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를 목도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노란 리본 속에 그들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써내려 가고 있었다. 리본, 하면 축하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이날의 노란 리본은 모두가 살아오길 바라는 염원을 넘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던 그들에게 고하는 비통함 그 자체였다. 하늘하늘 날리는 리본보다도 더 찬란하게 빛이 났을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던 그 날을 일들을 보며 과연 희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기적도 희망도 없는 듯한 암흑과 같은 나날들을 지나 다시 어느덧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저자는 이 책을 조심스레 전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은 눈물을 닦고 일어섰습니다. 시간이 약이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두 팔을 걷고 현장으로 달려간 봉사자들과,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물속에 들어간 잠수부들과, 다른 한편에서 그들을 위해 모금을 하고 기도해 준 사람들의 절절한 마음이 모아졌기 때문입니다.
꽃밭에 만발한 꽃을 보면 우리는 감동합니다. 돌 틈을 뚫고 나온 꽃을 보며 감탄합니다. 각박한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언제가 고난 속을 헤치고 나오기 위해 함께 잡은 손과 발걸음입니다. –본문
교도소에서 몇 년의 시간을 보낸 빙고에게는 아내는 물론 아이들도 있었다.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시간 동안에 아무런 것도 해줄 수 없기에 빙고는 그녀에게 자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으며 그에 대한 답변도 듣지 못한 채, 자신을 기다리는지 여부에 대한 결말을 나무에 걸린 노란 리본으로 확인하기 위해 목적지를 향해 가는 그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그렇게 점점 목적지에 가까워 질수록 노란 리본이 드러날지에 대한 두려움만 가지고 있던 그에게 온통 노란 리본으로 덮여 있는 그 장면은 그가 지나온 어떠한 장면보다도 벅차 올랐을 것이다.
노란 리본은 희망입니다.
노란 리본은 믿음입니다.
노란 리본은 기다림입니다.
노란 리본은 사랑입니다.
빙고가 맞이한 노란 리본의 기적이 우리에게도 찾아오기를 바라고 바라 봅니다. –본문
세상이 아직도 따스한 곳이라는 것을 저자는 전해져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모아 이곳에 펼쳐 보이고 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마다 담겨 있는 그 나름의 감동들은 아직 너풀거리는 노란 리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듯, 그는 계속해서 잔잔하지만 파장이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화가가 되는 걸 포기하다니! 우린 서로 약속하지 않았나. 내가 유명 화가가 될 때까지 자네가 돈을 벌어서 나를 돕고, 내가 유명 화가가 되어서 그림을 팔아 돈을 벌면, 자네가 미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한 약속 말일세!” –본문
세계적인 화가로 이름이 알려진 뒤러가 탄생하기까지 그가 성공할 때까지 물질적인 지원을 계속해준 친구 한스가 있었다고 한다. 물론 한스 역시도 화가로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꿈꿔왔지만 한스와 뒤러 모두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기에 둘 다 같은 길을 가는 것을 불가능한 것이 현실인 가운데 한스는 뒤러에게 그가 성공 할 때까지 자신이 한스의 재정적 지원을 하겠노라 선언하게 된다. 그렇게 한스의 도움을 받아 뒤러가 언젠가 성공하게 되면 그 때 뒤러 자신이 꿈을 향해 가겠노라, 라고 이야기하게 되는데 한스의 도움을 계속 받고 있는 뒤러로서는 성공을 위한 발버둥을 치게 되고 그렇게 결국 그가 널리 이름을 떨치게 되었을 때 한스를 찾아간 뒤러는 손이 거칠다 못해 이제는 붓을 잡을 수도 없을 만큼 손이 상해버린 그의 고귀한 손을 모델로 하여 <기도하는 손>을 그리게 된다.
이 그림으로 또 다시 명성을 거머쥔 뒤러는 이 손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화가의 손이라고 소개하는 장면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은 바치는 친구와 그 친구를 위해 자신을 낮추어 이야기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애잔한 우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브랜든의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그런 사람의 삶에서 최고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어떻게 살 것인지가 아니라 단 하루를 살았더라도 어떻게 살았느냐가 아닐까요? –본문
백혈병에 걸린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자신은 두 개의 심장을 가졌다며 수혈 받는 아이를 다독이고 있는 파넬 네드배드의 이야기는 물론 병색이 깊어져 이제 생의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브랜든이 집으로 가는 동안 마주했던 노숙자들에게 샌드위치를 전해주고 싶다고 하며 미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일 등 이전에 들어봤던 이야기들도 있지만 다시 마주해도 따스해지는 이야기들이 이 책 안에 그득히 담겨 있다. 아직 세상은 따스하다며 노란 리본을 흩날리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멍텅구리 같은 세상에 대한 분노만을 퍼붓던 나를 내려 놓고서 조금씩 마음을 다독여 본다. 그래,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를 것이다. 작게 움직이는 이 손짓들이 느리지만 조금씩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