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유전자 전쟁 -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조적 파괴
칼레 라슨 & 애드버스터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경제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학부제였기 경제학 수업을 들어야만 했던 신입생 시절 맨큐의 경제학을 들고 다니면서 묵직한 그 책이 나에게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쉬이 전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읽기 쉽게 쓰여 있는 것은 물론 색채가 가득한 책 안의 내용들은 이전에 경제를 선택과목으로 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신세계였고 그 안의 내용들을 오롯이 안기 위해서 열심히 그래프를 그리고 공식들을 대입해서 문제를 풀어나갔다. 덕분에 학점도 잘 받아 경제에 대한 기반들은 한번씩 훑어보긴 했지만 당시의 나는 경제 신문을 읽는다고 해도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배운 것에 대한 접목이 전혀 되지 않는 그저 책으로만 알고 있는 상태였기에 결과적으로는 경제학은 내가 갈 길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단념을 하고 지금의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경제학이라는 것이 여러가지의 전제를 가지고, 그러니까 인간이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은 물론 그 안의 수식들을 대입하기 위해서는 다른 변수들은 모두 변동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경제라는 것을 풀어나가는 학문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전제가 있어야만 가능한 경제학. 그렇다면 경제학은 어떻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속의 경제를 통찰할 수 있는 걸까.

따라서 앞으로 경제학을 공부하려면 길을 두 가지다. 첫째, 명백한 모순을 죄다 무시하고 현 상태를 받아들인다. 낡은 패러다임이 앞으로 몇십 년은 더 목숨을 부지하기를, 그 안에 자신이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르며 가슴에 성호를 긋는다. 둘째, 처음부터 비주류 편에 선다. 선동가, 밈 전사, 점령가가 되어 교내 게시판에 저항적 대자보를 붙이고 강의 시간에 교수에게 공개적으로 도전하며 패러다임 전환에 여러분의 미래를 거는 것이다. -본문 

 

 내가 경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나의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러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기는 하나 내가 그 당시 배웠던 것들을 경제 뉴스에 접목시키려고 하면 생각보다 그 내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 언제나 경제학에 대한 높은 벽을 실감하게 했다. 그래, 경제는 도통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라 생각했으나 이 책은 그 동안 내가 마주했던 경제학이라는 활자로 되어 있는 학문에 대해서 과연 그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진리라고 받아들 일 수 있는가에 대해 반문하고 있다.

 



얼마전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그가 경제학에 대해서 오늘의 경제를 어제 예상하고 그 실패에 대해서 내일에서야 발견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준 적이 있었는데 모든 것이 예측이 가능하다는 그 책 속의 고수들이 실물 경제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왜 그런 것인지, 이 책은 통렬히 비판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그 동안 내가 접해 왔던 경제에 관련된 책과는 전혀 다른, 그야말로 새로운 경제를 말하고 있다.

 

 은행가들은 <보상>이 정의를 점차 확장하여 예전에 <이자usury>라 불리던 것깢 뭉뚱그렸다. 존재하지 않는 금에 대한 영수증을 빌려주는 일은 순조로웠다. , 은행권을 가진 사람들이 금이나 은을 한꺼번에 청구하지 않는 한. 다행이도 이런 일은 매우 드물게만 일어났기에 예금보다 더 많은 돈에 대한 영수증을 발급하는 행위는 <부분 지급 준비>라는 이름의 버젓한 금융 제도가 되었다. -본문

 

 수익에 대해서 이전의 과거에서는 대부업자들이 이자를 받는 것이 파렴치한 것들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싸게 사서 비싸에 파는 행위를 사탄의 행위라며 비난하곤 했었지만 교역량이 점점 증가함에 따라 자신의 저렴하게 구매한 것을 비싸게 되파는 중산층들의 교역은 더 활성화되게 된다. 바야흐로 물품과 지폐가 바뀌는 그들이 말하는 말도 안되는 연금술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고리업자들이 이익을 취하는 행위에 대해서 이전의 사람들을 죄악이라 비나했지만 이들은 점차 이익이 이든 보상이라는 이름으로 이자를 설명하고 있다. 그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서는 그들의 길을 계속해서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경제학은 맛이 갔다. 경제학은 경제를 이해한다는 실용적 목적을 저버리고 학문 자체를 위한 지적 유희로 전락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을 분석적 엄밀성만 있을 뿐 현실 적합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일종의 사회 수학으로 둔갑시켰다.
 
노벨상 수상자 중에서도 적어도 세명이 이런 우려를 표명했다. 계량 경제학의 초창기인 1982년에 바실리 레온티예프는 모형이 데이터보다 중요해졌다는 주장을 반반했다. (중략)
 
문제는 수학 자체가 아니라 내용을 무시하고 기법에 집착하는 행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실용적 추단법이나 데이터 위주 모형도 경제학에서 제한적이나마 쓸모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경제학에 수학을 받아들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에 치우친 심미적 기준이 아니라 현실 세계를 설명하는 유용성이 되어야 한다. -본문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대담하면서도 촌철살인같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무언가 복잡하고 어렵기만 한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실제 실물경제에 대한 논의는 아닌 세상의 변수들을 제하고서 논의되고 있는 경제학은 그저 겉만 바라보며 세상을 예견하는 안타까운 사태라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경제학도들에게 있어서는 불편한 책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이 책 안의 활자를 통해서 일부의 모습들만을 보고 있는 것이라는 걸 깨달아야 할 때가 아닐까. 그리하여 그 틀을 벗어나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깨닫기 위해서는 스스로 갇혀 있는 세상을 깨고 나와야 할 것이다. 파격적으로 보이지만 생각해보면 이것이 진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이기에 읽는 내내 통쾌함을 안고 읽은 책이다.

 

아르's 추천목록

 

위기의 경제학 / 신희영저

 

 

 

독서 기간 : 2014.08.03~08.0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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