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마야 안젤루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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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르's Review

 

 

 전쟁이나 인종차별, 신분차이 등에 대한 아픈 이야기들을 역사 교과서나 영화, 소설 때론 뉴스를 통해서 보기도 하지만 실제로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기에 그 현실에 대해서 그저 가늠해보는 것이 전부였다. 이러한 일들이 있었구나, 당시에는 왜 이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라며 그 때의 일들을 거슬러 올라가며 바라보는 것이 전부인데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이미 과거 속에 있었던 일들을 현재로 끄집어 내어 실제 존재했던 일들을 보여주고 있기에 내게는 과거를 보는 것이 아닌 매 시점마다 그 자리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스탬프스에서 인종 분리는 너무나 완벽해 대부부의 흑인 아이들은 백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정말로 알지 못했다. 다만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백인들은 흑인들과는 다르다는 것, 두려운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 두려움에는 힘없는 사람들이 힘 있는 사람들에게, 가나나한 사람들이 부자들에게, 피고용인들이 고용인들에게, 누더기를 걸친 사람들이 옷을 잘 입는 사람들에게 품는 적대감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본문

 흑인인 여성으로서 산다는 것은 어떠한 것일까. 오래 전부터 단일민족임을 내세워 이야기하던 우리나라에도 이제는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사는 시간이 된 지금 사소한 문제들이 드러나고는 있지만 흑인들이 차별을 당했던 당시의 문제만큼이나 끔찍한 일들과는 비견할 수 없다고 생각 든다. 노예 제도가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흑인과 백인간의 장벽은 무너지지 않은 상태였고 심지어 그들은 함께 버스 좌석을 공유할 수도 없었으니 말이다. 피부의 색은 개인 스스로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이 되어 그들의 사회적인 진출마저도 어렵게 만들었으며 훗날 이 소설의 주인공인 마거리트가 차장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모습들을 보노라면 대체 피부색이 무엇인가, 라는고민에 빠져들게 된다.

거의 백인과 같은 피부색을 가진 아름다운 어머니를 둔 마거리트는 자신 역시 백인이라고 믿고 있었으며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곱슬머리와 검은 피부는 마법에 걸린 것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것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 앞에 드러난 것들을 보노라면 이 문제는 마법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 낸 가상의 틀 안에서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철저히 격리되고 분리되고 있었으며 그래서 그녀의 자전적 소설인 이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를 읽다 보면 애잔한 마음이 흘러나오게 된다.  

 흑인으로 태어나 내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끔찍스러웠다. 어린 나이에 벌써 내 피부색을 비난하는 소리를 듣고도 아무런 방어할 기회도 없이 조용히 앉도록 훈육을 받는다는 것이 너무나 잔혹했다. 우리 모두 죽어야만 했다. 우리 모두가 죽어서 한 사람 위에 다른 한 사람이 포개진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무슨 영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마마, 그러니까 그들의 할머니에게 보내진 마거리트와 그녀의 오빠 베일리는 스탬프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된다. 그곳에서 그야말로 흑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흑인이기 때문에 미세스, 라는 칭호를 불리는 것은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며 백인들에게는 무조건 존댓말을 해야 했던 마마를 보면서 그것이 흑인들이 살아야 하는 숙명 안에 살고 있었다. 심지어 마거리트의 이가 다 상함으로 치료를 받기 위해 먼 길을 갔던 마마와 그녀에게 백인 치과의사는 마거리트의 입을 들여다 볼 바에는 개의 이를 들여다 보겠다고 이야기를 했으니, 그 시대를 지내왔던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는 너무도 담담한 이야기들을 보며, 오히려 그녀가 너무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기에 내가 환영을 보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삶은 생경하면서도 낯설기만 했다.

