 줄 알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하고 건성으로 인사를 하고 버스에서 내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었다. 모르는 옆 사람의 얼굴에 내리비치는 햇빛을 커튼으로 내내 가려주는 마음은 도대체 무엇일까. –본문

 처음 마주한 누군가를 위해서 선뜻 저녁을 먹고 가라며 자리를 내어주시고 정신 없이 잠들어 있는 저자에게 따사로운 햇살이 비칠까 팔이 한 시간 가량 커튼을 잡고 계신 아주머니는 그저 함박웃음으로 자신이 한 일들에 대해서만 전해주고 계신다. 살아남기 위해서 바둥거려야 하는 요즘에 흘러가는 누군가를 위해서 아무런 대가 없이 도와준 적이나 있었던가.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눈이 잘못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시비가 붙는 삭막하기 그지 없는 지금의 시대에 이러한 훈훈함이 남아 있다니. 그가 마주한 이 분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을 시작으로 그럼에도, 아직은! 이라는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사랑을 표현해야만 사랑이라, 생각하는 우리 세대의 사랑과는 다르게 이전의 어르신들의 사랑은 묵직한 느낌들이었다. 구태여 표현하지 않아도 그 마음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깊은 그 분들의 사랑은 저자의 외할머니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저 호승이 니 왔나?”라는 말 이외에 별 다른 말씀도 없으셨다는 그의 할머니는 새벽녘에 찬 공기를 맞으면서도 손자들이 자는 방이 차가워질까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계셨다. 이 모습을 보면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는데 여름 방학이면 내려가곤 했던 시골에서 아직 다 여물지도 않은 고구마를 캐다가 구워주시는 것은 물론 밭일을 돕는다며 나간 고추 밭에서 뿌리 채 몽땅 뽑아버리는 손녀를 보면서도 말 없이 그저 수고했다며 리어카를 태워주시던 모습이 아련하게 펼쳐진다. 사랑한다, 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보지 않았지만 할아버지가 보여주신 모든 몸짓에는 그 어느 말보다도 깊은 사랑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한참을 지난 후에야 알았으니, 그 당시 조금 더 살갑게 해드리지 못한 것이 지금에야 후회로 밀려든다.

 사람들은 왜 첫눈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왜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하는 마음을 말없이 전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의 언어를 저 순백한 천상의 언어로 대신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아마 그럴 것이다. 이 땅에 첫눈이 오는 까닭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첫눈을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본문

 모든 아이들이 시인이었지만 어른들의 만들어 놓은 현실 속에서 점차 그 영롱함을 잃고 있는 아이들이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그는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들에 대해서도 이토록 따사로운 시선을 들려주고 있다. 모두에게 내려지는 축복에 대해서 그는 그가 기다렸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첫눈에 대한 두근거림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그가 담아 놓은 이야기들을 읽어 내려가면 갈수록 푸근한 마음에 지금 내가 있는 긴박하게 보내야 하는 하루들이 모두 사그라 들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만 두둥실 떠오르는 느낌이다. 매일 여기저기 치여 사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던 나에게 잠시 휴식을 전해주며 세상의 온기를 전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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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날의 오후 다섯 시 / 김용택저


 

 

독서 기간 : 2014.07.2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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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해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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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고 있는 한 배에 남아있던 사람들. 남극이라는 극한의 상황도 상황이지만 그들이 있어야 하는 공간 자체가 한정되어 있기도 하거니와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는 현재의 모습 속에서 그들에게 남아있는 식량은 점차 떨어져가고 마실 물조차도 없다. 과연 이 상황에서 인간은 어떻게 변모해갈 것인가.

검은 물속에서 본 정섭의 말간 얼굴은 처음 배가 출발하던, 푸른 하늘 아래 그 모습처럼 보였다. 정섭은 그저 겁게 질려 있었던 것은 아닐가. 그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것은 아닐까. 그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것은 아닐까. -본문

때는 일제치하 시대였다. 그 때 우리의 선조들은 그 무엇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었다. 명령이라는 이름 하에 일본인들이 휘두르는 총칼에 이유없이 죽어 나가야 했으니 한 명이라도 자신의 식구를 살려야겠다는 명분으로 오른 배가 바로 일본군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인지도 몰랐으며 그렇게 고기 잡이를 하러 가는 동안 수 없이 그들의 몸을 향해 날라오던 폭력과 폭언은 고스란히 삭혀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조선인들은 그 밤, 일본인 선원들을 하나하나, 배의 외진 곳으로 불러냈다. 해부장은 등과 배에 칼이 꽂힌 채 끝까지 저항했다. 배에 꽂혔던 칼자루를 뽑아 조선인들에게 휘두르던 그의 모습은 마치 수라와 같았다. (중략) 그는 구슬픈 오래전 유행가를 흥얼거리며 담담하게 끌려나왔고 눈을 감은 채 죽음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선실이 비어가는 동안 밤바다는 거칠게 요동치며 살인의 증거를 검은 수면 아래로 차례차례 집어삼켰다. -본문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인들에게 했던 모습들은 다시 대만인과 필리핀인에게 고스란히 하는 모습에서 폭력의 답습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한 인간이 한 인간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소유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마지막에 마주하게 되는 끔찍한 사건들을 바라보면서 과연 이 모든 것들을 누구에게 탓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또렷하게 떠오르지가 않는다. 빠르게, 그야말로 이 이야기 속에 흡입해서 읽어내려갔지만 아직도 이 이야기의 결말들에 대해서, 아니 이 모든 과정들에 대해서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광기 속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지. 조금 더 곱씹어 봐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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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 정택진저

