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님의 이야기에는 늘 따사로움이 있다. 시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그러니까 어렵다는 선입견은 나로 하여금 늘 시 자체를 마주하기 힘든 장벽으로 자리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은 빼놓지 않고 읽으려 해왔다. 나에게 그녀의 이야기는 ‘시’라는 틀을 넘어 나에게 들려주는 따스함의 전부였으니 말이다.
이번 이 <밭의 노래>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도 시이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그림에 매료되어 읽어 보고 싶던 책이었다. 그림에서도 쉬이 느낄 수 있는 그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노라면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싱긋 웃음이 났으니 말이다.
노란 장화를 신은 한 아이가 밭에 나가 있다. 당근이 자라고 있는 그 밭에서 물끄러미 당근을 바라보고 있다.
"땅속을 몰래 빠져 나온 아기 홍당무가 흙 묻은 얼굴로 웃고 있다가" –본문
땅속을 몰래 빠져 나온 아기 홍당무라니. 어감마저도 사랑스러운 이 이야기를 계속 보노라면
홍당무가 붉게 변한 것은 자신에게 들켜서 붉게 변했다고 이야기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보면서 사랑스러움이 절로 느껴지게 된다.
촉촉하게 비가 내린 들판과 숲, 밭에는 한 없이 부드러움이 가득하고 그 안에는 힘찬 기운이 가득하게 되는데 촉촉한 비와 영그러운 에너지가 가득한 땅이 만나 이 모든 것들을 키워내고 있다는 것이, 언제 보아도 신비롭게만 느껴진다.
비가 내리고 난 뒤의 밭은 나비와 감자 꽃이 한대 어우러져 그들만의 잔치를 여는 듯한 모습인데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보인다는 그녀의 이야기와 함께 그림 속의 이야기에 빠져 있는 동안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림 속의 밭에 다녀온 듯한 느낌이다.
땅의 기운을 한대 머금고 자라는 이 생명들처럼 우리도 땅을 통해서 수 많은 에너지들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요새는 보기 힘든 밭의 모습을 보면서 싱그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 푸릇푸릇한 아이와 같이 작은 텃밭을 가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야말로 봄날의 따스함이 전해지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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