 스탬프스에서 철저히 흑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면 엄마인 비비안과 함께 주변 일대의 권력을 잡고 사는 외할머니 백스터와 지내는 나날은 그녀의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순간일 것이다.비비안의 동거남이었던 프리먼은 어린 마거리트를 성폭행하는 것으로 모자라 그 모든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그녀의 오빠인 베일리는 죽이겠다는 협박 속에서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끙끙 앓게 되고 만다. 물론 이 문제는 다른 형식으로 풀어지기는 하지만, 문제는 어린 시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그녀를 그 누구도 제대로 치유해주려 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미 그 일은 일어난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의 키가 쑥쑥 커 어릴 때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처럼 당시 어른들은 그녀의 고통이 단 몇 개월이면 잊혀지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마거리트가 말을 하지 않는 다는 이유로 건방지다며 욕을 듣거나 심지어 매질을 당하는 경경우 없었을 테니 말이다.

 정신이 돌아온 뒤에 베일리는 윌리 삼촌에게 도대체 흑인들이 처음에 백인들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고 물었다. 마마를 그대로 닮아 아무것도 설명하는 법이 없는 윌리 삼촌이 겨우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흑인들은 백인들의 머리카락 한 올 건드린 적이 없었지.” . –본문

 그렇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다시 돌아온 스탬프트에서 베일리는 그 나름의 첫사랑을 마주하게 되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마거리트는 졸업을 하게 된다. 가장 좋은 성적으로 졸업을 하게 된다는 영광도 잠시, 그녀의 앞에 드리우는 것은 그저 흑인 여성으로서의 막막한 삶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 그녀는 자신을 옥죄고 있는 피부색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베일리와 같이 일자리를 구해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마거리트는 자신을 닮은 또 다른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가 20대의 들어서기 이전까지 10여년의 세월을 그녀를 쫓아 따라오는 동안, 내 기억 속의 마거리트는 아직 피지 않는 꽃 봉우리 같은 모습이었다. 만개하려면 아직 때를 기다려야 하지만 이미 어른처럼 생각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러울 뿐이었는데 특히나 당시의 인종차별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일자리를 찾아 헤매며 결국에는 그것을 쟁취하는 모습은 그녀가 점점 꽃봉우리를 움트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있기에 그녀의 행보에 응원을 가하게 된다. 부디 그녀의 앞에 도래할 그 곳에 이 당당함과 함께 따스한 사랑이 깃들여지길. 마법으로 인해 흑인으로 변모한 것이 아닌 이 세상이 그녀를 검게 만들었기에 그녀를 옥죄어 왔던 세상의 벽들이 허물어져 마거리트에게 더 없이 행복한 나날만이 도래하길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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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 조라 닐 허스턴저

 


 

 

독서 기간 : 2014.08.1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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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전자 전쟁 -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조적 파괴
칼레 라슨 & 애드버스터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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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경제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학부제였기 경제학 수업을 들어야만 했던 신입생 시절 맨큐의 경제학을 들고 다니면서 묵직한 그 책이 나에게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쉬이 전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읽기 쉽게 쓰여 있는 것은 물론 색채가 가득한 책 안의 내용들은 이전에 경제를 선택과목으로 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신세계였고 그 안의 내용들을 오롯이 안기 위해서 열심히 그래프를 그리고 공식들을 대입해서 문제를 풀어나갔다. 덕분에 학점도 잘 받아 경제에 대한 기반들은 한번씩 훑어보긴 했지만 당시의 나는 경제 신문을 읽는다고 해도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배운 것에 대한 접목이 전혀 되지 않는 그저 책으로만 알고 있는 상태였기에 결과적으로는 경제학은 내가 갈 길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단념을 하고 지금의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경제학이라는 것이 여러가지의 전제를 가지고, 그러니까 인간이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은 물론 그 안의 수식들을 대입하기 위해서는 다른 변수들은 모두 변동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경제라는 것을 풀어나가는 학문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전제가 있어야만 가능한 경제학. 그렇다면 경제학은 어떻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속의 경제를 통찰할 수 있는 걸까.

