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마야 안젤루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s Review

 

 

 전쟁이나 인종차별, 신분차이 등에 대한 아픈 이야기들을 역사 교과서나 영화, 소설 때론 뉴스를 통해서 보기도 하지만 실제로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기에 그 현실에 대해서 그저 가늠해보는 것이 전부였다. 이러한 일들이 있었구나, 당시에는 왜 이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라며 그 때의 일들을 거슬러 올라가며 바라보는 것이 전부인데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이미 과거 속에 있었던 일들을 현재로 끄집어 내어 실제 존재했던 일들을 보여주고 있기에 내게는 과거를 보는 것이 아닌 매 시점마다 그 자리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스탬프스에서 인종 분리는 너무나 완벽해 대부부의 흑인 아이들은 백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정말로 알지 못했다. 다만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백인들은 흑인들과는 다르다는 것, 두려운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 두려움에는 힘없는 사람들이 힘 있는 사람들에게, 가나나한 사람들이 부자들에게, 피고용인들이 고용인들에게, 누더기를 걸친 사람들이 옷을 잘 입는 사람들에게 품는 적대감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본문

 흑인인 여성으로서 산다는 것은 어떠한 것일까. 오래 전부터 단일민족임을 내세워 이야기하던 우리나라에도 이제는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사는 시간이 된 지금 사소한 문제들이 드러나고는 있지만 흑인들이 차별을 당했던 당시의 문제만큼이나 끔찍한 일들과는 비견할 수 없다고 생각 든다. 노예 제도가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흑인과 백인간의 장벽은 무너지지 않은 상태였고 심지어 그들은 함께 버스 좌석을 공유할 수도 없었으니 말이다. 피부의 색은 개인 스스로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이 되어 그들의 사회적인 진출마저도 어렵게 만들었으며 훗날 이 소설의 주인공인 마거리트가 차장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모습들을 보노라면 대체 피부색이 무엇인가, 라는고민에 빠져들게 된다.

거의 백인과 같은 피부색을 가진 아름다운 어머니를 둔 마거리트는 자신 역시 백인이라고 믿고 있었으며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곱슬머리와 검은 피부는 마법에 걸린 것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것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 앞에 드러난 것들을 보노라면 이 문제는 마법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 낸 가상의 틀 안에서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철저히 격리되고 분리되고 있었으며 그래서 그녀의 자전적 소설인 이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를 읽다 보면 애잔한 마음이 흘러나오게 된다.  

 흑인으로 태어나 내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끔찍스러웠다. 어린 나이에 벌써 내 피부색을 비난하는 소리를 듣고도 아무런 방어할 기회도 없이 조용히 앉도록 훈육을 받는다는 것이 너무나 잔혹했다. 우리 모두 죽어야만 했다. 우리 모두가 죽어서 한 사람 위에 다른 한 사람이 포개진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무슨 영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마마, 그러니까 그들의 할머니에게 보내진 마거리트와 그녀의 오빠 베일리는 스탬프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된다. 그곳에서 그야말로 흑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흑인이기 때문에 미세스, 라는 칭호를 불리는 것은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며 백인들에게는 무조건 존댓말을 해야 했던 마마를 보면서 그것이 흑인들이 살아야 하는 숙명 안에 살고 있었다. 심지어 마거리트의 이가 다 상함으로 치료를 받기 위해 먼 길을 갔던 마마와 그녀에게 백인 치과의사는 마거리트의 입을 들여다 볼 바에는 개의 이를 들여다 보겠다고 이야기를 했으니, 그 시대를 지내왔던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는 너무도 담담한 이야기들을 보며, 오히려 그녀가 너무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기에 내가 환영을 보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삶은 생경하면서도 낯설기만 했다.

 스탬프스에서 철저히 흑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면 엄마인 비비안과 함께 주변 일대의 권력을 잡고 사는 외할머니 백스터와 지내는 나날은 그녀의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순간일 것이다.비비안의 동거남이었던 프리먼은 어린 마거리트를 성폭행하는 것으로 모자라 그 모든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그녀의 오빠인 베일리는 죽이겠다는 협박 속에서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끙끙 앓게 되고 만다. 물론 이 문제는 다른 형식으로 풀어지기는 하지만, 문제는 어린 시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그녀를 그 누구도 제대로 치유해주려 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미 그 일은 일어난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의 키가 쑥쑥 커 어릴 때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처럼 당시 어른들은 그녀의 고통이 단 몇 개월이면 잊혀지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마거리트가 말을 하지 않는 다는 이유로 건방지다며 욕을 듣거나 심지어 매질을 당하는 경경우 없었을 테니 말이다.

 정신이 돌아온 뒤에 베일리는 윌리 삼촌에게 도대체 흑인들이 처음에 백인들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고 물었다. 마마를 그대로 닮아 아무것도 설명하는 법이 없는 윌리 삼촌이 겨우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흑인들은 백인들의 머리카락 한 올 건드린 적이 없었지.” . –본문

 그렇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다시 돌아온 스탬프트에서 베일리는 그 나름의 첫사랑을 마주하게 되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마거리트는 졸업을 하게 된다. 가장 좋은 성적으로 졸업을 하게 된다는 영광도 잠시, 그녀의 앞에 드리우는 것은 그저 흑인 여성으로서의 막막한 삶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 그녀는 자신을 옥죄고 있는 피부색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베일리와 같이 일자리를 구해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마거리트는 자신을 닮은 또 다른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가 20대의 들어서기 이전까지 10여년의 세월을 그녀를 쫓아 따라오는 동안, 내 기억 속의 마거리트는 아직 피지 않는 꽃 봉우리 같은 모습이었다. 만개하려면 아직 때를 기다려야 하지만 이미 어른처럼 생각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러울 뿐이었는데 특히나 당시의 인종차별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일자리를 찾아 헤매며 결국에는 그것을 쟁취하는 모습은 그녀가 점점 꽃봉우리를 움트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있기에 그녀의 행보에 응원을 가하게 된다. 부디 그녀의 앞에 도래할 그 곳에 이 당당함과 함께 따스한 사랑이 깃들여지길. 마법으로 인해 흑인으로 변모한 것이 아닌 이 세상이 그녀를 검게 만들었기에 그녀를 옥죄어 왔던 세상의 벽들이 허물어져 마거리트에게 더 없이 행복한 나날만이 도래하길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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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 조라 닐 허스턴저

 


 

 

독서 기간 : 2014.08.11~08.1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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