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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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얼마 전 코엑스에서 열렸던 도서전시회의 '열린책들' 부스에서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의 여자>를 처음 마주하게 되었는데 그 때 받아왔던 미니 책자를 읽으며 이 책이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저자인 요나스 요나손의 책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서도 그러했듯이 현실과 허구사이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구사하는 요나스 요나손의 마력을 알고 있었기에 이 책도 금새 빠져들어 읽어내려갔는데 까막눈이지만 셈 하나는 기가 차게 해내는 놈베코의 유년시절부터 그녀가 성장해 나가는 동안에 마주하게 되는 자충우돌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은 책을 읽는 내내 제목이 이 모든 것을 너무 잘 이야기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흡족해하며 읽은 책이다.

 

 어찌 말하자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게토의 공동변소 분뇨 수거인들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어쨌든 그들에겐 일자리가 있고 또 비를 피할 지붕이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통계학적으로 보자면 그들에겐 아무런 미래가 없었다. 그들 대부분은 젊은 나이에 결핵으로 폐렴으로 설사로, 마약으로, 알코올로 혹은 이 모든 것들이 합해져 죽었다. 매우 드물긴 했지만, 바로 소웨토의 공동변소 관리소장의 경우인데, 꾸역꾸역 쉰 살까지 살아남는 사람들도 있었다. -본문 

 

 태어나보니 남아프리카의 흑인으로 태어났던 놈베코에서 펼쳐진 미래는 바로 위의 이야기였다. 분뇨 수거인이 되는 것만이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직위이자 사회적 직책이었으며 그 마저도 그들의 주변 환경이 뒷받침 되지 않기에 짧은 생애 동안 그들은 그저 암흑과도 같은 세계에 갇혀 있어야 했다. 아마 이름만 마주했더라면 남자이름인가, 하고 생각했을 법한 '놈베코' 역시 이전의 사람들이 그러했듯 그 세상을 그대로 답습해야 했을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고 그녀의 어머니는 곧 세상을 떠났으니 말이다. 연약한 한 소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구걸로 하루하루를 연맹하는 것이 전부였겠지만 운좋게 공동변소 관리 소장의 자리를 역임할 수 있었고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셈을 잘했으며 그녀의 후임으로 글을 읽을 수 있었던 타보라는 자가 들어오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또 다른 세상을 마주하게 위해 길을 나서던 놈베코는 뜻하지 않게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백인 전용 도로위를 걸어다니는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는 차를 운전하고 있던 운전자에게 차가 찌그러진 것에 대한 보상을 하라는 판결을 받게 되는데 이 말도 안되는 판결을 내리는 그 모든 이들은 그들만의 세상에 빠져 살고 있는 당시 권력을 지니고 있던 백인들이었다는 점에서, 현대의 사회 속에서도 비춰지고 있는 모습을 실랄하게 꼬집어 그린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놈베코가 여자만 아니었다면, 특히 그 잘못된 피부색만 아니었다면 결국 엔지니어의 오른팔이 되었으리라. 지금의 상황에서는 <하녀>라는 직함을 유지할 수밖에 업었지만 연구팀장이 제출하는 문제점들, 테스트 결과들, 분석 내용들을 적힌 두툼한 보고서들을(물론 뼈 빠지게 걸레질도 해가면서) 읽는 사람은 바로 그녀였다. 엔지니어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본문 

 

 어찌되었건 이 말도 안되는 판결로 인해 그녀는 7년이라는 시간을 자신을 치어 위험에 빠트리게 하려던 엥엘브레흐트 판 데르 베스타위전을 위해 일해야 했으며 그가 핵을 만드는 펠린다바 연구소의 엔지니어였기에 그녀는 그 연구소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며 지금의 자리에 올른 엥엘브레흐트는 언제나 바른 말을 하는 놈베코가 아주 못마땅하다. 여자이면서 흑인이며 그러면서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줄 알고 무엇보다도 자신보다 더 자신의 연구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기에 그는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그 자신은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없기에 그녀를 제대로 이용해 보기로 작정하게 되고 그렇게 그의 곁에서 보이지 않는 조력자로 살아가는 놈베코는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 머리를 쓰고 있다.

 

 카터 대통령을 세계 각지를 향해 배치되어 잇는 총 3 2천기의 핵탄두를 직접적으로 책임지고 있었다. 모스크바의 브레즈네프는 거의 같은 수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동일한 등급의 폭탄 여섯 개를 추가하는 것이 과연 이 세계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제 이 점을 확실히 해 두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본문 

 

 그렇게 놈베코가 연구소를 빠져나가기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해서 그녀는 자신이 있는 연구소에서 핵이 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미국 대통령에서 전달하게 되고 이 일은 세계의 저변에서부터 말할 수 없는 비밀로 이슈화되며 각국은 분주해지게 된다. 세상이 번잡스러워지는 것과는 별개로 그 연구소에서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하나 더 발생하게 되는데 바로 일곱번째 의도치 않은 핵폭탄이 만들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 핵폭탄의 행방인데 이 연구소를 빠져나가기 위해 놈베코가 모사드 요원들과 협상을 하던 시간 그 곳에 함께 있었던 중국인 자매들에게 요청했던 일들이 꼬이기 시작하면서 스웨덴에 도착하는 그 순간 그녀는 이 핵폭탄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또 하나의 남자인 홀예르 2와 함께 말이다.

 

 이전보다 더 나은 세상으로 나온 듯 하지만 늘 놈베코에게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도래하게 된다. 중국 자매들을 다시 마주하고 그와 동시에 홀예르 1과 늘 분통을 터트리며 이야기하는 그의 여자친구와, CIA가 자신을 쫓고 있다고 믿는 미국인과 함께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며 그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하나둘 씩 풀어나가고 있다.

 

헨리에타가 태어나자 놈베코는 중국 관계 전문가 일을 그만두었다. 그녀는 자신의 일을 좋아했지만 이 분야에서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늒미이 들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스웨덴 왕국이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을 흡족하게 해줄 일은 갈수록 줄어들 터였다. 그는 자신의 멋진 볼보 차를 놈베코에게 준 것에 대해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중략)
 
그녀가 이룬 업적 중 하나를 들자면 그녀는 후 주석으로 하여금 베이징 대학에 스웨덴이 재원을 대는 인권분야 교수직을 하나 신설하도록 한 것이다. -본문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현실 속의 이야기와 조우하며 발생하고 있기에 머리 속이 갸우뚱해지는 순간들도 있지만 그래서 더 빨리 이 안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세상은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거라 믿었던 것들이 발생하기도 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으로 변모하며 살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가 놈베코라는 작은 여성을 통해서 이 세상이 얼마나 헛되이 돌아가고 있는 모습들이 있는지에 대해서 유머러스한 코드로 녹아내려 했던 이 소설을 참으로 즐겁게 읽어내려갔다. 물론 읽는 내내 씁쓸한 현실에 그저 웃을 수만은 없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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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저

 

 

독서 기간 : 2014.08.07~08.1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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