따라서 앞으로 경제학을 공부하려면 길을 두 가지다. 첫째, 명백한 모순을 죄다 무시하고 현 상태를 받아들인다. 낡은 패러다임이 앞으로 몇십 년은 더 목숨을 부지하기를, 그 안에 자신이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르며 가슴에 성호를 긋는다. 둘째, 처음부터 비주류 편에 선다. 선동가, 밈 전사, 점령가가 되어 교내 게시판에 저항적 대자보를 붙이고 강의 시간에 교수에게 공개적으로 도전하며 패러다임 전환에 여러분의 미래를 거는 것이다. -본문 

 

 내가 경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나의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러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기는 하나 내가 그 당시 배웠던 것들을 경제 뉴스에 접목시키려고 하면 생각보다 그 내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 언제나 경제학에 대한 높은 벽을 실감하게 했다. 그래, 경제는 도통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라 생각했으나 이 책은 그 동안 내가 마주했던 경제학이라는 활자로 되어 있는 학문에 대해서 과연 그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진리라고 받아들 일 수 있는가에 대해 반문하고 있다.

 



얼마전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그가 경제학에 대해서 오늘의 경제를 어제 예상하고 그 실패에 대해서 내일에서야 발견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준 적이 있었는데 모든 것이 예측이 가능하다는 그 책 속의 고수들이 실물 경제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왜 그런 것인지, 이 책은 통렬히 비판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그 동안 내가 접해 왔던 경제에 관련된 책과는 전혀 다른, 그야말로 새로운 경제를 말하고 있다.

 

 은행가들은 <보상>이 정의를 점차 확장하여 예전에 <이자usury>라 불리던 것깢 뭉뚱그렸다. 존재하지 않는 금에 대한 영수증을 빌려주는 일은 순조로웠다. , 은행권을 가진 사람들이 금이나 은을 한꺼번에 청구하지 않는 한. 다행이도 이런 일은 매우 드물게만 일어났기에 예금보다 더 많은 돈에 대한 영수증을 발급하는 행위는 <부분 지급 준비>라는 이름의 버젓한 금융 제도가 되었다. -본문

 

 수익에 대해서 이전의 과거에서는 대부업자들이 이자를 받는 것이 파렴치한 것들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싸게 사서 비싸에 파는 행위를 사탄의 행위라며 비난하곤 했었지만 교역량이 점점 증가함에 따라 자신의 저렴하게 구매한 것을 비싸게 되파는 중산층들의 교역은 더 활성화되게 된다. 바야흐로 물품과 지폐가 바뀌는 그들이 말하는 말도 안되는 연금술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고리업자들이 이익을 취하는 행위에 대해서 이전의 사람들을 죄악이라 비나했지만 이들은 점차 이익이 이든 보상이라는 이름으로 이자를 설명하고 있다. 그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서는 그들의 길을 계속해서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경제학은 맛이 갔다. 경제학은 경제를 이해한다는 실용적 목적을 저버리고 학문 자체를 위한 지적 유희로 전락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을 분석적 엄밀성만 있을 뿐 현실 적합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일종의 사회 수학으로 둔갑시켰다.
 
노벨상 수상자 중에서도 적어도 세명이 이런 우려를 표명했다. 계량 경제학의 초창기인 1982년에 바실리 레온티예프는 모형이 데이터보다 중요해졌다는 주장을 반반했다. (중략)
 
문제는 수학 자체가 아니라 내용을 무시하고 기법에 집착하는 행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실용적 추단법이나 데이터 위주 모형도 경제학에서 제한적이나마 쓸모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경제학에 수학을 받아들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에 치우친 심미적 기준이 아니라 현실 세계를 설명하는 유용성이 되어야 한다. -본문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대담하면서도 촌철살인같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무언가 복잡하고 어렵기만 한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실제 실물경제에 대한 논의는 아닌 세상의 변수들을 제하고서 논의되고 있는 경제학은 그저 겉만 바라보며 세상을 예견하는 안타까운 사태라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경제학도들에게 있어서는 불편한 책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이 책 안의 활자를 통해서 일부의 모습들만을 보고 있는 것이라는 걸 깨달아야 할 때가 아닐까. 그리하여 그 틀을 벗어나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깨닫기 위해서는 스스로 갇혀 있는 세상을 깨고 나와야 할 것이다. 파격적으로 보이지만 생각해보면 이것이 진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이기에 읽는 내내 통쾌함을 안고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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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경제학 / 신희영저

