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소녀
미셸 뷔시 지음, 임명주 옮김 / 달콤한책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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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 12 23. 비행기 한 대가 몽테리 산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이 여객기 안에는 186명의 탑승객이 탑승하고 있었는데 그 중 185명의 탑승객은 사망하고 단 한 명. 파란 눈을 가진 아이만이 유일한 생존자로 기록되고 있다. 그 어디 하나 다친 곳 없이 너무도 멀쩡한 아이의 모습을 보고 언론은 몽테리블 산의 기적이라 부르고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비행기 사고는 비트랄 가족이나 카르빌 가족 모두에게 잔인한 일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비행기가 추락하고 그들의 미래였던 아들과 손녀가 모두 죽었다. 운명은 그런 청천벽력 같은 소실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래놓고 한 시간 뒤에 핏덩이 같은 젖먹이가 살아있다는 기적 같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래서 잠시나마 하늘에 감사했고 아들과 며느리를 잃어버렸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소식은 운명의 장난에 불과했다. 더 깊은 곳을 찌르려고 잠시 빼낸 시퍼런 칼날이었다. -본문

혹자는 이야기할 것이다. DNA검사를 하면 쉬이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 말이다. 하지만 때는 1980년대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던 때가 1986년부터였으니 그 당시의 유전자 감식도 우리나라의 기술로 할 수 없던 당시를 떠올리면 이 사건 당시의 상황이 쉬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과학적인 기술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혈액형 검사가 전부였으나 이마저도 두 가문 모두 일치하던 상황 속에서 이 아이의 존재는 점차 미궁으로 빠져들게 된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가족간의 정겨움이 있던 비트랄가와 파리의 권력자 집안이었던 카트릴 가의 대립은 법정에서도 계속되게 되는데 자신의 핏줄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던 카트릴가의 계획은 오히려 그들 스스로를 수렁에 빠져들게 되고 아이의 손에 걸려있던 작은 팔찌가 운명의 노가 되어 아이는 비트랄가의 아이로 자라나게 된다.

말도 안돼!
비행기 추락 사고 기사가 실린 1980 12 23일 자 신문 1면에 병원 앞에서 소방관 품에 안겨있는 석 달 된 릴리의 사진과 아름답게 웃고 있는 18세의 릴리 사진이 함께 실리는 게 가능한 일인가?
이틀 전 1998 10 2일 마지막으로 보았던 릴리의 모습이 어떻게 여기에? . -본문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될 수 있는 기회는 당신의 손 안에 달려있다. 과연 릴리는 누구일지, 소녀는 아직 기다리고 있다.

 

 

 

독서 기간 : 2014.08.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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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어스 - 인간의 네 번째 본능, 호기심의 모든 것
이언 레슬리 지음, 김승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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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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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기심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적이 언제였나싶다.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 질문이라는 것도 거의 없을 뿐더러 혹여나 질문이 있을 시에는 검색 엔진에 몇 글자 입력 후 엔터키만 누르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기에 무엇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은 물론 구태여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못해본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큐리어스>라는 책은 호기심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기에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요 근래에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책 중 하나라 정신없이 읽어내려갔다.

인간과 침팬지간의 DNA 차이는 불과 3% 남짓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3%의 차이로 인해 인간과 침팬지는 구분되는데 이 3%의 차이가 난다, 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과연 그 3%의 차이는 무엇인가? 라는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없는 나에게 이 책은 그 3%의 비밀 중 하나가 호기심, 그러니까 '?'라고 질문하는 능력이라 말하고 있다.

칸지가 예전에도 하지 않았고 지금도 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바로 '?'라고 질문하는 일이다. 칸지는 이마에 깊은 주름을 잡고서 키보드를 두들기며 "왜 나한테 이런 질문들을 하는 거지?" 라든가 "대체 알아내고 싶은 게 뭐야?"와 같은 문장을 만들어 내지 않았다. 연구 센터 안, 자신의 공간을 넘어서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냉장고에 갈 수 있었지만 냉장고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원숭이로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에 흥미를 가진 인간들과 시간을 보내면서도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본문

