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PD의 여행수다 - 세계로 가는 여행 뒷담화
탁재형 외 지음 / 김영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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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아직 혼자서는 국내 여행밖에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해외로 혼자 여행을 다닌 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또 그만큼의 두려움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떠나면 되지 않겠어? 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시간이 있을 때는 재정상태가 원만하지 못한 학생의 신분이었고 이제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고 나니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다는 핑계와 더불어 어디 움직이기에는 쉽지 만은 않은 상황들의 연속이라 늘 여행에 대한 갈증만을 안고 지내는 것 같다.

 

 잊고 있다가도 여행에 대한 갈망이 가장 커지게 되는 순간은 바로 주변 이들이 어느 곳인가를 다녀오고 나서 들려주는 그들의 진솔한 감상을 들을 때다. 지금이야 여행을 간다고 하면 카페에 가입을 한다거나 블로그들을 검색한다거나 그도 아니라면 서핑이나 책등 무궁무진한 자료들이 많이 있기는 하나 나를 가장 강하게 흔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음성을 통해 듣는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그런 점에서 여행을 다녀온 후 제작된 에세이들을 본다고 하더라도 길어야 그 여운이 일주일을 채 가지 못하도 다시금 나의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번에 마주한 < PD의 여행 수다>는 그동안 마주했던 여행에 관한 에세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팟캐스트의 이야기들을 다시금 활자로 그려낸 것들이라 눈으로 이야기를 쫓다보면 그들의 목소리가 주변에서 들리는 듯했고 그래서 그 목소리를 따라 당장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곤 했다

 

 동일한 곳을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공감대가 생기며 상대방에 대한 장벽이 허물게 된다. 내가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상대도 느꼈다는 시간의 차는 있지만 동일한 공간 속에 동일한 감정에 대한 친밀감은 그 무엇보다도 강하게 느껴지는데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인도에 대한 그들의 대화에 정말 푹 빠져 동참하며 읽어내려갔다.

 

 근데 어떤 문화권에 따라서는 그렇게 대놓고 쳐다보는 게 문화, 사회적 금기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아프리카에 갔을 때 그걸 처음 느꼈어요. 세네갈에 갔을 때, 정말 모두가 저한테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거예요. 쳐다보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 남자인데도 "어느 나라에서 왔냐. 너네 나라에서는 인사말이 뭐라고 하냐." 계속 묻더라고요. 처음에는 너무 귀찮았는데 비행기 갈아타려고 로마공항으로 빠지고 나서부터는 아무도 저한테 관심을 갖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또 섭섭하더라고요. -본문 

 

 대학생 때 인도에 시장조사차 팀을 이뤄 나갔던 일주일 정도의 시간 동안에 있는 동안, 당시에 우리를 쫓던 수 많은 인도인들의 눈이 그렇게 무섭게 느껴졌던 적이 없었다. 힐끔힐끔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두 눈을 크게 뜨고서 아이 컨택을 하며 마주하는 수십개의 눈은 우리가 어딜가든 따라오고 있었고 그 눈들에 익숙해지기까지도 몇 일을 시간이 걸렸으니, 초반의 그 모습들은 너무 두렵게만 느껴졌다. 남자친구와 함께 이기는 했으나 일단 델리공항까지 혼자 움직였어야 했던 박근혜씨의 이야기에 확 와닿으며 그래그래! 를 연발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동일한 감정을 느꼈다는 그 하나만으로 나는 이야기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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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강가에 돌계단이 있거든요. 거기 앉아서 특별히 하는 건 없어요. 멍 때리고 짜이 마시고, 사람 태우는 것 보고... 근데 그 '화장 의식'은 참 신기한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되게 가벼워지는 느낌이었어요. 발 안닿고 걷는 느낌이랄까. 바라나시에서의 저의 느낌은. -본문 

 

 3 3천명이 신이 군집해 있다는 인도의 바라나시를 찾는 느낌은 어느 곳에선가 자신에게 맞는 신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그리고 또 인도인들이 사는 동안 꼭 한번 찾기를 바란다는 곳이라는 점에서 방문하게 된다는 바라나시의 묘한 마력을 넘어서 제주도와 호주를 거쳐 베트남까지 계속해서 이야기는 이어지고 있다.

 

 봉지커피를 내오셨어요. 왜냐하면 거기는 커피 마시는 문화가 없는 거예요. 외부에서 이식된 문화이다 보니 저작 그분들은 커피를 안드시고 수출용으로만 재배하는 거죠. 사실 우린 초라영하다 보면 커피 밭에서 일하는 것, 커피를 따서 말려놓은 것, 그런 걸 단계별로 찍고 싶잖아여. 그리고 마지막에 커피를 한 잔 딱 해야 완성이 되잖아요. 그래서 커피 마시는 걸 좀 촬영하고 싶다고 하니까 ", 알았어. 앉아 있어!" 하시더니 빨간 '네스카페'박스를 저쪽에서 가져오시더니 "집에 없어서 특별히 아들내미 보내서 사왔어" 하고 주시더라구요. 그분들은 커피를 재배하니 항상 커피를 마실 것이다, 라는 건 사실 우리만의 선입견이었던 거죠. -본문 

 

 베트남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친구가 가져다준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보다는 괜찮네, 라고 중얼거렸었는데 베트남이 커피 수출량이 전세계의 2위라고 한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쓰는 믹스 커피의 대부분은 베트남산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연유를 넣어 마시는 베트남식 커피는 달달한 맛이 난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커피를 수출하는 나라라면 커피를 마시는 문화도 널리 퍼졌을 법도 한대 오히려 그러한 문화가 없다는 것을 보면서 왠지 씁쓸한 뒷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루왁 커피를 구하기 위해 숲속을 다니는 이들에게 루왁 커피는 그들의 생계를 이어주는 하나의 수단이기에 실제 그들의 손에는 루왁커피가 들려있지 않듯이 베트남에서의 커피 재배도 그들의 쌀을 사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것에서 왠지 내 손에 들려 있는 커피가 쓰게만 느껴진다.

 

 아무튼 정신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오다보면 어느새 여러 나라들에 대한 즐거운 이야기들로 가득해지게 된다. 활자가 살아나 곁에서 대화를 하듯, 그들의 이야기들은 한동안 나의 마음 속에 여행이라는 단어를 계속해서 되내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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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밥 먹을래 / 여하연저

 

 

 

 

독서 기간 : 2014.08.15~08.1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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