 

 

 

독서 기간 : 2014.08.0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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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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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코엑스에서 열렸던 도서전시회의 '열린책들' 부스에서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의 여자>를 처음 마주하게 되었는데 그 때 받아왔던 미니 책자를 읽으며 이 책이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저자인 요나스 요나손의 책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서도 그러했듯이 현실과 허구사이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구사하는 요나스 요나손의 마력을 알고 있었기에 이 책도 금새 빠져들어 읽어내려갔는데 까막눈이지만 셈 하나는 기가 차게 해내는 놈베코의 유년시절부터 그녀가 성장해 나가는 동안에 마주하게 되는 자충우돌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은 책을 읽는 내내 제목이 이 모든 것을 너무 잘 이야기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흡족해하며 읽은 책이다.

 

 어찌 말하자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게토의 공동변소 분뇨 수거인들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어쨌든 그들에겐 일자리가 있고 또 비를 피할 지붕이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통계학적으로 보자면 그들에겐 아무런 미래가 없었다. 그들 대부분은 젊은 나이에 결핵으로 폐렴으로 설사로, 마약으로, 알코올로 혹은 이 모든 것들이 합해져 죽었다. 매우 드물긴 했지만, 바로 소웨토의 공동변소 관리소장의 경우인데, 꾸역꾸역 쉰 살까지 살아남는 사람들도 있었다. -본문 

 

 태어나보니 남아프리카의 흑인으로 태어났던 놈베코에서 펼쳐진 미래는 바로 위의 이야기였다. 분뇨 수거인이 되는 것만이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직위이자 사회적 직책이었으며 그 마저도 그들의 주변 환경이 뒷받침 되지 않기에 짧은 생애 동안 그들은 그저 암흑과도 같은 세계에 갇혀 있어야 했다. 아마 이름만 마주했더라면 남자이름인가, 하고 생각했을 법한 '놈베코' 역시 이전의 사람들이 그러했듯 그 세상을 그대로 답습해야 했을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고 그녀의 어머니는 곧 세상을 떠났으니 말이다. 연약한 한 소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구걸로 하루하루를 연맹하는 것이 전부였겠지만 운좋게 공동변소 관리 소장의 자리를 역임할 수 있었고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셈을 잘했으며 그녀의 후임으로 글을 읽을 수 있었던 타보라는 자가 들어오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또 다른 세상을 마주하게 위해 길을 나서던 놈베코는 뜻하지 않게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백인 전용 도로위를 걸어다니는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는 차를 운전하고 있던 운전자에게 차가 찌그러진 것에 대한 보상을 하라는 판결을 받게 되는데 이 말도 안되는 판결을 내리는 그 모든 이들은 그들만의 세상에 빠져 살고 있는 당시 권력을 지니고 있던 백인들이었다는 점에서, 현대의 사회 속에서도 비춰지고 있는 모습을 실랄하게 꼬집어 그린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놈베코가 여자만 아니었다면, 특히 그 잘못된 피부색만 아니었다면 결국 엔지니어의 오른팔이 되었으리라. 지금의 상황에서는 <하녀>라는 직함을 유지할 수밖에 업었지만 연구팀장이 제출하는 문제점들, 테스트 결과들, 분석 내용들을 적힌 두툼한 보고서들을(물론 뼈 빠지게 걸레질도 해가면서) 읽는 사람은 바로 그녀였다. 엔지니어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본문 

 

 어찌되었건 이 말도 안되는 판결로 인해 그녀는 7년이라는 시간을 자신을 치어 위험에 빠트리게 하려던 엥엘브레흐트 판 데르 베스타위전을 위해 일해야 했으며 그가 핵을 만드는 펠린다바 연구소의 엔지니어였기에 그녀는 그 연구소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며 지금의 자리에 올른 엥엘브레흐트는 언제나 바른 말을 하는 놈베코가 아주 못마땅하다. 여자이면서 흑인이며 그러면서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줄 알고 무엇보다도 자신보다 더 자신의 연구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기에 그는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그 자신은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없기에 그녀를 제대로 이용해 보기로 작정하게 되고 그렇게 그의 곁에서 보이지 않는 조력자로 살아가는 놈베코는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 머리를 쓰고 있다.