특히나 어린 아이들의 경우 세상의 모든 것들이 처음 보는 것 투성이기에 모든 것들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이 시기가 아이의 앞으로의 성장에 있어서 중요한 순간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이때 어른들이 질문을 던진 아이에게 계속된 피드백을 해줘야만 아이는 계속해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게 되고 그렇게 호기심을 안게 된 아이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물음을 던지기에 귀찮더라도 아이들이 더 많은 것들을 마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호기심에 대해서 역사적인 흐름들을 보면 아우구스투스는 호기심은 신에 대한 대항으로 바라보며 죄악으로 보았으나 점차 호기심은 지적 향상을 위한 기반으로 발돋움 하면서 인쇄술과 함께 문학이 널리 퍼지게 되었으며 각종 정보에 대한 취급이 일반화 되면서 수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지식의 향상을 도모해 왔으며 그리하여 인류의 발전을 함께해왔다.

구글은 당신이 원하는 어떤 것에라도 답을 줄 수 있겠지만 무엇을 물어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주지 못한다.
정보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꼭 호기심이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본문

이 책 속에서는 우리가 지금은 잊어가고 있는 호기심을 어떻게 해서 다시 되찾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인간이 인간답게 하는 것의 기저에 호기심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인간으로 살기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호기심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해주는 이 책을 보며 나는 이전과는 다른 내일을 맞이해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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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완성 / 빈센트 라이언 루기에로저


 

 

독서 기간 : 2014.08.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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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PD의 여행수다 - 세계로 가는 여행 뒷담화
탁재형 외 지음 / 김영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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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혼자서는 국내 여행밖에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해외로 혼자 여행을 다닌 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또 그만큼의 두려움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떠나면 되지 않겠어? 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시간이 있을 때는 재정상태가 원만하지 못한 학생의 신분이었고 이제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고 나니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다는 핑계와 더불어 어디 움직이기에는 쉽지 만은 않은 상황들의 연속이라 늘 여행에 대한 갈증만을 안고 지내는 것 같다.

 

 잊고 있다가도 여행에 대한 갈망이 가장 커지게 되는 순간은 바로 주변 이들이 어느 곳인가를 다녀오고 나서 들려주는 그들의 진솔한 감상을 들을 때다. 지금이야 여행을 간다고 하면 카페에 가입을 한다거나 블로그들을 검색한다거나 그도 아니라면 서핑이나 책등 무궁무진한 자료들이 많이 있기는 하나 나를 가장 강하게 흔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음성을 통해 듣는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그런 점에서 여행을 다녀온 후 제작된 에세이들을 본다고 하더라도 길어야 그 여운이 일주일을 채 가지 못하도 다시금 나의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번에 마주한 < PD의 여행 수다>는 그동안 마주했던 여행에 관한 에세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팟캐스트의 이야기들을 다시금 활자로 그려낸 것들이라 눈으로 이야기를 쫓다보면 그들의 목소리가 주변에서 들리는 듯했고 그래서 그 목소리를 따라 당장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곤 했다

 

 동일한 곳을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공감대가 생기며 상대방에 대한 장벽이 허물게 된다. 내가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상대도 느꼈다는 시간의 차는 있지만 동일한 공간 속에 동일한 감정에 대한 친밀감은 그 무엇보다도 강하게 느껴지는데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인도에 대한 그들의 대화에 정말 푹 빠져 동참하며 읽어내려갔다.

 

 근데 어떤 문화권에 따라서는 그렇게 대놓고 쳐다보는 게 문화, 사회적 금기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아프리카에 갔을 때 그걸 처음 느꼈어요. 세네갈에 갔을 때, 정말 모두가 저한테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거예요. 쳐다보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 남자인데도 "어느 나라에서 왔냐. 너네 나라에서는 인사말이 뭐라고 하냐." 계속 묻더라고요. 처음에는 너무 귀찮았는데 비행기 갈아타려고 로마공항으로 빠지고 나서부터는 아무도 저한테 관심을 갖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또 섭섭하더라고요. -본문 

 

 대학생 때 인도에 시장조사차 팀을 이뤄 나갔던 일주일 정도의 시간 동안에 있는 동안, 당시에 우리를 쫓던 수 많은 인도인들의 눈이 그렇게 무섭게 느껴졌던 적이 없었다. 힐끔힐끔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두 눈을 크게 뜨고서 아이 컨택을 하며 마주하는 수십개의 눈은 우리가 어딜가든 따라오고 있었고 그 눈들에 익숙해지기까지도 몇 일을 시간이 걸렸으니, 초반의 그 모습들은 너무 두렵게만 느껴졌다. 남자친구와 함께 이기는 했으나 일단 델리공항까지 혼자 움직였어야 했던 박근혜씨의 이야기에 확 와닿으며 그래그래! 를 연발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동일한 감정을 느꼈다는 그 하나만으로 나는 이야기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