 

 

 

 

독서 기간 : 201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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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속 여인과 사랑에 빠진 남자
마크 해스켈 스미스 지음, 남명성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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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자마자 얼마 전 보았던 영화 그녀가 떠올랐었다. 컴퓨터 OS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에 대해 그리고 있던 영화를 보면서 실존하지는 않는 대상을 상대로 하여 사랑을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을 갖고 보았지만 영화가 마치게 되었을 때 어느 샌가 그 영화 속 주인공을 이해하게 되었는데 이 책 제목인 <문신 속 여인과 사랑에 빠진> 남자인 을 마주하기도 전에 나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안고서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평범한 하루, 아니 무언가 뒤틀어졌지만 흔히들 마주할 수 있는 남녀의 이별이 모든 세계를 변모시키게 된다. 그 동안 함께하고 있었던 밥에게 모라가 더 이상은 아무런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며 그들 사이에 이어져 있던 연인이라는 끈이 사라지고 있었고 그와는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또 다른 한편에서는 밥의 운명이 될 여인이 아마도의 몸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사건은 그렇게 발생된다. 하나의 이별과 하나의 살인사건. 그리고 떨어져 나간 아마도의 팔. 이 모든 이야기가 어우러지게 되는데 그야말로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이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며 엮여 나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도 든다.

이렇게 해서 밥은 모든 사람과 인사를 나누었다. 아마도, 노르베르트, 에스테반, 그리고 마틴. 밥은 그들의 이름은 알게 되어 기분이 나아졌지만, 그들이 진짜 이름을 알려준 건지 아니면 그가 경찰서에 갔을 때 엉뚱한 정보를 넘겨주도록 일종의 가명을 말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만일 진짜 이름이라면 그가 경찰에게 그들 이름을 넘기지 못하도록 그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뜻이었기 때문에 밥은 기분이 더 나빠졌다. –본문

아마도의 팔을 검시관에게 배달해야 하는 임무를 가진 은 자신의 이별을 곱씹어 볼 여유도 없이 에스테반의 일가에 납치되고 아마도의 사고를 무마시키기 위해 누군가의 팔이 필요했던 에스테반과 그의 일당들은 밥의 팔을 노리고 있지만 아마도와는 너무도 피부색과 골격이 그의 생명을 부지하게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현재는 갱단에서 에스테반의 부하로 자리하고 있지만 한때는 변호사 준비를 할 만큼 영특했던 마틴의 영향이 지대했으나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마틴에게 일순간의 모욕을 준 밥은 또 다시 사고 위험에 빠지게 된다.

어찌되었건 단순히 하자면 아마도는 자신의 팔이 아닌 타인의 팔이 필요했고 그 팔을 배달해야 하는 밥은 아마도의 팔에 그려진 펠리시아에 사랑에 빠진 상태이며 그녀를 만나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에스테반의 일당과 함께 로베르트로 활동하게 되고 이 모두를 쫓고 있는 형사 돈은 밥의 전 여자친구였던 모라를 본 순간 한눈에 반하게 된다.

왜 울어요?”
밥은 눈물을 억누르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진짜로 존재해서요.”
감동의 물결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 그녀는 밥 옆에 무릎을 꿇고, 양팔로 그를 안았다. 밥도 응답하며 그녀를 꼭 안았다.
펠리시아는 목에서 그의 뜨겁고 달콤한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오랫동안 가만히 있었다. –본문

모든 것들이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자연스레 흘러가는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유기적으로 잘 짜맞춰져 딱딱 떨어지기에 하나하나의 조각을 맞춰가는 재미도 쏠쏠하거니와 개인적으로는 무언가 달달한 느낌의 로맨스를 생각했다면 이 책 안에는 로맨스를 뛰어넘는 스펙타클한 이야기가 그득히 담겨 있다.

과연 또 다른 팔은 누구의 것이며 그 팔의 존재로 인해 이 모두는 어떻게 변모될 것인지. 무엇보다도 밥과 모라의 이별에서부터 시작되었던 이 일들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얼마나 어마어마한 이야기들을 들려줄 지는 당신의 손 안에 달려 있다.

문신 속의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불가능 하다며 혀를 쯧쯧 차고 있다면 바로 이 책을 펼쳐볼 것을 권하는 바이다. 밥과 모라가 경험하게 될 세상은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아니 그들의 헤어지기 전까지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던 세상이었으며 그렇게 슬픈 이야기마저도 시원하며 유쾌한 칵테일처럼 당신에게 선사될 것이니, 마음의 문을 열고 이 책을 펼치기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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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 이사카 코타로저

독서 기간 : 2014.07.2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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