 

 카터 대통령을 세계 각지를 향해 배치되어 잇는 총 3 2천기의 핵탄두를 직접적으로 책임지고 있었다. 모스크바의 브레즈네프는 거의 같은 수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동일한 등급의 폭탄 여섯 개를 추가하는 것이 과연 이 세계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제 이 점을 확실히 해 두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본문 

 

 그렇게 놈베코가 연구소를 빠져나가기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해서 그녀는 자신이 있는 연구소에서 핵이 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미국 대통령에서 전달하게 되고 이 일은 세계의 저변에서부터 말할 수 없는 비밀로 이슈화되며 각국은 분주해지게 된다. 세상이 번잡스러워지는 것과는 별개로 그 연구소에서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하나 더 발생하게 되는데 바로 일곱번째 의도치 않은 핵폭탄이 만들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 핵폭탄의 행방인데 이 연구소를 빠져나가기 위해 놈베코가 모사드 요원들과 협상을 하던 시간 그 곳에 함께 있었던 중국인 자매들에게 요청했던 일들이 꼬이기 시작하면서 스웨덴에 도착하는 그 순간 그녀는 이 핵폭탄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또 하나의 남자인 홀예르 2와 함께 말이다.

 

 이전보다 더 나은 세상으로 나온 듯 하지만 늘 놈베코에게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도래하게 된다. 중국 자매들을 다시 마주하고 그와 동시에 홀예르 1과 늘 분통을 터트리며 이야기하는 그의 여자친구와, CIA가 자신을 쫓고 있다고 믿는 미국인과 함께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며 그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하나둘 씩 풀어나가고 있다.

 

헨리에타가 태어나자 놈베코는 중국 관계 전문가 일을 그만두었다. 그녀는 자신의 일을 좋아했지만 이 분야에서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늒미이 들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스웨덴 왕국이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을 흡족하게 해줄 일은 갈수록 줄어들 터였다. 그는 자신의 멋진 볼보 차를 놈베코에게 준 것에 대해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중략)
 
그녀가 이룬 업적 중 하나를 들자면 그녀는 후 주석으로 하여금 베이징 대학에 스웨덴이 재원을 대는 인권분야 교수직을 하나 신설하도록 한 것이다. -본문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현실 속의 이야기와 조우하며 발생하고 있기에 머리 속이 갸우뚱해지는 순간들도 있지만 그래서 더 빨리 이 안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세상은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거라 믿었던 것들이 발생하기도 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으로 변모하며 살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가 놈베코라는 작은 여성을 통해서 이 세상이 얼마나 헛되이 돌아가고 있는 모습들이 있는지에 대해서 유머러스한 코드로 녹아내려 했던 이 소설을 참으로 즐겁게 읽어내려갔다. 물론 읽는 내내 씁쓸한 현실에 그저 웃을 수만은 없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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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저

 

 

독서 기간 : 2014.08.0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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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리본 - 내일을 살아갈 희망
박서진 엮음, 이윤재 그림 / 미르북컴퍼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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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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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를 목도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노란 리본 속에 그들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써내려 가고 있었다. 리본, 하면 축하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이날의 노란 리본은 모두가 살아오길 바라는 염원을 넘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던 그들에게 고하는 비통함 그 자체였다. 하늘하늘 날리는 리본보다도 더 찬란하게 빛이 났을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던 그 날을 일들을 보며 과연 희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기적도 희망도 없는 듯한 암흑과 같은 나날들을 지나 다시 어느덧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저자는 이 책을 조심스레 전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은 눈물을 닦고 일어섰습니다. 시간이 약이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두 팔을 걷고 현장으로 달려간 봉사자들과,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물속에 들어간 잠수부들과, 다른 한편에서 그들을 위해 모금을 하고 기도해 준 사람들의 절절한 마음이 모아졌기 때문입니다.
 