 그 강가에 돌계단이 있거든요. 거기 앉아서 특별히 하는 건 없어요. 멍 때리고 짜이 마시고, 사람 태우는 것 보고... 근데 그 '화장 의식'은 참 신기한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되게 가벼워지는 느낌이었어요. 발 안닿고 걷는 느낌이랄까. 바라나시에서의 저의 느낌은. -본문 

 

 3 3천명이 신이 군집해 있다는 인도의 바라나시를 찾는 느낌은 어느 곳에선가 자신에게 맞는 신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그리고 또 인도인들이 사는 동안 꼭 한번 찾기를 바란다는 곳이라는 점에서 방문하게 된다는 바라나시의 묘한 마력을 넘어서 제주도와 호주를 거쳐 베트남까지 계속해서 이야기는 이어지고 있다.

 

 봉지커피를 내오셨어요. 왜냐하면 거기는 커피 마시는 문화가 없는 거예요. 외부에서 이식된 문화이다 보니 저작 그분들은 커피를 안드시고 수출용으로만 재배하는 거죠. 사실 우린 초라영하다 보면 커피 밭에서 일하는 것, 커피를 따서 말려놓은 것, 그런 걸 단계별로 찍고 싶잖아여. 그리고 마지막에 커피를 한 잔 딱 해야 완성이 되잖아요. 그래서 커피 마시는 걸 좀 촬영하고 싶다고 하니까 ", 알았어. 앉아 있어!" 하시더니 빨간 '네스카페'박스를 저쪽에서 가져오시더니 "집에 없어서 특별히 아들내미 보내서 사왔어" 하고 주시더라구요. 그분들은 커피를 재배하니 항상 커피를 마실 것이다, 라는 건 사실 우리만의 선입견이었던 거죠. -본문 

 

 베트남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친구가 가져다준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보다는 괜찮네, 라고 중얼거렸었는데 베트남이 커피 수출량이 전세계의 2위라고 한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쓰는 믹스 커피의 대부분은 베트남산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연유를 넣어 마시는 베트남식 커피는 달달한 맛이 난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커피를 수출하는 나라라면 커피를 마시는 문화도 널리 퍼졌을 법도 한대 오히려 그러한 문화가 없다는 것을 보면서 왠지 씁쓸한 뒷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루왁 커피를 구하기 위해 숲속을 다니는 이들에게 루왁 커피는 그들의 생계를 이어주는 하나의 수단이기에 실제 그들의 손에는 루왁커피가 들려있지 않듯이 베트남에서의 커피 재배도 그들의 쌀을 사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것에서 왠지 내 손에 들려 있는 커피가 쓰게만 느껴진다.

 

 아무튼 정신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오다보면 어느새 여러 나라들에 대한 즐거운 이야기들로 가득해지게 된다. 활자가 살아나 곁에서 대화를 하듯, 그들의 이야기들은 한동안 나의 마음 속에 여행이라는 단어를 계속해서 되내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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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밥 먹을래 / 여하연저

 

 

 

 

독서 기간 : 2014.08.15~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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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도쿄
김민정 글.사진 / 효형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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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외국에 살다 왔다는 이야기를 하노라면 나는 부러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곤 한다.나에게 한국을 넘어선 다른 나라에 산다는 것은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고 기회만 된다면 어디든 나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

 그렇게 어디든 나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에게 <엄마의 도쿄>는 타국에 있는 그 누군가는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실상 그들의 꿈인 한국에 살고 있는 나는 또 다른 세계를 동경하고 있다는 점을 가르쳐주었다. 그러니까 그들이 20여년 동안 살았던 도쿄라는 곳을 나는 막연히 꿈에 그리며 바라보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그저 살아남아야만 하는 공간이었으며 타인이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배경이라면 실제 그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은 배경보다도 오늘을 살아야 하는 삶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그래, 그녀 역시 왜 도쿄에서 사는 건가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저 살기 위해서 살고 있다고 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디에 산다는 것이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왜 그녀는 도쿄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의 아버지가 오래 전 돌아가시고 난 후 여자 홀몸으로 아이를 키우기 쉽지 않았던 그녀의 어머니의 결정으로 도쿄에 정착하게 되었고 그것이 벌써 20여년의 시간이 지나 어머니는 떠나 보낸 그녀가 홀로 남아 그 때의 기억들을 이 책 안에 담아 놓은 것이다

.

 엄마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은 아빠가 떠난 그 순간이 아니라 남겨진 후, 살아남은 자의 도리를 다하리라 마음먹어야 했던 그때였다. 요요기 공원의 하늘과 풀과 나무를 보면서 엄마는 살아 있음의 아름다움과 살아 있음의 구차함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요요기 공원은 두렵고 불안한 장소였다.
같은 도쿄 하늘 아래 같은 장소지만, 엄마와 나의 기억은 이렇게도 다르다. 나는 요요기 공원의 그 널찍한 품을 엄마가 이해하지 못해 서운했다. 
엄마는 내가 엄마의 속내를 알아주지 않아 섭섭했을까? -본문

 

 여자 혼자서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저 20여년의 세월에 대해서 몇 줄의 이야기로 그녀의 어머니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그녀가 살아온 삶을 어떻게 다 담을 수 있겠는가. 그 때 당시의 그녀의 막막함과 두려움, 그럼에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증은 오랜 시간 동안 그녀의 몸안에 축적되어 있다 암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게 된다.그녀 스스로의 삶을 희생하여 아이들과 함께 건너 온 시간 속에 이제 홀로 남은 그녀의 딸인 저자는 엄마와 함께 걸었던 거리나, 음식점들, 같이 걸었던 여행지나, 작은 소품들 속에서 엄마와 함께한 기억들을 들려주고 있다.

 정이 많아 어디를 가든 누군가를 위해 작은 것 하나라도 챙겼던 엄마가 대체 누구에게 어떤 잘못을 저질렀기에 병을 앓아야 했을까? 만일에 엄마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병으로 갚아야 할 만큼 큰 잘못이었을까? 엄마와 나는 암이란 병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수술 후 엄마는 점점 쇠약해졌다. 나모다 빨랐던 걸음걸이가 점점 지치고 있었다. 지유가오카에서 쇼핑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보다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조금만 걸어도 가쁜 숨을 내쉬었고, 물 없이는 오분도 채 머물지 못했다. -본문

 처음 내가 이 책을 마주했을 때는 '도쿄'라는 단어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바라보려 했다. 스무해 동안 도쿄에서 살았다는 그녀들이 있는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었다면 그녀의 이야기들을 따라 가면 갈 수록 나는 도쿄는 잊어버리고 그녀들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춰 바라보게 된다.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남겨 놓은 추억들을 따라 가는 동안 잔잔하지만 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스함과 그리움을 마음껏 누리며 어느 덧 도쿄 안에 스며드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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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고 말해줄걸 그랬어 / 이재영저

 

 

독서 기간 : 201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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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깊은 철학 50 - 세계의 지성 50인의 대표작을 한 권으로 만나다
톰 버틀러 보던 지음, 이시은 옮김, 김형철 감수 / 흐름출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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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책의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되는 듯한 이 책은 50인의 철학자들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그들이 이야기하는 관념들에 대해서 한 권에 담아 놓은 책이다. 그러니까 이 한 권을 읽음으로써 50인의 철학자들을 마주하는 것은 물론 50가지 이상의 이상들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들어 철학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고자 하는 생각이 들던 나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책이 틀림 없었지만 무언가 묵직해 보이는 외관이 쉽지 않게 느껴졌지만, 책을 열어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막막하다는 느낌보다는 인간의 생각은 참으로 넓고 끝이 없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가끔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는 경험을 한다. 내가 손쓸 수 없는 커다란 비극 앞에서 충격에 휩싸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는 비극을 맞딱드리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많지 않다. 망연자실해서 넋을 놓거나, 울화를 터뜨리거나, 아니면 그저 자책할 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삶의 부조리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처럼 의미를 묻는 학문이 바로 철학이다. –본문