꽃밭에 만발한 꽃을 보면 우리는 감동합니다. 돌 틈을 뚫고 나온 꽃을 보며 감탄합니다. 각박한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언제가 고난 속을 헤치고 나오기 위해 함께 잡은 손과 발걸음입니다. –본문

 교도소에서 몇 년의 시간을 보낸 빙고에게는 아내는 물론 아이들도 있었다.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시간 동안에 아무런 것도 해줄 수 없기에 빙고는 그녀에게 자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으며 그에 대한 답변도 듣지 못한 채, 자신을 기다리는지 여부에 대한 결말을 나무에 걸린 노란 리본으로 확인하기 위해 목적지를 향해 가는 그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그렇게 점점 목적지에 가까워 질수록 노란 리본이 드러날지에 대한 두려움만 가지고 있던 그에게 온통 노란 리본으로 덮여 있는 그 장면은 그가 지나온 어떠한 장면보다도 벅차 올랐을 것이다.

노란 리본은 희망입니다.
노란 리본은 믿음입니다.
노란 리본은 기다림입니다.
노란 리본은 사랑입니다.
빙고가 맞이한 노란 리본의 기적이 우리에게도 찾아오기를 바라고 바라 봅니다. –본문

 세상이 아직도 따스한 곳이라는 것을 저자는 전해져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모아 이곳에 펼쳐 보이고 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마다 담겨 있는 그 나름의 감동들은 아직 너풀거리는 노란 리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듯, 그는 계속해서 잔잔하지만 파장이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화가가 되는 걸 포기하다니! 우린 서로 약속하지 않았나. 내가 유명 화가가 될 때까지 자네가 돈을 벌어서 나를 돕고, 내가 유명 화가가 되어서 그림을 팔아 돈을 벌면, 자네가 미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한 약속 말일세!” –본문

 세계적인 화가로 이름이 알려진 뒤러가 탄생하기까지 그가 성공할 때까지 물질적인 지원을 계속해준 친구 한스가 있었다고 한다. 물론 한스 역시도 화가로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꿈꿔왔지만 한스와 뒤러 모두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기에 둘 다 같은 길을 가는 것을 불가능한 것이 현실인 가운데 한스는 뒤러에게 그가 성공 할 때까지 자신이 한스의 재정적 지원을 하겠노라 선언하게 된다. 그렇게 한스의 도움을 받아 뒤러가 언젠가 성공하게 되면 그 때 뒤러 자신이 꿈을 향해 가겠노라, 라고 이야기하게 되는데 한스의 도움을 계속 받고 있는 뒤러로서는 성공을 위한 발버둥을 치게 되고 그렇게 결국 그가 널리 이름을 떨치게 되었을 때 한스를 찾아간 뒤러는 손이 거칠다 못해 이제는 붓을 잡을 수도 없을 만큼 손이 상해버린 그의 고귀한 손을 모델로 하여 <기도하는 손>을 그리게 된다. 

 이 그림으로 또 다시 명성을 거머쥔 뒤러는 이 손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화가의 손이라고 소개하는 장면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은 바치는 친구와 그 친구를 위해 자신을 낮추어 이야기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애잔한 우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브랜든의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그런 사람의 삶에서 최고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어떻게 살 것인지가 아니라 단 하루를 살았더라도 어떻게 살았느냐가 아닐까요? –본문

 백혈병에 걸린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자신은 두 개의 심장을 가졌다며 수혈 받는 아이를 다독이고 있는 파넬 네드배드의 이야기는 물론 병색이 깊어져 이제 생의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브랜든이 집으로 가는 동안 마주했던 노숙자들에게 샌드위치를 전해주고 싶다고 하며 미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일 등 이전에 들어봤던 이야기들도 있지만 다시 마주해도 따스해지는 이야기들이 이 책 안에 그득히 담겨 있다. 아직 세상은 따스하다며 노란 리본을 흩날리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멍텅구리 같은 세상에 대한 분노만을 퍼붓던 나를 내려 놓고서 조금씩 마음을 다독여 본다. 그래,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를 것이다. 작게 움직이는 이 손짓들이 느리지만 조금씩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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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 정호승저