한때는 철학이란 철학자들만이 소유하고 공유하고 있는 세상이라 생각했다. 그저 평범한 나로서는 철학이란 머리 아픈 소재이기도 하고 구태여 철학을 배워야 할 의미도 찾지 못했기에 철학자들은 무언가 풍요로움 속에서 쓸데 없는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치기 어린 마음을 가진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탈레스가 별을 보고 연구한다며 하늘만을 보고 걷다 넘어지는 것을 보고 그를 비웃던 하녀와 같이 나는 그들이 그들의 앞이 아닌 무언가 허공에 잡히지 않을 미래를 내다보는 그 사유를 왜 알아야 하는지 도통 모르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철학이라는 것이 우리와 관계 없는 뜬 구름 잡는 것들이 아닌 우리의 삶을 기반으로 하여 조금 더 깊이 바라보는 것이라는 것을 조금씩 느끼기에 철학에 대해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Philosophy philo는 사랑하다, 좋아하다라는 뜻이다. 뒤에 붙어 있는 sophy는 지혜라는 뜻인데 이 두 가지의 단어가 결합된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며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학문이라는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러니까 살아가는 동안에 우리가 알아야 하는 지혜들에 대해서 다루는 학문이 철학이라는 것이며 삶의 의미를 묻는 이 철학이라는 학문이 워낙 광범위하고 방대하기에 쉬이 다가갈 수 없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철학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해 놓음으로서 철학의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을 초입자들에게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다.

물어본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행위이다. 올바를 질문을 하는 것이 좋은 답을 얻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정답은 없지 않은가. 오직 좋은 답과 나쁜 답이 있을 뿐이다. 좋은 답은 우리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해준다. –본문

 책을 전혀 접하지 않았던 당시, 나는 책을 읽지 않아도 세상의 어느 정도는 알고 내가 가지고 있는 식견들이 어느 정도의 정도로 가고 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철학에 대한 이야기들을 마주하면 할수록 세상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아는 척 자만하고 있었던 나를 발견하게 된다.

 < 2의 성>은 한마디로 여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하려는 시도로서, 이때의 여성이란 개인으로서의 여성과는 구분되는 하나의 범주이자 원형을 의미한다. 역사를 통틀어 남성은 여성을 독립적인 존재로 보지 않고 남성과의 관계 속에 규정하며 부당하게 차별해왔다. 인간이란 곧 남자이고 그 이상의 설명이 불필요한 반면, 여자는 여성의 성을 가진 인간이라고 설명되어야 했다. –본문

 드 보부아르라는 철학자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마주한 인물이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여성의 인권을 신장하기 위해 계속된 운동을 벌였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의 나는 그녀들이 있었기에 훨씬 더 편안하고 시대를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들을 해보게 된다. 생각해보면 man이란 단어 속에 인간을 대표하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남성을 여성 안에 있는 존재로 생각했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남성은 주체자이자 절대자로 비추는 반면 여성은 타자로서만 존재하고 있던 당시의 모습들을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히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신은 인간에게 행동의 자유를 주었다. 나쁜 일이 벌어지기 전이나 직후에 신이 나서서 그것을 바로 잡는다면 그 자유가 무효화될 것이고 그 결과 더 좋지 못한 세상이 초래될 것이다. 이 자유는 비록 신이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을 만들었다지만 죄를 계획한 입안자는 아니라는 의미이다. 신은 다만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할 자유를 기초로 다양한 가능 세계를 허용할 뿐이다. –본문

 자유의지가 있다, 와 없다, 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자유의지는 있다, 라는 쪽이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신의 존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에 대한 고민들을 해보기도 했었다.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면 신은 어찌하여 세상에 난무하는 폭력이나 범죄, 전쟁에는 손쓰지 않고 계시는지에 대해 묻고도 싶었고 때론 전지전능하신 신은 인간에게 어느 정도까지의 자유의지를 주고 계시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들이 풀리지 않고 고여 있을 즈음, 라이프니츠가 말하는 신이 조정하는 자유의지에 대한 대목들을 읽으며 이전에 풀리지 않는 부분들에 대한 물음이 해갈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짧은 이야기들이기는 하나 그 안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다양하면서도 이전에 모르고 있던 내용들도 마주하면서 미처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마주하게 된다. 정답이 없는 인생 속에서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해서라도 철학을 배워야 한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이 책을 기반으로 다른 책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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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하녀 / 고병권저

 


 

독서 기간 : 2014.08.01~08.0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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