 

 

 

독서 기간 : 2014.08.1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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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1 - 시즌 1
민 지음, 백승훈 그림 / 네오카툰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통 1~4

부산 주먹의 전설 이정우의 파란만장한 서울 진출기를 그린 웹툰이다. 15년 전, 하루 방문객 240만이라는 어마어마하고도 이례적인 기록을 남기며 온라인에서 연재되었던 소설 『통』을 원작으로 한 웹툰 『통』을 드디어 단행본으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작자 오영석(필명 민)은 유니텔 초창기부터 장르소설 쪽에서 ‘미나’라는 이름으로 활발히 활동한 작가로, 만화스토리 작가로서도 10여 년간 활동하며 다양한 장르의 만화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 2011년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이제는 자신의 영역을 영화계까지 넓히고 있는 주목할 만한 작가이다.

그런 그가 15년 전 쓴 『통』이라는 소설은 잘 숙성되어 만화작가 백승훈을 만나게 되고, 이후 웹툰 『통』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그렇게 알려진 웹툰 『통』은, 2012년 말 51화로 시즌 1을 마무리하고 현재는 인기리에 시즌 2를 연재 중에 있다.

현재 티스토어에서 연재하고 있는 웹툰 『통』은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며 수개월 전부터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 등을 통해 ‘남자라면 공유하라’라는 메시지와 함께 만화를 볼 수 있는 웹 링크가 전파돼, 더욱더 많은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알라딘 제공]

 

아르's Review

 

 

       

학창시절 순정 만화를 보며 달달한 로맨스를 꿈꾸던 것이 어언 10여년이 흘러 한 동안은 만화책을 볼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찜질방에 가서 자투리 시간을 위해서 보거나 했던 것이 전부였고 그것만저도 여전히 로맨스물이었기에 위의 '통'이라는 웹툰과 같이 그야말로 남자 이야기에 관한 것은 접해본 일이 없었기에 생경하다 못해 낯설기도 하고 소설로 읽었을 때보다 눈에 보여지는 그림 때문인지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부산의 통, 일명 짱이었던 이정우는 서울로 전학을 오게 된다. 중학교때는 남녀 공학, 고등학교는 여고를 나온 나로서는 남자들만이 있는 학교의 공간이 잘 그려지지 않는데 이 만화를 기반으로 보자면 서열을 확실히 정하는 모습이 있는 듯 하다. 마치 동물의 왕국에서 새로운 이가 등장하면 어김없이 싸움이 발생되 듯 이 곳에서도 전학을 온 정우를 둘러싸고 오묘한 기류가 흐르게 된다.

 

 분위기마저 다른 정우에게 3학년 선배들도 자신들의 밑으로 들어오란 협박을 받게 되고 오토바이를 타며 배달을 하는 것보다는 남자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주변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외면을 하던 정우는 기어이 인범의 눈엣가시로 밟혀 싸움에 휘말리게 되고 이곳에서 윤정현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이때의 사건으로 인해 정우와 정현은 서로를 향한 의리가 두터워지게 되는데 이 모습이 추후 또 다른 사건을 만들게 된다.

 인범과의 싸움에서 이긴 정우는 인범이 제시한 조건에 따라 유림정보고의 지존회를 척결하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되고 오롯이 정우 혼자만의 힘으로 이들을 물리치라는 요구에 의해 그는 유림정보고에 다다르게 된다.  

 이미 학교를 장악한 정우와 그 주변 학교들의 이야기는 물론 2편에서부터는 선생님들이 하나 둘 등장하게 되는데 정우와 같은 학생들을 문제아로만 바라보고 더 이상 교화되지 않을 이들로 바라보는 것과는 달리 강덕중 선생님은 그에게 계속해서 마음의 문을 열고자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미 어른들과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정우는 그럴 마음이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특히나 소설을 보면서 궁금했던 인물 중 하가 바로 윤정임 교생이었는데 정우와의 첫 만남부터 심상치 않았던 이들은 다시 선생과 제자의 모습으로 마주하게 된다. 정우 자신은 그들의 관계에 있어서 선생과 제자라는 것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선생으로서 아이들을 바른길로 인도하겠다는 신념이 가득한 윤정임은 정우가 밀어내면 낼 수록 계속해서 그의 곁으로 다가가게 된다.

 인범의 소개로 재식파에 들어가게 된 정우는 조폭들의 세력다툼에 의해 갑작스레 요주의 인물로 떠오르게 되고 사장인 윤재식을 치려는 이들은 그가 힘을 키우려 하고 있다는 정우에게 화살을 돌리게 되면서 사고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윤정현의 죽음이다. 전학 온 이후 정우에게 있어서 누구보다도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되었던 정현은 그렇게 정우를 대신해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연락을 두절한 채 잠적해 버린 정우를 잡으려는 미끼로 윤재식은 윤정임을 잡아두게 되는데 계속해서 연락을 취하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는 정우를 대신하여 그녀는 정우의 앞날을 위해 스스로 희생양이 되고 있다. 교생으로서 처음 마주한 제자 중 하나였던 정우가 눈에 밟혔던 그녀가 이 이야기 속에서 세력 다툼 속에서 목숨을 잃어야 한다니. 남자들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너무 가혹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역설적으로 윤정임의 죽음으로 인해 정우는 그야말로 눈이 보일 것 없는 상태가 되며 세력간의 다툼은 둘째치고 윤정임에 대한 복수를 위해 윤재식을 치러 들어가게 된다. 고등학생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그의 주먹에는 윤정임을 지키지 못한 자신의 죄책감도 함께 했을 것이다.

 그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정우는 평범한 학생처럼 ​조용히 지내고 있다. 그 어디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으나 그의 앞날이 언제까지 고요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름아닌 김진우가 눈을 떴으니 말이다.


 강렬하면서도 강한 남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통은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묵직하게 느껴진다. 평범하지 않는 그의 10대 이야기가 남자들에게는 울리겠지만 여자인 나에게는 어려운 이야기긴 했다. 정우가 이 어둠 속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며 4권에서의 이야기를 덮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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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여, 통으로 통하라!
여자여도 재미있다!


웹툰 『통』에서 담지 못한 강력한 이야기
*통: 한 조직에서 싸움을 가장 잘하는 주먹 짱을 의미하는 부산 및 영남 지역 사투리.

매주 일요일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며, 대한민국 남자들의 심장을 뒤흔들고 있는 화제의 웹툰 『통』의 원작소설이 네오픽션에서 출간되었다. 『통』은 부산 주먹의 전설 이정우의 파란만장한 서울 진출기를 그린 소설이다. 15년 전, 하루 방문객 240만이라는 어마어마하고도 이례적인 기록을 남기며 온라인에서 연재되었던 『통』을 드디어 단행본으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작자 오영석(필명 민)은 유니텔 초창기부터 장르소설 쪽에서 ‘미나’라는 이름으로 활발히 활동한 작가로, 만화스토리 작가로서도 10여 년간 활동하며 다양한 장르의 만화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 2011년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이제는 자신의 영역을 영화계까지 넓히고 있는 주목할 만한 작가이다.

그가 15년 전 쓴 『통』이라는 소설은 잘 숙성돼 만화작가 백승훈을 만나게 되고, 이후 웹툰 『통』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그렇게 알려진 웹툰 『통』은, 2012년 말 51화로 시즌 1을 마무리하고 현재는 인기리에 시즌 2를 연재 중에 있다. 실감나는 액션과 힘 있는 스토리로 많은 웹툰 팬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는 웹툰 『통』. 현재 티스토어에서 연재하고 있는 웹툰 『통』은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며 수개월 전부터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 등을 통해 ‘남자라면 공유하라’라는 메시지와 함께 만화를 볼 수 있는 웹 링크가 전파돼, 더욱더 많은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이슈와 함께 오영석과 백승훈이 함께 작업한 웹툰 『총수』와 『독고』도 ‘남자라면 꼭 봐야 할 웹툰’으로 『통』과 함께 덩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예스24 제공]

 

 

 

독서 기간 : 2014.08.1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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